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프레스 테마를 바꿨다. 깔끔한 디자인을 선호하는데, 며칠을 고른 끝에 요즘 대세 다크 테마로 골랐다. 맥OS를 다크 테마로 쓰다 보니, 이제 다크 테마가 아닌 게 어색하다.

다크 테마 설치 겸, 오랜만에 워드프레스 이야기를 해본다.

2021년, 아직도 워드프레스?

2009년부터 블로그를 썼고, 블로그 경력만 어느새 10년이 훌쩍 넘었다.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 등 포털 사이트 블로그는 물론 브런치, 미디엄, 스팀잇 등 유행을 따라 여러 블로그를 옮겨 다녔다. 10년이 흐른 지금 내 선택은 워드프레스. 결국, 가장 많이 사용하는 CMS를 선택했다.

CMS(Content Management System)는 콘텐츠 생산 시대에 필수 도구다. 좁은 범위에서 블로그 등 텍스트 기반 CMS가 있고, 카페 등 커뮤니티를 위한 CMS는 물론, 넓은 범위에선 유튜브 등에 영상 CMS도 있겠다. 이제 인류는 콘텐츠 없이 살 수 없고, 이야기를 만드는 인류에게 CMS는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무한하다.

워드프레스는 이 분야 왕좌를 놓치지 않으며, 최근에는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기도 한다. W3Techs에 따르면, 2021년 1월 현재 전 세계 웹사이트 중 39.7%가 워드프레스로 만들어졌다. 이렇게 기반이 되는 기술은 쉽게 바꾸지 못하는 법이다.

CMS 트렌드. / W3Techs

기술에 익숙지 않은 사용자만 있는 건 아니다. 줌(Zoom.us)은 물론, MS(Microsoft.com), 유데미(Udemy.com) 등 굵직한 회사가 워드프레스를 사용한다. 특히 MS는 좀 놀랍다.

블로그 도구 추천에 워드프레스를 말하면 굉장히 지겨워 하는 사람이 있는데, 계속 추천하는 건 그만큼 잘 만들어진 도구라는 거다. 물론, 텍스트 기반 블로그를 혼자서 쓰고 싶다면 더 가벼운 도구를 추천한다.

MS도 워드프레스 쓴다. / W3Techs

단점이 많은 워드프레스

워드프레스 장점을 논하기엔 큰 단점이 많다. 충분히 사용을 포기할 만큼 큰 단점이 있고, 이 이유 때문에 다른 도구를 사용한다면 말리지 않는다. 나도 이 부분 때문에 바꾸고 싶으니까.

먼저 속도다. 워드프레스는 개인 블로그로 적절하지 않다. 혼자서 사용하기엔 너무 방대한 서비스다. 팀 블로그는 물론, 구독 서비스, 각종 플러그인 그리고 쇼핑몰 기능도 제공한다. 이런 확장성을 제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코드가 있겠나? 혼자서 간간히 텍스트와 이미지만 사용할 거라면 워드프레스는 좋은 선택이 아니다.

둘째, 안정성. 2014년쯤 워드프레스를 쓰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날려 먹은 워드프레스 콘텐츠가 꽤 된다. 각 버전별 호환성이며, 콘텐츠 내보내기 등이 불안정하다. 최근에는 구텐베르크 에디터로 변환이 있었는데, 이를 강제화하다 보니 욕을 많이 먹었다. 호환이 잘 안 되거든. 이렇게 큰 생태계를 만들고 안정성을 보장하지 못하니, 굉장한 불만이다.

생태계가 얼마나 불안정하냐면, 테마와 버전이 충돌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는 물론 특정 플러그인이 홈페이지를 망가뜨리는 경우도 있다. 각 테마 개발자가 빠른 대응을 해주지 않으면, 테마를 버리는 수밖에 없다.

셋째, 표준. 이는 속도와 안정성 등 문제가 포함돼 있다.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큰데, SNS 공유 등이 원활하지 않다. 특히, 페이스북 공유는 표준화해서 제공해야 하지 않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 대표 SNS에 공유하기 위해 별도 플러그인을 깔아야 하는 건 굉장히 의아한 부분이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포기했다.

이 밖에도 이제는 워드프레스 자체 기능으로 제공하는 젯팩(Jetpack) 등 정말 고통받는 지점을 말하면 끝도 없다. 몇 년 전 AWS EC2에서 AWS 라이트세일(Lightsail)로 마이그레이션 하다가 데이터가 날아가 좌절한 기억을 떠올리면, 화가 날 정도다.

그런데, 나는 왜 워드프레스 유료 테마를 구입하며 여전히 떠나지 못하고 있을까?

그래도 워드프레스

속도와 안정성, 파편화된 플러그인 등 도무지 전 세계 39.7%가 사용하는 CMS라는게 부끄러울 정도다. 벌써 7년 가까이 워드프레스를 사용하는 사용자가 개선되지 않는 단점을 끊임없이 말할 정도니, 어찌 안 부끄럽겠나.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자. 그렇게 불만인데, 왜 계속 사용하나? 전 세계 39.7%는 왜 사용하며, 지금도 점유율이 느는 이유는 뭔가?

그래도 워드프레스이기 때문이다.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거다. 쏟아지는 불만에도 마땅한 대안이 없는 이유는 뭘까?

첫째, 접근성이다. 오래된 만큼 많은 자료가 있다. 한글 자료도 넘쳐난다. 홈페이지 만들고 싶다고 의뢰하면, 대부분 워드프레스로 다 된다. 관련 인력도 많다는 거다. 심지어 AWS 라이트세일은 인스턴스 생성 시 아예 워드프레스를 다 설치해준다. 정말 30분도 안 걸린다.

AWS 라이트 세일

둘째, 생태계다. 모바일 앱스토어 초기엔 아이폰 앱 대비 안드로이드 앱 품질에 많은 공격이 들어왔다. 나 역시 6년 간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일하며,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상큼한 욕을 많이 먹었다. 그런데, 그래서 지금 안드로이드 폰을 안 쓰나?

워드프레스도 마찬가지다. 플러그인이며, 테마는 충돌 날 수 있다. 모든 플러그인을 테스트하는 건 불가능하며, 심지어 만들어지지도 않은 플러그인에 대응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방대한 생태계는 워드프레스를 유지시킨다.

방대한 워드프레스 생태계 ./ 테마포레스트

셋째, 자유도다. 사실, 티스토리가 광고를 초기에 허용했더라면 나는 티스토리에 남았을 것이다. 다음 메인에 실리는 매력은 워드프레스로 맛보지 못했다. 포털 사이트가 제공하는 기능은 딱 제약 만큼 매력적이다.

하지만 워드프레스는 코드를 조금만 볼 수 있다면, 굉장한 자유도를 자랑한다. 호스팅만 제공하는 서비스와는 비교할 수 없다. 광고는 물론, 테마를 직접 만들 수도 있다. 실제로 이렇게 워드프레스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사이트가 굉장히 많다. 39.7%라지 않는가?

직접 호스팅할 수 있다면, 워드프레스를 사용하는 게 여러모로 좋다.

그리고 팀블로그

사실, 앞서 소개한 여러 단점 때문에 워드프레스를 버리려고 했다. 대상은 고스트(Ghost)였는데, 디자인이 내 스타일이고, 속도가 무척 훌륭했다. 고스트에서 호스팅하는 버전은 구독 서비스를 만들 수도 있었는데, 여러모로 구미가 당겼다. 하지만 그동안 워드프레스로 삽질한 경험을 떠올리니, 고스트 호스팅 버전 가격이 너무 비싸 보였다.

고스트 호스팅 가격 ./ 고스트(Ghost)

나는 오세용닷컴 외 스튜 독서소모임에서 서평을 올리는 스튜 블로그비즈니스 미디어 와레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각 팀에 속한 멤버는 15명, 7명 등 인원이 꽤 된다. 이 인원이면 고스트 호스팅 기준 비즈니스 버전을 사용해야 하고, 이는 1년 결제 시 월 199달러를 내야 한다. 그것도 2개를 써야 하니 거의 월 40만 원, 연 500만 원이 필요하다.

직접 호스팅을 하며 부가기능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자. 그동안 쌓은 워드프레스 운영 경험은 다 버려야 하는데, 이것도 괜찮다고 치자. 20명에 달하는 멤버들의 CMS 경험이 남았다. 이건 정말 어려운 문제다.

협업 도구를 변경하는 건 굉장한 비용이 발생한다. 매주, 매달 글을 작성하는 멤버들을 모아서 도구 사용법을 가이드 해야 한다. 내가 왜 그래야 하냐는 결론에 도착한다.

결국, 워드프레스 점유율이 유지되고, 심지어 상승하는 이유에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운영자가 많다는 거다. 또한, 경쟁 서비스가 워드프레스의 약점을 정확히 짚지 못했다는 증거도 된다. 어쩌면, CMS 분야도 꽤 괜찮은 후발주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겠다.

마무리

뉴욕타임스가 디지털 퍼스트로 혁신에 성공한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자체 개발한 CMS를 자랑하며, 종종 화려한 인포그래픽으로 SNS를 도배한다. IT 기술 투자가 은탄환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콘텐츠 비즈니스에 핵심 파트인 것은 분명하다.

협업 도구에 관심이 많고, 워드프레스를 오랜 기간 사용한 사용자로서 앞으로의 워드프레스에 배팅하고 싶다. 한편으로는 워드프레스를 누르는 혁신적인 플레이어가 나오길 바라지만, 워드프레스 생태계만큼은 쉽게 넘지 못할 거다.

아무튼, 2021년에도 워드프레스 위에서 많은 이야기를 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