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 1일은 내가 커리어를 시작한 날이다. 늘 이 날을 특별히 여겨왔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부터는 잊었던 것 같다. 2011년부터 시작했으니, 2026년. 내 커리어는 어느새 만 15년이 됐다.

사실 10년 쯤 일하면 한 분야 전문가가 되는 줄 알았다. 1만시간의 법칙이 그리 말했고, 꼭 그게 아니더라도 10년 정도 한 분야에서 일하면 전문가라 불리는 줄 알았다. 어쩌면, 그냥 내가 전문가가 되고 싶었나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10년을 일했고, IT 기자도 IT 업계라면. 이 업계에서만 15년을 일했다. 이직을 하는 사이에도 그다지 길게 쉬지 않았던 걸 떠올리자면, 꽤나 긴 시간을 이렇게 버텨왔던 것 같다. 15년이라는 시간은 정말이지 긴 시간이었다.

좋은 기회로 최근 몇 차례 심리 상담을 받았다. 내 이야기를 깊게 들어준 선생님께서 몇 차례 반복해서 해준 말씀이 있다.

“세용씨는 잘 될 것 같아요.”

매번은 아니었지만, 그 말에 몇 차례 울컥했던 걸 보면. 어쩌면 나는 그 말이 그토록 듣고 싶었나보다.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주로 들어왔거든. 선생님께서 내게 잘 될 것 같다 말했던 포인트는 몇 가지가 있었다. 그중 한 가지 이유도 내 마음에 쏙 들었다.

“훌륭하네요. 자기 성찰을 이정도로 하기는 정말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기까지 너무 수고했고, 고생했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세용씨의 정말 훌륭한 능력이에요.”

잘 되고 싶다. 잘 되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를 알고 있고, 이를 행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잘 하고 싶다. 어찌어찌 잘 된 사람이 아니라, 내 노력과 능력으로 잘 되고 싶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결코 현재까지 혼자 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간 받은 도움과 감사를 환원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때로는 짜증스럽고, 힘들다. 너무도 많은 도움을 받고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스스로 일어날 줄 아는 의지를 갖고 싶다.

내가 가진 포텐셜을 얼마나 터뜨렸는지는 모르겠다. 요즘은 과거 꿈꿔왔던 과정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스스로는 이 과정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 사람으로 성장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만 15년을 버텨온 나를. 이번 글에서 만큼은 다독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