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팀으로 일하는 건 이런 기분이다.

언젠가 창업자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 팀은 하나 같이 마음을 다하며 정말 자기 일처럼 일해서 참 좋아. 정말 이런 사람들 찾기 어렵단 말이지.’ 그랬더니 그 친구는 이렇게 비웃었다. ‘자기 일인데, 자기 일처럼 안 하는 사람도 있나? 마음으로 일하는 건 또 뭐야.’ 뒤이어 이런저런 설명을 했지만 결국 이해시키지 못했다. 아쉽지만 그 친구는 마음을 다해 일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것 같다.

자신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하면 마음이 불편한 사람들이 있다. 이건 꼭 자신이 주인공이 돼야 하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주인공이 아니라며 불만을 토로하는 게 아닌, 팀에 충분히 보탬이 되고자 한다. 시간을 쪼개서 팀의 주요 미션과 함께 하고자 한다. 자신의 노력이 결과적으로 팀의 방향성에 녹아들길 원한다. 구성원이 노력한다고 해서,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꼭 좋은 팀이 되는 건 아니다. 결국 이들의 방향성이 일치해야 한다.

나는 여러 조직을 리드해봤다. 학창시절에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속한 조직을 리드했다. 대학시절 친구들과 만든 커뮤니티를 13년째 리드하고 있다. 여러 금융 프로젝트 PL로 일했고, 부서장으로도 일했다. 올해는 삶의 대부분 영역에서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여러 조직을 리드하며 내가 내린 리더십 철학은 ‘원팀’으로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로서 정말 좋은 팔로워십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구성원 역시 ‘원팀’을 생각하는 구성원이다. 결과적으로 경험한 여러 조직 중 정말 좋은 조직이었다고 자랑할 수 있는 조직은 하나 같이 ‘원팀’의 방향성을 보였던 조직이다.

유자랩스는 내가 지난 12년 동안 커리어를 이어오며 만난 사람들 중 가장 ‘원팀’으로 일하던 사람들로 구성했다. 이들은 나와 같은 조직에서 일했고, ‘원팀’으로 일한 경험이 있으며, 앞으로도 ‘원팀’으로 일하고 싶어 유자랩스에 모였다. 내가 자신 있게 두 번째 창업을 할 수 있었던 충분한 이유다.

지난주 환절기 감기에 갤갤대다, 밤샘 문서 작업을 하고 나니 컨디션이 다소 하락세였다. 이런 와중에 일주일 내내 외부 일정을 잡아 서울을 한바퀴 돌고 나니 체력과 정신력이 많이 소모됐다. 덕분에 지난 주말에는 유자랩스를 잠시 잊었다.

오랜만에 사무실에 출근했더니 동료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던진다.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봤다며 스크린샷을 수백 개 찍어 인사이트를 들려주는 동료도 있고 ▲개발 기간이 다소 여유가 있어서 어떤 일을 더 하면 도움이 될지 고민이라는 동료도 있다. ▲개발자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자신이 개발만 해도 되는 거냐며, 뭔가 더 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라고 하는 동료도 있다. ▲가능성을 찾아보겠다며 스스로 영업 건을 찾아 미팅을 나간 동료도 있다. ▲가끔 내 감정이 오르내려 미안하다 했더니만, 그거 보는 거 재밌으니 계속 해도 된다며 다독인다. 이들은 모두 제품팀이고 내가 이들에게 요구한 건 좋은 제품을 만들어달라는 것 뿐이었다.

떨어졌던 체력과 정신력이 순식간에 급속 충전이 된다. 동료들의 고민을 듣고 있자니 나는 대표자로서 일주일동안 무얼 했나 싶었다. 창업자는 외롭다던데, 외로울 틈을 막아버리는 동료들을 보고 있자면 내가 창업을 한게 맞나 싶기도 하다.

원팀으로 일하는 건 이런 기분이다.

각자 주어진 어떤 기능만 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팀으로서 존재하고자 한 걸음씩 더 뛰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한 걸음씩 더 뛸 수 있는 이유는 내가 뛰지 못할 때 동료가 더 뛰어줄 거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지속하고 싶다. 이 사람들과 원팀으로서 조금 더, 조금 더 지속하고 싶다. 팀워크로 모든 장애물을 뛰어 넘을 수 있을 것 같은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