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첫날 목이 칼칼하더니만 몸살이 났다. 인후통, 콧물, 두통, 무기력증 등 연휴 동안 하려던 일을 하나도 못 했다.

일 중독자가 주말이나 휴가 중에 아픈 것을 두고 휴일 병(leisure sickness)이라고 한단다. 세상에 일 중독자라니. 가디언지와 위키피디아에도 적힌 ‘휴일 병’은 네덜란드 연구에 따르면 연구 참가자 약 2천명 중 3%가 이 질병을 앓고 있었단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아픈게 처음이 아니다. 나는 사회 생활 시작을 기숙사에서 했는데, 한동안 일요일 밤에 기숙사에 가서 금요일 밤에 집에 오는 삶을 지속했다. 6개월만에 여름 휴가를 받은 어느날 밤 머리가 미친듯이 아파서 응급실에 실려갔다. 의사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한순간에 긴장을 풀면 뇌압이 오를 수 있다며 링거를 꽂았다.

우스갯소리로 ‘난 계속 일만 해야 하나 보다’ 하지만, 이렇게 아플 때면 억울하긴 하다. 아니, 일하는데 긴장을 안 할 수도 있나? 아니, 쉬는데 긴장을 안 풀 수도 있나? 일에 집중한 게 그리 큰 죄인가?

이쯤되면 연휴가 싫어지기도 한다. 연휴가 싫어지는 스스로를 보고 있자니 재미라는 걸 잊어버린 건가 싶어 씁쓸해지기도 한다. 어떻게해야 잘 쉬는 건지 검색하는 스스로를 보고 있자니 잘 쉬는 건 글러먹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