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도구 시대다. 유한한 자원인 시간을 극복하려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현실화 됐다. 우리는 협업 도구를 잘 활용해야 하고 때문에 잘 알아야 한다. 그런데 협업 도구는 우리를 얼마나 도울 수 있을까?
아는 만큼 활용할 수 있는 협업 도구. <오세용의 협업 도구 이야기> 시리즈에서 다양한 협업 도구 이야기를 전달한다.이 글은 한국 먼데이닷컴 블로그에 기고한 글입니다.
(링크) [오세용의 협업 도구 이야기 #1] 협업 도구는 어디까지 왔는가
대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협업 도구라 한다면 우리나라에서 협업 도구를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반대로 카카오톡을 협업 도구라 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에서 협업 도구를 사용해 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런데 카카오톡이 협업 도구가 아니라면 협업 도구의 기준은 무엇일까?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지난 10년 동안 다양한 협업 도구를 사용했다. 10년 전에는 에버노트만 사용해도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라 불렸는데 이제는 노션, 슬랙, 먼데이닷컴 등 협업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게 이상한 시대가 됐다.
협업 도구가 다양해지니 이제는 협업 도구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일이 돼 버렸다. 불편함은 또 다른 아이디어를 낳는 법. 이제는 협업 도구를 위한 협업 도구까지 나오는 시대가 됐다. 그야말로 협업 도구 시대다.
그런데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말하는 협업 도구는 시장에서 얼마나 사용되고 있을까? 카카오톡이 협업 도구에 속하지 않는다면 어떤 도구를 협업 도구라 하는 걸까?
이 글에서는 협업 도구, 그중에서도 생산성 관리 소프트웨어 시장의 국내외 현황과 관리자가 이해해야 할 협업에 관해 알아본다.
글로벌 협업 도구 시장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생산성 관리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2021년 473억 3천만 달러(62조 8069억 원)로 2022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13.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장의 주요 기업으로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슬랙 ▲먼데이닷컴 ▲어도비 등으로 한 번쯤 들어본 굵직한 기업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수요와 공급을 이해해야 한다. 수요가 없는 곳에 올인하는 건 굉장한 리스크가 있다. 스스로가 여유가 있다면 몰라도 10년 넘게 타지에서 홀로서기를 해온 나는 종종 내가 사용하는 기술이 얼마나 수요가 있는지 확인하곤 했다.
마찬가지로 정말 시장에서 협업 도구를 사용하는지 확인하는 빠른 방법이 있다. 채용 공고를 확인하는 것이다.
온라인 취업사이트 인디드에 ‘monday.com project manager’를 검색해 보자. 락스타 게임즈의 프로젝트 매니저 채용공고가 검색된다. 그리고 자격 요건(QUALIFICATIONS) 영역에 ‘먼데이닷컴 또는 유사한 프로젝트 관리 소프트웨어 경험’을 적었다. 이 채용공고로 락스타 게임즈는 먼데이닷컴으로 프로젝트를 관리하며, 이 경험을 자격 요건으로 프로젝트 매니저를 채용 중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재밌는 것은 아래 추가 요건으로 PMP 자격증(PMP certification)을 적어둔 것이다. PMP 자격증은 프로젝트 관리 능력을 공인하는 국제 자격증이다. PMP 자격증이 추가 요건인 반면, 협업 도구인 먼데이닷컴은 자격 요건인 것을 보면 당장 실무에서 필요로 하는 게 어떤 능력인지 상상해 볼 수 있다.
물론 1개 채용공고 만으로 모든 시장을 판단하자는 건 아니다. 하지만 스타트업 개발 부서장으로서 개발자 수십 명을 채용해 본 경험을 떠올려 보면 기업은 채용공고를 결코 가벼이 작성하지 않는다. 이 공고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한 기업에서는 협업 도구 사용 능력을 자격 요건으로 생각한다는 것. 어쩌면 협업 도구가 국제 자격증보다 실무적으로 더 주요하다는 것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한국 협업 도구 시장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와닿지 않는 시장 규모와 연평균성장률보다는 실제 채용공고를 보는 게 합리적인 판단이 될 것 같다. 바로 채용공고부터 보자.
스타트업 뮤직카우에서는 ‘전사 협업툴 운영 담당자’를 채용 중이다. 채용공고 자격요건 중에는 아틀라시안 지라를 활용한 ITSM 프로세스를 설계한 사람을 적어뒀다.
ITSM(IT Service Management)은 고객에게 제공하는 정보기술(IT) 서비스들을 계획, 설계, 전달, 운영하기 위해 단체에 의해 수행되는 활동 전반(정책에 의해 감독, 프로세스를 통해 조직 및 구성, 절차 지원)을 가리킨다.
– 위키백과
아틀라시안에서는 ITSM을 위한 지라 서비스 매니지먼트라는 솔루션을 판매한다. 이 서비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틀라시안이 제공하는 지라 ITSM 템플릿을 보면 쉽다.
주로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일한 사람이라면 월급 명세서부터 휴가 결재, 자사 복지몰 등 다양한 서비스를 IT 환경에서 확인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월급 명세서를 종이로 받아보고, 휴가 결재 시 상사를 찾아가 직접 사인을 받아야 하는 회사가 많다. ITSM 서비스는 쉽게 이런 과정들을 소프트웨어로 바꾸는 것이다.
이번에는 좀 더 유명한 기업의 채용공고를 확인해 보자.
카카오페이는 업무협업툴 운영담당자를 채용 중이다. 놀랍게도 업무 내용의 첫 줄이 슬랙 앱 관련 사용자 문의 및 요청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대부분 스타트업은 많아야 수십 명 내외의 인원으로 슬랙 등 메신저 서비스를 이용한다. 또한 각 채널은 10명 내외로 모두 얼굴을 알고 바로 옆자리에 앉은 동료들과 협업한다. 굳이 메신저 프로필을 정면 사진으로 하지 않아도 이름만 봐도 누군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협업 환경이 그렇진 않다. 얼마 전 직원이 수백명 있는 유명 스타트업의 슬랙을 봤는데, 슬랙 이름 뒤에 소속과 포지션을 적어놨더라. 이유를 물었더니 동명이인도 있고 사람이 너무 많아 말 한마디 안 해본 사람들도 많다며 이렇게 해야 어느 팀에서 요청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참여한 채널도 수십 개에 달해 대부분 채널에 안 읽은 메시지가 쌓여있었다.
카카오페이 채용공고를 보면 ‘업무 자동화, 효율화를 위한 슬랙 봇이 적절한 권한을 가지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돼 있다. 조직 규모에 따라 정보의 범위를 제한해야 할 수 있다. 고객 개인정보나 각 고객사 계약금액 또는 내부 임직원 급여 정보 등은 수평적인 조직문화라 해도 제한되는 게 맞다.
직원 수백 명만 돼도 정신이 없는데 카카오페이는 직원이 무려 1천 명이 넘는다. 협업 도구를 관리하는 직원의 필요성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이처럼 한국 협업 도구 시장도 조직을 운영하는데 있어 없어선 안 될 서비스로 자리잡고 있다.
협업 도구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관리자와 경영자는 협업 도구의 도입에 더 신중함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 번 도입되면 바꾸기가 정말 어려운 락인(Lock-in)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당장 카카오페이만 하더라도 슬랙을 바꾸려면 1천 명에 달하는 임직원이 나눈 업무 대화를 모두 옮길 수 없다면 다른 메신저로 바꾸기란 정말 어렵다. 때문에 조직을 운영하는 관리자나 경영자라면 협업 도구를 잘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협업 도구를 이해한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우선 그 전에 협업 그 자체를 나눠보자.
협업이란 무엇인가
개발 팀장으로 일하며 대표에게 미션을 받았다. 현재 조직이 약 30명인데, 200명까지 문제없을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개발 팀장으로서 조직 절반에 해당하는 개발자의 목소리를 냈고 경영지원, 기획, 마케팅 등 다양한 팀의 책임자들이 모여 협업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때 내가 가장 공들인 부분은 협업을 동기와 비동기로 나누는 것이었다.
동기와 비동기는 기술 용어로 일상 대화에서 사용되는 단어는 아니다. 전사적으로 봤을 때 기술자는 고작 절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기술 용어를 외친다고 상대를 이해시킬 수 있는 건 아니다. 때문에 기술 용어가 아닌 단어가 필요했다. 완벽히 대칭되는 단어는 아니지만 나는 동기와 비동기 대신 ‘실시간과 비실시간’이란 단어를 선택했다.
실시간 협업은 메신저 채팅을 의미한다. 앞서 언급한 카카오톡이나 슬랙, 디스코드 등을 의미한다. 실시간 협업은 주로 고객과 맞닿은 포지션에서 고객에게 바로 답변을 주기 위해 요구한다. 영업이나 고객지원 포지션이 여기에 해당한다.
고객의 요구를 처리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이들의 주장은 늘 옳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제품 포지션 역시 제품의 질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결코 고객을 등한시한다고 볼 수 없다. 결국 고객이 원하는 건 제품이기 때문이다.
고객을 대변하는 고객 포지션과 제품을 대변하는 제품 포지션은 어쩌면 대립할 수 밖에 없는 관계일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전체 사업 관점에서 보면 이 두 포지션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둘 사이 균형이 깨진다면 조직은 어느 순간 와르르 무너질 것이다. 고객 포지션과 제품 포지션의 대립은 때론 조직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결국 서로 다른 형태로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노력이 한 방향을 향했을 때는 상당한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고객이 제품에 불만을 갖는다는 건 제품이 분명 개선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제품 포지션이 제품 개발에 집중할 수 없다면 제품을 어떻게 개선할까? 이는 닭이냐 달걀이냐의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제품의 질을 올리는 분명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고객의 의견을 전달하는 고객 포지션과 제품의 질을 올려 고객의 불만을 줄이려는 제품 포지션을 보면 이중 일을 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관리자 입장에서 이는 상당히 괴로운 상황이다. 분명 모두가 열심히 일을 했는데 직원은 물론 고객까지 모두가 불만인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심지어 관리자인 본인도 이 상황이 불만족스럽다.
나는 이 상황을 비실시간 즉, 비동기로서 풀고자 시스템을 설계했다.
이 시스템 내에서는 ▲고객 ▲고객 포지션 ▲제품 포지션 등 3가지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했다. 먼저 고객이 반복해서 요구하는 어떤 업무를 정하고 이를 우선 개선하고자 분석했다.
첫째,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다. 고객이 값을 지불해야만 사업이 성립할 수 있다. 때문에 고객에게 회사가 운영되는 시간에만 문의를 하라는 건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때문에 고객은 언제나 원하는 의견을 회사에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고객의 의견을 1차로 받는 고객 포지션에서는 고객에게 의견을 전달받았고 해결 가능한 예상 일자를 전달한다. 고객이 원하는 건 문제 해결을 언제까지 해줄 수 있는지다. 때문에 고객을 만나는 포지션에서는 고객에게 문제 해결이 언제까지 가능한지 말할 수 있으면 피로도가 대폭 줄어든다.
셋째,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 포지션에서는 업무의 평균적인 해결 시간을 계산해서 적절한 수준의 시간을 확보해 둔다. 그리고 이 시간을 고객 포지션에 전달하고 해당 업무가 들어오면 늘 정해진 시간에 업무를 수행하면 된다.
나는 제품 포지션 입장에서 반복적인 업무 소요 시간 평균을 이틀로 계산했고, 고객 포지션에게 ‘늘 다음 주 수요일에 전달하는 것’으로 해달라고 했다. 이렇게 되면 고객은 언제든 고객 포지션에 업무를 요청하고, 고객 포지션은 어떤 계산도 필요 없이 늘 ‘다음 주 수요일 전달’을 말하면 된다. 제품 포지션은 늘 월요일, 화요일에 업무를 수행하고 수요일에 제품을 전달하면 된다. 나머지 업무 시간은 다른 업무를 하면 된다.
이 방법으로 고객은 업무 완료일을 늘 ‘다음 주 수요일’로 들을 수 있었고, 고객 포지션은 늘 ‘다음 주 수요일’로 답변할 말이 생겼다. 제품 포지션은 이 과정에서 늘 실시간으로 답변하지 않아도 되니 제품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고객 포지션과 제품 포지션 사이 비실시간 즉, 비동기 업무가 구현된 것이다.
비동기 업무를 위해서 거창한 협업 도구가 필요한 건 아니다. 당시 이 업무는 엑셀 시트로 구현했고 담당자들의 피로도를 확연히 낮출 수 있었다. 이처럼 협업이란 서로가 조금씩 바꾸고 양보하며 모두가 원하는 그림을 만드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협업 도구는 이 그림을 보다 쉽게 그릴 수 있는 도구쯤 아닐까.
마무리
글로벌 협업 도구 시장과 실제 채용공고를 보며 정말 시장에서 협업 도구를 사용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이어서 국내 채용공고를 보며 이제는 협업 도구 사용 능력 자체도 주요한 능력치임을 확인했다. 협업 도구는 분명 현시대에 필요한 능력치 중 하나다.
하지만 협업에 관한 이해도가 없다면 협업 도구를 도입한다고 해서 협업 자체가 개선되기 어렵다. 몇몇 기능은 도입만으로 편해질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협업 시스템이 단단하지 않으면 협업 도구는 그저 낭비에 불과하다.
아, 인트로에서 말했던 ‘카카오톡이 협업 도구인가?’라는 물음에 관한 답을 하자면 카카오톡도 협업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협업 도구는 대단한 게 아니다. 협업을 할 수 있는 도구라면 협업 도구다. 유자랩스를 창업하고 계약한 세무사는 나와 카카오톡으로 업무를 하는데, 세무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용자 입장에서 카카오톡은 협업 도구로 굉장히 편하다. 근로자일 때 카카오톡으로 업무를 지시하는 사람이 그렇게 미웠는데, 사용자가 되니 마음이 바뀌는 걸 보면 사람이 참 간사하다. 물론 카카오톡이 좋은 협업 도구냐는 질문에는 노코멘트 하겠다.
분명한 것은 협업 도구보다 ‘협업’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협업 시스템만 잘 갖춰져있다면 카카오톡도 충분히 괜찮은 협업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오세용의 협업 도구 이야기>에서 근본적인 협업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유용한 정보로 찾아뵙겠다.
이 글은 한국 먼데이닷컴 블로그에 기고한 글입니다.
(링크) [오세용의 협업 도구 이야기 #1] 협업 도구는 어디까지 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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