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용의 에세이 #30] 전략게임

생각이 많은 편이다.

원래도 그랬지만, 사회에 나와 자취를 하며 생각에 관한 생각이 더 심해진 것 같다. 하수는 장고 끝에 악수를 두는 법인데, 여전히 하수인 것 같으니 문제가 맞다. 아마, 악수를 두겠지.

보통 전략 게임에서 유닛을 배치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크게 2가지다. 공격 능력과 방어 능력. 전략에 따라 유닛을 배치하기도 하지만, 유닛에 따라 전략을 바꾸기도 한다.

전략 게임에서 유닛과 전략 분석은 필수다. 유닛을 모르면 올바른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유닛을 알아도 적절한 전략을 모르면 필패다.

이런류 게임에서 ‘운’은 상당히 중요하다. 운도 실력이란 말도 있지만, 운을 실력으로 만드는 것 자체도 실력이다. 어쨌든 실력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고, 나는 딱히 지는 게임을 즐기지 못한다.

승패에 연연하는 순간 지는 거란 말도 있다만, 이기지 못하면 도통 즐겁질 않으니 쉽지 않은 캐릭터다. 어쩌면 나라는 유닛에 관해 아직도 분석 중이란 생각이 들어, 나는 필패할 수밖에 없나 하는 생각에 다시 우울하다.

전략을 떠나서 어쨌든 유닛에 관한 분석이 부족하니 말이다.

어느새 연말이고, 나는 또 한 해 동안 뭘 했나 하는 생각이다. 이래저래 발이 묶여 그나마 아는 전략도 사용할 수 없고, 마땅히 사용할 유닛도 없으니 매 턴을 흘려보내며 패배를 기다리는 느낌이다.

생각이 많은 편이다.

전략도 먹히지 않고, 유닛도 모르는 그래서 내 턴을 흘려보내는 이 기분은 세상을 향한 막막함이다. 여기저기 쌓이는 불만을 보며, 선발 기용을 하지 않는다며 감독에게 징징대는 2군 축구 선수가 떠오른다. 하 참, 이것보다 찌질한 게 또 있을까.

생각이 쌓이면, 생각을 놓는 편이다.

종종 떠나고픈 마음이 든다. 매 턴을 흘려보내느니 항복을 하는 게 낫지 않는가? 한편으로는 내 포지션도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이런 약한 마음을 보자면, 도대체 어른은 언제 되나 싶다.

여기저기서 뺨을 맞고 내 방에 숨을 때면, 그래 이게 내 모습이구나 싶다. 아등바등 사는 게 내 약한 모습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 생각할 때면, 혹여나 내 초라한 모습이 거울이 비칠까 두렵다.

날씨가 추워지고, 해가 짧아지고, 구름이 낄 때면 왜 이리 작아지나 모르겠다.

이렇게 푸념을 늘리고 늘려도, 왜 내 턴은 끝나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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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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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감성개발자 입니다.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도밍고컴퍼니를 창업해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 도밍고뉴스를 만들었습니다. 소프트웨어 전문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에서 기자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CODEF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