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국민대 해커톤이 있었다.
프로젝트는 늘 해왔지만, 해커톤 참여는 오랜만이었다.

이왕 참여하는 거 뭐라도 타보자는 생각이었는데,
감사하게도 대상을 받아버렸다.

1.
국민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원 대학원생과 소프트웨어융합대학 학부생 55명이 모여 11개 팀으로 해커톤 진행했다.

주제는 ‘대학 생활의 귀찮은 순간을, 돈 받고 해결해 주는 AI 서비스로 창업하라’였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꼬박 하루 동안 AI 서비스를 생각하며 개인적으로 무척 리프래시 됐다.

내가 속한 팀은 <갈라바> 팀으로 “유학생의 귀찮은 체류 행정, 알바 취업 등을 ‘채팅 하나’로 대신”하는 ‘AI 채팅’ 서비스를 만들었다. 서비스명은 ‘도장(DOJANG)’이다.

2.
아침 행사장에 도착하니 학부생 2인이 외국인인걸 알게 됐다. 우즈베키스탄 유학생들과 어떻게 협업하면 좋을지 고민이 됐다. 외국인과 해커톤은 처음이거든.

주위를 둘러보니 오늘 참가자 중 외국인은 2명, 모두 우리팀에만 있었다. 문득 이게 기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아이디어를 좁혔다.

유학생이 느낀 귀찮음, 그런데 귀찮음을 해소하지 못하면 문제가 되는 게 뭐가 있을까? 귀찮음을 해결해주면 문제가 해결되는 그림을 만들 수 있을까?

AI 채팅 서비스 ‘도장’은 우즈베키스탄 유학생이 느낀 행정, 채용 등의 불편함을 해결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3.
아이디어를 확정하고, 프로젝트를 시작하려는데 생각보다 학부생들이 스마트했다.

프로젝트를 생성하고 환경을 구축해달라 했더니 깃허브 프로젝트를 만들고 팀원을 모두 초대한다. TypeScript와 Next.js로 웹 환경을 구성해 vercel에 프로토타입을 배포했다. MVP를 만들 환경이 순식간에 구축됐다.

▲메인 오케스트레이션 AI 채팅 UI를 비롯해 ▲학교 공지 크롤링 ▲수업 시간표 크롤링 ▲비자&체류 규칙 콘텐츠 생성 ▲건강보험 납부 UI ▲알바 찾기 UI 등 필요 MVP 기능을 빠르게 확정했고 각자 기능을 나눠 PRD를 작성했다.

프로젝트 경험이 많은 대학원생들이야 그렇다 쳐도, 2-3학년 학부생들이. 더욱이 유학생 친구들이 속도를 문제 없이 따라왔다.

차곡차곡 쌓이는 기능을 보며 한 켠에서 발표 스토리 라인을 짰다. 지난 3년 동안 사업계획서만 수십개를 썼으니, 초기 사업의 골격을 짜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좀 아쉬웠다. 스토리라인에서 킥이 없었다. 3학년 학생에게 물었다. 친구 좀 있느냐고. 그렇게 설문 폼을 만들어 빠르게 뿌렸다. 3학년 학생이 여기저기 전화하더니 1시간만에 유학생 친구들에게 설문을 17개 받아왔다. 이제 됐다.

4.
내가 짠 스토리라인은 이랬다.

  1. 유학생의 귀찮은 확인을 채팅 하나로 대신하는 서비스 ‘도장’, 팀 갈라바
  2. 학교 공지(월 130건), 비자·건보, 알바 허가까지 확인할 곳은 셋인데 전부 한국어다
  3. 오늘 유학생 15명에게 물었더니 12명이 마감을 놓쳤고, 알바를 원하는 13명 중 8명이 허가 규칙 때문에 일을 미뤘다. 문제는 같은 학생에게 겹친다
  4. 놓치면 대가는 비자로 온다. 건보 체납이면 비자 연장이 6개월로 묶이고, 불법취업 적발은 2년 새 3.2배가 됐다
  5. 유학생은 30만 명으로 올해만 5만 4천 명 늘었고, 도장은 국민대 2,500여 명에서 시작한다
  6. 모를 때 15명 중 12명은 선배·단톡방에 먼저 묻고, 앱·검색을 먼저 찾은 학생은 1명뿐이다
  7. 공지·비자·알바 서비스는 다 있지만 내 조건을 직접 맞춰 봐야 해서 귀찮다
  8. 모국어로 물으면 AI가 체류·공지·알바 세 기능에 나눠 확인하고, 판정은 규칙이 하며, 최종 확인은 학교 도장이다
  9. 질문 두 개로 세 기능이 함께 움직이는 것을 라이브로 보여 준다
  10. 15명 중 13명이 쓰겠다고 했고, 알바를 원하는 13명 중 7명은 비자 때문에 사장님이 채용을 망설였다
  11. 공지로 습관을 만들고, 행정으로 신뢰를 쌓고, 채용으로 매출을 낸다
  12. 학생은 무료, 고용주(알바 채용 광고 시장 1,000억 원 중 1.5%)와 대학(10%)에서 3년 뒤 연 18억 원을 목표로 한다
  13. 다섯 명이 공지·체류·알바·AI를 하나씩 맡았고, 유학생의 귀찮은 확인을 이제 도장이 대신 찍는다

짧은 시간에 그럴싸한 그림이 만들어졌다.

5.
넷이서 뚝딱뚝딱 하더니만 제품이 그럴싸하게 나왔다.
이정도면 꽤 괜찮게 보이겠다 싶었다.

몇몇 포인트를 짚어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시간이 촉박해 반영하지 못한 기능이 많다.

2박 3일 해커톤이었다면, 더 맛있는 MVP를 만들었을텐데.

6.
많은 사람들이 믿지 않지만, 나는 긴장을 많이 한다.
사실 늘 긴장하고 있다. 늘 손에 땀이 나는 다한증이 이를 증명한다.

오늘도 한껏 긴장하느라 앞서 팀의 발표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다행히 무대 체질인지, 발표장에서 Q&A는 그런대로 하는 편이다.

그렇게 평가 시간이 흐르고,
감사하게도 우리 팀이 대상을 받았다.

사실 팀명 <갈라바>는 우승을 뜻하는 우즈벡어다.
우승해보자는 뜻으로 팀명을 지었는데, 그대로 이뤄졌다.
“앗살라말라이쿰”

이 글을 빌려 오늘 부족한 나를 팀장으로 믿고 하루를 보내준
이신애님, 김희경님, 무함마드님, 요리님에게 감사를 전한다.

적어도 오늘 우리는 최고였다.

7.
개인적으로는 3년여 달려온 라프디의 서비스 <링크디>의 시작을 생각해보게 됐다.

<링크디>가 3년 뒤 지금 모습이라는 걸 알았더라면,
과연 나는 3년 전에 어떤 선택을 했을까?

지금부터 3년 뒤에 <링크디>는 어떤 모습일까?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8.
너무도 정신 없는 시기가 지나갔다.
그랬더니만 더더욱 정신 없는 연말이 기다리고 있다.

어째 계속 바빠지는 것 같지만,
오늘만큼은 최고였던 기분을 누려보련다.

갈라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