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 있다. 타인이 가진 무언가를 나도 갖고 싶어질 때. 딱히 타인의 것을 빼앗는 게 아니고, 나도 타인처럼 같은 것을 가졌으면 할 때.

그럴 때 있다. 내가 가진 것이 부정당하고, 의미를 잃을 때. 가진 것은 보이지 않고, 갖고 싶은 것만 볼 때. 초라한 내 모습을 보곤 세상을 부정할 때.

그런데, 이럴 때도 있다.

마치,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을 것만 같을 때. 누구든 마실 수 있는 숲속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 같은 느낌. 홀로 치킨을 시켜서 어느 것부터 먹을까 하는 듯한 행복한 느낌. 마치 그런 것처럼, 그저 세상이 내 선택만을 기다리는 것 같을 때.

그럴 땐, 손에 쥔 것이 없을 때 가장 행복하다. 뭐든지 가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럴 땐 배가 고플 때 가장 행복하다. 전부 다 먹어버릴 수 있으니 말이다.

사실은 다 가지지 않아도 괜찮은데, 그저 뭐든 손에 쥐면 좋았을 텐데. 배고파서 행복했던 그때를 금세 잊고는, 더 이상 쥘 수 없는 내 손이 아닌 왜 이리 먹을 것을 많이도 줬냐며 세상을 원망하는 한심한 모습.

배고픔 자체가 행복했을 터인데, 어째서 나는 배가 부르냐며 소리치는 내 모습.

배고픔. 어쩌면, 배고픔 그 자체가 가장 큰 행복 아닐까.

정말 그렇다면, 늘 배고플 수 있는 사람은 늘 행복한 사람 아닐까.

배고픔은 사실, 배부름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