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도구 시대다. 유한한 자원인 시간을 극복하려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현실화 됐다. 우리는 협업 도구를 잘 활용해야 하고 때문에 잘 알아야 한다. 그런데 협업 도구는 우리를 얼마나 도울 수 있을까?
아는 만큼 활용할 수 있는 협업 도구. <오세용의 협업 도구 이야기> 시리즈에서 다양한 협업 도구 이야기를 전달한다.이 글은 한국 먼데이닷컴 블로그에 기고한 글입니다.
[오세용의 협업 도구 이야기 #6] AI를 품은 협업 도구…AI 시대의 협업
최근 IT 업계 최고 화두는 생성형 AI다. 챗GPT를 필두로 한 생성형 AI는 앞으로의 업무 행태를 모조리 바꿀 거란 기대감 그리고 한편으로는 일자리를 먹어 치울 거란 불안감과 함께 스며들고 있다. 챗GPT가 출시된 지 고작 반년이 됐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속도다.
지난 칼럼 <[오세용의 협업 도구 이야기 #5] 지금의 협업 도구가 되기까지…10년 동안 일어난 5가지 이벤트> 에서는 10년 동안의 협업 도구 역사를 훑어봤다. 그리고 이 역사에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더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번 칼럼에서는 AI와 협업 도구에 관해 풀어볼까 한다.
왜 AI를 활용해야 하는가
2022년 11월 30일 출시된 챗GPT는 빠르게 확산됐다. 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챗GPT는 2개월 만에 월간 사용자 수 1억 명을 돌파했다. 틱톡이 9개월, 인스타그램이 30개월 걸린 것과 비교하면 ‘빠르다’라는 말로는 충분하지 못한 설명이겠다.
이어서 지난 2023년 2월, 챗GPT는 월 20달러 유료 버전을 내놨다. 유료 버전은 ▲무료 버전보다 빠르며 ▲플러그인을 활용할 수 있고 ▲검색엔진을 활용해 실시간 데이터에 기반한 답변을 하는 등 몇몇 기능이 추가됐다. 그리고 며칠 만에 유료 사용자 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한국 반응도 뜨겁다. 지난 4월, 개인정보보호위원장에 따르면 챗GPT 한국 이용자 수는 220만 명을 넘어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협업 도구에 관심이 많은 나 역시 챗GPT에 관심이 생겼다. 몇 차례 대화를 주고받은 뒤에는 유료 버전을 결제해서 사용하고 있다. 협업 칼럼니스트로서 의견을 표하자면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앞으로 필수 애플리케이션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챗GPT 결제를 결심한 사례 한 가지를 소개하겠다. 나는 2009년부터 개인 블로그 <오세용닷컴>을 운영하고 있다. 개발자로서 글쓰기 도구인 CMS(Content Management System)의 자유도에 관심이 많다. 때문에 높은 자유도를 자랑하는 워드프레스를 선택했다.
워드프레스는 월구독 서비스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인프라를 다룰 수 있다면 직접 설치해 관리하는 설치형 블로그로도 사용할 수 있다. 나는 AWS 라이트세일에 설치해 워드프레스를 관리했다.
어느 날 워드프레스에 오류가 발생했다. 몇 년 전 설치 후 처음 발생한 오류에 다소 막막했다. 당시 어떻게 설치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패키지인 비트나미(bitnami)라는 것으로 설치했던 것 같은데 이후 사용하지 않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것저것 구글에 검색했지만 내가 원하는 답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문득 챗GPT가 떠올랐고 당시 확인된 정보를 모조리 넣어 질문을 던졌다.
“bitnami를 아마존 라이트세일에 설치했어.
도메인을 연결했는데, 로그를 어디서 볼 수 있지? 리눅스 경로 알려줘.”
결론부터 말하면 정확히 저 경로에 로그 파일이 있었다. 나는 로그 파일을 보고 오류 원인을 찾았고 블로그 오류를 수정할 수 있었다.
챗GPT는 온라인에 있는 콘텐츠를 학습해 답변한다. 만약 내가 좀 더 명확히 질문을 던졌다면 챗GPT가 찾아준 답변을 온라인에서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챗GPT에게 던진 문장을 그대로 구글 검색에 던지면 어떻게 될까?
<그림4>처럼 구글에는 챗GPT와 똑같이 검색하면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일을 하면서 우스갯소리로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한다’고 한다. 실제로 그런 경험이 있긴 하다. ‘그거 있잖아?’라고 물으면 ‘아! 그거!’라며 답하는 동료들이 있다. 내가 속한 스타트업 <유자랩스> 동료들이 그렇다. 하지만 잘 맞는 동료도 매번 찰떡같이 알아듣기 어려울뿐더러 조직이 확장한다면 이런 환경을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
결국 마치 구글 검색처럼 정보를 잘 묻고, 잘 찾아내는 것이 우리의 능력이 된다. 그런데 만약 늘 찰떡같이 알아들을 수 있는 도구가 있다면 어떨까? 언제나 내가 원하는 것을 ‘아! 그거!’라며 찾아주는 도구가 있다면 어떨까? 만약 AI가 이 역할을 해낸다면 우리가 현재 정보를 찾는 시간을 현저히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상상이 협업 도구에서 하나씩 현실화 되고 있다.
AI를 품은 협업 도구
챗GPT는 사실 세상에 없던 무언가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챗GPT는 오픈AI(OpenAI)사에서 만든 언어모델인 ‘GPT-3.5, GPT-4’를 기반으로 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그리고 GPT는 LLM(Large Language Model, 대규모 언어 모델) 중 하나다.
LLM은 ▲메타(페이스북)가 만든 라마(Llama) ▲MS가 만든 오르카(Orca) 등 GPT 외에도 많은 LLM이 연구되고 있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챗GPT의 언어모델인 ‘GPT-4’의 성능이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AI 연구는 지속되며 앞으로도 발전될 것이다.
하지만 연구와는 별개로 사용자가 접하는 AI는 ‘애플리케이션’ 영역에서 이뤄진다. 챗GPT는 대화형 AI가 비로소 사용자의 눈높이를 맞춘 첫 글로벌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이 측면에서 챗GPT는 이미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리고 이 칼럼 시리즈의 주제인 협업 도구는 챗GPT처럼 AI를 사용자 눈높이에 맞는 애플리케이션 레벨에서 풀어내고자 한다. 사용자를 향한 협업 도구의 노력을 알아보자.
1. 노션
먼저 노션이다. 노션은 한국 사용자에게 이미 익숙한 협업 도구다. 협업은 물론 개인 노트로서의 범용성도 인정받아 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월 노션은 GPT-3 모델을 활용해 AI 기능을 출시했다. 내가 사용하는 협업 도구 중 가장 발 빠른 대응이었다. 노션 특유의 기능인 슬래시(/)에서 AI 기능을 선택하면 AI에게 묻고 답변을 적게 할 수 있다.
이 글의 주제인 ‘AI를 품은 협업 도구’에 관해 노션 AI에게 물어봤다.
AI 특유의 거침 없는 타이핑이 이어졌다. 나는 IT 칼럼과 협업 도구 칼럼을 썼으며 책을 9권 만들었다. 분명 글쓰기에 관한 많은 경험이 있는데 AI가 목차를 뽑는 속도는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 앞으로 내가 책을 90권 아니, 900권 만든다 해도 AI의 속도를 이기진 못할 거다.
그런데 노션 AI는 GPT-3 모델을 사용한다고 했다. 챗GPT는 무료 버전에서 GPT-3.5 모델을 유료 버전에서 GPT-4 모델을 사용한다. 단순히 글쓰기 AI 용도로 사용한다면 사실 노션 AI를 사용할 이유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
만약 노션 AI가 노션을 협업 도구로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노션 콘텐츠에 기반한 기능을 제공하면 어떨까 싶다. 예를 들면 업무 유형을 학습해 주로 할당하는 팀원에게 자동 할당을 제안하는 등의 콘텐츠 기반 기능이다. 가장 빠르게 AI 기능을 대응했지만 챗GPT 유료 사용자로서 특별한 매력을 느끼진 못했다.
2. 먼데이닷컴
먼데이닷컴은 2023년 7월 AI 어시스턴트를 출시했다. 먼데이닷컴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Azure OpenAI를 활용해 구현했다고 하는데, 현재 Azure OpenAI에서 제공하는 언어모델은 ▲GPT-3.5 ▲GPT-4 등이다.
먼데이 AI는 ▲자동화된 작업 생성 ▲요약 ▲수식 빌더 ▲빠른 답변 등이다. 노션보다는 AI 기능에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특히 자동화된 작업 생성은 작업 내용을 적고 생성(Generate) 버튼을 누르면 작업을 위한 업무 아이템을 자동으로 만들어 준다. 이는 챗GPT 애플리케이션에서 하기 어려운 것으로 먼데이닷컴에 GPT를 잘 적용한 기능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션 AI보다 출시가 늦은 것에 비하면 월등히 뛰어난 기능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특히 먼데이닷컴은 이미 자동화 기능이 잘 구현된 서비스로서 AI 레벨의 기능을 적용할 적절한 지점을 찾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3. MS 코파일럿
MS(Microsoft, 마이크로소프트)와 GPT를 만든 OpenAI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MS는 이미 챗GPT가 출시되기 전인 2020년에 GPT-3 모델에 관한 독점 라이센스를 확보했다. 또한 2023년 1월에는 다년간 100억 달러를 OpenAI에 투자하겠다는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그리고 2023년 3월 MS는 거대한 포부를 밝힌다.
2023년 3월 MS가 ‘MS 365 코파일럿’을 발표했다. MS 365 제품인 ▲MS워드 ▲MS엑셀 ▲MS파워포인트 등에 ‘GPT-4’ 모델을 적용한 AI 코파일럿 기능이다.
MS엑셀 코파일럿에서는 해당 기간 매출이 저조한 이유를 묻자 테이블에 색을 입혀 답을 보여준다. 만약 분석이 정확하다면 엑셀을 활용해 일하는 사무직에게 상당한 충격이 될 것이다. 당장 데이터 분석이 정확하지 않다고 해도 괜찮다. 여러 가설을 세우는 단계에서는 AI가 제시한 가설로 인해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다. 또한 정확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올라갈 것이다.
텍스트 기반 데이터와는 다르게 엑셀 데이터는 현시점에서 챗GPT에게 묻기 어렵다. 즉, MS 코파일럿은 앞서 설명한 협업 도구 AI보다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여기에 MS가 보유한 MS팀즈는 이미 MS 365와 결합 돼 있다. 이렇게 MS는 AI를 전체 워크 애플리케이션 생태계에 녹일 계획이다. 엄청난 비전이다.
MS 코파일럿이 한 걸음 앞섰지만 노션과 먼데이닷컴 등 다른 협업 도구와의 전쟁이 끝났다고 볼 수는 없다. AI 전쟁은 이제 시작됐다. 그렇다면 AI를 품은 협업 도구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AI 시대의 협업
지난 5월 한 포럼에서 ‘구글 딥마인드’를 창업한 무스타파 술레이만은 한 포럼에서 “의심할 여지 없이 사무직 업무 상당수는 향후 5~10년 이내에 매우 달라져 심각할 만큼 많은 패배자가 생겨날 예정”이라며 “그들은 매우 불행해지고 심히 동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에는 골드만삭스도 보고서를 내고 AI 기술을 산업 전반에 도입하면 최대 3억 개의 일자리가 자동화되는 등 노동시장에 상당한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내다봤다.
AI는 인류에게 발전과 동시에 어떤 좌절감을 가져왔다. AI와 별개로 최근 양극화에 따라 청년들의 좌절감이 이미 퍼진 상태다. 2019년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대 청년의 74%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격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최근 내가 만났던 한 대학생은 ‘실제로 많은 대학생이 일자리에 관한 걱정이 크다’고 했다. 아직 경험이 없는 학생에게는 AI가 도구가 아닌 경쟁자로 느껴지는 것이다.
기본소득을 필두로 한 인류의 미래에 관한 논의 역시 이어져 왔다. 이에 관한 많은 주장 중 ‘인류는 보다 창의적인 일을 하면 된다’는 주장이 있다. 따라서 철학이나 예술 등의 영역을 인류가 주장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생성형 AI가 어쩌면 창의성의 영역 역시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미국작가조합이 OTT 업체들의 불공정 계약을 비판하는 파업을 진행했다. 또한 AI가 작가의 창의성을 빼앗아 가는 도구로 기능한다고 비판했다. 과연 AI의 발전이 인류의 자리를 대체한다면 앞선 우려가 아니라 이미 그 자리가 대체되고 있다면 협업 도구를 활용하던 우리 역시 AI 기능이라는 이름으로 대체될 가능성을 애써 무시할 수 없다.
나는 지난 <먼데이 페스타 2023>에서 이 주제에 관해 간략히 이야기한 바 있다. 짧은 미래에는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올리는 방향”으로 우리가 “AI를 사용”할 거라 생각한다. 현재는 협업 도구 반대편에 동료가 있지만 짧은 미래에는 AI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어쩌면 AI에 대해 좌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정말로 대체될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AI로 대체될 수 있다면 먼 미래에는 그게 당연시되지 않을까 싶다. 인류는 인력거에서 마차로 마차에서 자동차로 시대의 큰 흐름을 지나왔다. 이제 인류는 인력거에 관해 논의하지 않는다. 흐름을 잠시 느리게 할 수는 있겠지만 멈출 수는 없다. 그렇게 인류의 역사는 지속된다.
분명한 것은 협업 도구가 AI를 품을 거라는 것이다. 그리고 AI를 품은 협업 도구는 새로운 협업 시대를 열 것이다. 이 과정이 인류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우리가 아닌 다음 세대가 평가하지 않을까.
마무리
진화는 생물 집단이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변화를 축적해 집단 전체의 특성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새로운 종의 탄생을 형성하는 관찰된 자연 현상을 가리키는 생물학 용어다.(위키백과) 어쩌면 AI는 인류에게 진화의 영역으로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만약 AI가 우리 세대에 이 정도 발전을 이뤄낸다면 우리는 따르고 싶지 않아도 따라야만 할 것이다.
아직 시간은 있다. 흐름을 읽고 시대가 원하는 모습을 갖춰야 한다. 그렇게 될 수 있다면 불안감을 기대감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참고자료
- 챗GPT, 두 달만에 월 사용자 1억명 돌파…틱톡보다 빨랐다 – 지디넷코리아
- 챗GPT, 돈 되네…유료 이용자 100만명 돌파 | 한국경제
- 개인정보위원장 “챗GPT 개발사, 국내이용자 220만명이라고 답변” | 연합뉴스
- “하나의 모델이 만능은 아니다” 챗GPT를 대체할 만한 14가지 LLM – ITWorld Korea
- “챗GPT 기반 언어모델 GPT-4, 시간 지날수록 성능 떨어져” – SBS Biz
- [리뷰] 노션AI 한글판, 간단 업무에 능숙…긴 글 작성은 ‘버벅’ – 지디넷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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