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껏 2021년만큼 돈에 관심이 있던 시기가 있었나 싶다. 코로나 백신이 나오며 일상이 오는 듯 했지만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줄을 잇고 있다. 시장이 흔들리는 게 이유인지 나를 비롯해 최근 돈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흔히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펜데믹 전보다 더 떳떳하게 여기는 듯하다.

사실 현재만 놓고 보면 나는 크게 돈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다. 내 소유는 아니지만 따뜻한 잠자리가 있고, 내가 일할 직장이 있으며, 적절히 사용할 돈이 있다. 끼니를 걱정하지 않고 지금처럼 일하면 지금보다 조금씩 더 나은 삶을 살아갈 거라는 확신이 있다. 어디까지나 현재만 놓고 보면 말이다.

하지만 모든 이가 현재에 만족하진 않는다. 만족하지 않는 상황에 펜데믹이 조금 더 변화를 가져왔다면 당연히 또 다른 길을 찾게 될 것이다. 아니, 찾아야만 하는 상황이 왔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현재가 나쁘지 않은 나도 미래를 준비해야만 한다. 현재 내가 속한 업계가 성장하고, 나 역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에 있으니 상황은 지속해서 나아질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무언가가 내가 속한 업계나 환경을 바꿀지 모른다.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가는 건 늘 스트레스다. 하지만 이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면 많은 가능성이 열리지 않을까? 내 금융 공부는 이런 가설에서 시작했다.

이야기 합시다

<부의 시나리오> 저자 오건영은 금융 업계에서 꽤 유명한 사람이다. 1금융권 신한은행에서 리더급으로 일하며 다양한 글을 쓰고 강연도 했다. 유튜브 삼프로TV와 신사임당 등에서 영상을 보고 조곤조곤 이야기 하는 모습이 인상 깊어 이 책을 선택했다.

나는 2009년부터 블로그를 쓰며 ‘-습니다’체와 ‘-다’체를 여러 번 테스트했다. 그리고 ‘-다’체를 선택했고 잠깐 기자로 일하며 이 문체가 나와 잘 맞는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인지 ‘-습니다’체는 괜히 문장이 길어지는 것 같아 기피했다.

저자 오건영은 이런 내 생각을 부쉈다. <부의 시나리오>는 내가 그동안 읽었던 ‘-습니다’체의 단점을 모두 상쇄할 만큼 친절한 문체로 쓰여졌다. 영상에서 봤던 저자 특유의 말투가 느껴져 마치 개인 과외를 받는 듯한 느낌이었다. 저자는 이를 의도했을 것이고 이게 꽤 나와 잘 맞았다.

특히 어떤 사실 하나를 물고, 물며 결과로 나아가는 화법은 굉장한 흡인력을 자랑했다.

중앙은행은 돈을 빌려줄 수 있습니다. 돌려받아야 하니 당연히 높은 신용을 가진 경제 주체에게 돈을 빌려줘야 하고, 그래서 중앙은행은 국채 매입(국가에 돈 빌려주기)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리고 국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은 중앙은행에 국채를 팔면서 현금을 잔뜩 확보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확보한 현금은 언택트 대기업을 향하게 되죠. 빌려주는 것이니 당연히 떼일 위험이 없는 곳으로 대출을 주게 되는 겁니다. 그럼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지원이 절실한 실물경제로는 자금이 흘러 들어가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죠. 이게 통화정책의 한계입니다. 돈을 빌려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중앙은행이 돈을 빌려줄 수 있다는 사실이 통화 정책의 한계로 이어진다. 특유의 화법으로 딱딱한 금융 지식을 ‘이야기’로 바꿔 들려주는 능력이 탁월하다.

만약 대학 시절 저자와 같은 교수가 있었다면 나는 아마 대학 시절부터 금융에 관심을 뒀을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한 지 10년이 돼서야 저자를 만난 게 아쉬울 따름이다.

2% 인플레이션

친구들과 모여 공부하는 ‘스튜 투자소모임’에서 금융을 전공한 친구가 ‘2% 인플레이션’에 관해 여러 번 말했다. 몇 차례 찾아보기도 했지만 그 정도로 이해할 수 있는 범위는 아니었다. 그냥 ‘인플레이션이 나쁘구나’ 정도로만 이해했다.

그런데 펜데믹으로 ‘양적완화’ 정책을 펼쳤다. 돈을 마구 뿌려댄다는 것인데 양적완화를 이해하기도 전에 Fed는 ‘테이퍼링’을 논한다. 아무리 친절히 써둔 글을 읽더라도 피부에 와 닿지 않으니 이해가 쉽지 않았다.

저자는 이런 초보 투자자들을 위해 Fed부터 설명한다.

Fed는 달러화를 찍을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Fed는 미국 기준금리나 전체적인 미국 경제의 통화량을 조절하는데요, 45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위원회를 개최합니다. 거기에서 그 유명한 Fed의 의장인 제롬 파월부터 시작해서 부의장과 각 지역 총재들이 모여서 미국의 금리 등 통화정책을 결정하죠. 그 회의를 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연방공개시장위원회)라고 합니다. 45일에 한 번씩 개최하니까 FOMC는 1년에 8회 있겠죠.

공부에는 흐름이 있다. 먼저 배워야 좋은 게 있고 지식이 쌓인 뒤 배워야 좋은 게 있다. 이런 흐름을 잘 정리해서 만들어진 게 교과서겠지만, 교과서는 왠지 재미도 없고 지루하다. <부의 시나리오>는 마치 교과서처럼 짜여지되 앞서 소개한 저자 특유의 화법이 더해져 지루하지 않은 문체로 표현됐다.

이제는 Fed, 연준, 테이퍼링, 제롬 파월 등이 머릿속에서 각자 위치에 배치됐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 읽은 정보들은 모두 조각이 나 있어 하나의 그림으로 만들기 쉽지 않았다. 때문에 나는 여전히 종이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부의 시나리오>는 그 역할을 충분히 해줬다.

이제는 조금 이해한다. 왜 인플레이션이 생겨나고, 연준이 이를 제재하는지. 금융 시스템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이쯤 되면 내 투자 방법에도 영향을 줘야겠다. 큰 그림을 보는 것 말이다.

큰 그림을 봐라

2020년 7월, 그러니까 펜데믹으로 인한 불안한 시장이 꽤 안정화되던 시기에 투자를 시작했다. 이후 1년 반 동안 지속해서 투자금을 늘렸다. 굵직한 곳에만 투자한 덕에 대부분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함께 공부하는 ‘스튜 투자소모임’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나 역시 테마주 등에 손을 댔을지 모른다. 고맙게도 금융을 공부하고 다양한 경험을 한 친구들이 공부하며 투자하는 방법을 알려줬기에 지금처럼 단단히 투자를 하고 있다.

친구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어쨌든 선택은 내 몫이다. 내가 선택한 것은 지수를 추종하는 ETF와 대형 기술주다. 지수는 내가 큰 욕심을 내지 않고 우선 시장을 따라가기로 한 선택이고, 기술주는 내가 잘 아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또한 앞으로 기술이 더욱 세상을 지배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바라보는 건 한 달, 다음 주 따위가 아닌 10년, 20년 뒤다. 즉, 큰 그림. 흐름을 보려는 것이다.

Fed는 과거에는 이른바 인플레이션 파이터였죠. 물가가 오르면 선제적으로 잡고자 노력했습니다. 선제적인 대응이기에 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언제 어떻게 등장해서 물가 상승의 뒤통수를 후려칠지 알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랬던 Fed를 기억하기에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만들어내기 힘들었죠. 그래서 Fed는 금융위기 이후 이렇게 한 걸음 후퇴합니다. 우선 적절한 물가 상승 레벨은 2퍼센트 물가 상승이라고 알려주었고, 혹여나 금리 인상을 한다면 한참 전에 직접 알려주겠다고 말한 거죠. 미리 알람을 주겠다, 혹은 미리 가이던스를 주겠다고 한 이런 Fed의 정책을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라고 합니다.

과거의 Fed는 물가가 적정 물가(2퍼센트) 대비 더 오른 것에만 호들갑을 떨었다면, 이제는 적정 물가 대비 너무 부진한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호들갑을 떨면서 물가를 올리기 위해 경기부양에 나서겠다고 말한 겁니다.

‘평균물가목표제가 무엇이다’라는 것보다는 그 의의가 더 중요합니다. 이제 Fed는 물가가 오르지 못했던 것만큼 물가가 치솟는 것도 용인하겠다고 하는 겁니다. 물가 상승률이 워낙 부진하고, 인플레이션이 지독히도 찾아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Fed는 2퍼센트의 물가 상승 목표를 평균 개념으로 바꾸면서까지, 그리고 상당 수준 물가가 2퍼센트 위로 올라오더라도 이를 감내하면서까지 물가 상승을 유도하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이런 판단이 있기까지 여러 공부가 있었다. 그리고 이 책 <부의 시나리오> 역시 한몫했다. 금융이 시작되는 Fed가 인플레이션을 2%로 제한하되, 이제는 물가가 너무 낮은 것도 관리하겠다고 한다. 달러를 찍어내는 곳이 관리하겠다는데 누가 이 흐름을 막을 수 있을까.

즉, 자본주의 세상에서 현금 가치는 지속해서 하락하고 이 흐름 자체를 따라가지 못하면 지속해서 돈을 잃는 것이다. 때문에 최소한 시장 정도는 따라가 줘야 하고, 이는 지수를 추종하면 된다.

하지만 지수만 추종하면 공부를 하는 의미가 없겠다. 내가 일하며 자연스럽게 잘 알게 되는 분야. 억지로 공부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공부하는 기술 업계는 2배, 3배 등 빠른 수익 창출은 아니더라도 전체 지수보다는 높은 상승률을 지속해서 보여줄 거라 판단했다.

새롭게 보이는 단어들로 피로했지만 이 책을 완독한 시점에는 다양한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결국 공부 할수록 겸손해진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정도는 알게 됐으니 <부의 시나리오>는 꽤 훌륭한 입문서라 할 수 있겠다.

마무리

<부의 시나리오>는 책에서 배운 정보 외에도 의미가 있는 책이다. 코로나가 다시 심해지며 식당이 아닌 사무실에서 도시락을 주문해 먹곤 했는데, 덕분에 점심시간이 꽤 확보 됐다. 이 시간을 활용해 동료들과 독서소모임을 진행한 게 벌써 두 권째다.

투자 시장에 S&P500 지수가 기준이 된다면, 독서는 내 삶과 커리어에서 기준이 되는 지수다. 폭발적인 성장은 어려울지 몰라도 지속해서 축적하다 보면 서서히 상승하는 건 확정이니 말이다.

이렇게 2021년은 16권을 읽으며 마무리 한다.

세 명이다

한줄평

친절한 금융 과목 교양 선생님을 만났다.

인상 깊은 문구

  • 어떤 자산이 언제 오르고 언제 떨어질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면 분산투자만큼 비효율적인 방식이 없겠죠. 그렇지만 사실상 이런 것들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어렵기에 분산투자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 금융위기 때 시중은행이 혼수상태에 빠진 겁니다. 중앙은행이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이런 상황이 오면 중앙은행이 과거와는 달리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공급하게 되는데, 신문 기사 등에서 종종 보이는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 Fed는 달러화를 찍을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 이렇게 Fed는 미국 기준금리나 전체적인 미국 경제의 통화량을 조절하는데요, 45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위원회를 개최합니다. 거기에서 그 유명한 Fed의 의장인 제롬 파월부터 시작해서 부의장과 각 지역 총재들이 모여서 미국의 금리 등 통화정책을 결정하죠. 그 회의를 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연방공개시장위원회)라고 합니다. 45일에 한 번씩 개최하니까 FOMC는 1년에 8회 있겠죠.
  • 경제 전체 관점에서 봤을 때 적은 돈의 수요보다는 큰돈을 빌리려는 거대한 수요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쉽게 말해서 수천만 원, 수억 원을 빌리는 작은 대출 수요자보다는 수십억 원, 수백억 원, 수천억 원을 빌리는 기업의 대출이 보다 핵심적인 요소라는 것이죠.
  • 기업이 투자를 늘리려고 합니다. 그럼 당연히 큰돈이 필요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대출을 많이 받게 되겠죠. 즉, 투자가 늘어나면 큰돈을 대출 받으려는 수요가 늘어나게 되고, 이는 돈의 값인 금리의 상승 요인이 될 겁니다. 그래서 돈의 수요는 기업 대출, 그리고 이것과 연계된 기업 투자에 주목해야 합니다.
  • Fed가 돈의 공급을 늘리는데 한국은행은 돈의 공급을 줄인다면 어떻게 될까요? 달러 공급은 늘어나는데 우너화 공급은 줄어듭니다. 그럼 달러가 넘치고 원화가 부족하니 달러는 원화 대비 약세를 보이겠죠.
  • 특정 국가의 성장이 강하고 금리가 높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해당 국가 통화의 강세를 의미합니다.
  • 2008년 9월 미국의 4대 투자은행이었던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본격적인 금융위기가 펼쳐지게 되었습니다.
  • 미국 주식시장 기준으로 2007년 10월 말 고점부터 2009년 3월 10일 저점까지 약 1년 5개월 동안 하락했답니다.
  • 만약 미국의 고용이 약하면? 네, 미국의 소비 역시 둔화될 것이고 이는 이머징 국가들의 제조업 역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합리적 추측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래서 전 세계 투자자들이 미국 고용 지표에 주목을 하고 있는 것이죠.
  • 중국의 부채가 거대한 리스크임에도 표면화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상황을 가리켜 ‘회색 코뿔소(Gray Rhino)’라고 표현합니다.
  • 코로나19 사태는 팬데믹이라는 블랙스완이 거대한 부채라는 회색 코뿔소가 있는 상황에서 닥쳐온 사건입니다.
  • 블랙스완이 날아다니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거대한 부채를 상징하는 회색 코뿔소만큼은 억제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었겠죠. 그게 바로 Fed의 대응이었습니다.
  • 이때 Fed가 최종 대부자로, 그리고 든든한 구원투수로 등판합니다. 그러면서 장기국채를 무제한으로 사들이는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합니다.
  • 통화 스와프는 Fed가 300억 달러를 찍을 때 이걸 미국 초단기 국채를 담보로 해서 찍는 게 아니라 특별히 한국 원화를 담보로해서 찍겠다고 말하는 겁니다.
  •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도대체 양적완화는 무엇인가요?”입니다.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막막하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요, 그 이유는 어디서부터 설명을 드려야 할지 감을 잡기 어려워서입니다.
  • 양적완화 그 자체를 말한다면 ‘중앙은행이 장기국채를 사들이는 프로그램이다’라고 하면 되죠.
  • 한국은행이 말하는 기준금리는 정책적으로 한국은행이 유지하려고 하는 금리의 가이드라인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합니다.
  • 1970년대 초반까지 전 세계는 금본위제(Gold Stanard)를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각 국가가 보유하고 있느 금만큼만 화폐를 발행하는 제도였죠. 그런데 금본위제는 1971년 8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고, 지금은 화폐를 발행할 때 새로운 담보를 제시하고 있죠. 그 담보가 바로 국채입니다.
  • 혹시 여러분은 대출을 받거나 투자를 할 때 7일짜리 초단기 상품을 이용한 적이 있나요?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시중은행과 같은 전문 대형 금융기관이 아니면 이렇게 초단기로 자금을 빌리고 받지 않습니다. 대부분 최소 1년 이상으로 자금을 빌리고 받곤 하죠. 실제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는 금리는 초단기금리가 아니라 1년 이상의 장기금리가 되는 겁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아무리 낮추어도 실물경기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는 장기금리를 낮추도록 유도하지 못하면 실물경기 부양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겠죠.
  • 그런데 이제는 Fed가, 그리고 중앙은행들이 과거에 하지 않았던 행동을 하는 겁니다. 네, 장기채권을 사들이면서 장기금리 시장에 직접 돈을 공급하고 있는 거죠. 장기금리 시장에 돈의 공급이 늘어나게 되면 돈의 값인 금리가 내려가겠죠. 덕분에 장기금리가 큰 폭으로 내려가게 되고, 이는 실물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장기국채를 사들이면서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정책을 ‘양적완화’라고 말합니다.
  •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만으로는 효과가 제한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장기국채를 사면서 장기금리를 낮추는 이례적인 방법을 도입한 것이 2008년 금융위기 때였습니다.
  • 여기서 한 스텝만 더 나가겠습니다. 지금까지 초단기국채만 사들이던 Fed가 장기국채를 사들였다고 말했죠. 이제는 더 나아가 회사채를 사들일 수도 있죠. 예를 들어 애플 회사채를 담보로 해서 돈을 찍는 겁니다. 혹은 구글이나 포드의 회사채를 담보로 돈을 찍어주는 겁니다. 이런 정책을 ‘질적완화(Qualitative Easing)’라고 합니다.
  • 이번 챕터에서는 양적완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을 해봤습니다. 핵심은 중앙은행이 과거에는 하지 않았던 행위, 즉 장기국채를 매입하는 정책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 그럼 왜 Fed는 이렇게 더 강한 정책을 쓸 수밖에 없었을까요?
  • 부채가 과거보다 훨씬 더 많아졌기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거겠죠. 증세가 더욱더 깊어졌으니 기존의 약 처방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겁니다. 약물에 내성이 생기는 것처럼 기존의 정책으로는 이전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이죠. 그러니 과거에는 보지 못했던 보다 강한 약을 쓰게 되는 겁니다. 보다 강한 약을 쓰는 만큼 부작용도 심하지 않을까요? 양적완화, 질적완화 등의 새로운 정책이 나오면서 수많은 정문가들은 자산 가격 상승이나 화폐가치의 과도한 타락과 같은 부작용을 경고하고 있죠.
  • ‘마이너스 금리’라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거래, 즉 시중은행과 일반 대중의 거래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일부 유럽의 작은 국가들을 제외하면 그 영역에선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단지 ‘중앙은행과 시중은행의 거래’에서만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된다고 보면 됩니다.
  • 유럽이나 일본의 금융기관들은 상당히 많은 자금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출해주기는 싫고 중앙은행 계좌에 돈을 넣으면 마이너스 금리 패널티를 맞으니 무언가 안전한 투자 대상을 찾아야 할 겁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유럽과 일본의 장기국채죠. 왜냐고요? 양적완화를 통해서 계속해서 중앙은행이 사줄 거니까요.
  • Fed를 비롯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금융위기를 통해서 한 가지 사실을 확실히 배우게 됩니다. 쓰러지기 전에 경제를 회복시키는 것이 확실히 배우게 됩니다. 쓰러지기 전에 경제를 회복시키는 것이 이미 쓰러져서 기절해버린 경제를 다시 끌어올리는 것보다 훨씬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을요. 말이 길어서 좀 복잡한데요, 직관적으로 ‘죽은 사람을 살리는 것보다 죽기 직전의 사람을 살리는 것이 훨씬 쉽다’정도로 이해를 하면 됩니다.
  • 주가가 하락하면 저가에 사들이자는 뜻의 영어 “Buy the dip(밀리면 사라)”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문장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개인투자자들 사이에 널리 유행하는 표현입니다.
  • 주식시장은 뜨거운데 실물경제는 어둡습니다. 회복의 양극화, 즉 K-recovery의 상황하에서 과거와 같이 근로소득을 통해, 혹은 이자소득을 통해 저축을 쌓아가는 것은 이제 기대난망입니다. 대안이 없기에 주식 투자에 더욱 더 관심을 많이 가질 수밖에 없게 되는 상황이 펼쳐지게 되죠.
  • 중앙은행은 돈을 빌려줄 수만 있습니다. 그렇기에 신용도가 높은 대상에게 돈을 빌려줘야 하고, 그래서 국채만 사들일 수 있는 거죠. 국채를 사들이면서 그들에게 현금을 주입합니다. 이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됩니다. 그럼 시중은행으로 현금이 많이 흘러 들어가게 되고, 시중은행들은 이 돈을 실물경제에 뿌리게 되겠죠.
  • 중앙은행은 돈을 빌려줄 수 있습니다. 돌려받아야 하니 당연히 높은 신용을 가진 경제 주체에게 돈을 빌려줘야 하고, 그래서 중앙은행은 국채 매입(국가에 돈 빌려주기)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리고 국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은 중앙은행에 국채를 팔면서 현금을 잔뜩 확보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확보한 현금은 언택트 대기업을 향하게 되죠. 빌려주는 것이니 당연히 떼일 위험이 없는 곳으로 대출을 주게 되는 겁니다. 그럼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지원이 절실한 실물경제로는 자금이 흘러 들어가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죠. 이게 통화정책의 한계입니다. 돈을 빌려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 좀비기업이 생존해서 계속해서 제품 생산을 하게 되면 제품의 과잉 공급 현상이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과잉 공급이 이어지게 되면 제품 가격이 게속해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되죠. 디플레이션 현상이 이어지면 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사람들은 소비를 늘리지 않게 됩니다.
  • 네, 금리가 낮아지면 그만큼 대출을 크게 늘리게 됩니다. 즉, 자금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거죠. 그래서 대출이 워낙 크게 늘어나게 되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겁니다.
  • 저금리가 장기화되면 그만큼 가계는 겁 없이 부채를 늘리게 될 것이고, 이는 가계 부채의 급증과 함께 가계의 실질적인 이자 부담을 늘리는 악재로 작용하게 될 겁니다. 금리를 낮췄더니 부채의 총량이 급증하면서 오히려 이자 부담이 늘어나게 되는 거죠. 하나 더 첨언하면 이 과정에서 영끌이 늘어나면서 주택 가격을 비롯한 각종 투자자산 가격의 급등이 나타나게 되고, 이는 빈부격차를 크게 늘리는 부작용뿐 아니라 자산시장 버블에 대한 우려를 키울 수도 있습니다.
  • 만약 이런 형태의 자본 유출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자본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겠죠. 미국 수준의, 즉 5퍼센트 수준가지 금리를 올려야 미국의 높은 금리를 먹기 위해 도망치는 외국인 자본을 잡아둘 수 있게 되는 겁니다.
  • 경기를 살려보겠다고 양적완화를 해서 돈을 뿌렸더니 수입 물가가 오르고, 빚 부담이 커지고, 외국인이 빠져나가면서 돈이 모자라게 되는 겁니다. 가은데 이야기를 빼고 앞뒤만 연결하면 돈을 뿌렸는데 돈이 모자라는 일이 생긴 꼴이죠. 네, 양적완화를 함부로 진행했을 때에는 오히려 생각하지도 못한 부작용에 큰 충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 한국은 아직 기준금리를 맞추는 데 집중하고 있죠. 국고채 단순 매입은 실제로 한국은행이 장기국채를 사들이는 프로그램입니다. 다만 국채를 사들이고 보니 돈이 많이 풀려서 기준금리 밑으로 금리가 내려가는 것처럼 보이면 바로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는 정책을 통해 기준금리 수준으로 다시금 금리를 밀어 올리려고 하죠. 기준금리에 집중을 하는 이상, 아직 한국은 미구고가 같은 양적완화를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인플레이션 중에도 건강하지 않은 인플레이션이 있는데 1970년대 석유파동 사례, 그리고 자국 통화가치 급락으로 인한 수입 물가의 상승이 만들어낸 터키의 인플레이션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 네, 대출이 많은 상태에서 자산이나 제품의 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부채가 훨씬 더 부담스럽게, 그리고 절망적으로 느껴지겠죠. 사람들은 부채의 부담이 워낙 크니 소비를 최대한 줄이려고 할 겁니다. 그럼 내수 경기가 침체일로를 겪게 되면서 기업 마진이 크게 줄어들게 될 겁니다. 기업 마진이 줄면 고용이 위축되고 이는 개인 소득의 감소로 이어지게 되죠. 개인 소득 감소는 소비의 감소로 이어지고, 또 기업 마진 감소로, 고용 축소로, 개인 소득 감소로, 다시 소비의 감소로 연결됩니다. 이른바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이 나타나게 되는 겁니다.
  • 원유를 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요? 네, 달러가 필요합니다.
  • 중국 위안화도 국제화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데요, 그 노력의 일환으로 원유 결제를 달러 대신 위안화로 하는 이른바 ‘페트로위안(Petro-Yuan)’에 시동을 걸고 있죠.
  • 2012년도 하반기부터 아베노믹스(Abenomics)의 시작을 알리면서 무제한 양적완화를 시작하죠. 무제한 양적완화라는 어려운 단어를 보지 말고 그냥 무제한으로 엔화를 공급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언제까지 공급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일본 엔화를 공급하는 일본 중앙은행은 이렇게 말하죠. “일본의 물가가 2퍼센트로 올라오는 그날까지 양적완화를 이어가겠다.”
  • 중앙은행의 대표격인 미국의 Fed는 이렇게 이야기했죠. “적절한 수준은 연 2퍼센트 수준의 물가 상승이다”라고요. 적절한 물가 상승 수준이라는 말보다는 2퍼센트라는 숫자를 언급해주는 것이 훨씬 시장하고 소통하기에 좋죠.
  • Fed는 과거에는 이른바 인플레이션 파이터였죠. 물가가 오르면 선제적으로 잡고자 노력했습니다. 선제적인 대응이기에 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언제 어떻게 등장해서 물가 상승의 뒤통수를 후려칠지 알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랬던 Fed를 기억하기에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만들어내기 힘들었죠. 그래서 Fed는 금융위기 이후 이렇게 한 걸음 후퇴합니다. 우선 적절한 물가 상승 레벨은 2퍼센트 물가 상승이라고 알려주었고, 혹여나 금리 인상을 한다면 한참 전에 직접 알려주겠다고 말한 거죠. 미리 알람을 주겠다, 혹은 미리 가이던스를 주겠다고 한 이런 Fed의 정책을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라고 합니다.
  • 과거의 Fed는 물가가 적정 물가(2퍼센트) 대비 더 오른 것에만 호들갑을 떨었다면, 이제는 적정 물가 대비 너무 부진한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호들갑을 떨면서 물가를 올리기 위해 경기부양에 나서겠다고 말한 겁니다.
  • ‘평균물가목표제가 무엇이다’라는 것보다는 그 의의가 더 중요합니다. 이제 Fed는 물가가 오르지 못했던 것만큼 물가가 치솟는 것도 용인하겠다고 하는 겁니다. 물가 상승률이 워낙 부진하고, 인플레이션이 지독히도 찾아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Fed는 2퍼센트의 물가 상승 목표를 평균 개념으로 바꾸면서까지, 그리고 상당 수준 물가가 2퍼센트 위로 올라오더라도 이를 감내하면서까지 물가 상승을 유도하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 우선 ‘아마존 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아마존 효과는 거대한 인터넷 플랫폼의 부상을 의미합니다.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들은 너무나 쉽게 여러 회사의 제품들의 가격을 비교할 수 있게 되었죠.
  •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아예 전 세계 경제가 멈출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원유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에 국제유가가 급전직하하게 됩니다. 너무나 빠른 유가 하락세에 산유국들은 위기 의식을 느끼면서 한두 국가가 감산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감산을 하는 이른바 ‘감산 공조’에 들어가게 되죠. 나 혼자만 감산을 하면 다른 산유국에게 내 원유 판매 시장을 빼앗기게 되지만 함께 감산을 약속하고 함께 공급을 줄이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국제유가 급락을 막았죠. 네, 서로 친해서가 아니라 공멸을 막기 위해 공조를 했던 겁니다.
  • 엔화가 강세이다 보니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잖아요? 경쟁이 매우 치열해진 거죠. 기업들은 이런 돈을 어디에 투자할까 고심하고 있는데 이런 이야기가 들려오죠. 부동산 가격이 들썩거리고 있다고요. 네, 일본 기업들까지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게 됩니다. 부동산을 너도나도 사려 하니 부동산 가격이 더 올랐겠죠. 수출 제조업 활동을 통해 버는 돈보다 부동산을 사서 발생하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이익이 훨씬 크다면 기업들은 당연히 부동산 투자를 선호하게 됩니다. 물론 뒤의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부동산 버블로 이어졌죠.
  • 길게 말씀드렸지만 직관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빚내서 소비를 하는 게 좋은가, 아니면 제품을 만들어서 물건을 팔아 돈을 버는 게 좋은가의 문제입니다. 당연히 후자를 선택하겠죠. 그럼 이제 답은 나왔습니다. 수출을 늘리는 게 답이죠.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나의 국가만 하는 게 아니라 모든 국가가 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럼 당연히 경쟁이 발생하게 되겠죠. 수출 경쟁을 합니다. 다른 나라보다 물건을 많이 팔려면 제품 경쟁력이 높으면 되겠죠. 다른 나라에서 절대 생산할 수 없는 제품이 필요합니다. 그럼 경쟁이 붙더라도 내 나라만의 독특한 기술이 있으니 수출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압도적인 기술의 보유라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죠. 대부분의 기술이 비슷하다면 결국 가격을 더 낮춰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답일 겁니다. 제품 가격을 낮추기 가장 좋은 방법은 자국 통화가치를 최대한 낮추어서 다른 국가 대비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여주는 거겠죠.
  • 수출에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국 통화의 가치를 경쟁적으로 낮추는(절하시키는) 국가 간의 경쟁을 ‘환율전쟁’이라고 합니다.
  • 환율전쟁은 글로벌 수요를 둔화시키는 요인입니다. 근본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크게 억제하는 핵심 키워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고압경제는 실물경제를 뜨겁게 만들어서 경제 주체들의 수요를 폭발시키려는 정책입니다.
  • 주식을 볼 때 매우매우 중요한 요소는 ‘성장’과 ‘금리’입니다.
  • 성장이라고 다 같은 성장이 아닙니다. 성장도 미국의 성장과 이머징 국가들을 비롯한 미국 외(Non-US) 국가들의 성장으로 나누어볼 수 있겠죠.
  • 포트폴리오는요,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생각하지도 못한 변화가 다가왔을 때 이에 대비하기 위해 여러 자산을 분산해서 담아두는 겁니다. 그렇지만 아무 자산이나 마구 담기보다는 이제껏 설명한 것처럼 거시경제의 중요한 팩터를 반영한 시나리오들을 정리하고, 나름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를 생각하면서 비중을 조절하는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 효과적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