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살아있는 뜨거움 ★★★☆☆

[읽게 된 동기]

 
언젠가부터 습관이 생겼다. 벽을 만나면 책을 꺼내드는 습관. 책장에 보인 빨간 책을 꺼내들었다. 음… 접힌 자국이 끝까지 있는걸 보면 아마 전에 다 읽어본 책인 것 같다. 왜… 서평을 안남겼을까?
 

[한 줄 평]

 
대한민국 최고 강사의 자리에서 처참히 내려온 뒤 쓴 김미경의 책.
 

[서평]

 
나는 말 잘하는 사람을 좋아했다.
내가 실제로 봤던 사람 중 처음으로 ‘아…! 말 진짜 잘하는구나’ 했던 사람은 ‘위자드웍스’ 창립자 ‘표철민 대표’ 였다. 한 학교 강당에서 봤던 그는 지금 내 나이쯤 되었을까? 수백명의 앞에서 청산유수였다. 그때부터 나는 그런 강의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정말 많이 만났다. 방송국에도 몇 번 갔었고, 국회의사당에도 갔었다. 그러던 중 ‘김미경 쇼’ 가 생겼고, 예전 KBS 파랑새 특강에서 ‘박지성’ 에 대해서 강의를 하던 김미경이 생각났다. 오… 그리 핫하지 않았던 그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쇼를 한다니… 나는 몇 번 응모를 했고, 당첨이 되어 그를 보고 왔다.
 

<강사 김미경>

 
내가 봤던 ‘김미경 쇼’ 의 김미경은 MC 였다. 가르침을 받고자 갔건만, 그는 내게 진행을 했다. 생각보다 날씬하고 예뻤던 그는 교양있고 말빨 센 연예인 느낌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그는 논문 논란으로 인해 모든 활동을 하차하게 된다.
아쉬웠다. KBS 파랑새 특강 내게 영감을 주었던 프로그램이고, 그 안에서 내게 가장 큰 임펙트를 주었던건 강사 김미경이었다. 좋아하던 그의 강의를 들을 수 없음에도 아쉬웠고, 강사가 아닌 MC 가 되버린 것도 아쉬웠다.
 
그렇게 1년 정도 흘렀을까? 그때쯤 이 책을 들고 나왔었다. 참 김미경 답게 나왔다고 생각했다. 김미경의 강의가 귀에 박히는 이유는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입에 달고 있는 자신의 고향 ‘증평’ 이야기. 엄마, 아빠 이야기. 남편과 아들, 딸의 이야기. 그리고 지인들의 이야기까지. 그의 강의의 대부분은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다.
굉장한 고수인거다. 자신의 일상에서 무언가를 찾아 풀어내다니. 왜, 오디션 프로그램 보면 ‘진정성을 담아 불러주세요’ 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 면에서 김미경은 TOP 클래스인것이다. 게다가 결혼도 했고 아이도 세 명이나 낳았으니 엄청난 수의 아줌마 부대와 여대생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이다.
 

도대체 난 그동안 뭘 한걸까? 아무리 계산해도 수지가 맞질 않았다. 매일 강의 준비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데 강의 실력이 엄청 좋아진 것 같지도 않고, 강사료가 인상되지도 않았다. 이렇게 노력해봤자 다 헛수고는 아닐까? 평생 이렇게 프리랜서로 살며, 다음 달 돈벌이를 걱정하며 살아야 하나? 이것도 답이 안 나왔다. 도대체 왜 이러고 살까 남는 것 하나 없이.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이건 살면 살수록 손해라는 생각만 들었다.

 
친근한 외모도 한 몫한 것 같다. 하지만 역시 말빨이 장난이 아니다. 변호사나 검사를 했어도 이름 꽤나 날렸을 것 같다. 이런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강사 중에선 아마 최고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픔이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사실 한 달이 지나면 제품도 나오고 마케팅도 좀 해보리라 생각했다. 마케팅은 개뿔, 제품은 개뿔, 제품 기획 단계부터 처음으로 돌아갔기에 이런 저런 생각만 들었다. 여기에 겹친 인간관계 문제 덕에 도통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사람마다 집착하는 것이 있다. 누군가는 돈에 집착하고, 누군가는 명예에, 어떤 이는 자식에 집착한다. 혹자는 이를 두고 열정이라고, 신념이라고,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래… 집착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내가 갖고자 하는 것들, 내가 가고자 하는 곳. 어쩔때 나는 웃기위해 아무 것도 필요치 않다. 하지만 어쩔 땐 정말 많은게 필요하지. 나는 5년 전 스페인에서 이미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했는데, 제자리인 것 같다.
 

며칠 동안 나를 들여다보면서 알게 됐다. 원래 사람은 사소한 것조차 자기 문제가 되면 순간적으로 짓눌린다는 것을.

 
그래… 난 가끔 동생들 상담을 해주곤 하는데, 꽤나 공감이 되는지 나와 상담을 한 동생들은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며 말하곤 돌아간다. 마음도 편안해지며, 이제 뭘 해야 할지 알았다 말하는 친구들도 있다.
그런데 이게 내 일은 내가 그렇게 못 하겠더라. 분명 동생이 찾아와 나와 같은 문제를 털어놨다면 정말 객관적으로 다음 스탭을 알려줬을 것이다. 헌데, 다음 스탭을 알면서도 움직이기 싫은 이 마음은 그 누구도 도와 줄 수가 없는 것이다.
 

불행과 상처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지나가도록 놓아두는 것이다. 그 모든 감정들이 하나하나 내 몸을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방구석에 틀어박혀 숨만 쉬어도 된다. 중요한 건 한꺼번에 내려놓으려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다.

 
안다.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면 정말 아무 일들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내 사업이 잘 될 수도 있는 것이고, 꼭 그렇지 않아도 내가 멍하니 천장만 보고 있진 않을 것이다. 또 어딘가에서 일을 하며 필요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내가 받았던 여러 상처들도 자연스래 치유가 되었을테고, 나는 또 다른 무언가를 향해 달리고 있겠지.
 

나는 과연 누굴까. 내 직업과 역할이 나를 온전히 대신할 수 있을까. 허무함과 회의감은 내 안의 존재가 내게 말을 걸어온다는 신호다. 존재와의 진지한 대화를 시작할 때가 됐다는 시그널이다.

 
그래, 덕분에 나와 이야기 많이 했다. 회사에 있을땐 한 달에 한 번 사색 글을 쓰기도 했는데, 요즘은 거의 매일 쓰는 것 같다. 몇 가지 사건이 있던 날에는 하루에 여러 번 내 마음을 적어두기도 했다.
이 글들은 훗날 내게 정말 좋은 자산이 될거다. 내가 겪었던 일들, 내가 선택한 행동들. 다 내게는 소중하다. 결국에 인생은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아닌가?
 
언제부터인가 마음에 드는 습관이 생겼다. 벽을 만나면 책을 찾고, 그 책을 읽으며 내 인생, 내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기 시작한다. 이리저리 맞춰보는 습관은 개발습관에서 온듯 싶다.
너무 행복하다며 지금이 너무 좋다며 소리칠 때도 있었다. 언제쯤 다시 그런 시기가 올지는 모르겠다. 그런 시기가 온다면 마치 마지막인양 미친듯 즐겨주리라…
 
언제 오냐. 내 봄은.
 

[인상 깊은 문구]

• 며칠 동안 나를 들여다보면서 알게 됐다. 원래 사람은 사소한 것조차 자기 문제가 되면 순간적으로 짓눌린다는 것을.

• 한참 힘들었을 때, 나는 한동안 방안에만 있었다. 내 불행만 쳐다보느라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었다. 며칠이 지나서야 창가에 앉아 별을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어느날은 하늘 꼭대기에서 나를 내려다보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점점 멀어질수록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 사람마다 집착하는 것이 있다. 누군가는 돈에 집착하고, 누군가는 명예에, 어떤 이는 자식에 집착한다. 혹자는 이를 두고 열정이라고, 신념이라고, 사랑이라고 말한다.

• 운명을 재해석한다는 것은 그 숨겨진 카드의 뒷면을 보는 일이다. 카드의 앞면에만 속지 않으며 뒷면이 있다는 것을 믿고 찾으려 애쓰는 것이다.

• 2013년 여름, 내 나이 오십에 드디어 뉴욕으로 떠날 수 있었다. 허락된 시간은 딱 3개월. 남들에겐 짧디짧은 시간일지 모르나 내게는 3년 같은 3개월이 아닐 수 없었다.

• 돌아보면 아들이 내게 전혀 말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다만 그때마다 나는 “그럴수록 손가락에 피가 날때까지 연습해야지!” 라며 무식한 소리를 해댔다. 아들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 고독 속에서 서서히 꿈과 열정을 잃어갔던 것이다.

• 얼마 전에 만난 전직 장관 한 분은 인생에서 정말 후회가 되는 것이 있다고 토로했다. 평생을 공직에 있느라 여러 면에서 조심하며 살아온 탓에 자식들이 모두 아버지인 자신에게 맞춰 살아왔다는 것이다.

• 선택에 대한 확신이 30퍼센트여도 좋고, 10퍼센트여도 좋다. 중요한 것은 선택 자체가 아니다. 선택한 다음 날 아침부터의 내 모습이다.

• 원이 깨지면 반드시 다른 행복들이 빈자리를 채워준다. 그것에 감사할 수 있는 마음만 있다면 그 원은 더 소중한 것들로 채워질 수도 있다.

• 창문을 자주 열여서 바람을 맞게 해줘야 사는겨. 바람이 없으면 화초도 제대로 못 커.

• 도대체 난 그동안 뭘 한걸까? 아무리 계산해도 수지가 맞질 않았다. 매일 강의 준비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데 강의 실력이 엄청 좋아진 것 같지도 않고, 강사료가 인상되지도 않았다. 이렇게 노력해봤자 다 헛수고는 아닐까? 평생 이렇게 프리랜서로 살며, 다음 달 돈벌이를 걱정하며 살아야 하나? 이것도 답이 안 나왔다. 도대체 왜 이러고 살까 남는 것 하나 없이.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이건 살면 살수록 손해라는 생각만 들었다.

• 그런데 놀랍게도 그동안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었다. 그렇게 사고 싶던 집도 샀고, 애들도 잘 컸고, 회사도 만들고, 책도 썼다. 생각보다 수익이 꽤 났다. 이만하면 ‘잘’ 살았다. 분명 마흔에 따져 봤을 때는 ‘헛살았네’ 였는데 십 년이 지나자 ‘잘 살았네’로 변해 있었다. 무슨 이유일까.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살아가는 패턴은 비슷한데… 한참을 돌아보고서야 알았따. 내가 너무 일찍 계산기를 두드렸다는 사실을.

• 귀인들의 역할에는 공통점이 있다. 익숙한 바퀴를 굴리던 나를 멈추게 하고, 인생의 방향을 갑자기 바꾸게 한다는 것이다.

• 정말 힘들 때는 나를 내일로 데려가는 것만 생각해야 한다.

• 불행과 상처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지나가도록 놓아두는 것이다. 그 모든 감정들이 하나하나 내 몸을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방구석에 틀어박혀 숨만 쉬어도 된다. 중요한 건 한꺼번에 내려놓으려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다.

• 놀라운 것은 딱 여기까지만 물어보고 끝낸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지?’라고 묻기는 하는데 대답을 듣지는 않는다. 중요한 일일수록 더 그렇다.

• 어린 나이에도 힘든 운명을 겪은 아이들은 그속에 어른이 산다. 어른스러운 아이가 아니라 그 안의 존재가 이미 어른인 것이다.

• 멘토에게 자꾸 묻는다는 건 결국 멘토 좋은 일만 시켜주는 일이라는 점이다. 이건 수학문제 푸는 것과 똑같다. 문제를 풀다가 안 되면 공부 잘하는 친구한테 자꾸 물어보는 애들이 있다. 친구가 풀어주면 그때는 알 것 같다. 그런데 다음에 문제가 조금만 변형되어 나와도 못 푼다.

• 수학도, 인생 문제도 나한테 쌓여야 남는 공부다. 그 좋은 기회를 왜 아깝게 남한테만 펼쳐주나.

• 사람은 안 풀릴 때 나다움을 잃는 게 아니다.

• 공부는 걔가 힘들지, 지켜보는 네가 뭐가 힘들어. 하라고 햐.

• 스무 살 때와 스물두 살의 내 딸은 많이 달라졌다. 스스로 왜 미술을 해야 하는지 답을 찾았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성장이다.

• 나는 과연 누굴까. 내 직업과 역할이 나를 온전히 대신할 수 있을까. 허무함과 회의감은 내 안의 존재가 내게 말을 걸어온다는 신호다. 존재와의 진지한 대화를 시작할 때가 됐다는 시그널이다.

• 살다 보면 가끔 꿈과 집착이 헷갈릴 때가 있다. 어떤 일에 오랫동안 도전한다는 것은 꿈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어쩌면 실패에 대한 무모한 집착일지도 모른다.

• 한 분야에서 20년 가까이 일한 사람들에게는 하나같이 ‘뭔가’ 있다.

• 아침에 일어났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겟으면 공부하는 게 최고다.

• “글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굉장히 피곤해집니다. 몸도 마음도 지치는 거죠. 그럴 때마다 저는 붓을 잡습니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다시 기운이 샘솟는 걸 느껴요. 그렇게 충전한 힘으로 또다시 글을 씁니다.” – 이외수

• “다른 것을 하면서 조금씩 계속 꾸준히 하세요. 이것에는 못 당합니다. 평생을 걸고 즐기겠다고 하면 돼요.” – 이외수

• 내 꿈을 위해 ‘어딜’ 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것부터가 엄청난 공부다.

• 프로 발레리노가 된 빌리는 지금은 알 것이다. 한 가지 동작을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