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완독한 책이다. 2022년에는 겨우 4권을 읽었는데 이는 모두 회사 독서소모임에서 읽은 것이다. 결국 독서모임이 아니면 책을 읽지 못하는 몸인 걸 인정했다.

힘겹게 현생을 살아내는 중이다. 그동안 찍어둔 점을 이어가며 어찌어찌 선을 만들고는 있다. 어떤 가능성을 만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된다. 그동안 찍어둔 점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이렇게 다 써버리면 나중엔 어쩌나 싶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공부뿐이다. 1년 반 만에 스튜 독서소모임을 부활시켰다. 그나마도 당장 모임 전 날이 돼서야 책을 처음 펼쳤다. 300페이지에 달하는 투자 도서를 하루 만에 다 읽을 수 있을까 싶더라.

책이 쉬운 건지, 그간 내 독해 능력이 는 건지. 어쨌거나 하루만에 다 읽었다.

오랜만에 서평을 쓰려니 다소 어색하다. 그런데 대충 쓰고 싶진 않다. 글발 죽이는 형의 글을 하루 종일 읽었는데, 이거야 원. 대충 쓸 수가 없겠더라고.

글 참 잘 쓴다

코스톨라니 형. 책을 읽다 보니 ‘코스토’라고 줄여서 부르는 것 같더라. 하루 종일 형의 말을 들었으니 왠지 친해진 것 같다. 그러니 나도 코스토라고 부르련다.

코스토 형은 글발이 참 좋다. 번역이 잘 된 것 같기도 하다만, 사이사이 나오는 오타와 어색한 번역 투를 보자면 온전히 번역으로 커버된 것 같진 않다. 게다가 잡지 <캐피탈>에 무려 35년 동안 기고했다고 하니 원서 자체 퀄리티가 좋았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번역도 나쁘지 않았다.

칼럼을 35년 동안 연재한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다. 감사하게도 나는 1년 동안 IT 칼럼을 연재한 적이 있다. IT 도서를 읽고 칼럼을 썼는데 매달 꼬박 이틀을 할애했던 기억이 있다. 최근에는 월 2회 협업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데 2주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느라 쉽지 않은 싸움을 하고 있다. 그런데 35년 동안 기고라니. 그저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참 닮고 싶다.

내가 코스토 형의 글에 빠지기 시작한 건 다음 문구에서다.

브로커는 상담을 시작하면 고객의 의도는 제쳐두고 다짜고짜 주식 매매를 권유한다. 한 고객이 조언을 구하기 위해 브로커를 방문했다. 브로커는 고객에게 IBM 주식을 매수하라고 열정적으로 권했다. 상담이 끝날 무렵 그는 고객이 사실 IBM 주식을 팔려고 한다는 걸 알았다. “아아, 그렇습니까?” 브로커가 말했다. “파신다고요. 그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세상에. 그간 투자 관련 도서를 여러 권 읽었는데 이렇게 유쾌한 문장을 본 적이 없다. 투자 도서란 늘 진지하고 무게감을 갖는데, 코스토 형은 맥락은 묵직하되 문장은 유쾌하다. 참 글 잘 쓴다.

또한, 유쾌함 뿐만 아니라 복잡한 내용을 어떤 사례로 명확히 이해시키는 능력이 있다. 이는 어떤 내용에 관한 본질을 이해했을 때 가능한 것이다. 특히 반려견과 주인을 각 증권시장과 경제에 비유한 것은 경제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도 한 번에 이해할 만큼 쉬운 설명이다.

한 남자가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한다. 보통 개들이 그렇듯이 그의 반려견은 주인의 앞으로 달려 나갔다가 주인에게로 되돌아간다. 산책 내내 그런 행동이 계속 반복되다가 마지막에 둘은 같은 목표 지점에 함께 도착한다. 하지만 주인이 천천히 1킬로미터를 걷는 동안 주변을 달리며 돌아다닌 개는 4킬로미터를 산책했다. 여기서 주인은 경제이고 개는 증권시장이다.

책을 읽으며 몇 차례 반복해서 읽은 문단이 있는데 ‘하락장’과 관련된 문단이었다.

투자자 마이어는 판타지아 사와 애틀란스 사의 주식이 떨어질 거라 생각한다. 예컨대 지금 이 기업들의 주가가 둘 다 100이라고 가정해 보자. 이 주가가 너무 높다고 생각한 마이어는 어느 한쪽이라도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그는 두 기업의 주식을 다른 투자자에게서 빌린다. 그리고 빌린 주식을 100에 판다. 며칠 후 마침내 판타지아 주식이 100에서 80으로 떨어진다. 주가가 충분히 떨어졌다고 판단한 마이어는 다시 80에 주식을 사서 다른 투자자에게 돌려준다. 이러한 방법으로 그는 20퍼센트 차액을 챙긴다.

사실 ‘공매도’에 관한 글을 많이 봤었다. 그리고 어제까지 ‘공매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주식을 빌려서 팔아 수익을 낸다는데 그 내용이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리고 오늘 코스토 형의 ‘하락장’ 이야기에서 ‘공매도’를 이해했다. 정말이지 글 참 잘 쓴다.

워렌 버핏도 여러 활동을 하지만 코스토 형은 13권을 저술했다. 최근 작가가 된 나로서는 코스토 형의 행보에 좀 더 매력이 끌린다.

어떤 투자자의 신념

내 첫 투자는 블록체인 암호화폐 ‘스팀’이었다. ‘스팀’은 ‘스팀잇’이라는 웹 애플리케이션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으로 ‘스팀잇’은 글을 쓰면 ‘스팀’과 ‘스팀달러’라는 암호화폐를 주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즉, 콘텐츠 생태계를 블록체인에 올려 작가들에게 보상을 돌려주는 서비스다.

당시 기자였던 나는 이 서비스가 마음에 들었고 즉시 취재에 들어갔다. 조금씩 확신이 생긴 나는 100만 원, 100만 원 그리고 500만 원까지 투자했다. 그리고 얼마 뒤 블록체인 거품이 꺼지며 반도 안 되는 금액으로 떨어졌던 기억이 있다. 이게 내 첫 투자였다.

이후 코로나로 주식 시장이 폭락하고 1년 뒤 폭등하며 너도나도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테슬라를 필두로 많은 개미가 생겨났고 나는 우리 세대에 기회가 온 걸 느꼈다. 이때 스튜 투자소모임을 만들어 투자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미 스팀으로 ‘투자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으니 그저 감으로 투자하진 않았다. 지수를 공부하며 ETF에 투자했고 내가 잘 아는 소프트웨어 영역에 투자했다. 3년이 흐른 지금 내 투자 포트폴리오는 +8%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투자자의 무기는 첫 번째도 경험이고, 두 번째도 그리고 세 번째도 경험이다. 나는 지난 80년간 쌓은 나의 경험을 내 몸무게만큼의 황금을 준다 해도 절대 바꾸지 않을 것이다.

나는 버핏이 말하는 가치투자에 관심을 뒀다. 또한 장기투자 역시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원하는 삶은 결국 우상향하는 삶이다. 그간의 내 노력과 경험이 축적돼 언젠가 되돌아봤을 때 지나온 길이 자랑스러운 삶을 원한다. 그리고 이 삶의 철학과 버핏이 말하는 투자 철학에 유사성을 봤다.

솔직히 말하면, 난 여러분 모두에게 장기투자를 권하고 싶다. 장기 투자는 모든 주식 거래 중 평균 이상의 결과물을 약속한다.

나는 지난 3년 동안 이 방법을 선택했고 거의 대부분 주식은 매수만 했지, 매도하진 않았다. 페이스북이 ‘메타’로 이름을 바꾸며 폭락하던 시절에도 묵묵히 가지고 있었다. 매번 정보를 분석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매일 접속하는 페이스북의 가치를 여전히 믿긴 했다. 최근 내 포트폴리오에서는 메타가 +8%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내 삶은 많은 선택지를 떠올리는 한편 순간순간 늘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에 놓여있다. 때문에 늘 생각 또 생각이다. 하지만 선택지를 많이 떠올리는 것 자체는 그다지 잘하는 게 아니다. 좋은 선택을 하는 게 중요할 뿐 얼마나 많은 선택지를 가졌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게다가 최적의 선택 역시 결국 좋은 선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잘했다고 볼 수는 없다.

투자자는 언제라도 결정적인 순간이 닥치면 자신의 생각과 계획을 버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신념이 확고하다면 끝까지 버텨야 한다.

그럼에도 내가 많은 선택지를 떠올리려 노력하는 것은 그럼에도 내가 최적의 선택을 하려는 것은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선택지를 떠올리는 것 자체가 더 나은 선택지를 만드는 경험치를 쌓는 것이며, 최적의 선택을 하는 것 자체가 주어진 환경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려는 경험치를 쌓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나는 주어진 환경을 경험치로 바꾸는 중이다.

이건 내 신념이다. 늘 우상향 하는 삶 말이다. 지금 내가 겪는 많은 일들이 모두 성공으로 이어질 순 없겠지만 언젠가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면 적어도 오늘보다는 더 나은 선택지를 들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나는 이 상황을 끝까지 버텨보려 한다.

이제 수단까지 갖춘 나는 편안한 삶을 즐기려 했다. 하지만 나는 괴로운 깨달음을 얻고 말았다. 철학적 현실주의와 증권 감각으로 내가 많은 돈을 버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그만큼 손해를 봤다. 내 소원은 성취되었지만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나를 너무 슬프게 했다. 평소 좋아했던 친구들과 동료들이 파멸했다. 그들은 이 공황에서 돈이나 지위를 잃어버렸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조차 막막한 상황이었다. 반면 나는 한때 내가 꿈꿨던 모든 사치를 누릴 수 있는 재력을 가지게 되었다.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 운전사를 둔 자동차 등 모든 것이 가능했다. 그만큼 내 지갑은 항상 두둑했지만 그것을 같이 즐길 누군가가 내 곁에 없었다. 유쾌한 웃음이 넘치던 즐거운 분위기는 사라지고 씁쓸함이 가득한 우울한 분위기만이 남았다. 나는 그렇게 혼자가 되었다. 어디서든 내가 살 수 있는 것이 넘쳐흘렀지만 쇼핑하고 싶은 욕구가 들지 않았다. 친구들이 고작 커피 한 잔으로 만족해야 할 때 나 혼자 즐기는 샴페인과 캐비아는 전혀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나 혼자서 행복해질 마음도 없었고 그럴 수도 없었다. 따라서 내 상황은 예전보다 더 나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코스토 형의 어떤 고백은 내게 큰 위안이 됐다. 혼자가 되지 않으려는 지금의 내 도전은 신념을 가진 어떤 투자자의 깨달음과 닮았기 때문이다.

코스톨라니는 비트코인을 보면 뭐라고 했을까

코스토 형은 300페이지 내내 펜을 칼처럼 휘두른다. 아마 그 칼에 피를 철철 흘릴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코스토 형이 지금의 비트코인을 본다면, 지금의 AI를 본다면 뭐라고 할까?

세계 경제사의 위대한 발전은 언제나 위험 부담이 큰 모험에서 시작되었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자기 자본이 아닌 대출만으로는 이렇게 빠른 발전을 이룩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업가들 역시 고액의 채무를 감당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더욱이 은행은 빨리 부자가 되고 싶은 기대감에 거액의 돈을 선뜻 내어놓는 주식투자자들처럼 그렇게 큰돈을 섣불리 내놓았을 리가 없다. 근래 들어 증권시장을 통해 신생 인터넷 기업에 엄청난 액수의 돈이 흘러 들어가고 있음을 보면 알 수 있다. 오롯이 대출만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렇지만 난 이 인터넷 기업의 주주들이 결국에는 모두 승자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AI 시장을 보자면 마치 2018년 블록체인 시장과 비슷하다. 너도나도 ICO를 하겠다 외치던 그때와 너도나도 GPT를 활용한 인공지능 서비스를 하겠다 외치는 지금이 너무도 유사하다. 물론 깊이 없이 편승하려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다.

순환하는 주식시장의 사이클에서 투자자가 성공하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대유행과 이어진 경제위기를 참고하면 이 질문에 답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투자자는 소신파에 속해야 하고 현대 경제 순환과 반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코스토 형에게 묻고 싶은 건 비트코인의 미래이기도 하고, AI의 미래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 궁금한 건 코스토 형은 지금 어디를 쳐다보겠느냐는 거다. 사실 최근 업계는 비트코인보다는 AI에 몰려있다. 때문에 AI에 온갖 똑똑한 사람과 돈 많은 사람이 모조리 몰려갔다. 그래서 나는 그곳에 가지 않을 것이다. 경쟁력이 떨어지거든.

코스토 형의 말처럼 이는 또 다른 기회다. AI가 아닌 다른 곳에는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곳에서 기회를 찾아 한 걸음, 두 걸음 나아가고 싶다. 그래서 궁금하다. 만약 코스토 형이 있었다면 지금의 AI 업계를 보고 뭐라고 했을지.

나는 다른 어떤 곳에서도 한 장소에 그렇게 많은 수의 어리석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 증권거래소에 자주 방문했다. 내가 어리석은 사람들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들과 정반대로 행동하기 위해서였다.

마무리

유럽의 전설적인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 이 매력적인 형을 나는 왜 이제야 알았을까. 스튜 독서소모임에서 이 책을 선정했을 때 처음 알았고 힘없는 할배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아 사진이 없는 양장서를 구매했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이 할배가 참 귀여워 보인다.

버핏은 한평생 오마하에서 살았다. 매일 아침 맥모닝을 씹는 단조로운 삶이 그의 매력이다. 그런데 코스토 형은 다르다. 캐비어와 위스키를 마셨다. 칼럼니스트로 활동했고 경제 교수를 앉히고 경제 교수를 까는 강의를 했다. 매력이 흘러넘친다.

매력적인 할배라 생각한 버핏은 내 기준에서 코스토 형의 하위 호환이다. 이 책에 이어서 ▲투자는 심리게임이다 ▲실전 투자강의 등 코스토 형의 책 두 권을 더 읽을 계획이다. 코스토 형의 매력에 빠질 생각에 심장이 두근댄다. 정말 오랜만에 서평을 별점 5개로 시작할 수 있어 신난다.

한줄평

버핏의 매력은 코스톨라니 하위 호환이었구나.

인상 깊은 문구

  • 그는 증권 투자의 원로였다. 하지만 증권가의 스승, 코스톨라니에게 특별한 비법을 기대한 사람은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매번 “특별한 비법이 있을 거라 기대하지 마십시오”라는 말로 강연을 시작하곤 했던 것이다. 특별한 비법은 존재하지 않으며, 이는 특정 주식을 팔아 대중에게서 돈을 뜯어내려는 은행이나 투자 관련 단체의 수작일 뿐이라고 느는 말했다.
  • 그가 투자에 임할 때 심혈을 기울인 건 돈 그 자체가 아니었다. 자신의 생각이 정당성을 인정받는 순간의 기쁨을 맛보는 것이 더 컸다.
  • 돈에 대한 욕구는 경제적 진보의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위해 사람들은 자신의 창의성, 성실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 나는 돈에 대한 욕구를 토대로 구축된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마냥 옳다고 주장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이것은 사기다. 하지만 엄청나게 뛰어난 사기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 다른 이들에게 돈은 의학적 보호, 건강, 수명 연장을 의미한다. 나이가 들수록 나는 돈의 이러한 장점을 점점 더 감사히 여기고 있다. 특히 무엇보다도 돈은 내게 있어 건강 다음으로 가장 큰 특권인 독립성을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 내 책이 잘 팔리면 내게 들어오는 10퍼센트의 인세 수입이 늘어나는 것에 기쁘기보다는 그 인세의 10배가 되는 돈을 기꺼이 치를 준비가 된 독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날 기쁘게 하는 것이다.
  • 나의 정의에 따르면 백만장자란 자신이 바라는 바를 성취하는 데 있어 어느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는 자신의 자본을 가진 사람들이다. 백만장자는 일할 필요도 없고, 고용주 또는 고객에게 머리를 숙이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사는 사람이야 말로 진정한 백만장자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살아가는 데 어느 누군가는 50만 달러가, 또 다른 누구는 500만 달러가 필요하다. 이것은 개개인의 성향과 책임져야 할 의무에 달렸다.
  • 주식투자에 뛰어들려는 사람은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주식시장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 브로커는 상담을 시작하면 고객의 의도는 제쳐두고 다짜고짜 주식 매매를 권유한다. 한 고객이 조언을 구하기 위해 브로커를 방문했다. 브로커는 고객에게 IBM 주식을 매수하라고 열정적으로 권했다. 상담이 끝날 무렵 그는 고객이 사실 IBM 주식을 팔려고 한다는 걸 알았다. “아아, 그렇습니까?” 브로커가 말했다. “파신다고요. 그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 당시에는 자동 전화 연결이 불가능해, 일부 차익거래 투자자는 전화교환원에게 뇌물을 주기도 했다. 초콜릿, 고급 사탕, 향수 등을 선물하고 식사에 초대했다. 그 과정에서 서로 사랑에 빠져 전화교환원과 결혼한 투자자들도 있다. 그때를 상기하면 당시 유행했던 노래의 후렴구가 떠오른다. “안녕, 사랑하는 내 전화요정, 오늘 달러가 어떤지 말해줘요….”
  • 절대 없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유감스럽게도 점점 규모가 늘어나는 집단이 소위 말하는 ‘단기투자자’들이다. 일반적으로 기자들은 그들을 투자자라고 부르지만, 나는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내 생각에 그들은 투자자라는 칭호를 들을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 단기투자자는 노름꾼일 뿐이다. 따라서 신중하게 고민하거나 전략을 세우지 않는다. 마치 이 도박판에서 저 도박판으로 옮겨 다니며 룰렛게임을 하는 도박꾼처럼 행동한다.
  • 나는 그 외환 딜러에게 “도대체 당신이 시도하는 목표 차액이 얼마나 되는 거지요?”라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100마르크를 벌기 위해 100만 마르크를 투자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하루에 여러 번 반복되면 어쩌면 몇천 마르크가 남을 수도 있다.
  • 이어 내가 그 젊은 외환 딜러에게 사고파는 때는 어떻게 결정하는지 묻자 딜러는 “저는 그저 다른사람들이 하라는 대로 따라합니다”라고 대답했다. 간단하지만 많은 것을 시사하는 대답이었다. 고작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2분에 한 번씩 투자 놀음을 하려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대학에서 그 어려운 공부를 했단 말인가?
  • 결론적으로 나는 이 단기투자자들을 옹호하려 한다. 그들이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것과 별개로 이 주식시장이 제 기능을 하는 데 꼭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단기투자자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들을 만들어내기라도 했어야 할 정도다. 주식시장에 단기투자자가 많을수록 증권시장은 커지고 유동적이 된다. 그 과정에서 증권시장의 상승장이나 하락장에서 보이는 불안정한 움직임도 안정화될 수 있다.
  • 솔직히 말하면, 난 여러분 모두에게 장기투자를 권하고 싶다. 장기 투자는 모든 주식 거래 중 평균 이상의 결과물을 약속한다.
  • 순종투자자는 멀리 바라보며 다양한 요소를 염두에 두고 투자한다. 화폐와 신용 정책, 금리 정책, 경제성장, 국제사회에서의 위치, 무역수지, 사업보고서 등등. 그날그날의 뉴스를 관심 있게 보지만 그렇게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순종투자자들은 지적인 구조와 전략을 세운 뒤 날마다 일어나는 사건들과 이를 비교하고 평가한다. 한 마디로 순종투자자는 옳든 틀렸든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단기투자자와 구분되는 결정적인 차이다.
  • 발자크는 <우아한 인생>이라는 논문에서 인간을 일하는 인간, 생각하는 인간, 아무것도 안 하는 인간이라는 세 부류로 나누었다. 여기서 순종투자자는 생각하는 인간에 포함된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투자자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 투자자의 무기는 첫 번째도 경험이고, 두 번째도 그리고 세 번째도 경험이다. 나는 지난 80년간 쌓은 나의 경험을 내 몸무게만큼의 황금을 준다 해도 절대 바꾸지 않을 것이다.
  • 경제학자들은 계산만 할 뿐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들이 낸 통계는 틀릴 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 숨어 있는 것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다. 그들은 책에서 배울 수 있는 내용은 잘 알고 잇지만 학습 내용과 현실과의 상관관게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경제학자들이 세운 이론은 내 시대에도 무용지물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 대다수의 예금자들은 고정금리 증권이라고도 불리는 채권을 안정적인 투자 수단으로 생각한다. 확실한 채무자의 채권, 예컨대 국채 같은 채권을 사들이는 사람은 만기까지 기다리면 돈을 잃을 위험이 없다.
  • 러시아는 원자재가 풍부한 나라다. 내가 아는 바로는 러시아의 석탄 보유량은 전 세계의 50퍼센트, 천연가스 보유량은 35퍼센트에 이른다. 또한 100억 톤의 원유 보유국이자 철과 알루미늄의 세계 최고 생산국이다. 이외에도 150톤의 금이 매장되어 있으며 700만 캐럿의 다이아몬드 광산이 있다. 지급 태도 역시 1등급인 나라로, 구소련은 항상 정확한 시기에 채무를 이행해왔다. 단지 그 당시에는(지금도 여전하지만) 자금 유동성이 부족했을 뿐이다.
  • 나는 소위 ‘불량 채권’이라 불리는 채권을 취급하는 거래인에게 전화를 걸어 1822년에서 1910년 사이에 발행된 차르 시대의 채권을 사달라고 부탁했다. 이 채권은 시장에서 거의 매매가 되지 않고 있었다. 1917년 레닌이 새로운 소비에트 정부는 차르 시대의 채무를 갚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그 채권의 값은 명목가치의 0.25퍼센트에서 1퍼센트 정도로까지 곤두박질 쳤다. 아마도 대다수의 채권이 낡은 종이들과 함께 쓰레기통에 버려졌을 것이다.
  • 하지만 이미 1991년부터 첫 번째 성공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고르바초프가 미테랑을 만나 과거의 빚을 인정한 것이다. 그 뒤로 차르 시대에 발행된 채권 거래가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낙관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 채권의 명목가치인 500프랑의 12퍼센트인 60프랑까지 오르기도 했다.
  • 내가 아직 젊은 청년이었던 시절 내게 운전을 가르쳐주던 선생이 말했다. “당신은 절대로 운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겠군요!” 당황한 나는 “왜요?”라고 물었다. “왜냐하면 당신은 계속 차의 보닛만 보고 있으니까요. 머리를 들고 저 멀리 전방 300미터 앞을 주시하세요.” 그 이후로 나는 운전석에 앉으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증권시장에서도 정확히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
  • “얘들아, 오늘은 이렇게 폭풍우가 몰아치는구나. 그래서 축구 경기가 취소됐다는구나.”
  • “정말 근사하지 않니? 이번 비는 너무 굉장하구나!” 내 귀로 듣고서도 믿기지 않는 말이었따. 하지만 삼촌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너희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 하지만 이 비는 행운이야! 내일이면 상품거래소의 귀리값이 내려가겠지. 내가 지난 몇 주 동안 이 순간만을 기다렸단다.”
  • 유일하게 수익이 발생하는 유가물 투자 대상은 부동산이다.
  • 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투자 대상은 물어볼 것도 없이 단연 주식이다. 전 세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은 10만 개가 넘는다.
  • 증권시장에서 적어도 두 번 이상의 실패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투자자’라는 말을 들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 투자자들은 투자 수익을 보고 투자를 하는 것이지만, 결국은 자기 자본을 경제에 제공하는 셈이다. 경제성장, 고용, 진보를 위해 자본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 세계 경제사의 위대한 발전은 언제나 위험 부담이 큰 모험에서 시작되었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자기 자본이 아닌 대출만으로는 이렇게 빠른 발전을 이룩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업가들 역시 고액의 채무를 감당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더욱이 은행은 빨리 부자가 되고 싶은 기대감에 거액의 돈을 선뜻 내어놓는 주식투자자들처럼 그렇게 큰 돈을 섣불리 내놓았을 리가 없다. 근래 들어 증권시장을 통해 신생 인터넷 기업에 엄청난 액수의 돈이 흘러들어가고 있음을 보면 알 수 있다. 오롯이 대출만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다.
  • 그렇지만 난 이 인터넷 기업의 주주들이 결국에는 모두 승자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나는 다른 어떤 곳에서도 한 장소에 그렇게 많은 수의 어리석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 증권거래소에 자주 방문했다. 내가 어리석은 사람들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들과 정반대로 행동하기 위해서였다.
  • 이 모든 사건의 합 그리고 이 사건들과 연결된 희망과 공포가 바로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이자 세계사이며, 정권시장에 그대로 반영된다. 이 거울에서 무언가를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은 커다란 특권을 누릴 수 있다.
  • 한 남자가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한다. 보통 개들이 그렇듯이 그의 반려견은 주인의 앞으로 달려 나갔다가 주인에게로 되돌아간다. 산책 내내 그런 행동이 계속 반복되다가 마지막에 둘은 같은 목표 지점에 함께 도착한다. 하지만 주인이 천천히 1킬로미터를 걷는 동안 주변을 달리며 돌아다닌 개는 4킬로미터를 산책했다. 여기서 주인은 경제이고 개는 증권시장이다.
  • 주식을 보유한 사람이 심리적 또는 물질적 압박감에 주식을 내놓았는데 돈을 가진 사람은 반대로 사려는 마음은 있지만 꼭 사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주가는 하락한다. 하지만 돈을 가진 사람이 다급하게 주식을 찾는데 주식을 보유한 사람이 주식을 팔려는 심리적, 물질적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주가는 상승한다. 나는 이 가르침을 잊어본 적이 없다. 모든 것은 공급과 수요에 달려 있다. 내 모든 주식투자 이론은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 유럽인의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새로운 시대는 미국만이 거대한 세계 강국이 되는 팍스 아메리카나다. 그것으로 장기적인 세계 평화가 보장되었다. 그것이 전 세계 주식시장에 그린라이트를 켰고, 지난 수년간 주식시장이 환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 장기적 관점에서 주식시장은 경제와 떼어놓을 수 없다. 그러므로 투자자는 국가의 경제를, 그리고 지금처럼 글로벌 시대에는 세계 경제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분석해야 한다. 이때 과거가 아닌 미래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 나는 경제성장의 추진력이 더 높은 생활수준에 도달하려는 인간의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며, 그래서 앞으로도 경제가 계속 성장할 것이라 확신한다. 부자들이 게으르고 나태해지는 순간, 더 높은 곳으로 신분 상승을 꾀하는 다른 사람들이 등장해 지속적인 성장을 끌어낼 것이다. 이렇게 세상은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 오늘날 우리의 경제에 필요한 것은 금본위제도가 아니라 금융시장의 지휘자인 훌륭한 중앙은행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은 그런 측면에서 아주 훌륭한 지휘자라고 할 수 있다. 경제가 돈을 필요로 하면 경제에 돈을 내놓았고, 돈이 지나치게 많이 풀려 있으면 통화량을 축소시켰다. 마치 “주님이 주셨으니 주님이 가져가도다”라는 성경 말씀처럼 말이다.
  • 하지만 독일연방은행은 유럽은행에 흡수되기 전까지 디플레이션 통화정책을 실행했는데, 나는 이것이 독일 통일 이후 제2의 경제기적을 가로막는 주된 원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안정, 안정 그리고 또 안정. 이것이 바로 독일의 모토였고, 인플레이션율 제로가 목표였다.
  • 크고 작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하고, 또 살 수 있어야 시세가 상승한다.
  • 주식시장은 중고차 시장과 유사하다. 자동차 회사는 항상 새롭고 매력적인 모델을 생산하고, 영업사원은 이 신차 판매를 위해 가격을 할인해주거나 특별 장치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판촉 활동을 한다. 이러한 판촉 활동이 성과를 거두면 중고차의 시세가 하락한다. 하지만 반대로 새 차가 배달되기까지 여러 주나 소요되는 데다가 새 모델이 그리 멋져 보이지도 않고 가격 혜택마저 없으면, 중고차 시장은 활성화되고 중고차의 가격도 상승한다.
  •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은 자본시장의 중고차나 다름없다. 만약 시장이 새롭고 주변의 흥미를 끄는 유가증권들로 가득하다면 앞서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의 시세 하락은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새로운 주식의 발생이 계속 줄어들면 증시는 자금 과잉 상태가 되어 중고차 시장처럼 움직이게 되어버린다.
  • 후자는 불경기에 나타난다. 이때는 경제와 수요가 침체되므로 신규 투자의 수익성이 더는 보장되지 않는다. 따라서 기업은 자본 증가를 위해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는 대신 남는 자본으로 자사의 주식을 사들여 주주들을 보호한다. 축적된 자금이 산업 투자에 대한 수요를 넘어서면 과잉 자금은 자동적으로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오고, 이미 상장된 주식에 투자된다.
  • 불경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지위와 수입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열심히 저축한다. 그래서 소비는 줄어들고 저축액은 상승한다. 이 저축액 중 일부는 투자펀드나 펀드 연계 생명보험을 통해 직접적으로든 다른 방식으로든 증시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그러므로 결과는 항상 같다. 주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다. 그 결과 주식 배당금이 줄어들고 기업 이윤이 감소하는 불경기여도 주식시장에서는 주가가 상승하며 강세장이 이어진다.
  • 인플레이션은 따뜻한 목욕물과 같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을 때는 편안하지만 중간에 물 온도가 너무 뜨거워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 인플레이션이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면 바로 경제위기가 닥친다. 그러면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호황은 기존의 생산과 서비스로는 충족시킬 수 없는 수준의 수요로 이어진다. 이때 공급과 수요 사이의 불균형으로 인해 가벼운 가격 상승이 일어난다.
  • 중앙은행은 단기 이자를 기반으로 시중은행이 어느 정도의 이자율로 재할인할 수 있는지 결정한다. 은행은 이 이자율에 은행의 마진을 더하여 고객에게 이전한다. 따라서 이자는 돈의 가격인 셈이다. 금리가 높을수록, 다시 말해 돈의 가격이 높을수록 대출의 수욘느 줄어들고 금리가 낮아질수록 대출의 수요는 늘어난다. 중앙은행은 이러한 방식으로 통화량을 조절한다.
  • 경제에 불황이나 침체기가 찾아오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린다. 그러면 기업들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가 쉬워진다. 기업 경영자들은 금리가 낮을 대 투자하는 것이 더 유리하므로 새로운 투자를 계획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충분한 자금 유동성이 확보한 상태라면, 기업은 금리가 낮을수록 더욱더 투자에 활용할 것이다. 소비자 역시 금리가 낮을 때 집이나 자동차 등의 소비재를 구매하고자 대출을 받을 것이다. 은행에 내야 하는 대출금의 이자가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리가 낮을수록 소비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
  •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경기 불황으로 수요가 없어지면 기업가들은 새로운 설비 투자나 상품 개발을 목표로 투자해야겠다는 계획이 좌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제 관련 뉴스가 부정적이면 기업가들 사이에는 비관론이 널리 퍼진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소비자들도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지출을 멈추고 최대한 부채를 없애려고 노력한다.
  • 중앙은행에서 발행한 화폐는 직접투자나 소비 대신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간다. 그러면 경제 누스가 아무리 부정적이고 기업의 이윤과 배당금이 줄어든다 해도 주가가 상승하게 되며, 이 과정이 1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
  • 경제의 상황이 전반적으로 호전되기 시작하면 투자, 소비, 기업 이윤이 늘기 시작한다. 경제가 완만한 숙도로 성장하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곧바로 올리지 않고, 경제성장을 위협하지 않도록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 이 단게에서는 직접투자와 소비가 자금 전부를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증권시장으로 흘러들어갈 돈이 확보된다. 그리고 계속 상승하는 주식 시세에 발맞춰 기업 이윤도 함께 늘어난다. 그러면 이제 기본적인 조건이 갖춰졌으므로 사람들은 엄청난 시세 차익을 꿈꾸게 되고, 시장은 급격한 상승세를 띠게 된다.
  • 나는 주식의 매수나 매도를 결정할 때 기업의 결산 공고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우선 대차대조표의 대부분이 조작되거나 조작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기업에서 원하는 방향에 맞게 포장되며, 설령 그 숫자가 맞다고 해도 공시되는 시점에는 이미 과거의 일이 되기 때문이다.
  • 금리 인상이나 인하에 증권시장이 얼마나 빨리 반응하는지는 여론에 달려 있다.
  • 이제 금리가 떨어지면 ‘언제’나 ‘하지만’ 같은 말은 꺼내지도 말고 곧장 주식시장에 뛰어 들어가야 한다.
  • 어떤 사람이 3.75퍼센트의 금리로 단기 대출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이것을 10년 만기에 이자율이 7퍼센트인 장기 채권에 투자했다. 자기 자본은 거의 들이지 않았지만 이런 식으로 매년 3.5퍼센트의 이자를 차익으로 벌어들일 수 있다.
  • 외환 보유고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의 투자 매력도를 다시 높이려면 금리를 올리는 수밖에 없다. 반대로 수출 산업이 위험에 빠질 정도로 환율이 지나치게 높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는 나라는 우선 금리부터 낮춘다. 스위스와 독일은 이 문제로 수년간 골머리를 앓았다. 하지만 독일연방은행은 늘 화폐가치 안정에만 주력했던 탓에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말았다.
  • 당시 금리가 1~2퍼센트인 엔화로 자금을 대출받아 금리가 6퍼센트인 미국 채권을 사야겠다는 생각은 굳이 수학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었다. 딱 40년만 젊었더라도 나 역시 그렇게 했을 것이다. 7퍼센트의 이자를 받고 1퍼센트의 이자만 내면 되니 이런 쏠쏠한 사업이 또 어디 있겠는가!
  • 여러분도 이미 파악했겠지만 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이 밖에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투자자는 항상 이 모든 것을 예민하게 관찰하며 거기서 자신만의 결론을 내야 한다. 그 판단이 옳고, 더불어 ‘돈’과 관련된 요소들이 기대한 것처럼 진행된다고 해도 주식 시장의 미래 트렌드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장의 심리를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 1982년 우리는 원형의 최저점, 즉 과장국면의 끝에 위치해 있었다. 이미 1년이 넘도록 시세는 바닥을 기고 있었다. 이 극심한 위기에 당시 <비즈니스 위크>의 표지에는 ‘주식의 죽음’이라는 헤드라인이 등장하기까지 했다. 어느 누구도 주식을 사려고 하지 않았으며 사람들은 금, 부동산 등 모든 종류의 유가물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 그 기사의 주요 골자였다.
  • 하지만 이 설명이 완전히 옳다고도 할 수 없다. 증권시장에서 절반의 진실은 이미 완전한 거짓말이나 다름없다. 왜냐하면 아무도 더는 주식을 원하지 않는다는 기사에도 불구하고 월 스트리트에서는 날마다 5천만 주씩 거래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시 말해 누군가가 5천만 주를 팔아고, 또 다른 누군가는 5천만 주를 샀다는 의미였다. 증권거래소에서 매수와 매도는 동시에 일어난다. 그렇지 않으면 거래량이나 주가란 말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는다” 혹은 “아무도 팔려고 하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는 주식 논평에서 가장 어리석은 말이다.
  • 한때 아주 열정적인 투자자였지만 런던 공황 때 전 재산을 날려버린 아이작 뉴턴 경은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천체 운동은 센티미터와 초 단위로 측정할 수 있지만 정신 나간 군중이 시세를 어떻게 끌고 갈지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 기관투자의 책임을 맡고 있는 머니매니저들은 1980년 여피족의 상징인 일명 ‘골든 보이’들이다. 투자은행, 펀드회사, 보험회사 등은 최고의 연봉을 제안하며 하버드대학교나 런덩 경제학교를 졸업한 엘리트를 데려왔다. 고용계약서에 서명한 이들은 메르세데스, 재규어, 포르쉐 중에서 원하는 차를 골라 가질 수 있었다. 이제 불과 25세에서 30세 안팎인 이 사회초년생들은 투자 경험이 거의 전무했으나 억대의 돈을 관리해야만 했다.
  • 엘리엇 파동 이론을 통해 1988년 다우존스 지수가 3,686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예견한 로버트 프레히터는 투자자들의 스타가 되었다. 그의 유명세는 많은 증권이 이미 부화뇌동파 투자자의 손에 들어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명백한 징표였다.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주식투자자라면, 특정 시점의 다우존스 지수를 콕 찍어 예견하는 ‘자칭’ 주식계의 스승을 절대 따르지 않을 것이다. 사람에 따라 낙관적일수도, 비관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프레히터가 벌인 행태는 건강한 인간 이성에 대한 모욕이였다.
  • 온전히 내 돈으로 산 주식이라면 시세가 하락해도 나는 항상 평온할 수 있었고, 또 평온했다. 이것은 지난 수년간 이어져온 나의 철칙이다.
  • 존 로우는 탁월한 능력을 지닌 금융가인 동시에 사람들로 하여금 수익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데 능한 심리학자였다. 그는 어떻게 하면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고 국민의 모든 계층이 많은 증권을 소유하게 할 수 있는지를 이해한 최초의 인물이었다.
  • “한 명의 로스차일드가 강세장을 만들 수는 있을지 몰라도 약세장은 막을 수 없다.”
  • 사실 존 로우는 사기꾼이 아니라 거물 투자자였다. 국정 운영에 필요한 돈을 점점 더 많이 요구하는 그의 친구에게 자금을 바쳐야 했던 그는 어떻게 보면 군주의 희생양이었다. 이 사건은 국가가 중앙은행의 보증 없이 대출을 요구하면 생길 수 있는 은행권 인플레이션의 전형적인 사건이었다. 그 영향으로 프랑스에서는 50년이 넘도록 투자와 증권에 대한 거부감이 지속되었다.
  • 순환하는 주식시장의 사이클에서 투자자가 성공하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대유행과 이어진 경제위기를 참고하면 이 질문에 답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투자자는 소신파에 속해야 하고 현대 경제 순환과 반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 악재에도 시장이 위축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시장이 과잉매도 상태이며, 곧 바닥에 이른다는 징후라고 볼 수 있다.
  • 반대로 시장이 호재성 소식에서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이것은 과잉매수 상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시장이 최고점 근처에 다다랐음을 의미한다.
  • 다시 말해, 거래량이 증가하는데도 주가가 계속 하락한다면 그것은 다음 상승운동 국면이 시작할 때가 가까워졌다는 징조인 것이다.
  • 오랜 기간 거래량이 적은데도 시세가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면 이것은 시장에 좋지 않은 징조다. 왜냐하면 그럴 경우 주식이 대부분 부화뇌동파의 손에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 그와 반대로 거래량이 많은 상황에서 주가가 계속 오른다면 이 또한 좋지 못한 징후다. 거래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증권거래소는 약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 만약 거래량이 적은 가운데 상승하면 이는 매우 긍정적이라 볼 수 있다.
  • 요컨대, 거래량이 적은 시장이 상승하거나 하락하면 현 주식 트렌드의 흐름이 지속될 것을 의미한다. 거래량이 늘어나는데도 상승하거나 하락한다면 트렌드가 반전될 전환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 나는 유명세 덕분에 누구보다 시장 분위기의 변화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항공사 기장이 조용히 나를 조종석으로 불러 투자에 대한 조언을 구하거나, 단골 카페의 웨이터가 다이물러 주나 IBM 주 중 무엇을 사야 하느냐고 물을 때면 나는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 특히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투자자들의 경우, 동료나 친구들, 언론매체, 전문가들이 매도하라고 할 때 이 여론과 반대로 매수를 감행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 하지만 결국에는 시장의 순환을 역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런 대중의 히스테리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훈련을 거듭해야 하고 냉정한 것을 넘어 냉소적이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성공을 위한 ‘Conditio sine qua non’, 즉 필수 선행 조건이다. 이는 주식시장에서 투자에 성공한 투자자들이 소수에 불과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투자자는 용기도 있어야 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며, 무엇보다 현명해야 한다. 더불어 자신 있게 “난 알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전부 어리석지”라고 말할 수 있는 배짱도 필요하다.
  • 투자자는 언제라도 결정적인 순간이 닥치면 자신의 생각과 계획을 버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신념이 확고하다면 끝까지 버텨야 한다.
  • 상승운동의 세 번째 국면에서도 다음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낙관론이 서서히 우위를 차지하기 시작하는 초기에 투자자는 재빨리 시장을 벗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제3국면 초기에는 시세가 폭등하기 때문에 이 경우 안타깝게도 큰 수익을 볼 기회를 놓치게 된다. 게다가 돈이라는 요소가 긍정적이면 이 제3국면이 상당 기간 동안 유지될 수 있다. 부화뇌동파들이 이미 투자에 나섰지만 통화량의 팽창으로 계속 거래가 형성된다. 이런 시기라면 투자자들이 자신의 논리를 억눌러도 괜찮다. 투자자는 똑똑해야 하는 동시에 때때로 ‘어리석은 사람’처럼 행동할 줄 알 정도로 지혜로워야 한다. 이럴 때는 비판적 이성을 잠시 내려놓고 주류에 휩쓸려본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정해진 한도가 있듯, 그 과정에서 선을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 지금 상황에 맞는 조언은 아마도 “텔레비전을 팔고 인터넷 연결을 끊으시오!”가 될 것이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 정보의 홍수가 넘쳐흐른다. 그러므로 숙련되고 주관이 뚜렷한 투자자만 이 소신을 지킬 수 있다. 증권시장이라는 정글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사람이라면 결국 이러한 정보에 휘말리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 투자자 마이어는 판타지아 사와 애틀란스 사의 주식이 떨어질 거라 생각한다. 예컨대 지금 이 기업들의 주가가 둘다 100이라고 가정해보자. 이 주가가 너무 높다고 생각한 마이어는 어느 한쪽이라도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그는 두 기업의 주식을 다른 투자자에게서 빌린다. 그리고 빌린 주식을 100에 판다. 며칠 후 마침 내 판타지아 주식이 100에서 80으로 떨어진다. 주가가 충분히 떨어졌다고 판단한 마이어는 다시 80에 주식을 사서 다른 투자자에게 돌려준다. 이러한 방법으로 그는 20퍼센트 차액을 챙긴다.
  • 어느 아름다운 저녁 오리엔탈 익스프레스에 탑승하려던 나는 문득 파리가 선사하는 사치와 화려함 그리고 향락에 젖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곳으로 가려면 돈이라는 열쇠가 필요했다. 이 열쇠가 없으면 금지된 기쁨의 천국에 입장할 수 없다는 것을 당시의 나는 몰랐다. 그때만 해도 내 주머니에는 돈이 없었다. 파리가 보여주는 연극은 너무나 환상적이었지만 그저 밖에서 구경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 빵집 유리창에 코가 납작해지도록 얼굴을 바짝 댄 어린아이처럼 나는 이 화려한 삶과 원동력에 감탄했다. 나 역시 이 게임에 동참하고 이득을 보려면 우선 수단과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이때 나는 내게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 ‘돈’이라고 생각했다.
  • 나는 주가가 하락할 땜나 투자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늘 약세장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록펠러가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보던 약세장에서도 나는 돈을 벌었다. 그렇게 갑부인 그와 나의 차이가 좁혀졌다. 이것이 내가 하루 종일 생각하던 것이었다. 나는 단 한 가지만을 꿈꿨다. 투자에만 몰입하는 것. 그것이 빨리 돈을 벌어 백만장자 대열에 오르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 이제 수단까지 갖춘 나는 편안한 삶을 즐기려 했다. 하지만 나는 괴로운 깨달음을 얻고 말았다. 철학적 현실주의와 증권 감각으로 내가 많은 돈을 버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그만큼 손해를 봤다. 내 소원은 성취되었지만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나를 너무 슬프게 했다. 평소 좋아했던 친구들과 동료들이 파멸했다. 그들은 이 공황에서 돈이나 지위를 잃어버렸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조차 막막한 상황이었다. 반면 나는 한때 내가 꿈꿨던 모든 사치를 누릴 수 있는 재력을 가지게 되었다.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 운전사를 둔 자동차 등 모든 것이 가능했다. 그만큼 내 지갑은 항상 두둑했지만 그것을 같이 즐길 누군가가 내 곁에 없었다. 유쾌한 웃음이 넘치던 즐거운 분위기는 사라지고 씁쓸함이 가득한 우울한 분위기만이 남았다. 나는 그렇게 혼자가 되었다. 어디서든 내가 살 수 있는 것이 넘쳐흘렀지만 쇼핑하고 싶은 욕구가 들지 않았다. 친구들이 고작 커피 한 잔으로 만족해야 할 때 나 혼자 즐기는 샴페인과 캐비아는 전혀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나 혼자서 행복해질 마음도 없었고 그럴 수도 없었다. 따라서 내 상황은 예전보다 더 나빠졌다.
  • 근본적으로 약세장 투자라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낙관론자는 주머니에 달랑 동전 두 개만 있어도 군주처럼 행동하는 반면, 비관론자는 금고에 돈이 수북이 쌓여 있어도 여전히 불만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 나는 초보자들에게 약세장이 아니라 무조건 강세장에 투자해볼 것을 조언한다. 또한 내 경험에만 비춰보아도 강세장의 기회가 훨씬 많다. 주가는 1천에서 1만 퍼센트까지 오를 수 있지만, 반대로 떨어지는 경우는 기껐해야 100퍼센트가 최고치이기 때문이다.
  • 나는 모든 곳에서 정보를 얻는다. 소매치기들에게서, 이사회에서, 장관들이나 유흥가의 여성들에게서까지. 나는 모든 부류의 사람들에게서 정보를 얻는다. 다만 은행가와 브로커, 애널리스트, 경제학자들은 제외다. 이들은 자신의 코끝까지밖에 볼 줄 모르거나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처럼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
  • 날마다 새롭게 생기는 소식과 정보는 여러 신문을 통해 얻는다. 내가 가장 즐겨 읽는 신문은 <헤럴드 트리뷴>지다. 그 밖에 라디오를 듣고 텔레비전도 시청한다. 투자자는 신문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한 정보를 어디에서 즉시 얻을 수 있는지 자신만의 루틴을 습득해야 한다. 특히 행간 사이에 숨겨진 정보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 가장 눈길이 가지 않는 것은 시세 변동에 관한 보고서다. 시세가 먼저 등장한 뒤에 뒤따르는 정보라니! 달러가 약세라고 하면, 애널리스트들은 그제야 달러 약세를 설명할 새로운 통계와 숫자, 사건, 뉴스 등을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그렇게 찾아낸 근거를 시장의 달러 약세의 원인으로 내세운다. 만약 달러가 강세라고 한다면 이 약삭빠른 사람들은 그에 걸맞은 이유를 찾아냈을 것이다.
  •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이러한 사건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모든 뉴스에 귀기울여야 하는 게 아닐까? 내 대답은 ‘그렇지 않다’다.
  • 프랑스의 정치가이면서 작가인 에드와르 에리오는 문화를 일컬어 ‘모든 것을 잊었을 때 남는 것’이라 했다. 그리고 증권시장도 그러하다. 투자자는 1년 결산, 배당금, 시세, 영업 보고, 통계 등이 모두 실려 있는 움직이는 백과사전이 아니다. 그런 정보를 컴퓨터에 저장해놓고 필요할 때마다 열람하는 것이 훨씬 확실하다. 진정한 증권 지식이란 모든 세부 정보를 다 잊었을 때 남는 그것이다.
  • 스스로를 증권 전문가라고 칭하는 사람이 TV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증권거래에 관한 시청자들의 질문에 방금 전 자신이 산 주식을 사라고 종용한다. 이것은 신식 노상 강도나 다를 바가 없다. 주식시장을 잘 아는 사람에게는 이런 조작이 잘 통하지 않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누구나 조종당할 수 있었다.
  • 새로운 분야는 지그재그식으로 발전한다. 빠르게 전진했다가 다시 뒤로 물러나고, 다시 두 번째 성장과 후퇴를 반복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처음의 상태로 되돌아가지는 않는다. 이러한 과정에서 후퇴 시 생존 능력이 없는 기업은 죽는다. 이와 평행하여 주가 역시 오르락내리락하기를 반복한다.
  • 만약 기업의 가치가 확실하게 정해져 있다면 증권거래소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 가격을 컴퓨터로 계산하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렇기에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방법으로 주식 트렌드를 측정하려는 모든 시도가 실패하는 것이다.
  • 차트를 살펴보면 그 안에서 어제와 오늘을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오늘날의 가격 곡선은 바꿀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것으로 내일까지 그릴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 차트 애용자들은 차트가 움직이며 그리는 지그재그의 작은 커브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며 미래의 곡선이 어떤 모양일지 예측하려고 한다. 이는 정말이지 매우 터무니없는 일이다.
  • 마치 공포의 전염벙인 페스트처럼 투자자들이 꼭 경계해야 할 사항이 있다.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한 번 잃어버린 돈을 ‘되찾으려는’ 시도는 무모하다는 것이다. 만약 손실을 보았으면 그 즉시 인정하고 책상을 깨끗이 정리한 뒤 0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 사실 전문 증권거래인들이 하는 업무의 95퍼센트는 시간 낭비다. 그들은 온정일 차트와 사업보고서를 읽지만 그에 대해서 깊게 생각할 시간이 없다. 하지만 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생각이다. 그리고 생각은 어디에서나 가능하다. 산책 중에, 조깅할 때, 자전거를 타면서, 비행기 안에서, 차를 타고 이동 중에, 식사할 때는 물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인 음악을 들으면서도 가능하다. 하지만 완벽하게 정해진 교육만 받은 전문 투자자들은 특정 분야에만 전문화되어 있고 그곳에서만 자신의 성공을 찾는다. 만약 전문가 가운데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근무 시간과 상관없이 동료들의 90퍼센트를 앞질러 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