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해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적인 기술 기업이 됐다. 비즈니스를 지속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데, 체질을 개선하며 세계 최고로 올라설 수 있다니 한 기업의 역사에서 참 배울 게 많다.

서비스 철학을 다듬고 비전을 그리며 나아가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서비스를 구성하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깊이 관여하고 싶지만 현재까지 쌓은 경험의 수준과 물리적 한계가 아쉬울 따름이다. 더 나은 선택을 위해 때로는 깊은 곳으로 내려가는데, 오히려 방향성을 잃어 실수를 하곤 한다. 이 과정은 결코 즐겁지만은 않다.

그런데 세계 최고 아마존도 꽤 많은 실패를 했더라.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싶은데 지속할 수 있던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그렇게 시간이 흘러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 사업이 아마존 본래의 온라인 마켓도 아니고, 오프라인 마켓도 아닌. 온라인 마켓을 위한 시스템이었던 AWS가 됐다니. 이 과정을 견뎌냈던 그들은 어떤 과정을 반복했을까.

투자 모임에서 테슬라 이야기도 들었는데, 머스크는 테슬라에 2004년에 650만 달러를 투자했고 테슬라가 흑자로 전환한 시점은 무려 2020년이다. 15년 동안 머스크는 어떤 과정을 반복했을까.

세계 최고의 두뇌들도 목표를 위해 어떤 과정을 반복 또 반복 했더라. 뜻대로 풀리지 않는 많은 과제 앞에서 수차례 인상을 찌푸리는데 이 과정을 앞으로도 10년, 20년 반복해야 한다니 숨이 턱 막힌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막힌 숨이 틔어 호흡이 열린다면. 그래서 그 뒤로는 썩 즐거운 호르몬이 함께한다면. 그렇게 그들과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다면 그 과정도 꽤 매력있겠다 싶다.

머스크는 80세가 됐다고 가정한 뒤 현재의 선택을 돌아보는 ‘후회 최소 프레임워크’로 창업을 했다. 이미 월가의 부사장이었던 그가 80세에 본 결심은 후회보단 가능성에 가까웠나보다. 별것 아닌 상상일 뿐인데 머스크가 했다고 하니 매력이 느껴진다. 내가 80세가 된다면, 글쎄. 지금까지의 경험을 수차례 더 반복한다고 하니 지금의 고민은 그저 ‘어떤 과정’에 불과하다 싶다.

사내 독서소모임에서 서평을 쓰자고, 산출물을 만들자고. 나는 이렇게 그저 휘발되는 모임이 아쉽다고 했다. 그랬더니 한 동료가 이렇게 말했다. 이게 왜 휘발되는 거냐고. 우리가 함께 대화를 나눈 과정이 있지 않냐고.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과정을 의미있게 하려 결과를 만들려고 했다. 결과가 과정을 빛나게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가 없으면 과정이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니. 이 무슨 운수 좋은 날인가 싶다.

아직 터지지 않은 호흡이 가슴을 옥죈다. 결승선을 향해 뛰기 시작했는데 호흡이 터지지 않아 계속 달린다. 이미 결승선은 지났는지 모르는데 어느새 달리기 목적이 호흡을 터트리는 게 된 느낌이다.

기업을 분석하며 그들의 역사에 나를 올려본다. 무엇을 이룬 그들의 역사보단 아직 쓰이지 않은 내 역사가 여전히 더 값지다. 내가 고민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어쩌면 내 역사에서 ‘어떤 과정’이 빠져서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