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바운드라는 재미

얼마전 텐션 자체가 떨어졌다는 글을 썼다. 위로로 보이는 따봉을 수십 개 받으며 어째 불쌍한 친구가 된 것 같아 한편으론 씁쓸했다. 불쌍한척 하려던 건 아닌데, 적다보니 그리 된 것 같은 느낌.

며칠 전 새로운 고객사 전화가 왔다. 인바운드 리드다. 처음 듣는 고객사의 처음 듣는 사람의 목소리다. 얼굴도 보지 못한 채 고객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한다. 여전히 서툴지만 처음 몇 차례 보다는 확실히 나아진 것 같다.

“혹시, 저희 제품은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아, 대표님이 ‘쿠팡파트너스’ 같은 거 만들라고 해서요. 외주 업체를 찾아보다가 유자랩스에서 딱 맞는 기능을 서비스하시는 것 같아서 연락 드렸습니다.”

대화를 잘 마무리하고 전화를 끊었다. 동료들에게 대화 내용을 요약해 들려주었는데 창가에 비친 얼굴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어라? 나 재밌나보다.

생각해보면 나는 일하며 꽤 자주 웃는 사람이었다. SI 시절 PL이 되고 나서는 PL로서 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게 너무 좋아서 회의하다가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미친놈처럼 보일까봐 입을 가린 적이 수차례다.

자사 제품을 만들면서도 고객에게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면 기분이 그렇게 좋았다. 부서장 역할을 하며 부서원이 막힌 업무를 해결해주거나 부서간 이슈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떠올릴때면 그렇게 좋았다.

텐션이 떨어진 게 아니고, 텐션이 올라갈 일이 다소 적었을 뿐이다.

동료가 생각만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거 없냐고 할 때 딱히 답을 못 했었다. 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인바운드 고객이 찾아오는 생각만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고객이 우리 제품의 기획 의도를 알아봐주는 생각만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게 고객이 생겨 유자랩스가 자생할 생각만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내 텐션 아직 안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