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열두명의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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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윌리엄 글래드스톤 (황소북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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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은 시기 – 2010년 12월

읽게 된 동기

신 이후 흥미로운 소설책을 읽지 못하여 소설책을 고르던 도중 영화로도 나온 2012가 눈에 들어왔다. 왠지 모르게 흥미로울것 같다는 생각에 냉큼 빌렸다.

책 리뷰

400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을 앉은 자리에서 후딱 읽어버린 것은 신 이후 처음인것 같다. 여자친구를 보지 못하여 갑자기 무료하게 느껴지는 오늘 과제도 하고 프로그래밍도 하고 게임도 했지만 재밌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어제 빌렸던 2012를 손에 집어들자 다운되었던 기분이 업되며 오감이 책에 집중되었다.

내가 원하던 소설책

나는 기욤뮈소의 책을 좋아한다. 지극히 사랑이야기라고 생각되던 ‘사랑하기때문에’는 반전을 보여주며 내게 신세계를 열어주었다. 또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은 6권에 달하는 책을 ‘읽고 싶어서’ 다 읽게 만들었다.

내가 소설책에서 가장 높이 사는 부분은 ‘몰입도’다. 몰입도는 결말을 궁금케 하는 호기심을 유발하는게 핵심인데, 2012는 결말이 너무도 궁금해지는 소설책이다.

마야문명의 달력에 따라 2012에 지구가 멸망한다는 이야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는 2012년이 되야지 알 수 있는 문제이며 가톨릭 신자인 나는 종말론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도입부분이 상당히 지루한데도 어느샌가 책의 절반을 넘었고 결말부분에 가서는 마치 속독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책장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짜증이 날 정도로 결말이 너무도 궁금했다.

이정도 몰입도를 갖는 책은 처음 만난듯 하였다.

A는 A이면서 A가 아니다.

개소리. 일반인인 우리가 이런 문장을 핵심으로 논문을 제출한다면 미친사람 취급 받을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 맥스도 그랬고 결국 정신자 취급을 받게 되었다.

책을 다 읽었지만 사실 나는 2012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물론 한두번 더 읽는다면 분명히 이해되리라 생각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2012에서는 맥스의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맥스의 출생부터 쭉 우리가 맥스가 되어 소설을 읽어나가게 된다. 맥스는 여러 여자와 사랑을 나누고 이곳 저곳에서 여러가지 일을 하며 살아간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뇌하기도 하고 한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나는 2012의 결말보다 맥스의 삶에 더 감명을 받았다. 평범한 우리네 삶이기 때문이다. 여러 여자를 만나 사랑을 하고 이혼녀와 결혼하고 이혼하는 등의 이야기는 유교사상과 어울리지 않기에 가까운 이야기로 와닿지는 않지만 결국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거기서 거기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삶을 보여주었다.

문득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아름다운 여성을 만나 사랑을 나누는 것. 가족들과 행복을 함께하는 것. 이런 거대한 사이클에서 벗어나는 인간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인간이 하는 행위는 고작 이것들 뿐인데 더 얻어서 무엇하고 덜 얻어서 무엇할까? 하는 철학적 feel이 꽂혔다.

문득 한없이 외로워짐을 느끼기도 했고, 다 부질없다고 느끼기도 하며 급 피로가 몰려오는 중이다.

하지만 이런 허무감 뒤에 눈을 감고 다시 생각해보니 소설 속 이야기들이 다시금 머릿속에 지나갔다. 긴급한 상황에서 자신의 발자취를 다시 걸어보고 주위를 다시 살피는 과정에서 결국 내 주위의 모든 것이 소중한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24살의 청년이 인생을 논하는 것은 너무도 건방진 일이지만 성격 급한 나로써는 삶의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삶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동안 많은 종말론이 지나갔고 2012 또한 조용히 지나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약한 인간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두려움에 떠는 것 뿐이다. 이런 세상에서 똑같은 사람들과 아웅다웅 살아가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당장 지구가 멸망한다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땀흘린 자들과 당장 오늘의 행복을 위해서 웃었던 자들 중 승자는 누굴까?

이렇게 저울질 하는 내 자신이 너무 간사한 것일까?

책 속의 좋은 글

– 당신의 아이인 것처럼 모두를 사랑하십시오. 그러면 당신이 보는 폭력과 미움이 단지 상처받은 아이들의 몸짓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한 행동에는 영속성이 없습니다.
– 이것이 인생의 목표였던가? 나는 그저 재산을 모으고 그레이스에게 화려한 삶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 저는 태어나면서 부터 제 운명이 저를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게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한테 온 기회에 대해서는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죠.
– 우리의 처지가 보잘것 없다 해도 네가 인생이라고 불리는 이 미스터리 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말라.

책 총평

★★★★☆

이 책의 몰입도는 최고다. 단지 어려운 결말을 이해못했기에 별 한개를 깎았다.

인간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언제쯤일까? 결과만을 고집하는 내가 결과를 찾는 과정속에서 행복을 찾는 날은 찾아올까? 혹시 2012이 주려는 메세지가 이런 인간적 고뇌일까?

Dragon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