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업무 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사무실을 이전하고, 출근 시간을 변경하고, 업무 구조를 변경했다. 맥미니에 논문 시스템을 구축해 실험을 돌리고, 출퇴근 길에 리모트로 작업을 지시한다. 대학원에서 AI를 공부하고, 새로운 AI 학습 조직을 만들었다. 이 조직은 조만간 커밍 순.

큰 변화는 2주 전 심리상담을 받고 나서 부터다. 고작 2회를 받았기에 상담 자체가 큰 변화를 줬다고 할 수는 없겠다. 다만, 상담사 선생님이 제안한 한 가지가 변화의 트리거가 됐다. 점심 먹고 30분 걸어보라는 거였다.

내 이야기를 1시간 듣더니만, 나와 같이 늘 긴장 상태인 사람은 몸을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갑자기 운동을 가는 건 어려울 수 있으니 원래 루틴에서 하나만 추가해보라고 했다. 몇 가지 제안 중 내가 택한 게 점심 먹고 걷기였다.

날씨도 선선하겠다. 걷는 게 뭐가 힘든가 싶어 점심 먹고 걷기 시작한 게 벌써 3주차다. 작년에 걷기로 뱃살을 뺐던 기억이 있어 이참에 살을 좀 빼볼까 싶었다. 그래서 한 가지를 더했다. 저녁 밥 대신 양배추 먹기. 효과가 좋았다. 인바디에서도 보름만에 변화가 있었고, 무엇보다 안 맞던 정장이 보름만에 맞았다. 올해 초 몸으로 보름만에 돌아왔다.

몸이 가벼워서일까? 30분씩 당기던 기상 시간이 어느새 1시간 반을 당겼다. 이정도 컨디션이면 다음 주에 또 30분을 당겨도 되겠다. 생각해보니 내가 몸이 가볍고, 컨디션이 좋았던 시기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활동했던 때인 것 같더라.

창업 후에는 퇴근해도 대부분 일을 했지만, 최근 몇 주는 논문을 썼다. 그간 그저 선망의 대상이었던 일을 하고 있자니 시간이 참 잘 가더라. 정신 차리면 2-3시간이 훌쩍 간다. 뭐가 이렇게 다 처음 보는 것 투성인지, 이래서 공부하다 보면 더 겸손의 기울기가 더 가팔라지는가 보다.

오늘도 논문을 쓰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재밌다’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닌데 시간이 빠르게 가고, 더 하고 싶은 게 있고. 남이 해놓은 게 부럽고. 그래서 갖고 싶고. 말 그대로 이 행위로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에 내가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어떻게 취미를 만드나 싶었는데, 설마 이게 내 취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