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을 출시하고 두 달이 지났다.

스타트업에게는 고객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수 없이 들었고, 배웠고, 나름 실천한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거기서 더 고객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두 번째 창업 후 4개월이 흘러서야 어렴풋이 느껴지는 듯 하다.

무언가를 파는 건 사실 내 전공이 아니다. 나는 메이커에 가까운 삶을 살았고 나아가 무언가를 쓰고, 말하는 데 익숙하다. 본업에서 가장 세일즈를 많이 했던 포지션은 <마이크로소프트웨어> 기자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때는 마치 창업자처럼 내 삶과 일이 하나였던 시간이었다.

고객이 중요하다지만 그럼에도 부족한 상황에 제품을 우선했던 선택을 후회하진 않는다. 각자 잘 하는 것이 있고, 잘 하는 것을 더 잘해야만 엣지가 생긴다. 유자랩스는 제품 팀으로 구성 돼 있고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때문에 어떤 아이디어를 자료로 만드는 것보다 빠르게 제품화 하는 게 장점이 크다고 봤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제품을 만든 건 아니다. 유자랩스가 만들 수 있는 기술적 난이도와 도메인 허들 등을 고려했고 당연히 성장성과 현재 시장성도 봤다. 결코 아무 생각 없이 이 아이템에 베팅한 게 아니다.

다행이 이 전략은 통했다. 제품이 나오자 내가 할 말이 생겼다. 주변에 보여줄 게 생겼고 나아가 우리를 모르던 사람들이 우리를 볼 매개체가 생겼다. 어느 정도는 우리 가설이 맞아서 시장에서 반응도 있었다. 나는 확률이 적당히 있었던 베팅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제품을 보고 ▲사용하겠다 혹은 ▲특정 기능이 추가되면 사용하겠다고 말한 고객사를 추려봤다. 당시 고객과 대화했던 메신저나 메일 등을 캡쳐했고 날짜를 태그했다.

적극적으로 사용 의향을 밝힌 고객사는 9개사. 이중에는 ▲장기적으로 파트너십을 희망한 고객사도 있고 ▲몇몇 테스트 후 바로 사용을 시작한 고객사도 있다 ▲설치 후 바로 유료 결제를 한 고객사도 있고 ▲수차례 장문의 메일을 주고 받으며 제품 개선에 기여한 고객사도 있다.

전체 설치 고객사가 100개 사를 넘었으니, 적극 사용 의사를 표한 고객사는 10%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이를 뒤집어서 적극 사용 의사를 표한 고객사가 10%에 가깝다는 것에 포커싱했다.

사실 이렇게 정리하기까지 지난 4개월 동안 내가 고객 수십 명과 대화를 했는지 몰랐다. ▲메일 ▲SNS ▲Q&A ▲유선 등 다양한 곳에서 고객과 대화했고 이 내용을 대부분 기록해뒀다. 고객 인터뷰를 각잡고 안 했을 뿐이지 나는 지속해서 고객 목소리를 들어왔다.

다음 제품 업데이트는 10월, 한동안 제품팀은 설계된 다음 버전을 작업하느라 바쁘다. 이 시기에 나는 현재 버전 제품을 들고 다양한 고객군을 만나 적극 인터뷰할 계획이다. 어쩌면 첫 타석에서 진루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