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읽게 된 동기 ]


 
이 책을 언제 구입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이 책을 구입한 후 여러 사람들에게 이 책을 꼭 읽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굉장히 오랜 기간이 걸렸지만… 어쨌든 읽었다.
 

[ 한줄평 ]


 
꼭 한 권에 담아야 했을까? 싶은, 방대한 지식을 불친절하게 압축한 책.
 

[ 서평 ]


 
이 책을 언제부터 읽기 시작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니, 언제 구입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책 표지를 보니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입한 것 같은데, 신림점이라면… 적어도 올해 구입한 책은 아니다.
저자 스티븐존슨은 이 주제를 가지고 TED 강의를 하기도 했고, 저자의 Where Good ideas come from 은 Youtube 에서 꽤나 유명한 영상이기도 하다. 무려 450만회 Veiw 를 기록했다.
 
특히 내가 발을 담고 있는 스타트업 세계에서는 이 영상을 초기 스타트업들이 꼭 봐야 할 영상으로 꼽고 있다. 프라이머 엔턴십 온라인 과정에 참여하면서 보게 되었고,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여러 지인들에게도 이 영상과 책을 추천받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때문일까? 저자는 분명 ‘탁월한’ 이란 수식어를 붙일 정도로 많은 연구를 했던 것 같지만, ‘탁월하게’ 책 한권으로 녹여내지는 못한 것 같다. 책을 다 읽은 뒤에 큰 울림이 없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아이디어를 만드는 7가지 방법? 너무 어려운 설명>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이란 책이 있고, 온라인에서 굉장히 유행하는 “XX 하는 X 가지 방법” 식의 리스티클 등이 있다. 분명 X 가지로 해당 주제를 풀어내는 것은 독자로 하여금 구미를 당기게 하는 매력이 있다.
저자 스티브존슨은 7가지 방법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접가능성, 유동적 네트워크, 느린 예감, 뜻밖의 발견, 실수, 굴절적응, 플랫폼

 
일단, 첫번째로 저 7가지 단어에 의문이 든다. 저자가 목표로 한 독자층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나는 저 단어들이 편치 않았다. 뜻밖의 발견, 실수 등은 단어를 통해 내용이 유추가 되지만, 굴절적응, 유동적 네트워크 등은 내용이 가늠되지 않는다. 저자는 본문 내에서도 계속해서 7가지에 대한 이야기를 인용하는데, 그때마다 책 앞을 들춰보아야만 했다.
이런류의 느낌을 받을 때면 “번역” 이 잘못 되었기 때문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진정한 대가는 어려운 것을 쉽게 풀어내는 능력을 보유해야만 한다. 분명 좋은 내용들이 담겨있지만, 쉬운 책이라고는 할 수 없다.
 
또한, [종의 기원] 을 쓴 찰스 다윈의 인용구가 많이 나오는데, 종의 기원을 읽지 않은 나로써는 결코 이해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아마 내가 올해 읽으며 굉장히 애먹은 [서평] 마키아벨리 군주론 ★★★☆☆ 보다 더 어려운 책이 아니었나 싶다.
 

<느린 예감>

 
그럼에도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는 깊은 공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느린 예감] 이라는 주제였다.
 

프로이트는 오스트리아 빈의 베어르크가세 19번지에 있던 자신의 집이자 집무실에서 수요일 밤마다 모임을 열었는데, 이 수요모임에는 내과의사들, 철학자들, 과학자들이 모여 정신분석이라는 새로운 학문의 형성에 도움을 주었다.

 
나는 6년째 운영하는 커뮤니티가 있는데, [따뜻한 커뮤니티 STEW] 이다. 커뮤니티 STEW 는 “창업” 을 주제로 시작해, 다양한 분야의 친구들이 합류하여 지금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마치, 저자가 여러번 언급한 “커피 하우스” 같은 모델이다.
커피 하우스는 다양한 지식인들이 모여 함께 토론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발전을 이뤄낸 곳인데, 여유가 없어진 오늘날에 구성되기는 정말 쉽지 않는 모델이다. STEW 는 이익관계로 형성되지 않았기에 서로의 아이디어를 나누고 시너지를 내는데 굉장히 훌륭한 곳이다.
 
나는 이 조직을 6년째 이끌며 수많은 아이디어를 기록해두었다. 때로는 조급하기도 했고, 생각처럼 움직여주지 않는 친구들 때문에 실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포기하지않고, 기다렸다.
3년 전 우연히 합류하게 된 친구들을 계기로 STEW 는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아이디어들을 모두 구현할 수 있었다. 연 5개의 공식모임과 세미나 동영상 촬영. 홈페이지 구축, 독서소모임 운영 등. 단지 아이디어였던 여러가지들이 구현을 위한 다양한 변수들이 채워지면서 실체화 되었다.
 

그 문제를 그저 마음 한구석에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느린 예감을 계속 지니고 있는 것은 땀을 흘리며 노력하는 문제라기보다는 기르고 배양하는 문제다. 예감에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해 계속 자라게 하고, 비옥한 땅에 심어서 뿌리가 자라 새로운 연결들을 만들어내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꽃을 피울 시간을 주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느린 예감” 이라고 한다.
 
 

<다르게 보기, 다양한 시도>

 
저자의 책은 “논문” 에 가깝다.
다행히 최근 다양한 분야의 리포트와 논문 등을 틈틈히 읽어둔 덕에 처음보는 깊이는 아니었지만, 분명 어떤 리포트들 보다는 더 깊이가 있다. 추측하건데, 저자는 이 책을 1회독으로 완벽 이해하리라 생각하진 않았으리라.
 
 
이 책은 독자가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친절히 쓰여진 책은 아니다. 다양한 배경지식이 있어야 하고, 저자의 말에 공감하기 위해서는 한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 (다양한 배경지식도, 한 분야에 대한 이해도 떨어졌기에 나는 이해하는데 굉장히 어려웠다.)
그럼에도 읽어볼만한 이유는 색다른 분야에 대한 접근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들은 어떻게 아이디어를 내는지, 찰스 다윈의 책까지 인용하며 분석해낸 사람은 저자 뿐이리라.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아이디어는 아무것도 아니다와 아이디어는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람들로 나눌 수도 있다. 그만큼 아이디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주제이고, 아이디어에 대한 또 다른 측면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분명 새롭다.
 

아무리 첨단 기술을 갖춘 선구적인 분자생물학 실험실이 있어도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가장 생산적인 수단은 사람들이 탁자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언제, 얼마나 인간의 뇌를 따라올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엔 사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존재하리라 생각한다. 더 나은 아이디어, 더 나은 비즈니스를 위한 내 여러가지 시도들이 언젠가 꽃을 피우리라 생각한다.
 
 

[ 인상 깊은 문구 ]


 

  • 과학자들과 동물애호가들은 생명체의 크기가 커지면 움직임이 느려진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관찰해왔다. 파리는 몇 시간 혹은 며칠밖에 살지 못한다. 그러나 코끼리는 반세기를 산다. 새와 작은 포유류의 심장은 기린과 흰긴수염고래의 심장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혈액을 내보낸다.
  • 모든 경제학 교재에는 라이벌 기업들 사이의 경쟁이 제품과 서비스의 혁신을 가져온다고 쓰여 있다. 그러나 롱줌의 관점에서 혁신을 바라보면 경쟁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좋은 아이디어의 역사에 그리 중심적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 일부 연구에 따르면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에 기증된 의료기기의 95%가 5년 이내에 고장이 난다.
  • 인접가능성에 대한 낯설고도 아름다운 진실은, 우리가 그 경계를 탐험할수록 경계가 커진다는 점이다.
  • 배비지가 1830년대에 생각해낸 선구적인 아이디어의 많은 부분은 2차 대전 즈음에 컴퓨터과학의 선구자들에 의해 재발견되어야 했다.
  • 그 결함은 바로 사람들이 스스로 최고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던 기원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 영감을 얻기까지의 복잡하고 골치 아팠던 과정을 잊고 정돈된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다.
  • 아무리 첨단 기술을 갖춘 선구적인 분자생물학 실험실이 있어도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가장 생산적인 수단은 사람들이 탁자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 그 문제를 그저 마음 한구석에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느린 예감을 계속 지니고 있는 것은 땀을 흘리며 노력하는 문제라기보다는 기르고 배양하는 문제다. 예감에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해 계속 자라게 하고, 비옥한 땅에 심어서 뿌리가 자라 새로운 연결들을 만들어내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꽃을 피울 시간을 주는 것이다.
  • 다윈이 정확히 언제 그 아이디어를 떠올렸는지를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운 것뿐이다. 그 아이디어는 순간적으로 떠오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파도처럼 연달아 의식 속으로 서서히 들어온 것이다.
  • 바그너는 숫자 실험을 행한 다음 ‘문제를 앞에 두고 잠을 자는 것’ 이 피험자가 숨겨진 법칙을 알아내는 능력을 2배 이상 높여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 그러나 과학자들은 다프니아가 그렇게 갑자기 유성생식을 채택하는 것은 일종의 생물학적 혁신 전략의 하나라고 믿는다. 힘든 시기에 생물은 그런 어려움을 이겨낼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 것이다.
  • 위대한 사람들은 덜 열정적인 사람들에 비해 실수를 많이 한다. 이것은 단지 통계적인 이야기만은 아니다. 선구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이 덜 ‘열성적인’ 사람들보다 더 생산적인 것은 아니다. 단지 아이디어를 더 많이 만들어낸다. 좋은 아이디어든 나쁜 아이디어든 구분하지 않는다. 양은 결국 질로 이어지는 것이다.
  • 좋은 아이디어는 일정량의 잡음과 실수를 포함하고 있는 환경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 구텐베르크의 천재성의 중요한 부분은 무에서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생각해낸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분야에서 성숙한 기술을 빌려와 문제를 해결했다는 데 있다.
  • 프로이트는 오스트리아 빈의 베어르크가세 19번지에 있던 자신의 집이자 집무실에서 수요일 밤마다 모임을 열었는데, 이 수요모임에는 내과의사들, 철학자들, 과학자들이 모여 정신분석이라는 새로운 학문의 형성에 도움을 주었다.
  • 먼저 API 를 만들고, 트위터 서비스에 아주 중요한 데이터를 모두 노출했다. 그러고나서 API 위에 Twitter.com 을 만들었다.
  • 자연적 원인으로 죽은 나무를 우연히 만나야 한다. 하지만 숲에 습지를 만들면서 비버는 끊임없이 나무를 넘어뜨리고 도가머리딱따구리는 비버가 많은 생태계에서 잘 살아간다.
  • 20세기 후반 50년간 캐리어의 멋진 아이디어 덕분에 에어컨이 널리 보급되면서 미국사회는 큰 변화를 가져왔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더운 지역이었던 미국의 선벨트와 조지아, 앨라배마,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주했다. 캐리어의 아이디어가 미국의 사회정치적 지도를 바꿔놓았다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
  • 자기보다 앞선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의 본질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