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를 읽으며 코스톨라니라는 투자자의 매력에 푹 빠졌다. 뭔 할배가 이렇게 유쾌한지 번역서임에도 특유의 유쾌함이 온전히 전해졌다. 투자 도서가 아닌 코스톨라니라는 사람 자체의 매력에 어려운 투자마저 친근하게 느껴졌다.

[서평]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왜 이제야 알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코스톨라니가 다작가라는 사실에 쉽게 채워졌다. 이렇게 재밌는 할배가 다작을 했다니! 심지어 그 코스톨라니 총서 시리즈가 번역돼 있다니. 스튜 독서소모임에서 채택된 이 시리즈가 두 권이나 더 남았다는 사실에 기뻤다.

그리고 두 번째 도서인 <투자는 심리게임이다>에 이어서 이 책 <실전 투자강의>까지 실망과 실망의 연속이었다.

[서평] 투자는 심리게임이다 ★★★★☆

재미가 없다

일단 다 떠나서 재미가 없다. 보통은 꾸역꾸역 읽긴 하는데 절반까지 읽고는 도저히 시간이 아까워서 읽을 수가 없었다. 나머지 절반은 발췌독을 하며 몇몇 포인트를 뽑아 읽었다.

모두 코스톨라니가 썼다는 건 이해할 만한 포인트다. 그런데 그렇게 책 세 권에서 반복해서 같은 말을 할 거면 다작가라고 할 수 있을까 싶다. 같은 내용을 요리조리 섞어서 말한다 한들 모두 다른 책이라 인정할 수 있을까? 글쎄 난 인정 못 하겠다.

‘부화뇌동 투자자’는 3개의 G, 즉 생각, 인내심, 돈이 없는 사람이다.

책 세 권에서 모두 나오는 ‘부화뇌동’이란 단어는 심지어 일상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 사자성어다. 코스톨라니가 부화뇌동이란 한문을 사용했을 리는 없으니 굳이 이 사자성어로 번역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냥 귀 얇은 투자자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안 그래도 딱딱한 투자 이야기인데 어색한 사자성어를 반복해서 말하니 재미가 계속 떨어진다. 발음도 어렵다 부화뇌동.

세미나를 돌아다니며 받은 질문을 엮은 것 같은데, 꼭 이렇게 풀었어야 하나 싶다.

편집이 없다

책 편집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난이도도 높고 굉장히 피곤한 작업이다. 나는 소프트웨어 전문지를 6권 편집했고, 스튜북스에서 2권을 그리고 내 책 <팀장님, 우리도 협업 도구 쓸까요?>를 단독 집필한 바 있다. 때문에 책 만드는 일이 얼마나 고된 작업인지 안다.

때문에 이 책을 만들며 편집에 얼마나 시간을 쏟았는지 의문이 든다. 본문 디자인은 거의 없다시피 하며, 그저 텍스트를 주르륵 나열했을 뿐이다. 질문과 답변을 붙여서 만든 본문은 이게 책인지 워드 파일인지 모르겠다.

편집이라 함은 이 책을 기반으로 챕터마다 요약을 하던가, 아니면 사이사이 번역자의 해석이 들어가는 등 어떤 작업이든 있어야만 했다.

굳이 양장본으로 돈을 더 내고 산 내가 잘못이지.

이건 책이 아니다

모든 내용이 그저 세미나 질의응답이다. 코스톨라니는 이 책을 93세인 1993년 2월부터 쓰기 시작해서 9월에 탈고했다고 한다. 그리고 책의 서문을 쓰지 못하고 9월 13일에 영면했다고 한다. 정말 코스톨라니가 이 책을 탈고한 게 맞는지 그리고 서문만 쓰지 못한 게 맞는지 심히 의문이 든다. 심지어 사망 6개월 전부터 쓰기 시작한 거니 그때 건강 상태도 의심이 된다.

이건 책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세미나 질의응답을 적은 메모 모음집이다. 책이라 함은 이 메모를 기반으로 어떤 스토리라인을 풀어냈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을 ▲최후의 역작이다 ▲위대한 유산이다 등으로 포장한, 이건 이 책을 편집해 낸 출판사들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를 읽었을 때로 돌아가고 싶다.

한줄평

  • 글을 쓰기 위한 메모 모음집.

인상 깊은 문구

  • 그는 실천에서 이론으로 간, 그리고 자신의 돈으로 투자하면서 경험을 쌓은 증권 교수였다. 이론에서 실천으로 간, 그리고 다른 사람의 돈으로 투자하면서 경험을 쌓은 증권 교수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 사람들은 나를 증권의 대가, 혹은 실패하지 않는 전문가라고 칭한다. 하지만 나도 몇 번 파산을 했다. 그것도 너무 심한 파산이어서 빚에 파묻혀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였다. 그 시기를 이겨내는 데는 많은 용기와 에너지, 인내가 필요했다. 물론 운도 따라 줬다.
  • 모든 채권과 정부, 외국 정부, 지방 자치단체의 채권, 주요한 회사의 주식 등이 유가증권에 속한다. 또한 전환사채, 옵션, 주식과 채권의 혼합인 여타 유가증권도 포함한다.
  • 옛날부터 전해오듯이, 대중은 시세가 올라야 주식을 산다. 그리고 시세가 떨어지면 판다.
  • 그런데 여기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질문은, 그러면 그런 때 누가 주식을 샀는가 하는 것이다. 이미 말했듯이, 큰 주식 시장에는 항상 매수인과 매도인이 있다. 먼저, 전쟁은 일어나지 않고 히틀러는 퇴격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낙관주의자들이 주식을 샀다. 그 다음은,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길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이 샀다.
  • 주가의 급상승은 독일이 네덜란드를 공격하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독일의 네덜란드 공격 후, 주식은 곤두박질쳤다. 갑자기 대중과 주식 놀이꾼들은 불타는 전쟁이 시작되었음을 깨달았다.
  • 금리 변동이 주식 시장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임은 확실하다.
  •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경제, 산업 분야, 개별 기업의 발전, 개별 기업의 향후 이익, 성장 등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 투자자는 경기 순환에 반대로 행동해야 하고, 주식 시장에 있는 대중의 일반적인 생각을 따르지 말아야 한다.
  • 주식 시장이 상승하려면, 두 가지 가장 중요한 요소, 즉 유동성과 대중의 심리적 분위기가 긍정적이어야 한다. 대중이 주식을 살 능력이 있고 의향도 있으면, 주식 시장은 상승한다.
  • 초보자는 대규모의 미국 및 유럽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도 기회가 충분히 있지 않은가? 어떤 시장에서 생각을 많이 해서 성공하려면 그 나라를 잘 알아야 한다. 대중의 정서, 투자자의 정서, 정치와의 연관, 은행의 정책, 중앙은행의 태도, 증권 시장의 기술적 이해 등을 모두 알아야 한다.
  •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산물이며, 수요와 공급은 아주 다양한 요소와 조건에 의해 결정된다.
  • 회의론자(투자자)는 모든 것의 가격을 안다. 하지만 가치는 모른다.
  • 투자자가 노련하면 할수록, 일반적인 추세와 반대로 행동한다.
  • 상승과 하강의 세 국면을 분석해 보면, 전체 사이클에서 2/3는 추세와 반대로 행동하고 1/3은 추세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스위스의 망명법은 아주 오래되었다. 1685년 낭트 칙령과 함께 프랑스 개신교 신자들이 스위스로 망명했고, 150년 동안 나폴레옹 3세에서 레닌까지 전세계에서 정치적으로 쫓기는 이들이 와서 몸을 피했다. 스위스 헌법에는 개인의 자유와 사적 재산은 나눌 수 없는 것으로 둘 다 똑 같은 보호를 받는다.
  • 어디에 돈을 넣어야 좋을지 생각하는 것이 바로 ‘투자’이다.
  • 자유시장 경제의 특징은 채권이나 예금이 아니라 주식이다. 채권과 예금은 전통적인 사회주의 국가에도 있다. 돈을 가진 사람이 주식을 통해 어느 기업에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금리가 아니라 기업의 이익과 성장의 혜택에 참여하는 것이다.
  • 미국에서는 선거가 증권 거래에 그만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미국에서도 4년마다 한번씩 선거를 하지만, 기업가에게는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어떤 당이 권력을 잡든 거의 비슷하다. 둘 다 자유로운 자본주의에 굳게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 주식의 가장 큰 경쟁자는 장기 채권이다. 장기 채권의 금리가 높으면 연금, 보험회사, 재단, 연금 회사 등 대규모 투자자들이 주식보다 채권을 선호한다. 반대로 채권의 금리가 낮으면 이 기관들은 배당금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며 주식을 산다. 금리가 낮아져 경제가 활성화되고 기업의 이윤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주식과 채권 사이의 이런 매커니즘은 물론 인플레이션이 없는 시기에만 가능하다.
  • 나는 또한 상품의 가격은 아주 조그만 것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배웠다. 요컨대 생산이 소비보다 5%만 높아져도 가격은 수직으로 뚝 떨어진다. 또 소비가 생산보다 5%만 많아도 가격은 치솟는다. 그리고 이 높은 혹은 낮은 가격이 세계 시장에서의 해당 상품 거래에 유효한 가격이 된다. 아주 작은 양 때문에 가격이 달라지는 것이다.
  • 경제에서 밀물과 썰물이 언제 오는지 아는 자들은 특히 재능있고 똑똑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지난 수년의 경험이 보여 주듯이 이들은 항상 극히 소수이다.
  • 게임꾼은 마음 속 깊은 동기가 없고, 오늘 내일 사이, 혹은 최대한으로 잡아도 며칠이나 몇 주 내에 빨리 돈을 벌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 Q. 투자자는 어떤 직업에 가장 가까울까? A. 가장 가까운 것은 의사이고, 변호사, 정치가, 영업자와도 비슷한 점이 있다. 엔지니어, 경제학자, 경영학자와는 비슷한 점이 없다.
  • 투자자와 의사, 둘 다 먼저 진단을 한다. 왜 주식 시장이 강세인가, 혹은 약세인가?
  • 투자는 끊임없이 득과 실을 생각하며 될 수 있으면 올바른 결론을 도출하고자 하는, 일종의 철학 행위다.
  • ‘소신파 투자자’는 4G(Gedanken, Geduld, Geld, Glueck: 생각, 인내, 돈, 행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 ‘부화뇌동 투자자’는 3개의 G, 즉 생각, 인내심, 돈이 없는 사람이다.
  • 나는 정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거래량이 적은 가운데 주가가 떨어지면 이는 나쁜 신호다. 왜냐하면 주가가 계속 떨어지리라는 조짐이기 때문이다. 거래량이 많은 가운데 주가가 떨어지면 이는 좋은 신호다. 거래량이 많으면 많을 수록 주식은 소신파의 손으로 들어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 자신이 대출을 받는 그 액수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 신용으로 주식을 사도 된다. 나는 무모한 노름꾼이 아니라면 어떤 경우라도 신용으로 주식을 사지 말라는 입장이다.
  • 투자자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 Q. 바닥에 사서 최고점에 팔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A. 한 마디로 거짓말이다.
  • 투자자에게 가장 좋은 공부는 대중 심리학이다. 왜냐하면 증권 시장과 경제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대중의 행동이며 이는 어떤 경제 전문가도, 어떤 현대적인 컴퓨터도 계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비법에 대한 내 생각은 아주 부정적이다. 가까이 하지 말라. 비법이라고 하는 것의 90%가 광고나 심지어 조작이다.
  • 경제 전문가와 경제학자들이 이후의 발전에 대해하는 말은 얼마나 믿어야 할까?
  • 역시 크게 믿을 필요 없다. 최고의 경제학자도 주식 시장의 추세를 정확히 분석하지 못한다.
  • Q. 매년 하는 사업보고서, 주주총회, 언론 발표 등이 한 기업의 발전을 가늠하는 정보로 충분한가? A. 아니다. 행간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모든 발표나 뉴스 후에 무슨 일이 진짜 숨어 있는지, 보도가 틀리지는 않은지, 혹은 최소한 믿을 만한지 생각해야 한다. 뉴스나 발표는 아주 비판적으로 심지어 회의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그 밖에도 언제 어디서 갑자기 위험한 경쟁자가 나타날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