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용아. 행복해?”

책상에 둔 이 책을 보고 어머니가 내게 물었다. ‘이 책은 그냥 다음 독서소모임 책인데, 내가 고른 건 아닌데’, ‘근데 나 행복한가?’, ‘행복이 뭐지?’, ‘근데 나 행복해도 되나?’ 여러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응? 대답을 못 하네?”

그러게, 나는 왜 대답을 못 했을까?

행복해도 되는 건가?

두 번째 창업이 어느새 만 1년이 됐다. 지난 1년동안 내 관심사는 오로지 회사였고,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를 생각하며 살아왔다. 모든게 내 생각대로 풀리고, 만족할 결과를 얻었다면 좋았겠지만. 역시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드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얼마 전 오랜만에 돌아온 독서소모임 멤버와 밥을 먹다가 창업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그런데 요즘은 딱히 재밌는 게 없긴 해요. 재밌고 싶긴 한데, 그러다가도 나 혼자 재밌어도 되는 건가 싶기도 해요.”

이 말을 들은 멤버가 이렇게 말했다.

“혹시, 우울증 아니에요?”

집에 돌아와 우울증이 뭔지 검색해봤다. 간단한 온라인 검사에서는 우울증 의심 결과가 나왔다. 평소 생각해본적이 없었는데, ‘죄의식, 위축’ 등의 항목에서는 그런 것 같더라. 그동안 딱히 생각해보지 않았던 단어인데, 내가 그랬었구나 싶었다.

그러게, 내게 행복이란 뭘까? 고민할 수 있을 때 고민하고, 치열할 수 있을 때 치열해야 한다는 주의다. 언제 압박이 다가와도 준비가 돼 있다면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사실 미래의 어려움과 고민을 끌어 안고 나중에 편해지자는 마인드였다.

그렇다보니 지금 편하거나, 지금 쉬운 일을 하고 있다면 불안감이 밀려온다. ‘혹, 미래의 편함을 끌어다 쓰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압박에 뭐가 잘못 됐는지 찾기 시작한다.

이런 증상의 시작은 분명 보다 나은 삶, 보다 발전된 나를 위해 다양한 서적을 읽으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덕분에 지난 10여년 간 내가 원했던 경험을 해왔지만, 그래서 종종 만족감을 느꼈지만. 글쎄, 그 과정이 행복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솔직히, 과정이 행복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여기서 ‘행복’을 ‘편안함과 여유, 나태’ 등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행복해도 되는 걸까?

완벽 vs 기대 vs 만족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완벽이란 게 가능할까 싶다. 하지만 우리는 늘 현재보다 더 나은 무언가를 추구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인류는 늘 더 나아지기 위해 발전해왔으니까. 이 발전을 따라가지 않으면 도태될테니까. 나는 그게 개인이 할 수 있는 노력이라 생각했다. 그게 나와 나의 주변에 대한 기대다. 그리고 그 기대를 충족했을 때 만족해왔다. 그래야 결과가 좋았으니까. 나는 나와 내 주변이 결과가 좋기를 바란다.

반면 결과가 좋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한다. 그리고 내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고, 보다 완벽하지 못했던 내 과정으로 화살을 돌렸다. 그게 내 우울감의 원인일까?

그저 꾸준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 진인사대천명을 추구하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과정인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과정이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을 땐 견디기 어렵다. 과정만 추구하는 건 무책임한 것 같더라.

한편으로는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 게 노력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자신에게 친절하지 않다는 걸 눈치 챘다면,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말하는 방식을 바꿔 보세요. 방법은 이미 알고 있어요. 좋은 친구라면 일이 잘 안 풀릴 때 어떤 말을 할지 상상하면 돼요.

친절하고 다정한 관리자로서 일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정작 스스로에게는 친절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는 스스로에게 친절해도 괜찮은 걸까?

알랭 드 보통

지난 회사에서 동료들과 인삿말로 ‘행복하십니까?’를 건냈다. 이 인삿말에 동료가 짓는 미소가 좋았고, 실제로 동료가 행복하기를 바랬다. 동료들의 행복이 내 행복이기도 했다.

고백하자면, 나는 지금 행복을 느끼는 순간 모든 성장 가능성이 멈춰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있다.

우리는 ‘내면의 바보’와 친구가 될 필요가 있어요. 누구나 내면의 바보를 하나씩 가지고 있어요. 누구나 자기 안에 바보가 있다는 걸 알지만, 어떻게든 떨어뜨리려고 몸부림을 쳐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 내면의 바보와 친구가 되세요. 밝은 곳에서 내면의 바보를 마주하세요. 그리고 누구에게나 내면의 바보가 있다는 걸 믿으세요.

독서소모임에 알랭 드 보통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 매년 보통의 책을 읽는 것 같다. 보통의 메시지는 늘 이렇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려는, 현재에 만족하게 해주려는. 어쩌면 보통의 철학은 현재에 만족하라는 것일지 모른다.

바보여도 괜찮아요. 그게 바로 인간이라는 뜻이니까요.

그런데 여전히 잘 모르겠다. 보통의 말처럼 현재에 행복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훗날 그때의 내게 어떤 사건이 생겨 현실에 행복을 느꼈던 것을 후회하게 된다면. 조금이라도 뭔가 더 성장해 어떤 사건을 극복할 에너지가 없음을 후회하게 된다면. 그때는 누가 책임지나.

괜찮다는 말. 행복해도 된다는 말. 내게는 여전히 그 말들이 여기서 멈추라고 들리는 것 같다. 아직 맺히지도 않은 열매를 따먹고 싶지 않다.

행복해도 되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한줄평

• 행복해도 될까? 아직 자신이 없다.

인상 깊은 문구

• 어떤 사고가 우연히 일어날 수 있다는 깨달음은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꽤 도움이 돼요.
• 찬장에 호랑이가 숨어 있을까 봐 걱정하는 네 살짜리 꼬마를 상상해 봅시다. 이 아이에게 뭐라고 말해 줄까요?
• 정말 궁금하다는 듯이 다정하게 질문해 볼 수도 있어요. 호랑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동물원을 빠져나왔다면 어떻게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경찰에 신고되지도 않고 길거리를 지나왔을까? 집안에는 또 어떻게 들어왔고? 호랑이가 열쇠 구멍에 발톱을 넣어 문을 여는 건 힘들지 않았을까? 찬장 문은 어떻게 열었을까? 찬장에 물건이 꽉 차 있는데, 호랑이가 들어갈 자리가 있었을까?
•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다른 사람이 어떤 반응을 보이든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아요.
• 잔소리를 듣는다고 해서 내가 아이로 돌아가는 건 아니다.
• 마음의 평화를 얻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나에 대해 그 누구도 거짓을 말하지 못하도록 단단히 단속하는 것, 또는 마음속 깊이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도록 노력하는 것.
• 내 친구가 우리 부모님을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면, 여러분의 마음이 꽤 복잡해졌다는 신호예요. 이 신호는 보통 두 가지를 의미해요. 여러분에게 새로운 힘이 생겼다는 것, 그리고 불행한 기분을 느낄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
• 어른이 된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에요. 우리는 크면 클수록 더 많은 것에 신경 쓰게 돼요.
• 생다방에게 많은 것을 기대할수록 상대방이 완벽하지 못할 때 더욱 화가 난다.
• 소중한 누군가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멋진 일은 너무 많이 기대하지 않는 거예요.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상다방이 이상적이지 않은 점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해요. 누군가를 완벽한 사람으로 생각한다는 건 칭찬 같지만, 사실은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는 지름길이예요.
• 중독자는 살면서 불안하거나 두려운 무언가를 피하려고 다른 것을 이용하는 사람이에요. 무엇에 중독되었느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는 무엇에든 중독될 수 있거든요. 무엇이 아니라 왜 중독되었는지를 따져야 해요.
• 세상은 보기보다 훨씬 더 살 만해요.
• 사실 우리는 다양한 나이를 겪고 있어요. 우리의 일부는 아직도 한 살이고, 또 다른 부분은 네 살이에요.
• 나이가 든다는 건 신나는 일이에요.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더 많아지니까요. 하지만 우리 뇌의 일부분은 가끔씩 우리가 다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 선생님이 피아노를 가르쳐 준답시고 “피아노를 봐. 그리고 피아노를 치면 되잖아. 왜 못 쳐?”라고 말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뭔가 어려운 걸 배우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요. 연습도 하고 도움도 많이 받아야 해요.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아요.
• 여러분이 배우고 싶은 것이 따로 있나요? 당장 떠오르지 않아도 괜찮아요.
• 내게 딱 맞는 학교를 발명한다면, 그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요?
• 좋은 친구는 몇 가지 특징이 있어요. 여러분이 걱정이 있다고 말했을 때 좋은 친구라면 “별것도 아닌데 바보같이 굴지 마.”라고 말하는 대신 “무슨 걱정인데? 한번 얘기해 봐.”라고 말할 거예요.
• 진정한 친구를 만나기 전까지는 가끔 외로울 수도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여러 사람과 어울리면서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사실은 외로움을 느껴요. 외롭다는 건 이상하거나 슬픈 일이 아니에요.
• 친구가 정말 들어가고 싶어 하던 축구부에 뽑히지 못했어요. 친절하지 않은 친구는 뭐라고 말할까요? 아마 “야, 잘해야 붙지. 넌 절대 못 붙는다니까. 공을 계속 차 봤자 또 떨어질걸. 늘 떨어졌는데, 다음에 붙을 리 있겠냐?”라고 말할 거예요. 좋은 친구라면요? “운이 나빴구나. 실망스럽겠다. 하지만 거의 붙을 뻔했잖아. 정말 열심히 했으니까 그걸로 된 거야. 축구부에 떨어졌어도 나한테 넌 여느 때와 똑같아. 우리 다른 재미난 거 하러 가자.”
• 이제 축구부에 떨어진 사람이 여러분 자신이라고 가정해 보세요.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해 줄 건가요? 자신에게 친절하지 않은 사람이 될 건가요, 다정한 사람이 되어 줄 건가요?
• 자신에게 친절하지 않다는 걸 눈치 챘다면,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말하는 방식을 바꿔 보세요. 방법은 이미 알고 있어요. 좋은 친구라면 일이 잘 안 풀릴 때 어떤 말을 할지 상상하면 돼요.
• 이런 생각을 자주 하다 보면 습관이 돼요. 어느 틈엔가 자신에게 상냥하게 말하고, 그러다 보면 삶이 훨씬 더 다정해질 거예요.
• 여러분이 부러워하는 것은 여러분이 무엇을 진정 원하는지 알려줘요. 혼란스럽지만 흥미로운 신호지요.
• 여러분이 부러워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쭉 적고, 왜 그들을 부러워하는지 말해 봐요. 그런 다음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무엇에 그토록 마음이 끌렸나요? 겉으로 보이는 것 말고, 그 뒤에 숨어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어떻게 그것을 얻을 수 있을까요?
• 겁이 많은 사람의 뇌는 지나치게 민감한 화재경보기 같아요. 경보 알람이 너무 민감하면 전혀 위험하지 않을 때도 지나치게 빨리 울릴 수 있다는 걸 이해했을 거예요.
• 슬픔을 달랠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님이나 형제자매, 가까운 친구에게 왜 슬픈지 말하는 거예요.
• 화를 줄일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은 바로 이거예요. 우리는 나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예상해야 해요.
• 합당한 범위 내에서 실망할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 나에게 도움이 돼요.
• 모든 일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고 결국 이겨 낼 수 있다고 자신을 일깨우는 사고방식을 ‘회복 탄력성’이라고 해요. 회복 탄력성은 나쁜 일에서 다시 튕겨 나오는 회복 능력을 뜻해요.
• 회복 탄력성이 있는 사람들은 인간은 수없이 많이 타격을 받는 존재라는 걸 알아요. 그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나아가지요.
• 우리는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일에 관해 충분히 생각하지 않는 실수를 자주 범해요.
• 우리 모두 대단하고 훌륭하다는 말보다 차라리 너 나 할 것 없이 우린 모두 바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편히 먹어 보는 건 어떨까요?
• 우리는 ‘내면의 바보’와 친구가 될 필요가 있어요. 누구나 내면의 바보를 하나씩 가지고 있어요. 누구나 자기 안에 바보가 있다는 걸 알지만, 어떻게든 떨어뜨리려고 몸부림을 쳐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 내면의 바보와 친구가 되세요. 밝은 곳에서 내면의 바보를 마주하세요. 그리고 누구에게나 내면의 바보가 있다는 걸 믿으세요.
• 바보여도 괜찮아요. 그게 바로 인간이라는 뜻이니까요.
• 사람이 가진 모든 강점에는 약점이 뒤따르고, 모든 약점에는 특별한 강점이 있다는 뜻이에요.
• 자연은 우리 정신 건강에도 좋아요. 왜냐하면 자연은 우리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기 때문이에요.
• 뉴스를 보면서 마음이 무거워진다면, 잠시 한숨 돌리면서 세상은 뉴스에서 말하는 것만큼 나쁘지 않다는 점을 떠올려 보세요.
• 왜 글쓰기를 좋아하나요?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어서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건지도 몰라요. 설명하기를 좋아하거나, 한참 동안 생각에 빠져 있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고요. 이 모든 게 글쓰기가 주는 즐거움일 수 있지만, 글을 써야만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아니에요. 오히려 다양한 직업으로 방향을 넓힐 수 있는 시작점으로 볼 수 있지요.
• 나는 왜 그 일을 좋아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