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드는 일을 업으로 했고 몇 차례 내 책을 내기도 쓰기도 했다. 나는 책을 좋아하며 글을 읽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한 친구가 ‘독서’는 취미의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책을 읽는 건 당연한 것이기에 취미라 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어쨌든 책은 인류 역사에서 굉장한 가치가 있는 발명품이었고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런 책을 읽을 때면 아쉬움을 숨기기 어렵다. 이 책의 원제는 소셜 버터플라이(Social Butterflies: Reclaiming the Positive Power of Social Networks)로 ‘소셜 네트워크의 긍정적인 힘 되찾기’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세상을 바꾸는 행동경제학’이라는 거창한 제목으로 출판됐다.

Social Butterflies: Reclaiming the Positive Power of Social Networks

책을 읽으며 단순히 어떤 조직에서 조사하고 실험한 사례 모음집 같다는 생각이었는데, 원제를 보니 조금은 이해가 간다. 애초에 저자는 그렇게 썼던 것이다. 그런데 바다를 건너오며 소셜 네트워크 이야기는 ‘세상을 바꾸는 학문’이 됐고 작가가 염두에 두지 않은 ‘나’라는 전혀 다른 독자를 만나게 됐다.

출판사가 어떤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돈 주고 책을 산 독자로서 이 책 제목에 관해 강력한 아쉬움을 표한다. 이 책의 번역된 제목과 의도는 나라는 독자에게 결코 좋지 않은 ‘행동’으로 다가왔다.

아쉬운 번역&교열 그리고 겉핥기

나를 비롯해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도 번역서 특유의 번역체는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번역된 글은 좋은 번역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번역가만의 문제는 아니다. 번역서는 출판사와 번역가가 함께 만드는 것이고 교열 과정에서 충분히 보완돼야 한다.

책 71페이지에 이런 문단이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애슐리 윌랜스(Ashley Whillans)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보다 더욱 사회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일관성 있게 믿는다고 한다.

번역체다. 간단히 구글에 ‘Ashley Whillans Social Butterflies’를 검색해보자. 똑같은 문장이 영어로 나온다. 이 어색한 문장을 꼭 직역해야만 했는지 모르겠다. 전체 영문을 보진 못했지만 이렇게 수정하면 어떨까 싶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애슐리 윌랜스(Ashley Whillans)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더 연결 돼 있다고 일관되게 믿는다.

위 사례뿐만 아니라 책을 읽으며 형광팬으로 물음표를 표시한 게 한, 두 페이지가 아니다. 이는 번역가만의 문제라기 보다는 함께 책의 완성도를 높여야 했던 모든 관계자에게 책임이 있다. 독자로서 이런 완성도를 볼때마다 아쉬움이 크다.

번역과 교열뿐 아니라 원서 내용에도 아쉬움이 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소셜 네트워크 효과’를 바탕으로 한다. 때문에 공동저자 자신들의 성공 사례를 위한 모음집이 돼 버렸다.

232페이지에 이런 문단이 있다. 8장 ‘선택의 유도와 확산’에 나온 이야기다.

영국에서는 성인의 16.4퍼센트가 읽기와 쓰기에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심지어 이보다 더 많은 24퍼센트의 성인이 수학에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이 수가 각각 17.5퍼센트와 28.7퍼센트다. 읽기와 쓰기에 특히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이것이 자신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종종 당혹과 수치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밝혔다.

자, 이 연구의 목적은 무엇이 돼야 할까? 당연히 문단 앞에 나온 ‘읽기 쓰기에 자신이 없는 것’을 해결하는 것이 돼야 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 방법으로 기초 영어와 수학 강의를 듣게하는 ‘도구’를 선택한다.

BIT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ASK라는 이름의 연구 센터를 운영하며 사람들에게 기초 영어와 수학 강의를 듣게 하는 방안을 연구했다.

연구는 노골적이었다. ▲대조군에는 이메일을 보내지 않았고 ▲첫 번째 집단에는 프로그램 참여에 대한 감사와 피드백을 부탁한다는 내용 ▲두 번째 집단에는 감사 인사와 강의가 도움이 될만한 동료들에게 알려달라는 내용 ▲세 번째 집단에는 동료 추천 및 세 달 내 강의 프로그램에 등록한 직원에게는 상품권을 준다는 내용을 보냈다.

이 연구는 보상을 추가했을 때 네 배에 달하는 프로그램 문의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내용은 여기서 끝이 난다.

만약 행동경제학이라는 학문이 여기서 끝나는 것이라면 나는 이 학문의 허점에 아쉬움을 표한다. 본문에 따르면 이 학문은 단순히 고객 접점을 늘리는 것에 머문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이는 굉장히 속 편한 학문이라 표현할 수 밖에 없다.

네 배에 달하는 프로그램 문의가 얼마나 프로그램 참여에 이어졌는가? 프로그램 참여가 읽기와 쓰기에 얼마나 많은 자신감 향상을 가져왔는가? 만약 번역서의 제목처럼 이 내용이 ‘행동경제학’이고 만약 이 학문에 여기서 머무는 것이라면 이 학문은 핵심에 다가가지 않는 겉핥기일 뿐이다.

만약 상사가 내게 업무를 이렇게 지시했다고 치자. ‘우리 상품을 잘 알려서 매출을 높여 주세요.’ 그런데 행동경제학에 기반한다면 상사에게 이렇게 보고할 수 있겠다. ‘이벤트 쿠폰을 쐈더니 홈페이지 방문이 늘었어요!’ 그럼 상사는 이렇게 되물을 것이다. ‘오, 그래서 매출이 올랐나요?’

‘행동경제학’은 그저 많은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에 머무는 학문인가?

행동경제학은 ‘실제적인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여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경제학’이라고 한다. 특정 트리거에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밝혀내는 건 꽤 흥미로운 일이다. 다만 그 행동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도 다루는 게 ‘행동경제학’이 맞다면. 이 책에는 가장 중요한 게 빠지지 않았나 싶다.

사회적 배경

책의 완성도에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몇몇 지점에서는 신선한 인사이트를 얻었다. 그 중 하나가 ‘사회적 배경’이다.

당신은 전혀 다른 사회적 배경을 가진 사람과 얼마나 자주 개인적인 수준(마트에서 지나치며 인사하거나 가벼운 잡담을 나누는 것이 아닌)에서 교류하는가? 대답은 아마 ‘생각보다 드물게’일 것이다.

사회생활 10년이 넘어가며 꽤 많은 사람을 알게 됐다. 어떤 사람은 지금까지 만남을 이어오는 반면, 어떤 사람은 만나자마자 거리를 두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잘 지내다가 아쉽게 멀어지기도 했다. ‘사회적 배경’ 내용은 아쉽게 멀어진 사람들을 떠올리게 했다.

나는 꽤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일을 했다. 덕분에 많은 변화를 경험했는데 그 주기가 굉장히 빨랐다. 그리고 그 주기마다 꽤 많은 사람과 멀어졌고 그만큼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 거리에 관한 문제는 아니다. 물리적 거리를 뚫고 내게 먼저 다가오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런 어색한 노력은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때로는 이 과정에서 내가 너무 계산적인가 싶어 머릿속이 복잡해질때도 있었다.

이 책은 회사 독서소모임에서 함께 읽었는데,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특별히 계산적이었던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결국 인간은 ‘편함’을 추구하는 동물이다. 어떤 목표를 위해 근성을 보이며 달려갈 수 있겠지만 달린다는 행위 자체는 ‘편함’과 먼 것이다. 결국은 달리기를 멈추고 걷거나, 앉거나, 눕게 돼 있다.

물리적 환경을 바꾸며 꽤 다이내믹하게 시간을 보냈지만 지금 회사에 합류하고부터는 조금은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역할을 바꾸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 나는 물리적 환경을 바꾸지 않고도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멀어지거나 새롭게 가까워지는 사람들이 생겼다.

‘사회적 배경’이 꽤 많은 것을 흔들 수 있다는 내용은 변화가 잦은 내게 꽤 괜찮은 위안이 됐다.

사회적 자본

반면 ‘사회적 자본’ 내용은 너무 노골적이어서 다소 불편할 정도였다.

여러분의 사회적 자본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돈으로 이를 해결하지 않고, 친구 혹은 친구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의 조언이나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몇 개나 되는지 세어보자.

동료들과 이 책을 나누며 서로의 ‘사회적 자본’을 이야기 해봤다. 누군가는 연예인을 말하기도 했고, 누군가는 전문직 종사자를 말하기도 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 ‘사회적 자본’을 갖는 게 뭐가 잘못됐겠냐만은. 이런 ‘자본’을 나누고 있자니 그저 ‘동물’이 된 것 같아 다소 씁쓸했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자본’일까 하는 생각에 다소 쓸쓸해지게도 했다.

만약 새벽 4시에 전화를 걸어 지금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어디를 좀 가야 하는 데 도와달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여러분은 친구라는 사회적 자본을 가졌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 긴박한 상황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많다면, 그래서 그 사람은 ‘사회적 자본’이 많은 ‘자본가’라면. 이 행동경제학은 ‘목적’에 다가갈 수 있을까? 인생은 정말 ‘자본가’만 성공적이고 행복한걸까?

마무리

책을 읽으며 낮은 완성도에 아쉬움이 컸다. 그럼에도 함께 읽는 동료들 덕에 꾸역꾸역 끝까지 읽었다. 사이사이 신선한 관점에 흥미가 생기기도 했지만 역시나 불편한 결론을 마주 할때면 이 시간이 아깝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다양한 생각과 감정의 오르내림을 책 한 권으로 경험할 수 있다면 이는 굉장한 가성비이며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2022년은 정말이지 내 페이스에서 너무도 벗어나버린 해다. 훗날 2022년이 내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진 모르겠지만 이 책처럼 낮은 완성도일지언정 충분히 가치있는 한 해로 기억되길 바란다.

한줄평

  • 영국 행동통찰팀(BIT)의 업무 이야기

인상 깊은 문구

  • 연구에서는 지원자들의 이름이 한 가지 사실만 제외하고 전부 같은 내용으로 이력서를 작성했다. 이력서 중 일부에는 전형적인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이름을, 또 다른 일부에는 전형적인 백인의 이름을 적었다. 이 이력서들은 채용을 원하는 회사로 약 5천 회에 걸쳐 발송되었다. 그 결과가, 백인 이름이 적힌 이력서가 흑인 이름이 적힌 이력서보다 50퍼센트가량 더 많은 응답을 받았다. 수치는 지원자의 성별, 또는 지원 직종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 우리는 본능적으로 우리가 마주치는 사람들과 공통의 사회적 집단을 찾도록 설계되어 있다.
  • 적절한 상황이 주었을 때 우리가 얼마나 빨리 새로운 사회적 집단을 형성할 수 있는지를 비롯하여 집단의 유대가 얼마나 견고해질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 정치 단체와 같은 광범위한 사회적 집단에서 모든 사안에 대해 구성원의 합의를 끌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 우리는 집단의 일원 모두가 우리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행동하기를 바라며, 집단의 의미를 변질시키려고 하는 사람과는 한 집단에 소속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는 이 과정이 사회적이기 때문이며, 집단 구성원의 행동이 집단의 일원이 됨으로써 얻는 존중이나 가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우리가 높이 평가하는 사회적 집단의 전형에 우리가 얼마나 잘 어울리느냐 하는 문제가 우리의 소속감과 자부심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 우리가 집단의 규범을 어겼을 때 집단의 구성원 모두가 등을 돌린다면, 우리의 정체성에 가해지는 내적 위협에 과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친구나 유명인 또는 어느 쪽도 아닌 타인의 사진 수천 장을 보며 여러분 식단의 심미적 상태에 대해 낙담하고 싶다면 인스타그램이 안성맞춤이다.
  • 페이스북 연구진이 조사한 소문 폭포의 물줄기 중에서는 단 15퍼센트만이 진실을 밝히려는 시도로 이어졌다. 나머지 소문은 진실 여부의 확인 없이 계속해서 퍼져나갔다.
  • 특정 시점이 지나면, 새로운 정보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구별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 이 모든 것이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거짓이며, 믿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 EU 탈퇴 캠페인을 지지하고 있는 러시아 트롤들은 EU 잔류 캠페인을 깎아내리는 가짜 뉴스를 게시했고, EU를 탈퇴했을 때의 이익과 잔류했을 때의 불이익에 대해 과장하여 떠들어댔다. 영국 내무성은 EU를 탈퇴했을 때의 경제적 타격에 대해 우려하는 내용이 담긴 재무부의 경제 영향 평가 결과를 영국 각 가정에 우편을 통해 알리는 전례 없는 조치를 취했다.
  • 그는 ‘뉴스에 대해 더 신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를 더 쉽게 구별했다. 심지어 뉴스 헤드라인이 그들의 이념과 부합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그러한 경우,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의 구별이 더욱 용이했다. 즉, 사람들이 가짜 뉴스에 속는 것은 동기에 기반한 추론 때문이 아니라 추론의 부재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 영국, 미국, 유럽 의회는 각각 마크 저커버그의 의회 출석을 요구했다. 마크 저커버그는 영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을 거부하며 페이스북이 스스로 법 위에 있다고 믿는 것이 아니냐는 질타를 받았으나, 미 의회와 유럽 의회 청문회에는 출석했다. 그리고 청문회에서는 “사용자들이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데 어떻게 사업 모델을 지속합니까?”, “트위터도 페이스북과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운영됩니까?”와 같은 꽤나 직설적인 질문들을 받았다.
  • 신문에는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가 가득하다 해도, 우리의 일상은 삶을 더 풍유롭게 만드는 작은 사회적 행위들로 가득하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하면 주변 사람들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사회적 본능을 이용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 사회적 집단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를 어떤 집단으로 분류하고,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과 심리적으로 더 가까워지며, 속한 집단을 다른 집단에 비해 긍정적으로 차별화하고자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당신은 전혀 다른 사회적 배경을 가진 사람과 얼마나 자주 개인적인 수준(마트에서 지나치며 인사하거나 가벼운 잡담을 나누는 것이 아닌)에서 교류하는가? 대답은 아마 ‘생각보다 드물게’일 것이다.
  • 여러분은 얼마나 자주 새로운 동료나 지인에게 ‘당신에게 있어 완벽한 날이란 어떤 날인가요?’ 또는 ‘당신의 삶에서 가장 감사한 일은 무엇인가요?’와 같은 질문을 하는가? 이러한 의미 있는 대화는 사회적 집단을 아우르는 대인 관계를 위한 지름길이다.
  • 만약 타인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타인의 관점을 받아들이며, 반대되는 관점도 보고자 하는 것이 집단 내에서의 규범이나 기대라면, 이것이 집단 간의 갈등을 줄이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그렇다면 사람들은 언제, 어떻게 그리고 어느 정도까지 다른 사람들을 배려할까? 만약 이러한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우리는 직장을 비롯한 여러 환경을 긍정적 행동을 극대화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많은 면에서 이는 결국 ‘사회적 거리’의 문제이다.
  • 우리가 그 한 사람에 대해 더 잘 알수록, 그리고 더 가깝다고 느낄수록,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준다.
  • 외재적 동기 부여는 비싸고, 딱 그만큼만 작동한다. 급여는 사람들이 일을 하게 할 수 있고, 성과급은 일을 더 잘하게 할 수는 있지만, 돈을 지불해서 사람들을 스스로 더 노력하게 하거나 팀 플레이어가 되게 할 수는 없다.
  • 그랜트는 병원에서 엑스레이나 CT 촬역 같은 검사를 시행하고 판독하는 방사선사들을 연구했다. 그들은 환자의 병을 진단하고 환자들이 올바른 치료를 받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랜트는 방사선사들이 몇 년간 일하고 나면 내재적 동기를 일부 잃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그들이 하는 일과 사람들을 돕는 것 사이의 연관성을 잊어버리고, 마지못해 일하기 시작했다.
  • 그다음 그랜트가 한 일은 전문가들과 그들이 상대하는 사람들 간의 사회적 거리를 줄이는 것이었고, 이는 내재적 동기 부여를 강화한 좋은 예다. 그는 일부 방사선사들에게 환자의 영상(몸 내부의 사진)뿐 아니라 그 사람의 겉모습을 찍은 사진을 함께 주었다. 이 간단한 개입을 통해 진단의 정확도를 47퍼센트나 향상시킬 수 있었는데, 이는 겉모습을 찍은 사진에 어떤 정보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 환자들이 더 실제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 그러나 사회적 거리의 감소로 얻을 수 있는 평온함에는 대가가 따른다. 사회적 거리가 가까운 팀에는 아이디어와 혁신이 부족하다. 이는 사회적 거리가 가깝다는 것이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아마 거의 같은 방식으로 생각할 것이다. 사회적 거리가 먼 경우 약간의 의견 불일치는 불가피하지만,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리더로서 스스로 쉬운 길을 택하는 것은, 사실 돈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 인생의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규범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부모님 세대가 자라던 시기에는 흡연율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으며, 대부분 사람들이 와인 몇 잔을 마신 후 운전하는 것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을 것이다. 오늘날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규범은 바뀔 수 있으며, 둘째, 사회적 집단의 규범이 변함에 따라 우리는 아주 빠르게 이에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사회적 규범을 조직에서 아직 흔하지 않은 어떤 행동을 장려하기 위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우리는 일부 사람들에게 규범을 충족시키기 위해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이미 기준을 상회하던 사람들에게는 덜 노력해도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게 될 수 있다.
  • 많은 연구가 핫데스킹(hot-desking, 모든 직원에게 각자의 자리를 배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업무가 부과될 때에만 책상을 이용하게 하는 방법)이 조직에 대한 직원들의 동일시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고 있다. 그 결과, 핫데스킹이 조직에 대한 소속감을 해치고 사회적 집단으로서의 조직의 힘을 약화시키며, 항상 같은 책상을 사용하는 직원(아마 더 높은 직급일 것이다)과 자리를 옮겨 다니는 직원 간에 사회적 위계질서가 만들어진다는 점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 여러분의 상사가 그가 보내는 신호를 고려하고, 그 대신 앞에서 말한 ‘현명한’ 피드백, 예를 들어 ‘자, 제가 이런 피드백을 드리는 이유는 당신이 기대에 부합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에요’로 대화를 시작했다면, 그 대화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아마 그렇다고 여러분이 테이블에서 점프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가슴 졸이며 대화를 시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 한 가지 설명은, 보상금이 사람들에게 시설이 그들이 생각한 것보다 더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 앞서 살펴본 내용은 동기 구축 효과라는 연구 분야로 설명될 수 있다. 이는 금전적 이익 같은 외부로부터의 동기 부여가 그들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 즉 내재적 동기를 ‘밀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 중요한 것은 우리와 사회적 거리가 가까운 사람들(예를 들면 우리와 공통점이 많은 사람들, 또는 같은 과거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가 먼 사람들보다 우리에게 영향을 더 많이 끼친다는 것이다.
  • 마지막 집단에는 세 번째 집단과 비슷한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지만, 다음과 같이 관리자가 직접 이야기하는듯한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
  • 네 번째 집단의 기부율도 39퍼센트에 달했다. 이 집단의 모금액은 약 50만 파운드로 나머지 세 집단의 모금액을 모두 합친 것과 비슷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 영국에서는 성인의 16.4퍼센트가 읽기와 쓰기에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심지어 이보다 더 많은 24퍼센트의 성인이 수학에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이 수가 각각 17.5퍼센트와 28.7퍼센트다. 읽기와 쓰기에 특히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이것이 자신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종종 당혹과 수치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밝혔다.
  • 단기적으로 볼 때 경제적 측면보다는 주로 사회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이후 하버드대학교의 라즈 체티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추가 분석을 통해 경제적 및 교육적 혜택 또한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 혜택은 이주 프로그램에 따라 13세가 되기 전에 이동한 어린이 집단에서만 나타났다. 13세 이후에 이주한 아이들의 경우, 효과가 미미하다는 정도가 아니라 득보다 실이 더 많았다. 정든 동네를 떠나면서 친구들과 단절되고, 그곳에서 형성했던 사회적 자본이 붕괴되었기 때문에 더 좋은 새 동네로 이사한 것이 오히려 해가 된 것이다.
  • 개인적인 관점에서 볼 때 사회적 자본은 우리가 시민 단체의 회원인지 가족들과 저녁 식사 자리를 많이 갖는 사람인지를 묻는 것으로 귀결된다.
  • 여러분의 사회적 자본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돈으로 이를 해결하지 않고, 친구 혹은 친구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의 조언이나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몇 개나 되는지 세어보자.
  • 만약 새벽 4시에 전화를 걸어 지금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어디를 좀 가야 하는 데 도와달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여러분은 친구라는 사회적 자본을 가졌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 런던대학교 교육 연구소의 린제이 맥밀란과 배스대학교의 폴 그레그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이동을 막는 원인의 절반 이상이 교육에 있다고 한다.
  • 소속되고자 하는 열망이 강한 사람은 말투에 더 민감하며 타인의 감정을 파악하는 데 능숙하지만, 가끔 과장해서 해석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