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일까?
‘내가 골라서 간다’는 ‘자신감’에 차있던 신입 시절, 얼마 지나지 않아 터무니없이 높은 벽을 경험했던 사회 적응기. 스스로의 무능함에 분노했던 시절, 기어이 내 자리를 만들겠다 도전하던 그 시절.
어느새 내 자리가 당연해졌던 시절, 어라? 급격히 성장하던 시절.
도대체 눈 앞의 이토록 큰 벽을 왜 이제 알았나 싶었던 시절. 네 발로 기어서라도 그 벽을 넘어섰던 시절. 홀로 그 벽을 넘진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했던 시절. 겸손, 또 겸손했던 시절.
이제는 스스로의 성과가 보이기 시작한 시절. 피가 다시 끓어 오르던 시절. 지금이 아니면 안될 것 같던 시절. 멈춘 것 같던 시절.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고 싶던 시절.
뛰쳐 나왔던 시절.
너무 계산 하지 않았던 시절. 추락하던 시절. 낡은 동아줄이라 생각했지만, 내 한 몸 정도는 충분히 맡길 수 있음을 깨닫던 시절. 어쨌든 부딪쳤던 시절. 스스로 꽤 괜찮다 생각했던 시절. 부딪치면 열릴 것 같던 시절. 마구 부딪쳐보던 시절. 생각보다 단단한 벽에 소리치던 내 몸을 돌아볼 수 밖에 없던 시절.
그렇게, 무릎 꿇던 시절
묵묵히 제 자리를 찾아 웅크리던 시절. 그래도 여전히 한 사람 몫을 해내던 시절. 그럼에도 그 모습에 만족할 수 없던 시절. 다시 달리고 싶지만,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던 시절.
새로운 곳으로 옮겼던 시절. 전과 다름에 홀로 소리쳤던 시절. 혼란스럽던 시절. 혼란스러움을 즐겼던 시절. 혼란스러움을 즐겨도 되는지 혼란스러웠던 시절.
그 시절을 모두 기억하는 나.
일은 뭘까?
때때로 생각한다. 지금의 내 모습을 알았더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옳은 선택임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른 선택임을 미리 알았더라면.
좋은 선택보다 좋은 선택으로 만드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반복해서 되뇌이지만, 늘 더 좋은 선택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면. 그랬더라면.
내가 좀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알았더라면.
내가 좀 더 즐길 수 있는 일을 알았더라면.
그래서 그 일을 선택했더라면.
나는 그 일을 더 잘하고, 더 즐길 수 있었을까?
현실을 인정하자. 한 세기 전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좋은 삶을 위해서는 사랑할 줄 알아야 하고 일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19년 1-2월호
원하는 것을 얻었다면,
“나 정말 원했던 거야”라며,
원했던 그 시절처럼, 원했던 것을 사랑할 수 있을까?
이제 우리는 직업에서 자존감, 안정감, 돈만 원하는 것이 아니다. 열정과 성취감, 놀라움도 얻길 바란다. 한마디로 로맨스를 바라는 것이다.
–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19년 1-2월호
나는 일에게 뭘 바라는 걸까?
직장은 뭘까?
좋은 직장은 뭘까?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해야 할까?
변수는 어떻게 다뤄야 하며, 달라진 결과물에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연애가 지속적인 사랑으로 전환돼 갈 때의 증상은 다음과 같다. 나의 열정이 헌신으로 바뀌어 가고 헌신할 만한 가치가 있는 대상을 정확히 깨닫기 시작한다. 이 자리에 헌신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확신이 줄어든다. 내가 아무리 이 일자리를 사랑하더라도 그 일자리가 나를 사랑해 주지는 않는다는 걸 아니까. 하지만 나는 내가 하는 일과 지금까지 그 일을 해온 내 자신의 모습을 사랑한다. 일과 더불어 그 일로 접촉하는 사람들도 사랑한다. 사람들이야말로 헌신할 가치가 있는 존재다.
–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19년 1-2월호
일자리는 내게 어떤 보장을 해줄 수 있을까?
받은만큼 주고, 준 만큼 받으라 배웠거늘
나와 일자리 사이 거래는 어떤 법에 따라야 할까?
혼자서도 행복할줄 알아야
함께일때 행복할 수 있다고 하더라.
결국 문제는, 혼자도 함께도 아닌 ‘행복’이란 녀석인 것이다.
일을 더 제대로 사랑하기 위해 현재의 자리나 조직을 떠나야 할 때가 있다. 사랑을 잘하는 데 필요한 능력 하나는 어떤 자리도, 어떤 조직도 가르쳐 주지 못한다. 그것은 바로 홀로서기 능력이다. 일단 홀로 설 수 있으면 사랑은 이제 필수가 아니라 기쁨이 된다.
–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19년 1-2월호
홀로 사랑할 수 있는 자가
함께 사랑도 잘 한단다.
가진 자가 더 갖는 더러운 세상.
사랑도 기득권의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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