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다. 이제 각 조직은 마주하지 않고 일해야 한다. 속도는 물론 결과도 내야 하는데 마주할 수 없다니, 그야말로 새로운 업무 시대다. <노션으로 애자일 조직 만들기> 시리즈에서는 내가 CODEF 데이터랩 개발자로 일하며 도입한 애자일 조직에 관해 소개한다.
[편집자주]
앞서 1, 2, 3편에서 내가 경험한 협업 문화, 내가 사용했던 무료 협업 도구 그리고 노션을 제안한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CODEF에 노션으로 애자일 조직을 만든 과정에 관해 이야기할 차례다.
이 글에서는 CODEF에 애자일을 도입하게 된 계기, 도입 과정 그리고 도입 효과에 관해 소개한다.
스크럼 스프린트, 개발팀부터 시작
앞서 설명했듯, CODEF가 도입한 방법론을 두고 ‘그건 애자일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한다. 나는 애자일 코칭 과정을 받지 않았고, 애자일 마스터가 있는 애자일 팀을 경험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애자일이 추구하는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선언에 공감하고, 필요한 것을 적절히 뽑아 팀에 적용했음을 밝힌다.
공정과 도구보다 개인과 상호작용을
포괄적인 문서보다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계약 협상보다 고객과의 협력을
계획을 따르기보다 변화에 대응하기를
전형적인 폭포수 모형인 SI 프로젝트에서 6년 동안 개발자로 일했으니, 그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몇몇 애자일 방법론 특성을 가져왔다.
CODEF는 애자일 방법론 중 스크럼(Scrum)을 도입했는데, 스프린트(Sprint) 주기를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CODEF는 AP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출시 1년 만에 사용자 10만 명, API 호출 1억 건을 달성하며 2020년 8월, 무료 고객사 600개 사와 뱅크샐러드, KB국민은행, 카카오페이, 고위드, 모빌 등 유료 고객사 60개 사에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는 신규 개발과 동시에 유지운영도 필요함을 뜻한다. 즉, 일이 끊이지 않는 과정에서 긴급 업무가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때문에 당장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리더급은 늘 바쁠 수밖에 없었다. CODEF 오픈 시점에 나는 6개월도 채 안 된 신규 멤버였고 아직 정보가 부족했다. 여러 고민을 하던 중 내가 선택한 방법은 일일 스크럼이었다.
일일 스크럼은 매일 아침 짧은 시간 팀이 모여 진행 과정을 공유하며, 특이사항을 나누는 자리다. 거창하게 일일 스크럼이지 사실상 아침 조회다.
여기에 노션 보드를 활용해 개발팀 모두가 카드를 작성하도록 했다. 시작은 현재 파악된 업무였다. 이 과정에서 묵혀있던 업무, 시급한 업무 등이 나열됐다. 역시 각 멤버에 따라 정보 수준이 다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각자가 정보를 꽁꽁 숨긴것이 아닌, 업무가 바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일일 스크럼으로 전날 업무를 나누고, 노션 보드로 현재 파악되는 업무를 모두 적는 것으로 개발팀은 애자일 도입을 준비했다. 경험있는 애자일 마스터가 본다면 이건 애자일이 아니다고 말할 수 있다. 인정한다.
하지만, 방법론과 도구는 각 팀에 적절히 사용해 생산성을 높이면 된다. 방법론과 도구 함정 따위에 빠질 여유는 없었다.
한 달쯤 지나자 우리 팀이 마주한 업무 대부분과 긴급도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보드를 만들 수 있었다. CODEF 개발팀은 노션 보드를 활용한 장점을 이해했다. 애자일 방법론 도입을 위한 든든한 아군을 얻은 셈이다.
CODEF 업무 흐름 표준을 제안하다
그렇게 개발팀에 일일 스크럼과 업무 카드 작성을 도입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이제 일일 스크럼을 매일 할 필요가 없어졌다. 굳이 매일 하지 않아도 각자 해야 할 업무를 이해했고, 노션 보드만으로도 다른 멤버 업무 파악이 가능해졌다.
이제 다음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됐다. 협업에 많은 시간이 버려지는 포지션, 기획과 마케팅 그리고 내 업무였다.
나는 CODEF 데이터랩 개발팀에서 일한다. 웹 개발을 기본으로 고객 기술 지원을 하고 있는데, 올해 초 고객이 빠르게 늘면서 고객 대응 업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나는 스트레스를 받았다.
CODEF API는 약 200개로 모든 API 상품을 다 외우고 있을 수 없었다. 각 API는 API 모듈을 만드는 팀에서 잘 이해하고 있고, API에 관해 깊이가 필요할 땐 모듈팀에 물어 전달하는 역할도 해야 했다. CODEF API를 연동하는 기술적인 문의는 물론 내가 해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도치 않게 내부에서 소통에 사용할 솔루션이 필요했다. 그렇게 CODEF 어드민 사이트를 급히 고도화했고, 이 과정에서 기획, 사업부 등과 소통할 일이 많았다. 최대한 어드민 사이트 내에서 고객 문의를 처리하기 위해 여러 기능이 필요했다.
여러 포지션과 소통하다 보니 각 포지션에서 겪는 어려움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팀이 빠르게 성장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누적됐고, 조금씩 부담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당장 개인이 무너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대로 둘 경우 문제가 커질 것 같았다. 마침 나도 협업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누적됐고, 리더를 모아 CODEF 업무 흐름표준 작업을 제안했다.
내용은 이랬다. CODEF 멤버가 많아지고, 고객이 늘며 타 부서와 협업할 일이 생겼다. 이 과정에서 업무 표준이 없다 보니 멤버 개인 판단으로 업무를 처리해야 했다. 당연히 개인이 판단해야 하는 지점은 있겠지만, 개인이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을 판단해야 할 땐 스트레스가 된다.
팀에서 연차와 직급이 딱 중간인 내가 이 역할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리더들에게 제안했고, 리더들의 동의를 끌어냈다.
그렇게 CODEF 업무 흐름 표준을 만들기 위한 시간을 확보했다.
멤버 인터뷰, 비효율을 파악하다
CODEF 업무 흐름 표준은 혼란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제안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CODEF 멤버는 뛰어난 역량을 가졌다. 하지만 팀이 확장되면서 적절한 표준이 필요해진 상황이었다. 이는 비효율을 줄여 멤버 스트레스를 낮추고, 결과적으로 팀 효율을 올리기 위한 작업이었다.
먼저 각 멤버 중 협업을 상대적으로 많이 하는 멤버를 인터뷰했다. 스타트업 특성상 모든 멤버는 여러 업무를 소화해야 했다. 스페셜리스트인 분야도 있지만,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은 팀을 위해 필요했다.
하지만 여러 업무를 소화하려면 전환비용이 발생했다. 당장 내 업무에서도 개발을 하다가 어드민 기획, 고객 대응 등을 하다 보면 멍해질 때가 있다. 비슷한 논리로 여러 포지션과 협업하는 멤버는 전환 비용에 고통받았다.
여전히 여러 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문제였다. 특히, 휘발되는 동기성 도구. 즉, 카카오톡이나 매터모스트 등으로 업무를 지시받는 경우가 문제였다. 이 경우 업무 지시는 간단하나, 실제 업무를 진행하려면 정보를 찾고, 기록하는 등 여러 도구를 활용해야 했다.
전환 비용과 여러 도구 활용으로 스트레스받는 상황을 개선 1순위로 잡았고, 더 정확한 원인 파악과 개선책을 위해 인터뷰 준비를 시작했다.
일정은 이랬다. ▲사전 인터뷰 ▲문제점 정리 및 대안 제시 ▲업무 표준 제안 ▲멤버 피드백 ▲업무 표준 및 노션 가이드 교육 ▲1차 테스트 스프린트 ▲2차 테스트 스프린트 ▲CODEF 업무 표준 확정
6월에 시작한 이 일정은 8월까지 이어졌고, 나는 이 기간 동안 다른 업무를 최소화하고 CODEF 업무 표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
사전 인터뷰는 ▲협업 패턴 ▲협업 도구 사용 빈도 ▲현 업무 흐름 문제점 ▲노션 도입 후 장단점 ▲노션 피드백 ▲필요한 협업 기능 ▲협업 아이디어 등 항목으로 설문지를 받았고, 멤버 모두 1:1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로 문제점을 도출하는 보고서를 작성했고, 멤버가 많진 않았지만 직책에 따라 협업 도구를 다르게 사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앞서 확인했듯 업무 포지션에 따라 협업 도구 사용 빈도가 달랐다.
이 보고서에 따라 문제점을 도출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개선안을 제시했다. ▲업무 요청 및 관리 공간 통폐합 후 채널 단순화 필요 ▲업무 요청 시 명확한 기간, 내용 가이드라인 필요 ▲현재 취약한 포지션 충원 필요.
인터뷰 결과에 따른 보고서였고, 보고서에 기반한 문제점과 개선안에 멤버들은 동의했다. 업무는 최대한 노션 보드를 활용해 진행하고, 업무 요청 시 템플릿을 만들어 표준화하기로 했다. 또한 취약한 포지션 역시 충원을 시작했다.
이제 다음 순서는 업무 요청 템플릿과 노션 가이드 작성이었다.
노션 보드 템플릿, 최소 노력으로 최대 효과 보기
판이 깔리자 멤버들은 개선안을 쏟아냈다. 여러 요청을 취합해 중복 요청을 제거했고, 더 많은 포지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개선안을 추렸다.
그렇게 선택된 두 가지가 ▲업무 요청 템플릿 ▲스프린트 도입 등이다.
업무 요청 템플릿은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업무를 간단히 요청할 경우 실제 업무를 진행하는 단계에서는 필요한 정보를 추가로 문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차례 핑퐁이 발생한다. 이는 팀에게 낭비고, 개인에게 스트레스다.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게 업무 요청 템플릿이다.
스프린트 도입은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했다. 스프린트 장점으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걸 꼽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내가 생각한 스프린트 장점은 하지 않아도 될 업무를 공식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업무를 방어할 수 있는 방패가 될 수 있다. 팀에게는 꼭 할 수 있는 업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개인에게는 하지 않아도 될 업무를 공식화한다는 장점이 있다.
두 개선안은 내가 생각하는 협업 개선 철학과 일치한다. 특별히 비용을 들이지 않으며, 업무 흐름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업무 요청 템플릿은 노션 보드 템플릿으로 간단히 만들 수 있다.
▲개발 ▲기획 ▲마케팅 ▲퍼블리셔 ▲디자인 등 각 포지션이 원하는 템플릿을 정리하기만 하면 된다. 이제 각 포지션에 업무를 요청할 땐 템플릿에 맞게 요청하면 된다.
업무 요청을 받은 멤버는 템플릿에 정보가 충분한지 확인한 후 이번 템플릿에 할지, 다음 템플릿에 할지 정하면 된다.
이 간단한 과정은 ▲업무 요청 ▲업무 일정 ▲업무 처리 여부 등 다양한 대답을 비동기로 처리한다. 팀으로 봤을 땐 역시 전혀 비용이 들지 않으니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지난 한 달간 CODEF는 업무 요청 템플릿을 도입해 스프린트를 2번 진행했다. 멤버 만족도는 높았고, 팀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 아, 내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정리한 시간이 비용이겠다. 그야말로 최소 노력으로 최대 효과를 본 셈이다.
마무리
업무 흐름 표준 작업으로 팀은 업무 흐름 표준을 얻었다. 이 작업을 하기까지 리더들의 과감한 선택과 지지가 있었고, 이에 감사한다. 덕분에 나도 그동안 상상했던 작업을 공식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이제 CODEF 데이터랩은 노션을 활용한 애자일 조직이 됐다. 그리고 의외의 장점을 추가로 얻게 됐다. 코로나가 다시 확산된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재택근무를 시작한 애자일 조직 CODEF에 관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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