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사관학교는 라프디 창업 이야기에 큰 변곡점이 됐다. 그 중심에는 단연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만난 동기들과의 스토리가 있다. 경기북부 청년창업사관학교 15기 오세용 라프디 대표가 동기들을 인터뷰한다. 대한민국 청년의 창업을 향한 열정은 여전히 살아있다.
[편집자주]

ERP 컨설턴트, 쌍둥이 아빠 그리고 야구인. 그를 소개하는 수식어다. 경기북부 청창사 15기를 대표하는 거구 중 한 명이자 ERP라는 전문 영역의 비즈니스를 만드는 박승주 예스넷 대표를 만났다.

<그림1> 박승주 예스넷 대표

Q. 자기소개를 해 달라.

뭐라고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냥 ERP 관련 여러 일을 하고 있는 예스넷 대표, 박승주다.

Q. ERP가 뭔가?

사전적 의미로는 ‘전사적 자원 관리’다. 사실 나는 이 말이 싫다. 일본식 표현 느낌도 있고, 와 닿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정의한다.

“ERP는 회사의 모든 업무를 기록하고 관리하는, 툴이다.”

Q. 왜 ERP 사업을 하나?

어쩌다 보니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회사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10년 넘게 하다 보니… 이걸 제일 잘 하게 됐다.

Q. 회사에서 정확히 뭘 하는 건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먼저 컨설팅을 한다. 다른 회사가 ERP 잘 쓰고 싶다고 하면 가서 도와준다. 두 번째는 ERP 관련 보조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대표로서 직원 관리도 하고. 이것 저것 한다.

Q. 창업은 언제 했나?

창업… 어디서 부터 이야기 해야 하나…

창업 전에 길게 다닌 회사가 있다. ERP 회사였는데, 메뉴가 600개가 넘는데, 교육팀이나 영업팀에 발령되면 이걸 다 숙지하고 일을 해야 한다. 워낙 기능이 방대해서 신규 직원이 이를 학습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이걸 내가 좀 가르쳐주자 싶어서 교육 프로그램을 자진해서 만들었다. 

Q. 자진해서?

그렇다. 그게 재밌었다. 그러다 조직 개편이 되면서 이 교육을 못 하게 됐고, 회사가 재미가 없어졌다. 그러다가 퇴사를 했다.

Q. 흔한 직장인 스토리 같다.

그렇다. 그러다가 우연히 스타트업에 입사했는데, 회사가 어려워져서 3개월 정도 일하고 또 퇴사했다. 이제 뭐 해서 먹고 사나 싶었는데, 문득 지난 회사에서 ERP 교육 하던 게 떠올랐다.

당시 아내에게 딱 1년만 ERP로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딱 1년만 해보겠다고. 그렇게 창업을 했다.

Q. 정확히 뭘 하고 싶었던 건가?

ERP 컨설팅, ERP 교육. 사실 이게 대단한 건 아니다. 지난 회사에서는 고객사에 가서 2시간 정도 기능 교육을 했다. 이게 말이 안 되는 게 그 회사가 뭘 하는 회사인지 파악하는지 1시간은 족히 걸리며, ERP를 모르는 사람에게 ERP라는 걸 설명하고, 사용하게 하는데 1시간은 터무니 없이 짧다.

그래서 이걸 길게 교육하자는 아이디어가 있었고, 회사에서는 통과 되지 않은 아이디어였다.

나는 이걸 해보고 싶었고, 이걸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림2> 예스넷과 함께, 업무가 달라집니다.(https://yesneterp.com/)

Q. 그게 왜 재밌나?

나는 사람이 성장하는 걸 보는 게 재밌다. 

대표들에게 매출이 얼마냐, 매입이 얼마냐 묻곤 하는데. 이걸 볼 줄 아는 순간 대표가 바뀌고, 회사가 바뀐다. 이렇게 회사를 바꿔주는 게 무척 보람있다.

Q. 회사가 바뀐 예를 하나만 들려달라.

회사보다는… 사람이 바뀌었던 사례를 들려주겠다.

K팝 음반을 해외 수출하는 회사가 있었다. 처음에는 음반 재고만 관리할 수 있게 해줬다. 그런데 온라인 판매에서 문제가 많았다. 해외 수출이다보니 PG사도 달랐고, 간단하게 관리하기 어렵더라.

그래서 직원들도 처음엔 시큰둥 했다. 보통 그렇다. 대부분의 고객사가 처음엔 시큰둥 하고, 협조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재고 관리가 잘 되자, 직원들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Q. 어떻게 바뀌었나?

그전까지는 그냥 위에서 하라니까 억지로 하는 상황이었는데, 재고 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니 직원들이 업무를 예측할 수 있게 되더라. 예측할 수 있으니 각자의 아이디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업무 흐름이 잡혔다.

직원들이 ERP를 잘 활용하게 됐더니, 대표가 재고 말고 회계도 맞춰달라고 하더라. 그렇게 고객사의 업무 흐름을 개선해 주는 게 보람 있더라.

Q. 조금 더 큰 변화가 있던 사례는 없나?

의료 제조 용품 회사가 생각난다. 대표가 굉장히 스마트했던 걸로 기억한다.

대표가 똑똑하다 보니 업무를 하나하나 다 파악하고 싶어했고, 특히 외주 업체와 협업에서 모호한 숫자들을 명확히 파악하고 싶어했다.

제조부터 거래며 데이터를 쭉 세팅해보니, 실제로 대표가 의심했던 부분에서 잘못된 숫자를 찾아냈다. 외주 업체가 잘못 관리하고 있던 부분이 있었던 거다.

조금 설명하자면, 재료를 업체에 맡기면, 업체가 작업해서 회사에 제품을 보내는건데. 보낸 재료만큼 제품 생산이 안 됐던 거다. 이걸 ERP로 명확히 숫자를 관리하니 업체에서 잘못 관리한 게 명확히 파악됐다.

이런 스토리가 많다.

Q. 이런 이야기를 해주면 ERP가 왜 필요한지 더 명확히 알 수 있겠는데?

아쉽지만, 고객사에서 이런 사례를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어쨌든, 우리는 이렇게 ERP로 업무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림3> 박승주 대표는 아쉬움이 많다

Q. 어떤 시장의 니즈를 해결하는지 알겠다. 다시 창업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동료들 설명을 해달라.

내가 드라마 미생을 좋아한다. 10번도 넘게 본 것 같다.

ERP 컨설팅을 하다 보니 전 직장 동료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하나, 둘 데려왔다. 합을 맞췄던 동료들이 다시 모이니 일도 잘 되고, 재미도 있더라. 마치 미생 주인공이 된 것 같더라. 특히, 회사에서는 하지 못했던 것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게 좋더라.

Q. 회사에서 뭘 막았었나?

ERP 컨설팅을 막았다.

아, 하나 더 생각 났는데. ERP 컨설팅을 하다 보면 경영 컨설팅으로 확장 될 때가 있다. 회사에서 방치된 문제가 데이터로 보이고, 이 데이터를 보면 도움을 줄 수 있을 때가 있다.

Q. 예를 들자면?

빌딩을 전부 사용하는 고객사가 있었다. 아래 층과 윗 층 부서 사이가 무척 안 좋더라. 결국 ERP는 데이터가 공유 돼야 하는데, 각 부서가 서로 데이터를 공유하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 

Q. 골치 아파 보인다.

맞다. 그래서 그냥 버튼만 누르라고 했다.

예를 들면, 5층 부서에서 버튼을 누르면, 6층 부서로 데이터가 공유 되고. 그 반대도 가능한 거다. 그렇게 각 부서의 데이터를 연결했다.

Q. 그냥 ERP만 도와주는 게 아니었나? 부서 간 문제도 해결하려면 꽤 오래 걸리겠는데?

우리 컨설팅은 평균 3개월 정도 걸린다. 조직을 파악하고, 교육하고, 그래서 직원들이 이걸 쓸 수 있게 만드는데 3개월이다.

회사 마다 편차가 크다. 협조를 잘 하는 곳은 1개월 만에도 되는데, 어떤 곳은 데이터도 없고, 담당자가 갑자기 퇴사 하고, 휴가 가고 하면 1년 넘게도 걸린다.

Q. 그럼 비용이 다른가?

아쉽지만 3개월과 1년 비용이 똑같다.

Q. 잉? 그럼 1년 프로젝트는 너무 피곤한데?

맞다. 이렇게 장기 프로젝트가 몰리면 굉장히 피곤하다.

초기에는 고객사 상황에 질질 끌려다녔는데, 우리도 나름의 노하우를 만들었고 요즘엔 장기 건을 많이 줄였다.

Q. 어떻게 줄였나?

계약 단계부터 고객사에서 해야 할 것을 추려서 푸시한다. 어쨌든 ERP를 도입하기로 했으면, 우리도 고객사도 빠르게 도입하는 게 가장 좋다. 그래서 협조를 어떻게 빨리할 수 있는지를 잘 정리해서 유도한다. 그래서 요즘은 장기 프로젝트가 많이 줄었다.

Q. 그렇게 깊게 관여하는 거면, ERP 자체를 팔아도 되는 거 아닌가?

맞다. 실제로 여러 ERP 업체에서 제휴하자는 연락이 많이 왔다.

하지만 우리가 팔려면, 제품이 정말 좋아야 한다. 하지만 기능도 적고, 제품도 아쉽다면 우리가 억지로 특정 제품을 팔기는 어렵다. 

ERP 자체를 파는 것보다는 보조 도구를 함께 파는 것을 택했다. 우리가 컨설팅 외에 하는 사업도 그런 거다. 

Q. ERP 보조 도구를 만드는 건 어떤가?

우리나라는 ERP 환경이 굉장히 폐쇄적이다. API가 잘 열려있지 않다. 그래서 한계가 있다.

Q. 우리나라는 왜 폐쇄적인가?

이야기해보면, 개인정보보호법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아무래도 회사의 데이터를 다루다 보니, 정보 유출에 굉장히 민감하다. 거래 데이터를 연결해야 하니, PG사와도 이야기 하는데 여기도 역시 민감하고. 아직 우리나라는 연결에 관해서는 좀 더 발전이 필요한 것 같다.

Q. 어떤 보조 도구를 만드는 건가?

코다이(CoDAi)라는 프로그램이다.

ERP 하나만으로는 모든 데이터를 관리하기가 힘들다. 예를 들면, SaaS 프로그램은 매출이 PG사에서 발생한다. 이 데이터는 ERP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 PG사 대시보드나, 카드사 웹사이트나, 여신금융협회 같은 곳에 들어가야 매출 데이터를 볼 수 있다.

이 데이터를 ERP로 가져와야 한다. 그래야 전체 데이터가 모여서 우리 회사의 매출, 매입 자료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이렇게 데이터를 가져오는 걸 쉽게 해보자. 이 데이터를 가져올 때 가장 큰 문제가 뭘까? 우리가 찾은 문제는 ‘코드’가 안 맞는다는 거였다.

<그림4> 코다이(https://codai.kr/)

Q. 코드? 코드가 뭔가?

사람으로 치면 동명이인을 구분하는 게 휴대폰 번호나, 주민등록번호 같은 게 있지 않나? 고유 번호 말이다. 이 고유 번호가 ERP 시스템 안에도 들어가야 하고, 각 플랫폼마다 고유 번호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게 플랫폼마다 다 다르다. 다른 시스템이니까. 이 고유 번호를 코드라고 한 거다.

이 코드를 어떻게 맞추는 게 좋을까 싶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고객이 한 번 넣으면 이후에는 그렇게 매핑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던 중 AI를 만났다.

Q. 오, AI를 활용했나?

그렇다. 몇 가지 테스트를 해봤다. 당시 정상적인 코드가 입력됐다는 가정 하에 매핑 정확도가 98% 정도 됐다.

그래서 이 AI를 활용해 제품을 만들었고, 이 컨셉으로 구현한 게 코다이다. 간단히 말하면, 다른 플랫폼의 데이터를 가져와서 맞춰주고, 보내주고, 다운 받을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Q. 그걸 어디서 쓸 수 있나?

ERP에서 쓰는 거다. 

만약 더존이라는 ERP에서 이카운트라는 ERP로 옮기면 데이터를 맞춰줘야 한다.

Q. 좀 더 쉽게 이야기 해달라.

회계 자료를 맞춘다고 해보자. 회계 자료 명칭으로 매핑할지, 규격으로 할지, 단위로 할지, 쇼핑몰 옵션 값으로 할지. 이걸 다 코다이에서 조합할 수 있다.

사실, 회계의 계정 명칭은 어느 회사나 비슷하다. 복리후생비는 전국 모든 회사가 쓴다. 그러다보니 복리후생비로 오면 복리후생비로 넘기면 된다. 물론 이 안에 판관비인지, 제품인지, 용역원가인지. 이런 것처럼 세세하게 들어가긴 하는데. 데이터만 들어오면 잘 변환이 된다.

코다이를 써서 이관을 도우며, 작업이 엄청나게 빨라졌다.

Q. 코다이 사례가 있나?

안경점 케이스를 판매하는 회사가 있었다. 안경점 프로그램으로 발주를 받는데, 기존에는 이걸 눈으로 보고 ERP에 넣었다고 한다. 안경점 프로그램과 ERP가 연동이 안 되니까.

이 데이터를 코다이에 넣어서 ERP에 넣을 수 있게 해줬다.

Q. 어떻게 넣는 건가? API로 연동하는 건가?

안경점 프로그램에 아쉽지만 API가 없었다. 엑셀 다운로드 기능이 있어서, 엑셀을 코다이에 넣으면, 코다이가 ERP까지 넣어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후에는 정기적으로 엑셀만 다운받아서 넣으면 ERP에서 발주 관리와 재고 관리가 되는 거다.

Q. 아, 이제 좀 이해가 됐다.

이커머스에서도 쓸 수 있다. 같은 브랜드의 제품이어도 쿠팡에 올릴 때 상품명과 스마트스토어 상품명이 다르다.

Q. 그건 왜 그런가?

각 플랫폼에서 잘 후킹되는 상품명이 다르다고 하더라.  아무튼 상품명부터 많은 게 각 플랫폼마다 다르면 상품 매출만 집계하려고 해도 굉장히 어렵다. 

코다이를 쓰면 매출 집계까지 알아서 가공이 된다.

Q. 좋다. 이제 코다이가 뭔지 알겠다. 그런데 컨설팅도 하고 개발도 하고 영업도 하고 경영도 하고. 그거 다 하는 거 맞나?

맞다. 어쩌다 보니 다 하고 있다.

Q. 그걸 어떻게 다 할 수 있는 건가?

내가… 이력이 독특하다.

사실 내가 중학교때까지 개발자가 꿈이었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때 정보처리기능사도 따고 그랬다.

Q. 정보처리기능사를 초등학생도 딸 수 있나?

내가 땄다.

당시 학원을 다녔는데, 고등학생 형들과 아저씨들이 많았다. 그래서 귀여움을 많이 받았다.

Q. 귀여움을 받았다고?

… 그땐 귀여웠다.

<그림5> 귀여웠었던 박승주 대표

Q. 알았다. 근데 정보처리기능사를 왜 땄나?

어머니가 따라고 했다. 컴퓨터 학원가서 초등학생이 딸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자격증 넣어달라했다.

그리고 컴퓨터 선생님이 많이 도움을 주셨다. 선생님이 참 감사한 게, 컴퓨터를 이해하려면 이진수를 알아야 하지 않나? 그럼 제곱 연산도 알아야 하고. 초등학생이 제곱을 어떻게 알겠나. 그래서 그 선생님이 수업 마치고 나만 남겨서 일대일로 수학을 더 가르치셨다.

Q. 초등학생 때 기억이 나나?

기억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선생님은 퇴근도 못 하고 나만 더 가르쳐 주신 게 아닌가? 너무 감사하다.

Q. 그렇게 감사하면 여태 많이 연락을 드렸겠다.

연락처 없다.

Q. 진짜 감사한가?

감사하다.

Q. 감사한 선생님께 한 마디 하자면?

선생님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제가 컴퓨터 꿈을 꿀 수 있었습니다.

Q. 정말 감사해 보인다.

알아줘서 고맙다.

아무튼 그전까지는 컴퓨터가 그냥 켜지면 켜지는가 보다 했는데, 정보처리기능사를 공부하며 나도 프로그램이라는 걸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중학교까지 컴퓨터 꿈을 갖다가 고등학교를 IT 특성화 고등학교에 가게 됐다.

Q. 그 시절에는 흔치 않았는데?

맞다. 실업계는 부모님이 많이 반대하셨다.

그런데 나는 일반고가 싫었다. 컴퓨터가 하고 싶었다. 다행히 중학교 3학년때 선생님이 특성화 고등학교로 진학을 시켜주셨다.

Q. 그게 어느 학교인가?

한국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다.

<그림6> 한국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 복도에 붙어있는 박승주 대표의 사진

Q. 그렇게 간 한국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에서 많이 배웠겠다.

거기서 꿈을 접었다.

Q. ???

?!?!

Q. 왜 꿈을 접었나?

내가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걸 깨달았다. 컴퓨터를 잘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프로그래밍이 하고 싶어서 갔는데, 이미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던 친구들이 많았다. 당시에는 노트북이 상당히 고가였는데, 노트북을 가진 친구도 많았다.

Q. 컴퓨터학과를 졸업한 나도 대학교 4학년 때 노트북을 샀는데…

그러니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꿈을 접고, 어느 날 전자상거래 자격증이라는 걸 알게 됐다.

당시에는 쿠팡은 물론, 옥션도 없었다. 언젠가 물건을 팔아보고 싶단 생각이 있었는데, 컴퓨터랑 결합한 거라고 하니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전자상거래 쪽으로 뭔가 하면 어떨까 싶었다.

그래서 개발자 말고 경영학과 진학해서 전자상거래 컨설팅을 해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대학에 갔다.

Q. 갑자기? 그래서 경영학과를 갔나?

경제학과 갔다.

Q. ???

나는 경영학과 가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경영하고 경제하고 비슷하다고 해서 경제학과 갔다.

Q. 정보처리기능사에서 갑자기 경제학도가 됐나?

그러다 고등학교 교사도 잠깐 했다.

Q. 또 갑자기?

인턴 교사 같은 걸 했는데, 산학협력부에서 1년 정도 했다.

Q. 담배피는 학생 잘 혼내는 교사처럼 생겼다.

맞다.

Q. 야자 튀는 학생 빠따도 좀 치고

내가 야구 좀 한다.

<그림7> 박승주 선생님의 빠따(https://www.youtube.com/watch?v=o4FqWNfK5BI)

Q. 정말 이력이 화려하다

아무튼 개발을 하고 싶어서 개발 공부를 했었고, 학생들도 가르쳐봤고, 컨설팅도 해봤고. 그러다 보니 개발도 하고, 영업도 하고, 컨설팅도 하고 그러고 있다.

Q. 부럽진 않다.

많이 힘들다. 해야지 뭐.

사실은 개발은 안 하려고 했다. 코다이도 내가 전부 개발하진 않았다. 그러다가 다음 프로젝트로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 기능 제품)를 하나 간단히 만들었는데, 우리 영업이 이걸 1월까지 다 만들어주겠다고 하고 고객사 계약을 해온 거다.

Q. 이젠 ‘갑자기?’를 외치기도 힘들다.

갑자기 그랬다.

Q. 알았다.

아무튼 그래서 MVP 수준을 상용 서비스로 2026년 1월까지 만들어야 해서 개발도 하고 있다.

Q. 그 MVP는 뭔가?

큐넥터라는 거다.

우리는 모든 모토가 연결이다. 코다이는 컨설팅 베이스로 긴 호흡으로 영업을 해야 하니, 빠르게 영업할 수 있는 마이크로 SaaS를 만들어보자고 했다.

큐넥터는 B2B 거래 플랫폼이다. 

<그림8> 큐넥터

Q. B2B 거래? 뭘 거래 하는건가?

뭐든 다 거래할 수 있다. 웹사이트에 올려서 거래할 수 있는 건 뭐든.

Q. 거래 플랫폼은 이미 많은데, 뭐가 다른가?

기존 거래 플랫폼은 판매자면 판매자, 구매자면 구매자 관점에서만 설계 돼 있다. 그런데 B2B 거래는 판매자이면서 구매자일 수도 있다. A사에서 사와서 C사에게 판매하는 중간 상인이 될 수도 있다는 거다.

큐넥터는 판매자와 구매자 역할을 오갈 수 있다. 이렇게 판매자와 구매자를 모두 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더라. 큐넥터 거래 데이터를 ERP에 옮길 수도 있다. 데이터도 연결하고, 판매자와 구매자도 연결한다.

Q. 시스템이 큰 거 같은데?

생각보다 크진 않다.

Q. 큐넥터도 잘 되기 바란다.

고맙다.

<그림9> 큐넥터가 잘 되는 상상 중인 박승주 대표

Q. 예스넷은 어떤 회사로 만들고 싶나?

글쎄… 재밌게 일하는 회사를 만들자?

Q. 지금 재밌나?

지금까지는 재밌다. 근데 아마 위기가 오겠지. 당연히 문제도 생기고 그러겠지.

그럼에도 계속 재밌게 하려고 노력한다.

Q. 특별히 대표로서 노력하는 게 있나?

부담이 되지 말자? 일하는 사람에게 부담이 되는 대표가 되지 말자.

Q. 끝인가? 또 있나?

내가 직원일 때 부담이 됐던 대표는, 멍청하거나 너무 열심히 했던 대표다. 그럼 직원 입장에서 부담스럽더라. 그래서 그런 부담을 주지 말자는 생각이다.

Q. 지금 지키고 있나?

일을 너무 많이 열심히 하는 것 같긴 하다.

Q. 멍청한 거는?

Q. 미안하다.

그건 아직은 괜찮은 거 같다.

<그림10> 박승주 대표의 연타석 빠따(https://www.youtube.com/watch?v=deqHykP100s)

Q. 쌍둥이 키우는 건 어떤가?

잘 자라고 있다. 말을 좀 안 듣기 시작하는데, 잘 자라고 있다.

Q. 쌍둥이 어머니에게 한마디 하면?

머… 잘 하고 있고. 진짜 고생 너무 많이 하고 있고. 요즘 계속 밤 늦게 들어가고 있다. 

혼자 쌍둥이 키워서 정말 고생이 많다. 힘내자.

Q. 밤늦게 들어가는 건 나와는 상관이 없다고 말해달라.

그건 패스하겠다.

Q. … 청창사는 어땠나?

나는 정말 놀랐다. 이렇게 다양한 아이디어와 잘 운영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나와 같은 고민을 하면서 사업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 싶었다.

Q. 그 동기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우리 컨설팅 고객사에도 하는 말인데, 고객사가 잘 돼야 또 우리가 컨설팅 할 수 있다. 청창사 동기들도 잘 됐으면 한다. 같이 성장하고 싶다.

요즘 잘 되는 동기들이 많은 거 같다. 포킷츠도 잘 되는 거 같고, 오현수 대표님도 이제 제품 나와서 잘될 거 같고. 빨리 매출 올려서 예스넷 찾아 달라.

Q.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어… 이 글을 보긴 하나?

Q. 본다.

… 머라 하지? 자기소개보다 어려운 거 같다.

나이 들면서 느끼는 건데, 모르는 게 있으면 상대가 답을 해줄까? 고민하지 말고 그냥 물어보는 게 베스트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나도 모르는 거 많이 물어본다. 물어보는 건 돈 들지 않는다. 많이 물어보고 많이 듣고 하는 게 가장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도 많이 물어보면서 살았으면 한다.

Q. ??? 왜 갑자기 훈화 말씀을 하나?

직원들에게도 많이 하는 말이다. 혼자 끙끙 앓지 말고, 같이 이야기 하다보면 풀리는 게 많다. 

어쨌든, ERP 모르겠으면 나를 찾아와라. 예스넷을 찾아와라.

Q. 알았다. 첫 인터뷰 참여해줘서 고맙다. 이제 나는 간다.

잘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