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마키아벨리 군주론 ★★★☆☆

[읽게 된 동기]


 

2016 STEW 독서모임 첫번째 선정도서, 마키아벨리 군주론. 인문, 철학 분야로 군주론을 택했다. 이런 류의 책은 단 한번도 읽어보지 않았다. 독서모임이 아니면 언제 읽어보랴!

 

[한 줄 평]


 

한 번 읽어서는 왜 명저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정치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서평]


 

나는 여섯명의 대통령의 정치 아래 살았고, 그 중 세 번의 대통령 투표에 참가했다. 국회의원 선거 또한 모두 참가했다. 나는 국민의 권리인 ‘참정권’ 을 늘 행사했다.

하지만 나는 단 한번도 어떤 사람에게 투표를 해야 한다고 교육받지 못했다. 종이쪼가리 한 장이 도대체 어떤 힘을 갖는지,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에 대해서 토론을 나눠 본 적도 없었다. 내가 교육 받은 것이라곤 고작 ‘투표는 꼭 해야 해!’ 정도였다.

 

사회에 나와 서울로 이사를 했더니 투표를 해야 할 사람이 더 늘어났다. 녹색당이니 뭐니 정치에 큰 관심이 없던 나로써는 정당이 이렇게나 많이 있는 줄도 몰랐고, 막내로써 매일 점심 식단 짜기도 벅찬데… 내게 투표는 어려운 것이었다.

그때 선배가 내게 말했다. ‘야, 그냥 너한테 가장 이익이 되는 공약을 내세운 사람을 뽑아’ 그랬다. 나에게 이득인 사람을 찾아 뽑았다. 4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 지방선거에서 누굴 뽑았는지, 그 정치인의 공약이 뭐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뽑은 사람도 기억이 안나는데, 그 사람이 뭘 하든 내가 관심이 있을까…?

 

<광개토대왕, 의자왕, 세종대왕, 흥선대원군>

 

저자는 마키아벨리 군주론 개정판을 내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책을 읽었다. (책 뒷부분에 참고 도서로 나온다.) 동양의 제자백가(춘추전국시대 여러학파, 공자, 맹자, 노자 등을 부르는 말) 를 전공한 저자는 은사를 위해 개정판을 내놓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서양과 동양이 결국은 같은 이치를 깨달았다 말한다.

나는 이과출신 공대생이다. 공자, 맹자도 잘 모르고, 플라톤, 소크라테스도 잘 모른다. ‘니 꼬라지를 알라’ 따위의 몇몇 명언들만 알고 있지… 내게 역사는 공부의 대상이 아니었다. 왜냐고? 시험에 안나오지 않는가? 대한민국 학생들이 시험에 안나오는걸 공부하고 앉아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등짝을 후려 쳐 맞는다. 고3 야자시간에 소설책을 보다가 걸려서 담임 선생님에게 혼났던게 아직도 기억난다. 그때 나를 쳐다보던 선생님의 눈빛은 지렁이를 보는 듯 했다. 아니… 게임을 한 것도 아니고, 자율학습 시간에 책 좀 보면 안되는가…?

 

군주. 만주벌판을 달렸던 광개토대왕. 삼천궁녀 의자왕. 한글 세종대왕. 쇄국정책 흥선대원군. 중학교때 배우는 것은 고작 이정도다. 여기서 좀 더 심화되면 이 왕들이 살았던 년도, 큰 사건들의 년도 따위가 시험문제에 나오겠지. 아,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좀 더 배운다고? 난… 이과생이라니까?

 

싸움에는 2가지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법으로 하는 것이고, 둘째는 힘으로 하는 것이다. 전자는 사람에게 합당하고, 후자는 짐승에게 부합한다. 전자만으로는 많은 경우에 불충분한 까닭에 후자를 끌어들여야 한다. 군주는 모름지기 상황에 따라 양자를 혼용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책을 한 번 읽어서는 정말 모르겠다. 책을 엄청나게 많이 읽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손에서 아예 놓고 살지는 않았는데… 오랜만에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를 사전에 찾아보곤 했다. 성인이 되고는 거의 영어사전만 찾아봤지, 국어사전을 찾아 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뭐… 한자였지만.

중학교때 과연 이 군주론을 읽었다면 얼마나 이해 했을까? 아니, 그래도 고작 왕들의 년도만 외웠던 그런 교육들은 다시 생각해도 너무 형편없었다. 읽으면서, 나는 왜 우리나라 역사는 이런 깊은 책을 읽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래, 결국은 내 책임이다.

 

<스펙타클한 삶. 마키아벨리>

 

번역본은 아무리 번역을 잘 해도 티가 난다. 뭐랄까… 술술 읽히지 않는달까? 여기에 서양식 이름과 2세, 6세 등 왕들의 명칭. 프린치페, 스타토, 비르투, 포르투나, 네체시타 등 완전히 한국말로 번역되지 않는 단어들까지. 이 모든 것들을 다 머릿속에 넣으려니 눈이 아파왔다.

이 책은 약 350페이지 정도 되는데 사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만 보면 200페이지 밖에 안된다. 앞에는 저자가 왜 이책을 쓰게 되었는지와 이탈리아의 역사 등을 이야기 하고, 뒤에서는 마키아벨리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와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가 적혀있다.

나는 마지막 부분이 가장 재미있었다. 마키아벨리는 몇 번 들어봤지만 깊이 공부한 적은 없었기에 한 인물에 대해서 여러 관점을 알게 되니 흥미로웠다.

 

‘[군주론]은 도덕적인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부도덕한 책도 아니다. 그것은 단순한 기술서이고, 기술서 속에서 우리는 윤리적 행위와 선악의 준칙을 찾지 않는다. 이 경우 무엇이 유익하고 무엇이 무익한지 판명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 에른스트 카시러

 

스트라우스는 마키아벨리를 두고 사악하고 위험하다 평했으며, 한나 아렌트는 서구의 지성사는 마키아벨리를 기점으로 그 전과 후로 나뉜다고 했다. 에른스트 카시러는 마키아벨리를 과학자로도 평가했고, 프란체스코 데 상티스는 무려 ‘갈릴레오’에 비견되는 역사적 인물로 평가하기도 했다.

앞서 읽을 때는 그다지 관심 없이 읽었는데, 뒤의 평가들을 보니 앞의 이야기가 놀라운 부분이 있었다. 마키아벨리가 이 군주론의 헌정 대상으로 선정한 ‘줄리아노 디 로렌초 데 메디치’가 군주론을 읽었는지, 안읽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애초에 헌정서로 만들었기에 출판 또한 되지 않았고, 마키아벨리가 죽은지 5년 뒤에 군주론이 출간되었으니 참 얽힌 사연이 많다. 게다가 마키에벨리가 죽은 32년 뒤에는 교황청에서 그의 모든 저서를 금지목록으로 올렸다고 하니 그의 인생은 죽어서도 참 스펙타클 하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온라인 상에 기록하는 모든 것은 저장된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이른바 빅브라더들이 우리의 데이터를 가지고 조물딱, 조물딱 거리고 있다. ‘빅데이터’ 라는 좋~은 말로 현혹시켜두지만 결국엔 개인정보다. 그들은 이 정보를 이용해 돈을 벌고 우리를 컨트롤 한다.

때문에 나는 온라인 상에 정치적 견해를 남기지 않는다. 혹시 아는가? 내가 나중에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발목이 잡히게 될지… ㅋㅋㅋ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1항을 아는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렇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이 뽑은 대표자가 국민의 권리, 이익을 위해 국정을 운영하는 나라다. (네이버 한자사전) 요즘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헌법 제 1조 1항 대로 국정이 운영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일을 하면서 비슷한 의문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렇게 똑똑한 사람들이 왜 늘 똑같은 상황을 유지할까 싶었다. 업계의 악습이 있다면 없애고 개선해야 하지 않는가? 이런 질문에 나의 멘토님은 이렇게 답해주셨다. ‘이해관계에 얽혀있어서…’

그렇다. 내가 보는 우리나라는 그렇다. 인맥, 학연, 지연. 온갖 이해관계에 얽혀 무엇이 주체인지 모두가 놓치고 있는 것 같다. 잘못되었냐고? 잘못되었지. 하지만 나 또한 그 자리에 간다면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 사람은… 본래 악하다 하지 않는가?

 

방어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군주는 성 밖의 영지에 대해서는 신경을 끊은 채 성의 방비를 튼튼히 하고, 필수품을 충분히 비축해 놓아야 한다는 것 이외에 달리 조언할 게 없다.

 

우리나라는 사람 말고는 수출 할 수 있는게 없다. 아니, 정확히는 두뇌다. 손발은 이미 중국의 인해전술에 당해낼 수 없다. 대한민국에서 팔 수 있는건 브레인 뿐이다.

마키아벨리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성의 방비를 튼튼히 해야 할 때이다. 하지만 현실은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며 싸우고 있고. 갑이니 을이니 하며 싸우고 있다. 성내에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똑똑하다 보니 이야기를 차분히 듣다보면 양쪽 모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다보니 이해관계를 따라가는 것이다.

‘야, 그냥 너한테 가장 이익이 되는 공약을 내세운 사람을 뽑아’

아니다… 이건 악습의 순환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을이 갑이 되면 그저 갑과 을이 뒤바뀔 뿐이다.

 

<국가가 없어진다…>

 

안타깝게도 이제는 국가의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핀란드 아래 위치한 국가 에스토니아는 인구가 고작 130만명이라고 한다. 이들은 1천만명의 국민을 목표로 ‘e레지던시 프로그램’ 을 시작했다. 50유로만 내면 전자신분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에스토니아 e레지던시 프로그램 기사)

미군에 어학특기자로 입대하는 외국인병사 가운데 한국인 비율이 30%라고 한다. 10주 군사훈련을 받으면 미국 시민권이 나온다고 한다. 한 인터뷰에서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군이 된 사람을 만났다. 그는 ‘국가는 서비스’ 라며 더 나은 서비스를 택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매브니, 왜 그들은 미군을 택했나)

 

국가의 의미가 없어지면 사실상 지금의 군주 개념 또한 없어진다. 물론 많은 국가가 민주주의를 택했고, 군주제가 사라지고는 있지만 영국 등 몇몇 국가들은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미국 대통령 등은 이전의 군주보다 더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

 

권력을 유지코자 하는 군주는 시의에 따라 때로는 악하게 굴거나 악행을 저지르거나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500년 전에 쓰여진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지금도 모든 내용이 유효하다고 볼 수는 없다. 지금은 성을 쌓는 전쟁도 하지 않고, 종교의 힘도 많이 약해졌다. 많은 것이 변했다. 다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국가가 없어져도 누군가는 군주의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에겐 리더가 필요하고, 리더가 곧 군주다.

스티브 잡스, 빌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등을 보며 나는 ‘삼국지’ 를 떠올렸다. 그들은 CEO 이자 리더이고, 군주다. 현대판 군주론은 CEO 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직원들을 백성으로 봐서는 안되고, 경쟁사를 적으로 봐서도 안된다. 영원한 백성도, 적도 없다.

 

군주론이 명저이긴 한가보다. 고작 200페이지의 글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별점을 3개 밖에 주지 못한것은 너무 어려워서 다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책을 다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오긴 할까?

이런류의 서평을 쓰는 것은 참 즐겁다.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책을 읽은 뒤의 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 또한 참 재미난 일이다.

 

단테는 일찍이 말하기를, ‘읽은 것을 기록해 놓지 않으면 지식이 되지 않는다.’ 고 했습니다.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변하지 않는다. 군주주의, 공화주의, 민주주의 이름과 모습은 바뀌어도 시간과 공간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

결국은 잘 먹고, 잘 살자는 거지 뭐.

아, 치킨 먹고 싶다.

 

[인상 깊은 문구]


 

  • 자유로운 생활에 익숙한 도시국가를 확고히 지배하려면 반드시 그 도시를 파괴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오히려 그것에 의해 파멸될 각오를 해야 한다.
  • 그들의 행적과 생애를 자세히 보면 그들에게 좋은 기회가 있었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운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회는 그들에게 단지 질료만을 제공했을 뿐이고, 그들이 원하는 형상을 빚어낸 것은 그들 자신의 능력이다.
  • 백성에게 뭔가를 회유하기는 쉽지만 그 믿음을 유지시키는 것은 어렵다. 사람들이 더 이상 믿지 않을 경우 강압적인 방법을 동원해 믿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 인간은 해롭게 생각된 사람으로부터 뜻밖의 은혜를 입으면 더욱 고마움을 느끼게 마련이다. 백성은 자신들의 지지로 보위에 오른 군주보다 이런 군주에게 더 우호적이다.
  • 방어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군주는 성 밖의 영지에 대해서는 신경을 끊은 채 성의 방비를 튼튼히 하고, 필수품을 충분히 비축해 놓아야 한다는 것 이외에 달리 조언할 게 없다.
  • 현명한 군주라면 늘 이같이 행동해야 한다. 평시에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부지런히 자신의 입지를 강화함으로써 불의의 역경에 대비해야 한다. 그러면 설령 운명의 여신이 변심할지라도 능히 이에 맞설 수 있다.
  • 권력을 유지코자 하는 군주는 시의에 따라 때로는 악하게 굴거나 악행을 저지르거나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 주의할 점은 악행 없이 권력을 보존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악행으로 인한 오명도 크게 개의치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 무릇 군주는 스스로 해를 초래하지 않는 한 관대한 자질을 발휘하면서 동시에 칭송을 받기가 매우 어렵다. 현명한 군주가 인색하다는 평판에 신경을 쓰지 않는 이유다.
  • 군주는 가혹하기보다는 인자하다는 세평을 듣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자신의 인자한 조치가 왜곡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 무릇 백성이 군주를 사랑하는 것은 자신의 선택에 따르게 마련이나,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군주의 선택 여하에 달려 있다.
  • 싸움에는 2가지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법으로 하는 것이고, 둘째는 힘으로 하는 것이다. 전자는 사람에게 합당하고, 후자는 짐승에게 부합한다. 전자만으로는 많은 경우에 불충분한 까닭에 후자를 끌어들여야 한다. 군주는 모름지기 상황에 따라 양자를 혼용할 줄 알아야 한다.
  • 군주는 전쟁 등이 빚어졌을 때 스스로 우적 여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한쪽을 지지하며 다른 한쪽을 반대하는 입장을 명확히 밝힐 때 커다란 존경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중립을 취하는 것보다 늘 유리하다.
  • 사람은 누구나 높은 자존의식을 지니고 있는 까닭에 판단을 그르치곤 한다.
  • 단테는 일찍이 말하기를, ‘읽은 것을 기록해 놓지 않으면 지식이 되지 않는다.’ 고 했습니다.
  • 마키아벨리는 이를 곁에서 지켜보며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내심 분열된 이탈리아를 통일하려면 이런 무자비한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한때 이탈리아의 통일을 이룰 바람직한 군주의 모습을 체사레 보르자로부터 찾은 이유다.
  • ‘[군주론]은 도덕적인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부도덕한 책도 아니다. 그것은 단순한 기술서이고, 기술서 속에서 우리는 윤리적 행위와 선악의 준칙을 찾지 않는다. 이 경우 무엇이 유익하고 무엇이 무익한지 판명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 에른스트 카시러
  • 그는 ‘군주주의자’ 이자 ‘공화주의자’ 였고, 동시에 ‘민주주의자’ 였다. 어느 한쪽 면만 집중 부각시키는 것은 잘못이다. 객관적으로 볼 때 마키아벨리는 주어진 현실 속에서 최상의 해법을 찾고자 한 대표적인 현실주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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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용 Domingo

오세용 Domingo

글쓰는 감성개발자 오세용입니다. IT, 책, 축구, 커뮤니티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