어떤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마음껏 상상하고 전투적으로 현실화하는 편이다. 모든 전투에 관한 보상은 상상이 현실화됐을 때 돌려받는다. 그런데 생각보다 어떤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건 꽤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한다.

딱히 자원이 없는 나로서는 그동안 메이커로서 삶을 살아왔다. 돈 주고 다른 자원을 사면 좋으련만, 내 몸과 시간뿐이었던 지난 10여년은 스스로 메이커가 되는 것 밖에 해결책이 없었다. 때문에 제품을 만드는 개발자로 살았고, 콘텐츠를 만드는 기자로 살았다.

유자랩스를 창업하고서는 최대한 메이커로서 역할을 내려놓았다. 우리의 상상을 현실화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동료들이 충분하니 굳이 내가 메이커로서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충분히 상상하고, 분석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맡았다. 서로가 잘하는 것이 모여 우리의 제품으로 탄생했다. 어느새 제품이 나온지도 6개월이 됐다.

레퍼런스로 만들고 싶었던 고객사가 드디어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우리 제품을 활용해 마케팅을 진행했고 일주일 동안 억 단위 매출을 기록했다.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확인하며 동료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데이터 로우가 늘어날 수록 흥분은 확신으로 변해갔다. 와. 정말 어디서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성공사례가 만들어졌다.

마케팅을 마치고 고객사를 찾았다. 담당자는 회사로부터 많은 칭찬을 받았다.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결과를 냈다. 2024년에는 해당 마케팅을 더 진행하기로 했고 추가 예산을 요청하기도 했단다. 그리고 그동안 수없이 상상했던 한 마디를 들었다.

“유자랩스 덕분에, 마케팅을 잘 진행할 수 있었어요”

이 제품으로 고객사 마케팅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란 상상이 현실이 됐다. 이 팀으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거란 상상이 현실이 됐다. 나도 언젠가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는 상상이 현실이 됐다.

마침, 창밖에 눈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