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라프디 주식회사를 창업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모여 창업했으니 Micro SaaS를 여러 개 만들어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확보한 뒤 그 중 스케일업 할 수 있는 아이템을 골라서 성장하자는 나이브한 생각이 어느새 3년을 지나 4년차 법인으로 성장했다.
시작은 스파크플러스 1인석이었다. 홀로 퇴사해 자리를 잡은 뒤 동료들을 모을 계획이었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무려 5명이 풀타임으로 합류하게 됐다. 허겁지겁 사무실을 구했다. 마곡에 있는 2평 소호 사무실이었다. 가운데 기둥이 있어 정사각형 원룸을 둘러 앉았던 첫 사무실. 문 앞에 앉은 친구는 문을 열때마다 비켜줘야 했다. 기둥 바로 옆 자리는 의자에 앉으면 등받이를 뒤로 젖힐 수도 없었다. 여름과 겨울은 덥고 추웠는데 겨울은 너무 추워서 재택 근무를 하기도 했다.

미안했다. 적어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줘야 했는데, 노트북도 사지 못해 개인 장비를 가지고 다녔다. 딱히 선택지도 없었다. 고객을 만나고, 파트너십을 찾아 다니면서도 늘 마음에 걸렸다. 직원일 때는 그저 당연했던 업무 환경 하나하나가 크게 느껴졌다. 누구는 창업 했다는 소식에 지인 여럿이 사무실을 내줄테니 와서 일하라고 했다던데, 누구는 시작부터 투자를 받아 쾌적한 사무 공간을 얻었던데, 누구는 지원 사업을 그렇게 잘 활용한다던데. 내게는 너무도 높은 벽으로 느껴졌다.
그러던 중 공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상암에 있는 마포비즈니스센터였다.
1. 마포비즈니스센터
마포비즈니스센터는 상암 마포창업복지관에 있다. 2023년 당시 서강대가 운영했는데, 서류를 내고 발표평가를 하던 그 날이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다. 발표일에 바라본 마포창업복지관은 무척이나 거대해보였다. 6층 건물인데 16층 건물인양 심리적 높이가 상당했다. 심사위원 세 분이 앉아서 평가를 했는데, 평가를 마치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며칠을 마음 졸였다.

전화가 왔다. ‘대표님, 일단 합격 하셨습니다. 그런데 운영 기관이 바뀔 것 같아요’ 운영 기관이 서강대에서 홍익대로 변경된단다. 홍익대는 아직 운영 인력을 뽑는 중이고, 때문에 우리는 아직 들어갈 수 없단다.
법인은 주소지가 꼭 필요했다. 소호 사무실은 만기를 앞두고 있었고, 마포비즈니스센터는 운영주체가 부재였다. 어쩌겠나 아쉬운 건 나인데. 당시 사정해서 담당 공무원 연락처를 받았고, 다시 마포구시설관리공단 소장 연락처를 받아 사정사정 했다. 우리는 입주가 허락된 회사이고, 제발 짐이라도 먼저 넣게 해달라고. 2023년 12월에서 2024년 1월로 넘어가는 그 한 달을 잊을 수가 없다.

마포비즈니스센터는 텅빈 공간만 내어줬다. 중고 책상, 의자며 각종 집기를 사기 위해 직원들이 참 고생 많이했다. 책상과 의자가 이렇게 비싼줄 처음 알았다. 새것 같은 중고를 찾기 위해 중고 거래 사이트를 뒤적였다. 연초에 무슨 사건사고가 이리 많은지, 입주를 겨우 허락 받은 터라 이사 날짜도 원하는 날짜로 잡지 못했다. 어찌어찌 이사를 마쳤다. 앞서 2평 원룸에서 10평 원룸으로 무려 5배가 넓어졌다.

간식 창고도 만들고, 냉장고며 식탁, 의자 등도 구매했다. 한동안 출근이 하고 싶어서 아침에 일어나는 게 상쾌했던 기억이 있다. 얼마 못 가 많은 일이 생겼지만, 우리 모두 새 사무실이 마음에 들었다.
마포비즈니스센터는 최대 3년까지 머물 수 있었다. 2년 8개월. 가능한 기한을 채우며 유자랩스는 라프디로 사명을 변경했고,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교했고, 여러 성과를 내며 시장에 안착했다. 마포비즈니스센터 입주 기간 기억에 남는 세 가지를 정리해본다.
2. 마포비즈니스센터에서의 성과
2-1. 법인 행정
법인 주소지를 옮기며 신경쓸 게 참 많았다. 홈페이지 주소는 물론 명함, 이메일 서명 등 눈에 보이는 것부터 시작해 법인 등기를 비롯해 그간 라프디와 계약된 여러 곳에 주소지 변경을 신고해야 했다. 특히 법인 등기는 한차례 해봤음에도 어려웠다.
법인명 변경, 통신사업자신고, 연구개발전담부서, 벤처기업인증 등 행정 업무를 해본 사람이 없어 하나하나 찾아가며 내가 다 해야 했다. 법무사를 이용해도 내가 자료를 다 챙겨야 하고, 기본적인 행정 업무를 나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하나부터 내가 처리했다.
3년 동안 행정 업무를 처리하며 기본적인 행정 처리는 실행할 수 있게 됐다. 이제 10명 쯤 되면 행정 처리 담당을 뽑아도 내가 업무를 핸들링할 수 있지 싶다.
마포비즈니스센터 입주 후 행정 차원에서 좋았던 건 주소지가 마포창업복지관이라는 것이었다. 앞서 소호 사무실을 주소지로 할 때는 은행 계좌를 만드는 것도 어려웠다. 실제 발산역 지점에서는 소호 사무실에서 보이스피싱이 많이 발생해 계좌를 개설해주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계좌를 만들어주지 않았다. 황당하고 화도 났지만 30분 동안 설득해도 직원 레벨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결국 다른 지점에 가서 계좌를 만들었다.
마포창업복지관을 주소지로 하고서는 은행은 물론 여러 행정 처리에서 주소지가 문제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신규 법인을 만드는 분이라면 정부 기관과 엮인 곳에 주소지를 두는 걸 추천한다.
2-2. 사업계획서와 정부과제
마포비즈니스센터는 창업보육센터로 여러 보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24년 중순, 당시 나는 모든 정부 과제에 다 탈락해서 크게 좌절한 상태였다. 본 서비스의 매출도 만들어지지 않고, 정부과제도 막혀 사업을 지속하는 게 맞는지 스스로도 크게 불안했다.
그러던 중 마포비즈니스센터에서 멘토링을 연결해줬다. 한 대학의 교수님이었는데, 교육 후 1:1 멘토링을 잡아주겠다고 했다. 별 기대 없이 교육을 듣고 멘토링 자리에 탈락한 서류를 모두 가져갔다. 앞서 창업기에도 여러 번 적었는데, 이날 2024년 내 귀인을 만나게 된다.
교수님께서는 첫날 4시간 동안 화장실도 가지 않으시고 내 서류를 정독하고, 문장 한 줄, 단어 하나 하나를 피드백 해주셨다. 정부과제 심사위원은 능력이 없는 시니어라는 생각이 컸는데, 이날 이후로 그 생각을 완전히 버렸다. 나는 기자 경험과 블로그, 칼럼니스트 그리고 책을 여러 권 내며 스스로 글쓰기를 잘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업계획서 글쓰기는 전혀 다르며, 내가 사업계획서 글쓰기를 너무도 못한다는 걸 이날 인정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사업을 위한 여러 요소 중 제품 외 모든 분야에서 전혀 쌓아둔 게 없다는 것도 인지하게 됐다.
마포비즈니스센터는 교수님과의 미팅을 여러 번 잡아주셨다. 기회가 될 때마다 사업계획서를 들고 가 혼이 났다. 교수님께서 그어 주신 빨간펜을 없애기 위해 여러 노력을 동시에 진행했다. 물리적으로 피곤하고, 힘든 시기가 시작됐다.
그렇게 2025년을 맞이하며 라프디는 2개 정부사업에 합격했다. 그리고 2026년 두자릿수 정부사업에 합격하기까지 교수님의 지도가 없었다면 결코 이 시기에 이 기회들을 잡을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이 지면을 통해 교수님과 교수님을 만나게 해주신 마포비즈니스센터에 감사를 전한다.
2-3. 우수기업 라프디와 네트워크
라프디는 마포비즈니스센터 우수기업이 됐다. 마포비즈니스센터 사무국은 기업 보육을 위해 여러 노력을 했는데, 이 노력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 기업도 해야 할 일이 있다. 교육에 적극 참여하고, 피드백 하고, 주요 행사에 자리를 지켜주는 건 사무국과 기업이 시너지를 내기 위해 합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기업이 이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라프디는 대부분의 교육과 행사에 참여했고, 요청하는 자료는 늘 제 시간에 내려 노력했다. 사실 당연히 모두가 그럴 줄 알았는데, 나중에야 모두가 그러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다.
사무국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했던 경험은 이후 청년창업사관학교, 오픈이노베이션, 신용보증기금 등 여러 기관과 관계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됐다. 라프디는 그간 관계를 맺은 대부분의 기관, 기업과 좋은 기억을 만들어왔다. 그리고 이 관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청년창업사관학교 우수기업, 중진공 이사장상, 카페24 베스트파트너 등 여러 성과로 이어졌다.
마포비즈니스센터 사무국은 라프디에게 또 하나의 큰 선물을 줬는데, MOU 기업 도둠판이다. 도둠판은 마포비즈니스센터에 입주한 또 다른 기업인데, 사무국의 소개로 도둠판 대표님을 만났고 이후 정부과제를 함께하며 AI 연구를 협업하고 있다.

3. 마포비즈니스센터 졸업
라프디는 마포비즈니스센터를 졸업한다. 구매했던 물품을 모두 다시 팔고, 우리가 처음 들어왔을 때보다 더 깨끗한 공간으로 떠난다.
3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지나갈 줄 몰랐다. 가능하면 더 머무르고 싶었지만 규정상 최대 3년이기에 작년부터 옮길 곳을 여기저기 많이도 찾았다. 감사하게도 조금 더 쾌적한 공간에 입주하게 돼 마포비즈니스센터를 떠나게 됐다.
마포비즈니스센터는 온라인상에 후기가 많지 않다. 주변보다 많이 저렴한 임대료지만 무료가 아니고, 역에서 다소 거리가 있어 선호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라프디 임직원의 출퇴근 거리와 법인 상황에는 너무도 감사했던 공간이었고, 앞서 설명했든 홍익대가 운영하는 보육 프로그램에서 라프디는 큰 수혜를 받았다.
다시 한 번 마포비즈니스센터 사무국의 부센터장님과 매니저님께 감사를 전한다. 두분의 관심 덕분에 라프디는 크게 성장했고,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갈 수 있었다.
사무실은 정말 중요한 공간이다. 마포비즈니스센터에서의 좋은 추억과 성과처럼 새로운 공간에서도 한 단계 스텝업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