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다.
책을 읽고 꽤 자극을 받은 것도, 짧은 시간에 주변 친구들에게 수차례 언급한 것도 꽤 오랜만이다. 책 주요 주제를 넘어 여러 고민을 하게 만들고, 심지어 새로운 꿈까지 만든 책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은 내게 그런 책이다. 시간에 쫓겨 꽤 타이트하게 책을 읽었는데, 그 시간이 썩 괜찮았다. 더해서 빌 게이츠라는 인물이 참 놀라웠다. 친구들은 내 이야기를 듣고, 몇몇 다큐멘터리를 추천해줬는데 아껴두고 있다.
2018년 이후 첫 별점 5점이 나온 것을 자축하며, 서평을 시작한다.
기후재앙. 제로로 가야 하는 이유
먼저, 내가 기후재앙에 무지했다는 사실을 밝힌다. 또한, 이제는 기후재앙을 명확히 인지했다는 사실을 밝힌다. 그리고 빌 게이츠는 이 책으로 한 사람에게 지구의 문제점을 명확히 전달했다는 것에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좋다고 전하고 싶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늘 ‘문제 인식’이다. 문제 인식은 모든 문제 해결의 시작이며, 가장 어려운 단계 중 하나다.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은 이 책을 통해 무지했던 나를 바꿨다. 많은 사람에게 의견을 전달하고,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노력했던 사람으로서 이 사건이 얼마나 놀라운지 나는 분명히 안다.
온실가스 배출량 중 각각의 인간 행위가 차지하는 비중 ▲무언가를 만드는 것(시멘트, 철 플라스틱) 31% ▲전기(전력생산) 27% ▲무언가를 기르는 것(식물, 동물) 19% ▲어딘가로 이동하는 것(비행기, 트럭, 화물선) 16% ▲따뜻하고 시원하게 하는 것(냉난방 시설, 냉장고) 7%
기후재앙에 온실가스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온실가스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래서 크게 5가지 온실가스를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
앞으로 기후재앙은 어떻게 더 악화되는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논거는 무엇인지. 그래도 막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우리에게는 앞으로 깨끗한 전기가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 우리가 강철을 만들거나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은 탄소 집약적인 활동들을 전기화함에 따라, 2050년까지 세계의 전기 공급은 두 배, 심지어 세 배까지 증가해야 한다는 데 대부분의 전문가가 동의한다.
이 책이 놀라운 또 하나의 이유는, 엔지니어적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것이다. 어떤 주제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지 않고, 핵심만 언급하는데 그 깊이가 참 적절하다. 또한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의문이 드는 순간 내 의식이 원하는 다음 답을 내놓는다.
게다가 어찌나 다양한 범주를 오가는지, 거시적 관점에서 미시적 관점으로, 과학에서 수학으로, 정치에서 경제로. 기후재앙에 관한 대부분의 이야기를 이 한 권에 풀어냈다.
현실적으로 핵융합은 매우 어렵다. 핵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핵융합이 정착하려면 아직 40년이나 남았고, 아마도 항상 40년 남을 것이다”라는 농담이 돌 정도다.
특히 2050 제로를 목표로 하는 이유는 꽤 긴 문단임에도 모두가 읽었으면 한다. 그래서 이 문장 모두를 옮긴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과 ‘2050년까지 제로 달성’은 비슷하게 들리지만, 굉장히 다르다.
잘못된 방식으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감축하면 자칫 2050년까지 제로 달성을 못 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은 2050년까지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해야 할 이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목표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이라면 우리는 이 목표를 위한 수단에만 집중할 것이다. 설령 이런 방식이 제로달성이라는 궁극적인 목표 달성을 더 어렵게 하거나, 아니면 불가능하게 만들어도 말이다.
‘2050년까지 제로 달성’이 목표라면 석탄화력발전소를 가스화력발전소로 대체하는 데 돈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게 된다. 대신 우리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게 될 것이다. 투 트랙 전략이란 첫째로 제로 탄소 전기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데 ‘올인’하고, 둘째로 화석연료에 의존적인 지역을 포함해 자동차부터 열펌프에 이르기까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전기화하는 전략이다.
‘2030년 감축파’가 보기에 2030년까지 감축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위 방식은 실패가 될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성공으로 가는 길이다.
이 문단은 서평 뒷부분에도 다시 언급할 텐데, 빌 게이츠가 얼마나 목표 지향적인 사람이고, 어떻게 목표를 쟁취하는지 곱씹어볼 만한 문단이다.
어쨌든, 다양한 측면과 깊이, 그래서 우리가 해야 할 것까지 고작 300여 페이지의 책으로 거대한 문제를 무지한 사람이 인지하게 했다는 것이 다시 박수를 보내고 싶다.
빌 게이츠라는 사람
그리고 이 책 제목 맨 앞에 나오는 인물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빌 게이츠. IT에 몸담고 있음에도 빌 게이츠란 거인에게 너무도 무지했다는 것에 놀랐다.
1955년생. 빌 게이츠가 고작 60대일 줄이야. 아직도 최소 20년은 더 지금처럼 활동할 수 있다니, 뒷방 늙은이라 생각했던 그가 여전히 건재한 것에 놀랐다.
나는 엔지니어이지 정치학자가 아니다.
어쩌면 이 한 문장만으로 빌 게이츠는 대단한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빌 게이츠가 누구인가? 전 세계 컴퓨터 대부분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거인 아닌가. “모든 사무실 책상과 가정에 컴퓨터를”이란 포부에 걸맞은 유일한 인물 아닌가.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그가 “나는 엔지니어이지 정치학자가 아니다”라는 말을 뱉은 것에 나는 괜히 숙연해졌다. 어쩌면 여전히 60대인 그의 체력보다, 손꼽히는 그의 재력보다, 명성보다. 어쩌면 이 문장이 그를 ‘빌 게이츠’로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
비건들은 또 다른 해결책을 제안할 수도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하기보다는 가축 사육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을 십분 이해하지만, 현실성 있는 반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기는 인류 문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세계의 많은 지역, 심지어 고기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고기를 먹는 것은 축제와 행사의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진다. 애피타이저, 고기 또는 생선, 치즈, 디저트로 이루어진 프랑스의 미식 문화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 했다. 유네스코 홈페이지에 따르면 “미식 문화는 유대감, 식사의 즐거움, 인간과 자연 생산물 사이의 균형을 강조한다.”
많은 이가 반발할 수 있음에도 소신을 주장하는 것은 그가 가진 많은 것이 있어서도 있지만, 결코 물질적인 것만이 이를 가능케 했다 생각지 않는다.
역학이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알려줘도 어떻게 멈추는지 알려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후 과학은 기후 변화를 막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지만 어떻게 막는지는 알려줄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공학, 물리학, 환경과학, 경제학 등 다양한 학문을 활용해야 한다.
활자중독까진 아니지만, 나도 읽는 걸 꽤 즐긴다 생각했다. 내 주변엔 늘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도 그들과 함께하며 공부를 즐긴다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빌 게이츠라면, 60대에 이미 모든 걸 이룬 시점에도 지금과 같을지는 잘 모르겠다.
기후재앙에 관한 책을 읽었지만, 어쩌면 나는 빌 게이츠를 읽은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내가 가는 길
기자 시절, 한 박사님을 만났다. 하버드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치고 온 이 연구자는 인공지능을 전공했다. 궁금했다. 하버드에서 인공지능을 전공하면 뭘 하는 건지. 그래서 물었다.
“배터리 개발은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려요. 이게 위험해서 함부로 실험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발전이 느립니다. 여기에 인공지능을 도입했어요. 그래서 배터리 개발 시간을 단축하는 걸 돕죠.”
덤덤히 말하는 그 앞에서 나는 괜시레 숙연해졌다. 그야말로 인류를 위한 기술 아닌가? 나는 과연 그의 기술을 가졌다면, 어떤 곳에 나를 쓸지 잠시 행복한 상상을 해봤다.
커리어를 이어가다 보면, 많은 이야기를 만든다. 나는 언제나 내 이야기를 만드는 선택을 선호했는데, 여전히 나는 내가 마음에 들고 내 이야기가 마음에 든다. 아마 앞으로도 나는 내 이야기를 만들지 싶다.
그러나 종종 막다른 길에 선다. 종종 내 이야기가 부끄럽기도 하고, 종종 후회하기도 한다. 때로는 돌아가기도 하는데, 지나고 보니 이 역시 내 이야기라니 썩 마음에 든다.
이런 내게 빌 게이츠의 이 말은 책을 읽고 난 뒤 수차례 떠오른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과 ‘2050년까지 제로 달성’은 비슷하게 들리지만, 굉장히 다르다.
잘못된 방식으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감축하면 자칫 2050년까지 제로 달성을 못 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은 2050년까지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해야 할 이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목표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이라면 우리는 이 목표를 위한 수단에만 집중할 것이다. 설령 이런 방식이 제로달성이라는 궁극적인 목표 달성을 더 어렵게 하거나, 아니면 불가능하게 만들어도 말이다.
‘2050년까지 제로 달성’이 목표라면 석탄화력발전소를 가스화력발전소로 대체하는 데 돈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게 된다. 대신 우리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게 될 것이다. 투 트랙 전략이란 첫째로 제로 탄소 전기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데 ‘올인’하고, 둘째로 화석연료에 의존적인 지역을 포함해 자동차부터 열펌프에 이르기까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전기화하는 전략이다.
‘2030년 감축파’가 보기에 2030년까지 감축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위 방식은 실패가 될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성공으로 가는 길이다.
나는 과연 2050년까지 뭘 달성하고 싶은가. 2030년까지 2050년의 절반을 달성하는 것과, 2050년에 그것을 달성하는 게 다른 길이라면. 나는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
오늘 하루도 예측하지 못하는 작은 사람이지만, 왠지 꿈만은 빌 게이츠처럼 2050년의 나를 꿈꾸고 싶어진다. 상상만으로도 좋은걸 보니, 역시 나는 내 이야기를 써야 할 운명인가 싶다.
인상 깊은 문구
- 우리 재단의 모토는 “모든 사람은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이다.
- 세계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에너지를 공급할 의무가 있지만, 그 에너지는 온실가스를 더 이상 배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제공해야 한다.
- 내가 생각한 유일한 해결책은 청정에너지를 아주 사게 만들어 모든 국가가 화석연료를 버리고 청정에너지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 파리에서 회의가 시작되었을 때 26명의 투자자들이 합류했고, 우리는 이 모임을 ‘획기적 에너지 연합’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오늘날 이 모임은 유망한 아이디어를 가진 40개 이상의 기업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과 인도주의 단체와 시민 단체로 구성되어 있다.
- 그러자 각국 정부들도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20명의 국가 수장들이 파리에 모여 투자금을 두 배로 증액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특히 이런 과정에서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 인도의 모디 총리는 이 그룹에 ‘미션 이노베이션’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오늘날 미션 이노베이션에는 24개 국가와 유럽위원회가 있으며, 청정에너지 연구에 들어가는 투자 금액을 46억 달러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이는 몇 년 전에 비해 약 50%가 증가된 금액이었다.
- 코로나19로 인해 경제활동이 크게 줄어들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해보다 낮아졌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해보다 약 5% 줄어들 것이다.
- 우리가 2020년 한 해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을 5% 감축하는 데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 생각해보자. 수백만 명의 사람이 죽었고 수천만 명의 사람이 실직했다. 다시 말해서 누구라도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세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기껏해야 5%, 어쩌면 이보다 더 적게 감축됐을 것이다.
- 나는 엔지니어이지 정치학자가 아니다.
- 나는 다음 세 가지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를 인정한다. 첫째, 나는 나만의 뚜렷한 의견을 가진 부자라는 점을 인정한다. 나는 또한 기술 찬양론자다. 마지막으로 나의 탄소발자국 수치가 터무니없을 정도로 높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 우리가 제로를 달성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온실가스는 열을 가두어 지구 표면의 온도를 높이기 때문에 온실가스가 많을수록 온도가 더 많이 올라간다. 그리고 한번 대기권에 배출된 온실가스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대기권에 머무른다.
- 우리는 여러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한 ‘이산화탄소 환산톤’이라는 측정 방식을 사용한다.
- 분자는 더 빨리 진동할수록 더 뜨거워진다. 특정 종류의 분자들이 특정 파동의 복사선과 충돌하면 이 분자들은 복사선은 막고 에너지는 흡수하며 더 빠르게 진동한다.
- IPCC가 인용한 연구에 다르면 섭씨 2도가 올라갈 때마다 척추동물의 서식범위가 8%, 식물의 서식 버위가 16%, 곤충의 서식 범위가 18퍼센트 줄어든다.
- 여러 면에서 볼 때 2도 상승은 1.5도 상승보다 단순히 33% 더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100% 더 나빠지는 것이다. 지금보다 두 배가 넘는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열대 지역에서는 옥수수 생산량이 최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 세계는 매일 40억 갤런(약 150억 리터)이 넘는 석유를 사용한다.
- 우리는 저소득층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악화시키지 않고 사다리를 올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우리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빠른 에너지 전환을 강제하다시피 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공공 정책과 기술이 우리가 과거에 경험해보지 않았던 수준으로 복잡해질 수 있다.
- 에너지 산업은 5조 달러 규모의 거대한 산업이며 세계에서 가장 큰 산업 중 하나다. 이정도로 크고 복잡한 것은 변화에 저항한다. 의식적이든 아니든 에너지 산업은 관성에 젖어 있다.
- 우리의 법과 규제는 지나치게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
- 우리의 가장 큰 목표는 매년 배출되는 510억 톤의 온실가스를 제거하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항상 510억 톤과 비교해 생각하려고 한다.
- 온실가스 배출량 중 각각의 인간 행위가 차지하는 비중 ▲무언가를 만드는 것(시멘트, 철 플라스틱) 31% ▲전기(전력생산) 27% ▲무언가를 기르는 것(식물, 동물) 19% ▲어딘가로 이동하는 것(비행기, 트럭, 화물선) 16% ▲따뜻하고 시원하게 하는 것(냉난방 시설, 냉장고) 7%
- 세계에서 가장 큰 발전소인 중국의 싼샤댐은 220억 와트를 생산할 수 있다.
- 현재 세계가 이토록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이유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 기술이 청정에너지 기술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 우리가 탄소를 배출하는 ‘더러운’ 기술에서 벗어나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깨끗한 에너지 경제로 전환하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
- 예를 들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직접 빨아들이면 얼마나 돈이 들어갈까?”와 같은 생각을 할 수 있겠다. 이미 이 기술은 직접공기포집이라는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다. 직접공기포집은 비싸고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지만 대규모로 작동시킬 수만 있다면 배출된 시기와 장소에 상관없이 이산화탄소를 포집(흡수)할 수 있다. 현재 운영되는 직접공기포집 시설은 스위스에 본사를 둔 회사가 운영하는 것인데, 10년 전 텍사스 석탄발전소에서 배출된 것으로 추측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있다.
- 내 아들 로리와 나는 전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배우기 위해 취미 삼아 발전소를 방문하곤 했다.
- 8억 6천만 명의 사람들은 전기를 공급받지 못한다.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에서는 절반 이하의 사람들만 전기를 사용한다.
- 화석연료는 석탄, 석유, 또는 천연가스를 땅에서 꺼내 멀리 떨어진 발전소로 옮긴 뒤 태워서 물을 끓이는 데 사용하고, 여기서 나오는 증기로 터빈을 작동시켜 전기를 얻을 수 있다.
-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0년의 전기료는 1900년 전기료의 약 200분의 1 수준이다. 오늘날 미국은 전체 GDP에서 2% 정도만을 전기에 소비하는데, 우리가 전기에 얼마나 의존적인지를 생각하면 놀랄 정도로 낮은 수치다.
- 대부분의 나라들도 화석연료를 저렴하게 유지하려고 많은 조치를 시행하는데, 이 때문에 화석연료가 안정적인 전기 공급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던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화석연료 소비에 대한 정부 보조금이 2018년 4천억 달러에 달했다고 추정한다.
- 미국의 전체 전기 시스템을 제로 탄소화한다면 평균 전기료는 1킬로와트시당 1.3 ~ 1.7센트 증가할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지불하는 전기료에서 약 15% 증가한 정도다. 따라서 평균적인 가정의 그린 프리미엄은 한 달에 약 18달러가 되는데, 대다수 사람들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 중국을 비롯해 다른 부유한 나라들이 그랬던 것처럼 개발도상국이 석탄발전소를 선택한다면,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재앙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들에게 가장 경제적인 선택이다.
- 대체 왜 그린에너지 기술은 더 비쌀까? 첫째, 그린에너지가 비싼 것이 아니라 화석연료가 굉장히 싸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앞에서 언급했듯이 모두가 괜찮은 수준의 재생에너지원을 보유한 것은 아니다.
- 우리에게는 앞으로 깨끗한 전기가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 우리가 강철을 만들거나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은 탄소 집약적인 활동들을 전기화함에 따라, 2050년까지 세계의 전기 공급은 두 배, 심지어 세 배까지 증가해야 한다는 데 대부분의 전문가가 동의한다.
- 오늘날의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송전선을 개선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력망을 크게 개선하지 않고 각 지역별로 별도의 전력망을 만들고 운영한다면, 그린 프리미엄은 15%나 30%가 아니라 100% 이상이 될 수 있다.
- 원자력발전은 밤낮과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며, 지구상 어디에서나 작동할 수 있고, 대규모로 생산이 가능하면서도 유일하게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에너지원이다.
- 2018년 MIT 연구진은 미국에서 제로를 달성하는 거의 1천개에 달하는 시나리오를 분석했고, 그중 가장 싼 방법들은 모두 깨끗하고 언제나 작동 가능한 에너지원, 즉 원자력을 활용한 방법이었다.
- 원자력발전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건설 비용이 너무 높다. 인간의 실수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원자력발전소가 사용하는 연료인 우라늄은 전시에 무기로 전용되기도 한다. 폐기물은 위험하고 저장하기도 어렵다.
- 나는 2008년 내가 창업한 테라파워가 창안한 방식에 희망을 걸고 있다. 테라파워는 차세대 원자로를 설계하기 위해 핵물리학과 컴퓨터 모델링 분야의 최고 인재들로 구성된 회사다.
- 테라파워의 진행파 원자로는 다른 핵 시설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포함한 많은 다른 종류의 연료로 가동된다. 이 원자로는 다른 발전소보다 훨씬 더 적은 양의 폐기물을 만들어내며, 완전히 자동화되어 인간의 실수가 개입할 여지가 없고, 지하에 지어 외부의 공격이나 침입으로부터 자유롭다. 마지막으로, 진행파 원자로는 핵반응을 통제하기 위한 독창적인 기술로 본질적으로 안전하다. 예를 들어 원자로의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연료핀이 팽창해 핵반응 속도를 늦춰 원자로가 지나치게 뜨거워지는 것을 사전에 방지한다. 사고는 말 그대로 물리학 법칙으로 예방된다.
- 현실적으로 핵융합은 매우 어렵다. 핵과학자들 사이에서는 “핵융합이 정착하려면 아직 40년이나 남았고, 아마도 항상 40년 남을 것이다”라는 농담이 돌 정도다.
- 우리가 이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이용하려면 우리는 더 쉽게 터빈을 설치할 수 있어야 한다. 터빈 설치를 허가받으려면 관료제를 뚫어야 한다. 당신은 연방정부에서 임대하는 얼마 되지도 않는 땅을 구입한 뒤, 몇 년간 시범 운영을 한 다음 환경 영향 평가 보고서를 작성하고, 그 후 추가적으로 주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각 단계에서 당신은 해변가 부동산 소유자, 관광 산업, 어부, 그리고 환경단체의 반대를 무릅써야 한다.
- 지열(geothermal). 지하 깊은 곳, 수십 미터에서 약 1.6킬로미터 깊은 지하에는 무탄소 전기 생산에 사용할 수 있는 뜨거운 돌들이 있다. 고압의 물을 관으로 지하의 돌에 주입하면, 돌의 뜨거운 열을 물이 흡수하여 증기로 변해서 반대쪽 관을 통해 지상으로 나온다. 이렇게 나온 증기는 터빈을 작동시켜 전기를 생산한다.
- 나는 전력 저장 분야의 획기적인 발전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혁신이 발생해 이런 모든 아이디어들을 불필요한 아이디어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마치 개인 컴퓨터의 등장이 타자기를 쓸모없게 만든 것처럼 말이다.
- 직접공기포집은 포인트 캡처보다 기술적으로 더욱 큰 도전 과제다. 왜냐하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농도가 낮기 때문이다. 대기 중에서 무작위로 분자 하나를 골라냈을 때 그것이 이산화탄소일 확률은 2,500분의 1에 불과하다.
- 이런 자재들을 계속 만들다 보면 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사실 이 자재들은 전 세계 배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그리고 어떤 경우, 특히 콘크리트의 경우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만들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
- 1톤의 강철이 만들어질 때마다 1.8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정도로 상당히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진다.
- 2050년이 되면 세계는 매년 28억 톤의 강철을 생산할 것이다. 이 말은 2050년까지 친환경적인 새로운 방식을 개발하지 못한다면 강철을 만든느 과정에서 매년 50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의미다.
- 석회암에 열을 가하면 산화칼슘과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진다는 화학반응을 우회할 방법은 없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멘트는 1대 1의 비율로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낸다. 즉, 1톤의 시멘트를 만들면 1톤의 이산화탄소도 얻게 된다.
- 이 모든 플라스틱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탄소를 배출한다는 점이다.
-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양의 자재들을 만들면서 세계가 매년 배출하는 온실가스 510억 톤의 3분의 1이라는 엄청난 양을 배출한다.
- 그린 프리미엄을 계산하려면 제조 과정의 어떤 단계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여기에는 총 세 단계가 있다. 우리는 1)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공장 운영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할 때 2) 철광석을 녹여 강철을 만들듯이 전기로 제조에 필요한 열을 만들 때 3) 시멘트를 만들 때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것처럼 무언가를 실제로 만드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 전기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에서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 농업에 가장 많이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메탄과 아산화질소다. 메탄 분자는 1세기 동안 무려 이산화탄소보다 28배나 더 심한 온난화를 일으킨다. 아산화질소는 무려 265배나 더 심한 온난화를 일으킨다.
- 밀의 낱알이 커지면서 밀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자꾸 쓰러지자, 볼로그는 앉은뱅이 밀이라고 불리는 줄기가 짧은 밀을 만들었따. 볼로그의 앉은뱅이 밀이 세계적으로 확산되자 다른 과학자들도 옥수수와 쌀에 비슷한 품종 개량을 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지역에서 수확량이 세 배로 뛰었다. 기아는 급격히 감소했다.
- 사람들은 부유해질수록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는데, 특히 고기와 유제품을 더 먹는다. 그리고 고기와 유제품을 생산하려면 더 많은 식량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1칼로리의 닭고기를 얻기 위해서는 닭에게 두 배나 많은 칼로리를 주어야 한다. 돼지의 경우 우리가 돼지고기를 먹을 때 얻는 칼로리의 세 배를 돼지가 먹어야 한다. 소의 경우 이 비율이 가장 높은데, 1칼로리의 소고기를 얻기 위해서는 6칼로리의 사료를 소에게 주어야 한다. 즉, 우리가 고기를 많이 먹을수록 그 고기를 얻기 위해 더 많은 식물을 심어야 한다.
- 사람의 배 속에는 음식 소화기관인 위가 하나밖에 없다. 하지만 소의 배 속에는 위가 무려 네 개나 있다. 소화기관이 이렇게 많기 때문에 풀을 포함하여 사람들이 소화하지 못하는 다른 식물들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소 위에 있는 박테리아는 장내 발효라고 불리는 과정을 통해 음식물을 분해하고 발효시키는데, 여기서 메탄이 생성된다. 그리고 이 메탄가스는 트림이나 방귀의 형태로 밖으로 배출된다.
- 전 세계적으로 우리는 식용으로 약 10억 마리의 소를 키우고 있다. 이들이 트림과 방귀로 내뿜는 메탄은 이산화탄소 20억 톤과 동일한 온난화 효과를 일으킨다. 이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다.
- 동물들의 똥은 농업에서 장내 발효에 이어서 두 번째로 큰 온실가스 배출원이다. 그만큼 동물의 똥은 많다.
- 비건들은 또 다른 해결책을 제안할 수도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하기보다는 가축 사육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을 십분 이해하지만, 현실성 있는 방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기는 인류 문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세계의 많은 지역, 심지어 고기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고기를 먹는 것은 축제와 행사의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진다. 애피타이저, 고기 또는 생선, 치즈, 디저트로 이루어진 프랑스의 미식 문화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 했다. 유네스코 홈페이지에 따르면 “미식 문화는 유대감, 식사의 즐거움, 인간과 자연 생산물 사이의 균형을 강조한다.”
- 우리가 음식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 있다. 바로 음식 낭비를 줄이는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의 산업 지역, 그리고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에서는 소비되는 음식의 20% 이상이 그냥 버려져 썩거나 다른 방식으로 낭비된다. 미국에서는 이 비율이 40%다. 먹을 것이 충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경제에도, 그리고 기후변화에도 나쁜 소식이다. 버려진 음식이 썩으면 메탄이 생성되는데, 이렇게 생성되는 메탄은 33억 톤의 이산화탄소와 동일한 온난화 효과를 일으킨다.
- 비료가 이토록 위대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 포타슘을 포함해 식물이 성장하는 데 매우 중요한 영양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후변화와 매우 밀접한 질소도 제공한다. 질소는 축복이자 저주다. 질소는 우리의 음식이기도 한 모든 식물의 광합성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질소는 기후변화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왜 그런지 이해하기 위해서 질소가 식물에게 무엇을 하는지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 농작물을 기르는 데에는 질소가 많이 필요하다. 자연에서 얻는 양보다 더 많이 필요하다. 질소는 옥수수가 3미터 높이로 자라고 엄청난 양의 씨앗을 만들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대부분의 식물은 스스로 질소를 만들지 못한다. 대신 식물은 토양 속의 암모니아로부터 질소를 얻는다. 식물은 질소를 먹으면서 자라고 질소가 떨어지면 성장을 멈춘다. 질소가 식물의 석장에 중요한 이유다.
- 합성비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암모니아가 필요하고, 암모니아를 만드는 데에는 열이 필요한데, 우리는 이 열을 천연가스를 태우면서 얻는다. 물론 그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 비료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줄일 방법이 없다. 탄소를 포집하는 것처럼 아산화질소를 포집할 수 있는 기술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 삼림 벌채는 눈에 보이는 명백한 효과를 낸다. 나무를 베고 태우면 바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다른 피해도 일으킨다. 나무를 베면 토양이 망가지는데, 토양에는 많은 양의 탄소가 묻혀 있다. 나무를 베면 토양 속의 탄소가 이산화탄소의 형태로 공기 중으로 배출된다.
- 그러나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정치적, 경제적 문제도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악하기 때문에 나무를 베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벨 때 얻는 것이 나무를 보호할 때 얻는 것보다 많기 때문에 삼림 벌채를 하는 것이다.
- 나무 한 그루는 일생 동안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을까? 나무마다 다르겠지만 40년 동안 4톤을 흡수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 나무는 얼마나 오래 살까? 만약 나무가 타면 그 나무가 저장한 모든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으로 배출될 것이다.
- 나무를 심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만약 당신이 나무를 심으려고 했던 자리에서 나무가 자연적으로 자랐다면, 결과적으로 탄소포집에는 큰 영향이 없었던 것과 같다.
- 1갤런의 휘발유가 동일한 수준의 에너지를 얻으려면 다이너마이트 130개가 필요할 정도로 휘발유는 엄청난 에너지원이다.
-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운송은 16%에 불과해 항목별로 따졌을 때 ‘무언가를 만드는 것’ ‘전기’ ‘무언가를 기르는 것’에 이어 네 번째라는 사실에도 놀랄 수 있다. 나 여깃 놀랐다. 대부분의 사람이 놀랄 것이다.
-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물품 10분의 9는 해상운송으로 거래되며 이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를 차지한다.
- 카네기멜론대학교의 수학 교수 두 사람이 2017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 번 충전으로 1,000 킬로미터를 갈 수 있는 전기 화물 트럭은 배터리가 너무 많이 필요해서 실제 적재량은 휘발유를 사용하는 화물 트럭보다 25% 적다. 1,500 킬로미터를 갈 수 있는 화물 트럭은 이보다 더해서 그 어떤 화물도 탑재할 수 없다.
- 시중에서 판매되는 최고의 전기 비행기는 탑승객 두 명을 태우고, 최대 시속 340Km로 재충전 없이 세 시간 동안 비행할 수 있다. 반면 중형급 비행기인 보잉787은 재충전 없이 296명의 탑승객을 태우고 시속 1,050Km로 20시간 가까이 비행할 수 있다.
- 이토록 복잡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한 문장으로 압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교통 및 운송과 관련된 제로 탄소 미래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할 수 있는 한 모든 자동차를 전기화하라. 그리고 나머지 교통 및 운송 수단에 대해서는 저렴한 대체 연료를 마련하라.
- 최초의 에어컨이 개인 주택에 설치된 지 한 세기가 지난 지금 미국 가정의 90%는 에어컨을 사용하고 있다.
- 열펌프의 작동 원리는 그렇게 불가사의한 것은 아니다. 당신의 집에는 이미 열펌프가 있을 것이고 아마 지금도 작동하고 있을 것이다. 이 열펌프는 냉장고라 불린다.
- 소득이 올라갈수록 사람들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활동을 더 많이 하게 된다. 그렇기에 혁신이 필요한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혁신 말이다.
- 한 연구에 의하면 열로 인한 사망은 21세기 말이 되면 1,000만 명에 이를 수 있다.
- 더 많은 농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CGIAR의 자금을 두 배 증액하는 것은 내가 반기분 전 UN사무총장,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전 세계은행 총재와 함께 이끌고 있는 세계적응위원회의 주요 권고 사항 중 하나다.
- 기후변화는 상류층과 중산층이 일으킨 것이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은 이들보다 기후변화의 원인을 적게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의 피해를 가장 많이 입는다. 이들은 전 세계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지금 받고 있는 도움보다 더 큰 도움 말이다.
- 맹그로브 나무는 해안가에서 주로 자라고 바닷물에 적응한 키 작은 나무다. 맹그로브 나무는 폭풍해일을 줄이고, 해안 지역의 홍수를 방지하며, 어류 서식지를 보호한다. 모두 합해서 맹그로브 나무는 매년 홍수로 인해 발생하는 800억 달러의 피해를 방지하는데 도움을 주며, 그 외에도 다른 방면으로 수십 억 달러를 절약하는 데 기여한다.
- 내가 속한 위원회는 다섯 개의 주요 분야(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 기후 회복력이 뛰어난 인프라 구축, 농작물 생산량 증대, 물 관리, 맹그로브 나무 보호)에서 발생한 지출을 분석한 결과, 2020년에서 2030년 사이에 1조 8천억 달러를 투자하면 7조 달러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대부분의 지구공학 연구자들은 대기로 배출된 온실가스가 초래한 온난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지구에 도달하는 햇빛의 양을 약 1%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렇게 할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각각의 지름이 몇백만 분의 1센티미터 정도로 작은 극도로 미세한 입자를 대기의 상층에 살포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입자들이 햇빛을 분산시키면 지구를 식힐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미 경험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강력한 화산이 폭발하면 비슷한 미세 입자를 분출해 지구의 온돌르 유의미하게 낮춘다.
- 지구공학에서 활용하는 또 다른 방법은 구름 표백이다. 구름의 윗부분은 햇빛을 반사하는데, 그렇다면 염수로 구름을 인공적으로 더 희게 만들면 더 많은 햇빛이 반사될 것이고 지구는 더 시원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많은 구름을 표백할 필요는 없다. 지구 표면의 10%를 덮고 있는 구름의 밝기를 10%만 높여도 지구에 도달하는 햇빛 1%가 줄어든다.
- 지구공학에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이 모든 방법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지구공학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크기에 비해 지구공학이 제시하는 해결책의 비용은 100억 달러 이하이면서 운영비도 최소한일 정도로 비교적 저렴하다. 둘째, 구름에 끼치는 영향은 일주일 정도 지속되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고 멈출 수 있다. 그럴 경우 장기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아이디어들이 어떤 기술적인 문제들에 직면하든지 간에 언젠가는 직면하게 될 정치적 장애물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 ‘정책’이라는 단어처럼 모호하면서도 매력 없는 단어도 드물것이다. 새로운 배터리 개발을 이끈 정부 정책보다는 새롭게 개발된 최신 배터리가 ‘섹시’하게 인식된다. 하지만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배터리 연구를 지원하지 않았더라면, 연구실에서 나온 연구 결과를 시장화할 수 있게 도와준 정책이 없었다면, 그리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새로운 제품을 대규모로 팔 수 있게 도와준 규제가 없었더라면 새로운 배터리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아 민간 부문이 투자를 꺼리는 연구 개발에 투자하는 것이 정부의 일반적인 역할이다. 그러다 수익성이 담보되기 시작하면 민간 부문이 연구 개발을 주도할 것이다.
- 미국 정부가 더 작고 더 빠른 마이크로프로세서에 대한 투자를 집행하지 않았더라면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개인 컴퓨터 산업은 지금 누리는 성공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 오늘날 기업의 생산 비용이나 소비자들의 구매 비용에는 탄소 배출이 반영되지 않는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제품에도 말이다. 기업이나 개개인이 이런 비용을 분담하지 않아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경제학자들은 외부성이라고 부른다.
- 차세대 원자로 디자인이 승인되지 않느다면, 공급망이 구축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기술을 증명할 수 있는 시범 운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어떤 차세대 원자력발전소도 지어지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차세대 원자력 기업에 직접 지원할 수 있는 중국과 러시아 같은 소수의 나라를 제외하면, 불행히도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이런 일은 실행 가능하지 않다.
- 요점은 우리가 기술, 정책, 시장이라는 세 요소에 동시에 초점을 맞출 때 비로소 혁신을 장려하고, 새로운 기업들을 자극하며, 새로운 제품들을 빠르게 시장에 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과학자들에 따르면 기후재앙을 피하려면 부자 나라들은 2050년까지 순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
-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과 ‘2050년까지 제로 달성’은 비슷하게 들리지만 굉장히 다르다.
- 잘못된 방식으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감축하면 자칫 2050년까지 제로 달성을 못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은 2050년까지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해야 할 이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 만약 목표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이라면 우리는 이 목표를 위한 수단에만 집중할 것이다. 설령 이런 방식이 제로달성이라는 궁극적인 목표 달성을 더 어렵게 하거나, 아니면 불가능하게 만들어도 말이다.
- ‘2050년까지 제로 달성’이 목표라면 석탄화력발전소를 가스화력발전소로 대체하는 데 돈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게 된다. 대신 우리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게 될 것이다. 투 트랙 전략이란 첫째로 제로 탄소 전기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데 ‘올인’하고, 둘째로 화석연료에 의존적인 지역을 포함해 자동차부터 열펌프에 이르기까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전기화하는 전략이다.
- ‘2030년 감축파’가 보기에 2030년까지 감축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위 방식은 실패가 될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성공으로 가는 길이다.
- 에너지와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모든 산업에서 혁신을 오로지 기술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면 안 된다. 혁신은 단순히 새로운 기계나 새로운 절차를 만드는 것만이 아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공급망, 마케팅, 그리고 새로운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고 세계 소비자들이 소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정책도 혁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혁신은 새로운 물건일 수도 있고 새로운 ‘일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
- 필요한 기술들 탄소 배출 없이 생산된 수소, 한 계절을 버틸 수 있는 그리드 스케일 전기 저장 장치, 전자연료, 차세대 바이오연료, 제로 탄소 시멘트, 제로 탄소 철강, 인공 고기, 제로 탄소 비료, 차세대 핵분열, 핵융합, 탄소포집(직접공기포집 및 포인트 캡처), 지하 송전선, 제로 탄소 플라스틴, 지열에너지, 양수발전, 축열, 가뭄과 홍수에 강한 식용 작물,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팜유 대체재, 냉매(플루오린 또는 F가스)가 없는 냉각수
- 전체적으로 청정에너지 연구 개발에 대한 정부 지출은 매년 220억 달러에 이르는데, 이는 세계 경제의 0.02%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인들은 한 달에 휘발유에만 이것보다 더 많은 돈을 쓴다. 세계에서 청정에너지 연구에 가장 돈을 많이 투자하는 미국은 매년 약 70억 달러만을 투자한다.
-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대표적인 사례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다. 인간 유전자의 전체적인 지도를 그리려는 목적의 이 프로젝트는 미국 에너지부와 국립보건원이 주도한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로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중극의 유관 기관들과 협력하여 진행됐다. 이 프로젝트는 13년 동안 수십억 달러의 자금이 투입되었지만 유전성 대장암, 알츠하이머병, 유전성 유방암을 포함한 수십 가지 유전적 질환에 대한 새로운 검사와 치료의 길을 텄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1달러가 투자될 때마다 미국 경제에는 141달러의 가치가 창출됐다.
- 도시들은 단독으로 차량 배출 기준을 만들지 못해도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고, 전기차들을 위한 충전소 설치에 투자할 수도 있다. 토지사용제한법을 통해 인구밀도를 높여 직장인들의 출퇴근 거리를 짧게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휘발유 자동차를 제한할 수도 있다. 또한 도시들은 친환경 건설 정책을 만들고 시에서 운영하는 차량을 전기차로 교체할 수 있다. 지방자치 단체가 소유・운영하는 건물에 대해 조달 지침 및 성능 표준을 세울 수도 있다.
- 2015년 파리에서 열린 UN 기후변화협약회의에서 했던 것처럼 우리는 야심 찬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런 국제협약에 회의를 느끼는 사람이 많겠지만, 이러한 합의들이야말로 발전이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만약 당신이 오존층이 아직 남아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몬트리올 의정서 덕분이다.
- 이것은 정말 중요한 점인데, 그린 프리미엄을 낮추는 것은 자선사업이 아니다. 청정에너지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를 단지 호의나 자선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많은 대기업이 탄생하고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동시에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잇는 새로운 산업을 위한 기회로 봐야 한다.
- 기후변화 때문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교육자이면서 세계 보건 전문가인 내 친구 한스 로슬링이 자신의 책 <팩트풀니스>에서 말했듯이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보면 세계는 생각만큼 그렇게 나쁘지 않다.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 역학이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알려줘도 어떻게 멈추는지 알려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후 과학은 기후 변화를 막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지만 어떻게 막는지는 알려줄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공학, 물리학, 환경과학, 경제학 등 다양한 학문을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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