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좀 아팠다. 8월 14일 금요일 밤부터 아팠으니, 꼬박 10일을 아팠다. 물론 약봉지에는 며칠 치 약이 남아있고, 이 약까지 다 먹어야 할 것 같다. 여전히 컨디션이 완전히 돌아오진 않았다.

일주일 동안 병원을 4번 갔다. 처음 간 이비인후과에서 준 약을 먹고 딸꾹질이 시작되더니 3일 동안 멈추질 않더라. 다시 같은 의사를 찾아가 약을 바꿨는데, 그래도 안 멈추더라. 다음날 이번엔 내과에 가서 약을 받았다. 딸꾹질은 멈췄는데 심한 기침이 시작됐다. 목이 코로나에 걸렸을 때처럼 아팠다. 첫 3일은 딸꾹질 때문에 밤에 잠을 못 잤는데, 이후 3일은 기침 때문에 잠을 못 잤다. 내장이 튀어나오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기침이 심했고, 결국 버스를 타고 병원 원정을 갔다.

앞서 의사들은 나와 비슷한 정도의 젊은 의사였는데 원정온 곳은 할아버지 의사였다. 15분 정도 진료를 봐준 것 같다. 일주일 동안의 모든 투병기를 다 들어주고, 내가 가져간 진료내역서를 다 읽어주고, 당신이 왜 지금 어떤 약을 처방하는지에 관해 설명해줬다. 여태 내가 만나 본 의사 중 가장 친절했던 것 같다. 병명은 급성 인후염이었다.

아들이 아프다며 부모님은 온갖 비싼 재료를 사 날랐다. 고기 원없이 먹었다. 그래도 아픈게 좀 서럽길래 SNS에 아프다고 티를 냈다. 비타민, 홍삼. 각종 건기식을 친구들이 보내줬다. 좀 억울했다. 내가 뭘 그리 몸을 소홀히 했다고. 살이 좀 붙긴 했지만 운동도 간간히 하고. 몸에 좋은 거 먹고, 밤이면 잘 잤거늘.

얼마나 아팠는지 일주일치 업무 약속을 다 취소했다. 고객사는 물론 오랜만에 약속을 잡은 지인, 파트너사까지. 감사하게도 몸 먼저 회복하라며 이해해줬다. 진짜 아팠던 게, 그렇게 업무 약속을 취소할 때마다 마음이 정말로 많이 편해졌다. 기침 때문에 밤에 잠을 못 잔게 너무도 생소했고, 밤이 오는 게 두려울 정도였다.

일주일을 병가로 다 보내고 일요일 아침까지 가서야 기침이 멈췄다. 얼마나 기뻤는지 아침에 일어나 거실에서 만세삼창을 외쳤다. 드디어 멈춘 시계를 다시 돌릴 수 있겠다.

일주일만에 출근해서는 할 일이 많더라. 외부 미팅을 소화하고는 동료들과 업무 동기화를 하려는데 생각보다 놓친 게 많았다. 물리적 한계로 포기해야 할 일들이 생겼고, 더 잘하고 싶지만 꼭 필요한만큼한 해야 하는 일들도 생겼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저녁이 훌쩍 지났더라. 집에 돌아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밤이 되니 다시 목이 까실까실 하다. 일주일동안 입을 거의 닫고 살았는데, 하루 종일 말을 너무 많이 했나보다.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진다. 멀쩡하던 몸이 병에 걸려 회복만 했을 뿐인데, 10일이나 지나갔다는 사실이 너무도 허무하게 느껴진다. 올해가 고작 4개월 밖에 안 남았다니. 2026년이란 단어가 이제서야 익숙해졌는데, 세워둔 1년 플랜을 보자니 여전히 할게 너무도 많이 남았는데.

신경을 써서인가, 갑자기 또 기침이 난다. 이게 뭐 하는 짓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