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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 교양 과목으로 ‘한국 경제의 이해’를 듣고 있다. 공대생인 내가 ‘나는 문과 체질인가?’ 싶을 정도로 상당히 흥미로운 수업. 추석과 축제로 인해 수업을 못해서 아쉬웠는데 오랜만에 수업에 영화를 본다고 해서 살짝 실망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뭔가!! 이런 영화가 있다니!
다큐멘터리 영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는 ‘비상’ 이다. 인천 유나이티드를 밀착 취재하여 영화화 한 것인데,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영화다. 처음 접한 다큐멘터리 영화이며, 3번 이상 본 영화다.
그 다음 내게 충격을 준 다큐멘터리 영화는 ‘소명 2’ 다. 축구를 좋아하는 내게 여자친구가 내가 좋아할 만한 영화가 개봉했다며 함께 보자고 한 영화. 같이 영화를 본다는 기쁨에 다큐멘터리 영화인지도 확인 하지 않아서 영화 시작시 실망을 했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함께 울었다.
이렇게 축구에 관련된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꽤나 신선한 충격을 받았기에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무슨 영화 때문에 명성을 얻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내가 알 정도면 꽤나 명성이 있는 감독. 마이클 무어. 이름있는 감독이 상당히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시작했기에… 사실은 다음주 시험의 주제가 나온다기에 열심히 봤다.
다큐멘터리 영화의 사전적 의미는 극영화의 상대어로서 현실의 모습에 영상을 담은 논픽션 영화다.
즉, 허구를 다루는 일반 영화와는 달리 좀 더 신선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현실이지만 사실 잘 모르고 있던 사실이나, 감춰져 있는 충격적인 비밀을 다루기 때문에 영화가 끝난 후의 여운도 오래 간다.
손가락 봉합에 1억 2천만원
영화는 시작부터 마취 없이 스스로 생살을 꿰메는 남성과 약지와 중지의 봉합 수술 중 한개의 손가락만 봉합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약지의 봉합 비용은 1억 2천만원이고 중지의 봉합 비용은 6천만원이다.
이는 의료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미국 국민의 이야기고 영화는 이들 5천만명의 이야기가 아닌 의료보험이 있는 나머지 국민들의 이야기임을 알려준다. 그리고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앞서 보여준것 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을 듣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억셉티드’ 에서 총장이 이런 말을 한다. “월요일날 가면 화요일만 보험이 된다고 하고…”
사실 그런 대사를 들었을때 ‘오바하는구만?’ 라고 생각했는데, 미국의 현실이 그랬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의료복지가 현저히 떨어졌고 세계 30위권에 위치해 있었다.
우리는 왜 안되는가?
마이클 무어 감독은 영화 속 나레이션을 하는데 거기서 이런 말을 한다.
왜 저들은 되고 우리는 안되는가?
유소년기 시절 달리기가 빠른 아이를 보면 ‘쟤는 빠르구나…’ 하고 그러려니 했다. 태권도 3단의 유단자였고, 겨루기를 할때도 쉽게 지지 않았으면서도 싸움은 하기 싫었다. 공부만 하는 아이를 보면 ‘저런 사람도 있구나…’ 했다.
헌데 마이클 무어는 ‘왜! 안되는가?’ 나는 왜 안되는가? 라고 질문했다. 스스로 질문했다. 스스로 생각했다. 스스로 자신에게 묻고 대답하며 스스로의 생각을 끌어냈다.
그렇다면 나는 왜! 20평대의 아파트에 살며, 명문대생이 아니고, 루저급 키에 무언가 특출난 것이 없는 것일까? 왜일까? 안다. 나는 정답을 안다. 관심이 없었다. 나는 관심이 없었다. 왜 우리가족은 부자가 아니고, 나는 왜 항상 평범해야 하는지. 나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보고 자랐으니까.
하지만 이젠 다르다. 군대를 다녀오고 사랑을 시작하면서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세상에 평범함이란 없다. 세상 그 어떤 누구도 소중한 보물로써 태어났다. 세상에 그렇게 왔다. 적어도 하늘에서 그렇게 보내졌다.
누구나 특별하고 누구에게나 특별한 삶을 살 권리가 있다.
마이클 무어는 내게 ‘너는 왜 그렇게 사는가?’ 라고 질문했다. 마이클 무어가 어떤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그가 내게 그렇게 말한다고 느꼈을 뿐이다.
나는 왜 이렇게 사는가? 왜?! 이렇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일어나고 학교가고 먹고 집에오고 자고. 이런 평범한 삶 속에서 쉬는 날에 사랑을 나누는 평범한 삶.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나에겐 꿈이 있고 이상이 있다. 열정을 가슴에 품고 싶다. 아니, 이미 품었다.
잔뜩 웅크리던 날개. 이제서야 ‘왜 날개를 웅크려야 하는가?’ 라고 내가 묻는다. 날개는 내게 말한다. ‘나도 몰라.’
세상은 아는 자들의 것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 알아야 산다. 20년을 병때문에 고통받으며 살아온 할머니. 마이클 무어를 따라 쿠바로 가자마자 거의 무료로 병을 치료해 준다.
순간 미국의 의료보험에 대한 분노 보다 할머니에 대한 한심함이 앞섰다. 그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제자리에서 뭐한것인가? 그렇게 고통스러웠다면, 좀 더 발 벗고 나서서 찾아봤다면.
문득 생각이 든다. 마이클 무어가 과연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의료보험의 민영화에 머무는 것일까?
Dragon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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