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해’ 정신이 때론 필요한 것 같다.

개발자로 일하며 싫었던 워딩이 몇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그냥 해’다. 도무지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데, 그냥 하는 건 참 힘들었다. 그래서 매번 따져댔지만 수직적인 구조에 눌릴 때면 정말이지 너무 싫었다.

그래서 내가 관리자가 되고서는 일의 Why를 설명하려 애썼다. Why를 설명하는 건 상당히 귀찮은 작업이다. 때론 여러 이유로 Why를 설명하지 못할 때도 있다. 그래도 최대한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은 공유하고, 공유할 수 없는 부분은 솔직하게 말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내 노력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들 불안감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모르겠다만, 이번주는 앱 설치가 꽤 있음에도 불안감이 가시질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 덤덤해지긴 하는지.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이 없으면 온갖 잡생각이 몰려온다. 그러다 보니 시간만 흘러가는 것 같아 스스로 ‘그냥 해’ 정신을 심어봤다.

해야 할 일을 나열하고 우선순위를 설정했다. 늘 하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더 급한 일이 있어도 ‘그냥 했다’ 더 중요하다는 느낌이 와도 무시했다. 정해둔 일을 그냥 했다. 그렇게 며칠을 보냈더니 이 방법도 썩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초기에 계획한 결과물은 나오니까.

미루고 미뤘던 상세페이지를 리뉴얼했다. 당연히 더 보완할 부분도 보이고, 자료도 더 넣고 싶은데 일단 정해진 기간까지 진행된 내용으로 마감을 했다. 마냥 붙잡고 있는다고 드라마틱한 변화도 없더라. 해야 할 것을 해야 할 시점에 적절히 마감하는 것도 꽤 필요한 능력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