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프디 법인을 설립한지 만 3년이 지났다. 라프디는 4년 차 기업이 됐다. 지난 60번째 창업기에서 경기북부 청창사 졸업기를 썼는데, 이 글이 2025년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고. 올해 4월까지는 큰 업데이트가 없었다. 그리고 큰 업데이트가 없다는 사실이 내게는 힘든 시간이었다.
나는 성실함을 바탕으로 커리어를 이어온 캐릭터다. 본업 외에도 여러 경험의 점을 찍어뒀고, 철저히 이 점들을 연결하며 영역을 만들어왔다. 때문에 이렇다할 결과가 없는 시기는 성실이라는 캐릭터에 스스로 의문이 들게 했고, 원치 않게 올해 상반기는 그야말로 인고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5월, 댐의 수문이 열린 듯. 한 가지 결과를 시작으로 성실히 찍어둔 점들이 무수히 연결되기 시작했다. 나는 그동안처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은데, 예상치 못한 기회가 열렸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이 귓가에 멤돌았다.
3주년 회고에서는 공유 가능한 선에서 그동안 막혔던 기회가 단숨에 열리기 시작했던 이야기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다음 1년을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1. 정부과제
1-1. 정부과제의 목적
라프디는 지난해 청년창업사관학교를 통해 정부과제를 시작했다. 위 링크에도 공유했지만, 청창사는 내 창업 인프라를 완벽히 바꿔줬다. 지금은 전화 한 통. 아니, 카톡 메시지 하나면 연결될 전문가며 각 산업 실무자가 무수히 많은데, 2024년까지만 해도 정말이지 손에 꼽았다. 그런 상황에서 창업에 뛰어 들었다니 새삼 당시의 내 용기가 대단하지 싶다. 모르니까 용감했다.
2023년만 해도 정부과제를 두고 ‘눈먼 돈’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5년 전, 10년 전에는 정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부분의 정부과제에서 기본 10:1, 20:1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힘들게 발표 평가를 가서도 2:1이 아닌 3:1에 가까운 그림도 경험했다. 교수, 박사는 물론 각 산업에서 10-20년 도메인 지식을 가지고 창업한 사람이 너무도 많다. 확률로 따지자면 정부과제를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것도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라프디는 창업 초기부터 정부과제를 꼭 하겠다고 선언했고, 청창사를 경험하니 더더욱 정부과제를 매년 1개씩은 꼭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먼저 인건비로 사용될 수 있는 과제는 조직 런웨이 측면에서 단연 우선순위다. 그리고 과제를 운영하는 운영사와 접점이 무척 소중하다. 규모 있는 운영사는 동시에 여러 과제를 수행하기 때문에 여러 기관, 기업과 커넥션이 있다. 이 커넥션을 활용할 수 있는 건 굉장히 비싼 티켓이다. 그리고 과제를 함께 수행하는 동료 기업들과의 시너지다. 청창사만큼 깊은 커넥션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지만, 각 과제에서 1-2개 기업만이라도 커넥션이 이어지면 굉장한 이득이다. 그리고 채용과 홍보 측면에서도 과제를 수행한 이력은 꽤 유의미하다.
이런 이유 덕에 대표자로서 사업계획서 작성 능력을 키워왔고, 발표 능력 역시 꾸준히 연습했다. 꼭, 올해도 최소 1개 과제는 따내겠다는 결심을 하며 2026년을 시작했다.

1-2. 25개 과제
올해 과제 지원을 위해 내가 준비한 과제는 25개다. 제출을 준비한 게 25개이고, 훑어본 것까지 세면 수백 개는 될 거다. 현 정부는 모두의창업은 물론 여러 과제를 통해 창업을 권장하고 있다. 비즈니스맨으로서 창업 장려 정책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 한다.
특히 올해는 사무실 만료를 앞두고 있어 필히 사무실 이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어떻게 해야 더 유리한 상황에서 과제에 지원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 이렇게 많은 정보를 검토해야 하는 과정에서 AI가 정말 도움이 됐다.
4월 말까지 결과만 놓고 보자면 지원한 대부분의 과제에서 탈락했다. 특히 주요하게 생각한 딥테크 창사, 창업중심대학의 탈락은 굉장한 타격이 있었다. 심지어 창업중심대학은 서류를 통과하고 발표 평가에서 탈락한 탓에 아무 결과를 내지 못한 4개월을 너무 바보 같이 사용했다는 죄책감까지 들었다.
솔직히 억울했다. 다수의 멘토에게 서류를 검토 받고, 리허설도 했다. 어떻게든 합격하려 수년전 연락이 끊긴 지인에게 연락해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AI 기술력을 인정 받기 위해 AI 교수진을 자문으로 모시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닿을 듯 닿지 않는 상황에 참 힘들었다.
SNS에서 정부과제만 몰입하는 대표를 조롱하는 글이 눈에 밟혔다. 고객과 매출을 보유한 우리는 조금 다르다며 스스로 고개를 돌렸지만, 마음을 다잡기 쉽지 않았다. 그래도 스스로 자부하고 싶은 건 심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내가 해야 할 일은 지켜왔다. 고객을 만나고, 조직을 관리하고. 지속해서 로드맵을 수정하며 미래를 그리는 대표로서의 일 말이다.
그렇게 4월이 지난 5월 초 어느날. 혈이 뚫리기 시작했다.

1-3. 추가 합격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오픈이노베이션 사업에 추가 합격했단다. 세상에, 추가 합격이라니. 정말 이런 일이 있구나.
우리 팀과 함께 과제를 수행할 MOU 기업에게 소식을 전했다. 교수님을 비롯한 우리 자문위원단에게 연락을 돌렸다. 이 과제를 내게 알려준 동료 대표에게 감사 연락을 했다. 정말, 이게 되는구나.
그렇게 혈이 뚫려서일까? ▲신용보증기금 NEST ▲서울 AI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 지원사업 그리고 NEST 프론트원까지. 주요 과제와 소소한 지원 사업을 포함해 라프디는 2026년 8월 현재 다수의 정부과제에 합격했다.
정부과제가 대표자의 가장 중요한 KPI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런웨이를 늘리고, 주요 컨택 포인트와 커넥션을 만들며, 결과적으로 사업을 한단계 나아갈 수 있다면. 선택적으로 취해야 할 주요한 선택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올해 정부과제를 꼭 따내겠다는 대표자로서 선택은 유효했다고 생각한다.
2. AI
2-1. 국민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대학원 인공지능학과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시장의 흐름이 심상치 않았다. 이대로 가면 SaaS가 다 망해버린다는 이야기,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다 없어진다는 이야기 등 10여년의 커리어를 부정하는 기사를 보며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대학원 입학으로 이어졌다.
특히 올해초 오픈클로를 필두로 한 AI 에이전트는 내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전사에 AI 활용을 시작하기 위한 고뇌가 시작됐다. 어떻게 해야 시대에 뒤쳐지지 않으며, 아니 오히려 앞서가며. 이 위기의 시간을 조직이나 개인 모두 의미 있는 시기로 만들 수 있을까.
앞서 청창사 회고에서 2025년 최고의 이벤트로 청창사 입교를 꼽았다. 이번 3년 회고 칼럼에서는 지난 1년동안 내가 가장 잘한 일로 국민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대학원에 입학한 걸 꼽겠다.
먼저, 국민대 대학원에 오면서 AI에 대한 공포감이 대폭 줄었다. 아무 것도 모른채 멀리서 쳐다만 보는 것과 달리 대학원에 와서 토요일 하루를 인공지능 이야기만 들었다. 현업에 있는 사람은 물론 AI를 학계에서 연구하는 교수님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지식이 생기는 것과 함께 공포가 줄었다. AI가 거품인가 아닌가보다, 무지함에서 오던 공포를 먼저 털어냈고, 남은 3학기 동안 논문도 쓰고, 더 연구하며 AI 엔지니어로 포지셔닝을 해볼 계획이다.

둘째, 국민대와 강한 커넥션이 생겼다. 입학 전까지는 몰랐는데 국민대 재학생이 약 1만 5천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큰 대학이었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보니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 에너지가 충전되는 기분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국민대 교수님을 알게 돼 연을 맺고 국민대 가족회사를 등록했는데, 이후 대학원에 입학하며 더 많은 기회를 받았다. 4학년 캡스톤 디자인에 산학 협력으로 참여해 우리 팀이 최종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여름 인턴십으로 학생을 데려오기도 했다. 학생들 과제를 평가하는 평가위원도 경험했고, 대학원생들과 팀을 꾸려 인공지능 챔피언 공모전에 나가 TOP 100에 들어가기도 했다. 3년여 조직을 리드하며 체력과 마음 모두 다소 지쳤었는데, 국민대에서 여러 기회가 번아웃을 막고 내게 또 다른 에너지를 충전해줬지 싶다.
셋째, 지도교수님이 생겼다. 나는 두 교수님과 관계를 만들었는데, A교수님 수업은 맨 앞줄에서 들었고, 학회에도 들어가 활동했다. 덕분에 교수님과 독대할 자리도 생기고 한 과제를 앞두고 리허설을 도와주셨는데 그 과제에 합격해 좋은 결과를 들려 드릴 수 있어 다행이었다. B교수님은 지난해부터 연을 이어온 분인데, 산업 경험이 더 많은 엔지니어 출신 교수님이다. 라프디 자문위원으로서 거의 매주 자문을 받아왔는데, 논문도 지도해주시면서 지도교수님이 됐다. 과제에 합격 할 때마다 당신 일처럼 정말로 기뻐해주시는 분이다. 한 과제는 발표 심사가 잡히고 심적으로 너무 힘들어 발표 심사를 포기할까 했는데, 발표 전 주말에 교수님이 온라인으로 리허설을 봐주시겠다고 해서 억지로 준비했던 기억이 있다. 떨어질 줄 알았는데, 합격할 수 있었던 건 교수님의 리허설 덕분이다. 올해가 4개월이나 남았지만, B교수님이 올해 내 귀인이 될 것 같다.
이 밖에도 국민대에서 취업 특강을 했던 것, 웹개발 동아리에서 이력서 리뷰를 해준 것. 특별히 인연을 이어가고 싶은 원우를 여럿 만든 것 등 이제 1학기를 다녔을 뿐인데 국민대는 내게 너무도 많은 걸 줬다. 아마도 2026년에는 내가 국민대 최대 수혜자가 아닐까 싶다.

2-2. 도둠판
지난해 R&D 과제를 준비하며 한 멘토가 내게 물었다. AI를 하겠다고 썼는데, 연구는 누가 하냐고. 내가 개발자이고, 내가 공부해서 하겠다 했더니. 그러면 내가 심사위원이라면 점수 못 준다고. 그날 이후 한동안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말했다. 내게 AI 전문가 좀 소개해달라고.
라프디가 입주한 마포비즈니스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AI 전문가를 찾았다고. 만나보라고. 같은 건물에 입주한 회사 대표인데 AI 박사라고. 그렇게 도둠판 박상규 대표를 만났다. 박상규 대표는 최근 박사를 졸업한 젊은 연구자였다. 그리고 학위를 진행하며 여러 프로젝트 경험을 했고, 더 다양한 일을 하고 싶다며 대기업에 가지 않고 창업을 한 케이스였다.
당시 나는 청창사에 들어가 사업을 꾸려가며 자신감이 붙은 상태였다. 내 경험치가 다른 대표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던 터라 도둠판과 MOU를 맺던 날 1시간 여 대본 없이 내 경험치를 들려줬다. 보도자료를 내는 방법과 정부과제 생태계. 어떤 그림이 그려져야 과제에서 선택 받을 수 있는지. AI 박사가 MOU를 해줬다는 생각에 아직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저 감사한 마음에 내가 아는 걸 들려줬다. 그런데 그게 박상규 대표의 마음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됐는지, 그 이후 우리는 정말 많은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AI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부터 어떤 걸 할 수 있고, 어떤 걸 할 수 없는지. 우리가 가진 데이터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앞으로 어떤 데이터를 더 쌓아야 하는지. 그리고 어쨌든 지금 쌓인 데이터만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AI 모델에 관한 이야기까지. MOU를 맺은 후 1년 동안 우리는 과제 서류를 함께 쓰고, 과제 발표에 함께 참여하고, 결국 과제를 따냈다.
지금도 도둠판은 라프디의 든든한 연구 파트너다. AI 시대에 AI 박사가 든든한 파트너로서 함께한다는 건 AI에 관한 심적 압박감을 완전히 떨쳐내는 계기가 됐다. 이 글을 통해 박상규 도둠판 대표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한다.

2-3. 클로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레드, 링크드인, X까지. 5개 SNS를 수시로 들락거린다. 강력한 알고리즘으로 내가 필요로하는 정보가 정렬되는데, AI 정보다. 올해 초부터 AI를 활용해 기업을 운영하고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이야기가 내게 너무도 노이즈로 다가왔다. 가끔 SNS를 지우고 정보를 멀리하기도 하는데, AI는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억지로 머리 속에 넣고 있다.
나는 지금 시대에 내 커리어를 가지고 클로드 AI와 함께할 수 있는 게 행운이라 생각한다. 엔지니어 경험 덕에 기술 회사를 만들 수 있고, 관리자 경험 덕에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기자 경험 덕에 다양한 포지션과 관계를 만드는 게 어렵지 않고, 타고난 오지랖 덕에 동료 대표들을 지인으로 둘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커리어만 있었다면 현재처럼 사업을 꾸려가는 게 쉽지 않았을 거다. 물리적 한계 때문이다.
클로드는 내게 굉장한 가능성을 줬다. 우선 AI 자체를 이해하기 위한 공부와 연구 측면에서 도움을 준다. 모르는 걸 반복해서 물어보고, 답변 난이도를 바꿔가며 학습한다. 모르는 분야를 습득하는데 탁월하다. 조직 전략을 만들 때도 훌륭하다. 여러 정보를 여러 측면에서 비교하고, 원하는 방향성에서 언제 어떻게 취해야 할지 판단해야 하는데 혼자서 했다면 생각만 하다가 시간이 다 흘러버렸을 거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70점, 80점 답변을 초단위로 내놓을 수 있는 클로드가 없었다면 많은 걸 놓쳤을 거다.
지난 1년 동안 AI가 우리 시대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그리고 대표자로서 이 시기가 우리에게 굉장한 기회라는데 크게 공감한다. 특히나 라프디와 같은 조직에 말이다.
3. AX 기업, 라프디
마케팅 용어가 갖는 힘을 알고 있다. 다소 과할지라도 어쨌든 사람 머릿속에 박혀야 액션이 이뤄지는 법이다. 때문에 가끔은 정석적인 답변보다 자극적인 답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AX는 최근 1년 동안 지겨울정도로 마케팅 용어라 생각했다. 도대체 뭐가 AX(AI 전환, AI Transformation)냐 싶었다. 내가 기자를 했던 2018년에는 DX(Digital Transformation)가 그랬다. 이미 대부분이 컴퓨터 위에서 움직이는데 뭘 디지털로 전환하냐는 게 내 생각이었다. 그런데 최근 여러 산업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컴퓨터를 전공했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해 줄곧 컴퓨터 앞에서 일했다. 지난 15년 동안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일을 한 적이 없다. 때문에 나는 모두가 나와 유사한 수준의 컴퓨터 활용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커머스 업계에서 3년을 일하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컴퓨터를 전공하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10년을 일하며 15년을 컴퓨터 앞에서 일한 사람만큼 컴퓨터를 좋아하지 않는다. 때문에 업무적 결핍이 생겼을 때 사고 흐름과 액션이 역시 다르다. 이건 객관적 역량이 더 낫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더 중요한 업무로 여기는지의 차이다.
엔지니어들은 문제를 찾으면 직접 해결하기 위한 사고를 한다. 그게 자신의 존재 의미이기도 하고, 그걸 좋아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지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걸 원하진 않는다. 여기서 오는 차이가 비즈니스적으로 큰 의미가 있었고, 굉장한 기회를 포착하게 했다.
현 시대 AX 비즈니스는 10년 전 O2O 비즈니스 기회와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O2O 시대는 배달의민족, 카카오택시, 스타벅스 사이렌오더 등을 만들었는데 O2O 시대의 트리거가 스마트폰이라면 AX 시대의 트리거는 생성형 AI가 되겠다. O2O 비즈니스가 외부에서는 단순이 앱 하나 만든다고 생각하겠지만, 시스템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서비스를 운영하는데 있어 엔지니어링 외 여러 운영 역량이 필요한 것을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AX 시대에도 AI를 활용하는 역량만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다를 거라 본다.
내가 생각하는 AX 시대 비즈니스는 첫째, 사용자로부터 정보를 취합하고 AI 도입 지점을 짚어내 AX를 설득하는 전반적인 컨설팅 비즈니스다.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AX 비즈니스이며, 최근 FDE(Forward Deployed Engineer, 전방 배치 엔지니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하고 있다. 팔란티어가 이 비즈니스로 최고가 됐고 엔지니어링과 협업, 설득 등이 모두 가능한 인재들이 이 분야를 노리고 있다. 기존 컨설팅펌이 이 포지션을 가져가지 않을까 싶다.
둘째, 기존 O2O와 SaaS에 AI를 내재화하는 비즈니스다. 오프라인 커넥션을 쥐고 있는 한 O2O는 무너지지 않는다. SaaS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거다. 다만, 통폐합 되지 않을까 싶다. SaaS 자체가 갖는 기술적 해자가 무너졌다. 데이터 원천을 쥔 SaaS가 나머지 SaaS를 통폐합할 거라 본다. 라프디가 그동안 많은 데이터를 쌓아온 이유다. 아쉽지만 이 분야로의 신규 진입이 정말 어려워지지 않았나 싶다.
셋째, DX가 진입하지 못한 비즈니스다. 아직 데이터화가 되지 않은 산업은 O2O와 SaaS가 침투하지 못했고, 때문에 이들에게 이 산업으로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AI 발전으로 데이터 자체를 생성할 수 있게 됐고, 이렇게 DX와 함께 AX를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산업이 작은 기업이 침투할 수 있는 영역이라 본다. 기대해볼만한 것은 최근 3세 경영자들이 궤도에 올라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도 프라이빗 커뮤니티에서 몇 차례 만났는데, 이들은 가업을 살리려는 목적 외에도 스스로 인정 받고자 하는 욕구로 인해 1, 2세대보다 열정이 높은 편이라 한다. 이들과의 협업을 위한 확실한 레퍼런스만 만들면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라프디는 현재 메인 서비스인 링크디에 AI를 도입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위 세 가지 중 둘째를 수행하게 된다. 다만 제품을 만드는 것과 고객이 그것을 쓰게 만드는 건 다른 미션이고, 이게 SaaS에 완벽히 내재화되는 건 또 다른 미션일 거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는 이 작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리고 커머스 고객사를 설득해 실제로 AI를 쓰게 만드는 과정에서 쌓이는 도입 패턴과 성과 데이터가 첫째를 수행할 근거가 된다. 라프디는 이렇게 현재 보유한 SaaS를 활용해 AX 경험을 쌓아 AX 기업으로 성장할 계획이다.
마무리
어느 분야든 성공한 사람은 모두 철학자라는 말이 있다. 운동선수와 교수, 사업가가 어떻게 모두 철학자가 되나 싶지만 삶을 구성하는 모든 것 중 스스로가 택한 것에 집중하며, 그 안에서 싸우다 보면 가끔은 상대가 스스로인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스스로와 싸우는 과정에서 철학자가 되는 거라면, 분야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에 공감할 수 있겠다.
나도 사람인지라 결과에 실망하고 상황을 원망할 때가 있다. 더 열심히 하지 않았던 내 학창시절이라던가 아쉬웠던 스스로의 선택들을 두고 말이다. 오지랖이 넓은 덕에 여러 고민을 늘 담아두고, 쓸데없이 참을성이 좋은 탓에 고민을 깊이, 오래 하는 편이다. 때문에 혼자 고민하고 끙끙댈 때가 많다. 그때마다 분위기를 전환하고, 쓰러진 나를 일으켜주는 건 어쨌든 나란 사람에게 당신들의 커리어를 허락한 내 동료들 덕이다.
이렇게 또 1년을 함께해준 라프디 임직원 모두에게 감사를 전한다. 함께하는 동료들이 없었다면 결코 지금의 라프디는 만들 수 없었을 거다. 라프디의 어원인 웃음과 기쁨처럼. 이어질 1년도 함께 웃으며 만들어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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