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세용입니다.
지난 2023년 5월, 두 번째 창업을 했습니다. 커리어를 이어오며 정말 제가 좋아하고 잘 맞는 사람들과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사업자가 나온 지 어느새 4개월째인데요. 사업 아이템을 잡고 유료 모델까지 만든 뒤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 창업은 그냥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닌, 정말 꼭 성공해야만 하는. 제 커리어에서 가장 진지한 도전입니다. 창업 자체를 자랑하는 가벼운 모습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창업 자체가 자랑거리로 생각되지도 않고요. 그랬더니 벌써 4개월이 지났네요.
4개월이 지난 오늘. <유자랩스> 출사표를 올립니다.
첫 번째 창업은 하루라도 빨리하고 싶어서 12월 31일에 퇴사 후 1월 1일부로 창업을 시작했는데요. 지금 생각해도 너무도 순진했던 것 같아요. 첫 번째 창업인 <도밍고컴퍼니>는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만들었는데요. 한국의 뉴스픽스를 만들겠다며 애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많은 경험을 했고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됐으며 이후 커리어로 이어지기까지 했던 도전인데요. 결과적으로 창업 자체는 성공으로 이어지진 못했습니다.
두 번째 창업은 제가 할 수 있는 온갖 까칠함을 더했습니다. ▲내가 가진 능력은 무엇인지 ▲내가 가진 자원은 무엇인지 ▲도전해 볼 만한 분야는 어디이며 ▲적절한 진입 장벽은 어디인지 ▲어느 정도 기간을 투자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이즈이며 ▲주어진 자원 외 도움을 받을 사람은 있는지 ▲그래서 지금 적절한 타이밍인지 등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어요. 머리에 온갖 걱정거리가 떠오르는데 해결되기 전에 더 많은 걱정이 쌓이고 있네요. 그래서 점점 더 까칠해지는 것 같아요.
제가 창업한 회사는 <유자랩스>입니다. 이커머스 마케팅 솔루션을 만들었어요. 카페24 쇼핑몰에 설치할 수 있는 앱인데요. 쿠팡파트너스 같은 제휴 마케팅을 자사몰에서 운영할 수 있습니다. 제품은 <쇼핑파트너스>라고 합니다.
<쇼핑파트너스>는 쇼피파이 앱스토어 제품을 보며 벤치마킹하기 좋은 서비스를 찾은 거에요. 지난 6월에 베타 버전을 8월에 정식 버전을 출시했습니다. 회원 대상으로 리퍼럴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이 흔한 아이디어를 구현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고 여전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없던 제품도 아니고 경쟁자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경쟁자 대비 차별점을 가질 수 있는 요소를 고민하며 만들었어요.
첫째, 사용 진입 장벽이 낮습니다. 카페24 회원이라면 카페24 스토어에서 버튼 클릭만으로 스크립트가 설치됩니다. 회사에 연락해서 별도로 엔지니어 약속을 잡고, 쇼핑몰 아이디를 공유하는 등 행위는 필요 없습니다. 카페24 어드민에서 로그인/회원가입 없이 사용하실 수 있어요. 카페24 회원이라면 진입 장벽이 굉장히 낮습니다.
제품 자체의 진입 장벽을 낮추며 제휴 마케팅의 두 고객인 ▲쇼핑몰과 ▲인플루언서에 관한 불편을 해결하려 노력했습니다.
둘째, 쇼핑몰 관점에서는 SNS 지표가 아닌 실제 제품 판매 지표를 통해 보상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GTM으로 상품 구매 여정을 트래킹할 수는 있지만 구매 이후 여정은 GTM으로 트래킹하긴 어렵죠. ▲배송중 ▲교환 ▲환불 등 쇼핑몰 데이터를 연동해서 인플루언서 판매 지표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셋째, 인플루언서 관점에서는 실시간 판매 지표를 볼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인플루언서는 쇼핑몰이 공유해 주지 않으면 실시간 판매 지표를 볼 수 없죠. <쇼핑파트너스>는 파트너스 마이페이지를 통해 쇼핑몰 판매 지표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린하게 MVP를 만들고 시장 반응을 보며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고 하죠. <유자랩스>는 지난 6월 <쇼핑파트너스> 베타 버전을 출시한 뒤 별도 마케팅 없이 100개 쇼핑몰이 설치했어요. 몇몇 고객사는 기능 추가를 요청하며 별도 미팅을 하기도 했고, 연 매출이 약 100억 원 되는 쇼핑몰에서는 <쇼핑파트너스>를 활용해 실제 인플루언서와 제휴 마케팅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지속해서 고객과 대화하고 있습니다.
<유자랩스>는 풀타임 5명이 함께 만들고 있어요. 저를 믿고 <유자랩스>를 본업으로 함께 달리고 있는 동료들이 너무도 고맙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는데 고작 2평 사무실에 책상 5개 놓고 각자 노트북을 가져와 사부작 사부작 제품을 만들어 준. 4개월만에 PG를 붙이고 유료 모델까지 출시해 준 동료들에게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삶에서 운이라는 것이 정말 큰 것이구나를 깨닫는 요즘입니다. 제가 모바일 개발자로 일했고, 첫 번째 창업도 해봤고, 기자도 해봤고, 다시 개발자로 돌아와 개발 팀장, 개발 부서장까지 경험했지만. 물론 지난 10여 년간 이런저런 경험을 적극적으로 해온 건 맞지만. 그 일련의 역사가 온전히 제 동료들을 만날 수 있는 과정이라고 하기엔 제 노력보다 너무도 소중한 동료들과 함께하고 있어요.
풀타임 외에도 파트타임으로 함께하는 동료들을 비롯 정말 많은 지인에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감사하게도 제가 부족한 요소요소에 각 분야 전문가가 닿았고, 덕분에 크게 부족함 없이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었습니다. 너무도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올해 초만 해도 24시간 울려대는 장애 알림 속에서 괴로워하던 스타트업 개발 부서장이었는데요. 시간이 흘러 소중한 동료들과 가슴 벅찬 도전을 진행하는 요즘이 종종 꿈만 같습니다. 가끔 늦은 밤 홀로 퇴근할 때면 캄캄한 밤하늘이 내 미래인 것 같아 ‘어쩌지?’ 싶기도 합니다. 그러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동료들과 만드는 우리 회사가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마구 두근댑니다. 제품에 관해 깊은 관심을 보이는 연락을 받을 때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유자랩스>는 아직 제 계획과 크게 벗어나지 않았는데요. 아마도 앞으로는 제 계획과 크게 벗어난 일도 많이 생길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는 장애물을 꾸역꾸역 넘어갈 겁니다. 그게 스타트업이잖아요. 웃음이 끊이질 않는 <유자랩스> 2평 사무실 동료들과 함께라면 정말 꾸역꾸역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저를 응원해 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와 함께하는 동료들 그리고 <유자랩스>에게도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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