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하면 참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처음 겪는 감정에 어쩔 줄 몰라하던 과거가 여전히 선명한데 요즘은 대부분 경험해본 것이라 크게 허둥대진 않는다. 그럼에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감정이 있으니 바로 ‘불안’이다.

문득 불안감이 밀려오면 좀처럼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이어서 책임감이 따라오고, 외로움이 따라올때면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다 부질없어 보인다. 부질없다니. 그간 쌓은 모든 게 부질 없다니. 앞으로 쌓을 모든 것도 부질없을 것만 같은 불안감이 밀려온다. 무한루프에 빠졌다.

그래서 가끔은 기본 값이 부질없음인 사람이 부럽기도 하다. 애초에 모든 게 부질없기 때문에 불안감 따위가 밀려올 이유도 없지 않을까? 어차피 부질없는데 부질없어질까 불안해질 이유가 뭐가 있나.

불안하고 또 불안해도 그리고 또 불안해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상황이 참 싫다. 결국 나는 내가 쌓은 모든 것과 앞으로 쌓을 모든 것이 결코 부질없다 생각하지 않나보다. 아니 어떻게 그게 부질없나. 그게 나로서 살아온 흔적인데.

언제나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선택에 따라 대부분의 상황은 다음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부질없을리 있나. 언제나 선택 할 수 있다면 그 삶이 부질없을리 없다.

그래서 멈출 수 없다. 끝난 것 같아도, 그래도 여전히 어떤 선택이 남았더라. 그래서 늘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