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게 된 동기]


오랜만에 책을 추천 받았다. 기획자로써 내게 해주고픈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했다. 제목을 들었을때 굉장히 익숙한 제목이더니만… 2010년도에 내가 읽었던 책이었다. ([서평] 한국의 기획자들 ★★★★★) 무려 6년전에 읽었던 책의 제목을 내가 어렴풋이 기억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 당시 내가 책을 참 잘 선택했었다는 것도, 그리고 이 책을 내가 별점 5점을 주었다는 것도 놀라웠다.
나는 재독(다시 읽기) 는 하지 않는 편이다. 다만 이 책은 특별했던 사건과 함께 내게로 왔기에,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한 줄 평]


나 스스로가 편견을 가지고 있었음을 깨닫게 해준 책.
 

[서평]


지난주. 내게 꽤나 큰 사건이 있었다.
지금까지 내 커리어의 방향을 크게 틀어줬던 사람은 딱 두 명이 있었다. 두 분 모두 만난 시점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고 있으며, 이 두 분 외에도 내게 도움을 준 사람들은 굉장히 많다. 아마도 내가 운이 무지하게 좋은 것 같다.
 
이번에 만난 분은 아마 내 커리어의 방향을 크게 틀어준 세 번째 사람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그가 왜 이 책을 추천하는지가 궁금했고, 그의 말에 귀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6년 전 읽었던 이 책을 다시 읽었다.
 

< 그래서 오세용씨가 하고 싶은게 뭐죠? >

 
어지간하면 말싸움으로 지지 않는다. O형이라 그런건지, 말하기를 좋아해서 그런건지, 유전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말싸움으로 지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며, 질 수도 없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뭐, 애초에 질 수 밖에 없는 말싸움은 시작도 안하려 하고, 지는 상황이라면 꾸물꾸물 웃어 넘기곤 하니까.
지난주 난 어린아이가 되었다. 내가 운영하는 중인 도밍고뉴스 라는 서비스의 팬으로 도밍고뉴스의 이야기와 앞으로의 방향성을 함께 고민해주는 자리였는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흔들림과 깨달음을 얻었다.
말 싸움을 한 건 아니지만 이렇게 바보 같이 대화를 한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기획자였던 그(이하 기획자)는 나보다 10년 정도의 사회경험을 더 가지고 있었으며, 내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으면서 하나씩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도밍고 뉴스를 왜 만드는거죠? 뭘 얻고자 하는거에요? 좀 더 명확히 이야기해봐요.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그래요? 일일 방문자 수가 100명 정도인데 뭐하러 앱을 만드나요? 앱을 만들면 몇 명이나 설치 할 것 같죠?”
 
가볍게 시작한 대화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눈빛에 집중했고, 처음 만난 두 명의 아저씨는 저녁도 먹지 않은채 3시간 반을 이야기했다.
 

에베레스트 산이 8,800m 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4,000m 높이의 파미르 고원 위에 솟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안다. 나는 4년간 개발자로 키워졌고, 내 커리어에 3배애 달하는 그의 커리어는 기획자였다. 애초에 가지고 있는 능력이 달랐고, 때문에 다른 관점에서 보는 내 서비스는 굉장히 낯설었던 것이다.
어느 하나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대화가 깊어지고 어느새 나는 그의 관점에서 내 서비스를 ‘나’ 를 바라보게 되었다.
 
부끄러웠다. 그의 관점에서 보자면 나는 ‘아무런 대책없이 그저 현장에서 도망치는 직장인이었다.’ 나도 안다. 그냥 지쳐서 그만두려는 사람들을 말렸으며, 뚜렷한 목표가 없다면 목표를 만든 뒤 나가야 한다고 말했었다. 내 관점에서의 이야기를 타인에게 들려주며 다른 관점에서는 어떻게 보이는지 들려줬고,  나 또한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내 모습을 모니터링 했다고 생각했다.
안타깝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 SWIKI 는 실패한 서비스야 >

 
2015년 1년간 나는 SWIKI  라는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만들었다. 이 서비스와 관련된 이야기는 SWIKI 개발기를 통해 기록하였고, 1년간의 기록을 바탕으로 내 느낀점도 공유했다. ([칼럼] SWIKI 를 1년간 만들며 느낀 5가지)
SWIKI 를 만들면서 주변 지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 한 선배는 내게 이렇게 이야기 했었다.
 
선배 : “사실 SWIKI 는 실패한 서비스라고 봐야 해.”
오세용 : “어떤 관점에서요? 어떻게 되었어야 성공한거에요?”
선배 : “그건 너도 성장률을 보면 알거야. 그다지 폭발력이 없었어.”
 
스타트업에서는 티핑포인트에 달하면 이른바 “J커브 곡선” 을 그리게 되는데, 그 시점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1년정도 지속되었다면 실패라고 봐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그 대화에서 별 생각이 없었다. 그저 ‘아, 그렇게 생각 할 수 있구나’ 하고 말았다.
애초에 이런 식이었나 보다.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아예 공격을 피했던 것일까? 물론 그 선배의 이야기를 무시하진 않았다. 다만, 그저 다른 생각도 있구나 하며 듣고 지나갔던 것이다. 나는 그 서비스를 통해 굉장히 많은 것을 얻었기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던게지.
 

30대인 제가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저는 30대 남자의 시각만으로 시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그래서 저는 고객을 세그먼테이션합니다. 20대 여성의 취향과 선호도를 알기 위해 그들에게 인기 있는 잡지를 구독하고 그들이 좋아하는 드라마에 몰두합니다.

 
내 주변에 많은 개발자들을 통해 나는 다양한 의견을 들었지만, 결국 그들은 모두 개발자 관점을 보여준것이다. 그리고 지난주 기획자와의 만남을 통해서 비로소 다른 관점으로 스스로를 바라보게 된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는 일희일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렇지 않으면 버틸수가 없었다. 최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라봐야 했고, 물론 그게 생존에 큰 도움이 되었다. 아, 객관적으로 그렇게 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내 기준에서의 긍정마인드다.
 

기획자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숫자에 철저하지 못한 기획자, 숫자에 철저한 기획자.

 
난 숫자에 강한 편은 아니다. 개발자로써 수학에 강하지도 않았고, 특별히 그 능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도밍고뉴스를 객관적으로 바라봐주던 기획자는 데이터에 기반한 대화를 원했지만 안타깝게도 내겐 자세한 데이터가 없었다.
 
기획자 : “데이터를 보며 이야기하면 더 좋을텐데.”
오세용 : “아, 하루에 100명정도 와요. 많게는 300명? 근데… 뉴스큐레이션 시간이 너무 많아져서 걱정이에요. 거의 50%를 사용해요 4~5시간?”
기획자 : “음… 그정도 노력이라면 그 방문자에 만족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오세용 : “그래서 앱을 만들려구요. 그럼 방문자가 더 늘거에요.”
기획자 : “방문자가 지금 100명인데, 앱을 만들면 방문자가 더 늘어나나요? 방문자를 늘리려면 마케팅을 하는게 더 빠를텐데요?”
오세용 : “어… 그렇죠. 하지만 앱이 있으면 푸시도 날릴 수 있고… 아무튼 앱을 만들어야 해요.”
기획자 : “그럼 글에 투자하는 시간을 줄이세요. 개발에 더 전념하면 되지요.”
오세용 : “그럼 글의 퀄리티가 떨어져요. 사실 이 서비스는 뉴스에 대한 제 코멘트가 핵심인데, 코멘트의 질이 떨어진다면 볼 이유가 없죠.”
기획자 : “그렇게 글이 중요하면 글만 쓰세요. 브런치 등의 플랫폼에 글을 쓰는게 더 낫지 않나요?”
오세용 : “어… 그래도 앱을 만들어야 하고… 글의 양을 줄이자니… 좀 그런데…”
 
대화가 지속 될 수록 나는 점점 부끄러워졌다. 기획자는 전혀 공격적이지 않았고, 내 핵심을 찾아주려 이곳 저곳 내 머릿속을 살펴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내 생각에도 내 머릿속은 너무도 복잡했고, 정리가 되지 않았다.
 

기획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이렇습니다. 첫째는 정보획득력, 둘째는 깡. 마지막으로 진짜 아닌 길이라고 판단이 되었을 때는 미련을 가지고 잡고 있기보다 과감히 버릴 줄 알아야 합니다. 그때도 가지고 있으면 아집입니다.

 
아집이다. 정해진 시간 위에서 나는 어느 하나 버리지 못했다. 전략의 부재. 그저 앞만 보고 달려가면 어떻게 하는가? 운동장을 몇바퀴 도는지도 모른 채 장거리 달리기의 신호가 울리자 나는 단거리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코치가 달려와 8바퀴라고, 천천히 페이스 조절하고 외쳤지만… ‘난 스피드가 좋아! 라며 전력질주를 하는게지’
아… 도밍고뉴스의 실패가 보이기 시작했다.
 

<편견이 없다는 편견>

 
난 다양한 것에 관심이 많다. 축구를 좋아하며 글쓰기를 좋아한다. 커뮤니티에서 사람을 모으고 이들을 하나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며, 그들 한 명, 한 명의 스토리를 듣는게 참 좋다. 개발을 할 때도 어느 한 부분에 치우치기 보다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지인의 연령대도 다양한 편이다.
이슈가 생기면 SNS 상에 의견이 올라오곤 하는데, 한쪽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성향의 친구를 팔로우하며 관점을 넓히려 애쓴다. 온라인 상의 지식만으로 판단하지 않으며, 매 끼니마다 반찬을 다르게 먹는다.
 
이러한 성향을 조합하여 난 스스로 “편견이 없다” 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기획의 시작은 폭넓은 자료조사입니다. 가장 나쁜 기획은 자기 주관에 의존해 결정한 후, 자신의 논리를 합리화하기 위해 자료조사를 하는 경우입니다. 기획 초기에는 자신의 주관을 철저하게 배제하면서 폭넓은 자료조사를 선행해야 합니다.

 
난 내가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근거를 굉장히 많이 제시 할 수 있었다. 이 책에 따르면 난 이미 편견을 가지고 있던게지. 내 논리를 합리화 하기 위해 근거를 모았던 것이다. 이런 엉터리로 둘러싸인 내게 기획자는 계속해서 내 허점을 파고 들었다.
마치 서투른 검술 자세의 제자를 나뭇가지 하나로 제압하는 은둔고수처럼.
 

<목표의식의 부재>

 
올해는 매거진을 만들자. 매거진은 우리를 홍보할 수 있으며, 우리가 비로소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조직이 되는데 첫 걸음이 될거야. 하지만 우리 멘티들에게 절대로 부담을 주지는 않을거야. 멘티들은 그저 지금처럼 활동에 참가하기만 하면 되고, 그걸 잘 만들어내는 것은 운영진들이 할거야. 그렇다고 운영진들이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가면 우리는 결국 매거진을 만들 수 있을거야.
라고 6년째 운영하는 커뮤니티에서 내가 말했었다.
 

실패하는 리더의 70%는 단 하나의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그것은 바로 실행력의 부족이다. 오늘날 미국 경영자가 95%의 옳은 말을 하고, 5%만이 옳은 일을 실행에 옮긴다.

 
ㅋㅋㅋㅋ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다. 세상에 좋은 말 못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미국의 경영자는 무려 95%가 옳은 말을 한다고 한다. 늘 옳은 말을 하려 애쓰며, 스스로가 다양한 관점에서 객관적인 행동을 하고 있단 편견까지. 이건 고집불통이 과연 목표의식이 없을 경우 어떻게 될까?
나처럼 된다.
 
도밍고뉴스를 통해 ‘도밍고’ 라는 이름을 브랜딩화 하고, 이를 통해 나는 뉴스 큐레이션 전문가로 포지셔닝을 시작한다. 이 서비스를 앱으로 출시하며 나는 개발 능력을 키울 것이며, 이렇게 나를 드러내면 내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생길거야. 난 그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한단계 더 성장 할 것이다. 그렇게 모인 스토리로 나는 책을 쓸 수 있을테고, 그쯤이면 나도 좋은 아이디어와 좋은 사람들이 생길거야. 그들과 팀을 만들어야지!
 

어떤 일을 시작할 때는 반드시 그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가령 서울 시내에 교통이 너무 혼잡하기 때문에 고가도로 건설 프로젝트를 실행한다고 한다면 교통 혼잡 완화가 곧 목적이 될 것이다. 목표는 ‘어떤 결과물을 낼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다. 어느 정도 길이로 어느 정도의 차량이 통과할 수 있게 할 것인가 등이 이 목표에 해당한다.

 
난 그렇게 목적으로 똘똘 뭉쳐 회사를 나왔다. 정말 좋~은 목적들이 나라는 덩어리를 만들었다. 이 목적 덩어리는 명확한 목표 없이 늘 좋은 것을 따라 이리저리 바람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기획자에게 따끔한 회초리를 맞았지.
 
“오세용씨는 스스로 만들고자 하는 엔지니어적 성향이 강하시네요.”
 
엔지니어!?!? 내가 엔지니어 같다고? 개발자 같다고? 하핫. 지난 4년간 내가 개발자로 일하며 듣던 평가는 ‘영업 같다’ ‘기획자스럽다’ 따위의 개발 외적인 평가였다. 말을 잘 한다던가 메일을 잘 쓴다는 등의 개발 외적인 평가가 가십거리로 오르내렸지. 이 소식을 들은 내 동료는 내게 ‘미운 오리 새끼’ 라고 했다.
충격이였다. 왜냐고? 그가 기획자였으니까. 개발자가 볼 때는 기획자. 기획자가 볼 때는 개발자. 결국 난 이도저도 아닌 (미운 오리) 새끼가 아니던가!
 

<소나무 같은 소나무가 아닌 진짜 소나무>

 
4년간 나는 경주마였다. 1, 2년간은 한사람 몫을 하기 위해 발버둥 쳤고, 그 뒤부터는 그 이상을 하기 위해 발버둥 쳤다. 좀 더 가치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발악했고, 그렇게 내 건강과 놀이 등을 등가교환 법칙에 따라 굿바이 했지. 그리고 달리는 과정에서 깨달았다. 이런 달리기는 롱런 할 수 없음을. 보다 나은 방법을 찾고 싶었고, 그 길을 따라 여기까지 왔다.
 

이 세상에서 정작 중요한 일들은 대개 이루어질 가망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노력을 기울인 사람들에 의해 이 세상의 위대한 일들은 이루어져왔다.

 
나는 늘 특이한 편이었다. 특히 자기 주장을 하는 성향이 매우 강했지.
앞만 보고 달리던 경주마는 지난주 기획자와의 만남을 통해 눈가리개를 벗었고, 앞만 보던 말의 시야가 357도 로 늘어나자 주변의 엄청난 경관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경주마는 우뚝 멈췄다.
 

기획은 뜬구름을 잡는 것이 아닙니다. 기획은 실현 가능한 꿈을 실현될 수 있게 계획하는 것입니다. 비전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현해 나갈 것이냐가 뛰어난 기획의 관건입니다.

 
이 책을 읽던 6년 전의 나는 거대한 숲 속의 나무들의 울창함에 고무되었다. 다양한 동기부여 영상과 강연. 그리고 그들을 직접 만나보며 나무를 꿈꾸었다. 아주 멋진 소나무를. 은행나무도 있고, 단풍나무도 있는데 왜 나는 소나무를 꿈 꾸었을까?
소나무를 선택했지만 은행나무와 단풍나무에게도 반했던 나는 그들처럼 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던 것 같다. 소나무에 은행도 달아보고, 단풍잎도 달아봤지.
 
은행과 단풍잎에 도취된 나는 소나무와 은행 그리고 단풍잎까지 모두 가진 섹시한 나무가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무와 은행, 단풍잎 모두를 단숨에 키우기엔 날 지탱해주는 토양이 버티질 못했다. 내게 달려있는 은행 열매와 단풍잎이 그렇게 초라해 보일 수 없었다. 나무도 열매도 잎도 칙칙해져갔다.
 
고수 기획자와의 만남을 통해서. 그리고 책 속의 기획자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난 내가 어떤 나무가 되어야 할 지 깊이 고민해보았다.
소나무. 나는 가장 먼저 뛰어난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나는 이 과정을 통해 나를 “기획” 했다.
 

기획을 할 때는 굉장히 산만할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를 때도 많다고 말한다. 따라서 자신이 챙겨야 할 것은 스스로 챙길 줄 알아야 하며,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평가할 줄 알고, 일의 선후를 가릴 수 있는 자질이 필요하다. 특히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그는 거듭 강조한다.

 
100세 시대다. 우리는 80살까지 일해야 하고, 나는 향후 50년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했다. 난 향후 50년을 위한 능력으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깨닫고 그것을 빠르게 배울 수 있는 능력” 을 택했다.
 

기획이 론칭되고 나면 잘 될 거라고 믿어야 합니다. 그리고 잘 되게 만들기 위해 모든 사후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론칭된 후 기획을 비판하는 것은 기획을 망하게 하는 지름길입니다.

 
이 선택에 얼마나 집중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세상엔 엄청난 사람들이 너무도 많고, 난 그들처럼 되고 싶다. 더 멋진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면 다시 그들처럼 멋져지기 위한 플랜을 세우겠지.
앞으로 얼마나 멋진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까지의 멋진 사람들 중에서 개발자는 꽤나 섹시한 직업이다. 내 머릿속의 무언가를 실체화 한다는 것은 정말 멋지다.
 
속이 쓰릴 정도로 깊은 고뇌의 시간들 이었지만, 내 빈틈을 툭툭 건드려준 고수 기획자도, 6년 전 나를 만나게 해준 이 책도, 기획자로써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나 또한 내 직업을 좋아하게 만들어준 책 속의 기획자들에게도 감사함을 표한다.
 
 

[인상 깊은 문구]


  • 우리가 만난 한국의 기획자들은 기획서의 형식에서는 그다지 구애받지 않았다. 콘텐츠만 좋다면 사소한 메모 쪽지 하나도 훌륭한 기획서가 된다는 데에 그들은 대부분 동의하고 있었다.
  • 에베레스트 산이 8,800m 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4,000m 높이의 파미르 고원 위에 솟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 전체를 가지고 보면 보이지 않지만, 쪼개고 나눠 보면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기획을 잘 하고 싶다면 평소 문제를 쪼개 보고 다시 붙여보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 기획의 시작은 폭넓은 자료조사입니다. 가장 나쁜 기획은 자기 주관에 의존해 결정한 후, 자신의 논리를 합리화하기 위해 자료조사를 하는 경우입니다. 기획 초기에는 자신의 주관을 철저하게 배제하면서 폭넓은 자료조사를 선행해야 합니다.
  • 기획은 뜬구름을 잡는 것이 아닙니다. 기획은 실현 가능한 꿈을 실현될 수 있게 계획하는 것입니다. 비전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현해 나갈 것이냐가 뛰어난 기획의 관건입니다.
  • 기획자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숫자에 철저하지 못한 기획자, 숫자에 철저한 기획자.
  • 대체로 비즈니스맨들은 자신의 전공분야 외에는 관심을 갖지 않으려고 하는 성향을 띤다. 뛰어난 기획자는 무엇이든 받아들여야 하고, 기왕 받아들인 것이라면 어떻게든 그 속에서 배울 점을 찾아야 한다.
  • 30대인 제가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저는 30대 남자의 시각만으로 시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그래서 저는 고객을 세그먼테이션합니다. 20대 여성의 취향과 선호도를 알기 위해 그들에게 인기 있는 잡지를 구독하고 그들이 좋아하는 드라마에 몰두합니다.
  • 당신은 모든 사람과 똑같은 방법으로 대화를 하는가? 만일 그렇다면, 그 방법은 모든 사람에게 잘 적용되는가?
  • E네트웍스 김민혁 팀장은 부지런하지 않은 사람들, 열정이 없는 사람들,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들은 기획에 안 맞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 기획을 할 때는 굉장히 산만할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를 때도 많다고 말한다. 따라서 자신이 챙겨야 할 것은 스스로 챙길 줄 알아야 하며,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평가할 줄 알고, 일의 선후를 가릴 수 있는 자질이 필요하다. 특히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그는 거듭 강조한다.
  •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보다는 오히려 있을 법했던 일들을 끌어다가 조합하는 코디네이터가 바로 기획자다.
  • 누가 보고서를 읽을지를 명확히 했다면 다음은 이를 어떻게 표현하고 전달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에 대해 한국의 기획자들은 한결같이 두 가지 점을 중요하게 지적했다. 먼저 짧은 내용이더라도 핵심을 찌르는 내용이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과 상대방이 한눈에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도록 시각화해서 보여주라는 것이었다.
  • 처음에 새롭게 무언가를 기획하는 것보다 처음 컨셉을 꾸준히 지켜나가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 이 세상에서 정작 중요한 일들은 대개 이루어질 가망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노력을 기울인 사람들에 의해 이 세상의 위대한 일들은 이루어져왔다.
  • 패밀리 브랜드, 즉 상위의 큰 브랜드를 하나 론칭해서 하위의 개념으로 브랜드를 가지고 가야 싸움의 장을 바꿀 수 있다고 해서 메가패스라는 상위의 브랜드를 만들어낸 겁니다. 1위인 하나로가 빠른 속도를 이야기할 때 ‘우리의 강점은?’ ‘우리는 그럼 뭘 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했습니다. 먼저 선점한 사람이 50%를 먹고 들어가기 때문에 똑같은 얘기를 하면 싸움이 안 되는 거죠.
  • ‘나는 미술을 싫어해, 음악을 싫어해…’ 이렇게 선을 긋고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해보지 않은 부분에 대해 시도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거죠.
  • 만일 당신에게 어떤 주제를 제시하고 기획서를 작성해 오라는 상사의 명령이 떨어졌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바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다.
  • 기획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이렇습니다. 첫째는 정보획득력, 둘째는 깡. 마지막으로 진짜 아닌 길이라고 판단이 되었을 때는 미련을 가지고 잡고 있기보다 과감히 버릴 줄 알아야 합니다. 그때도 가지고 있으면 아집입니다.
  • 그는 하나의 목표가 끝났으면 또 다른 새로운 목표를 찾아 스스로에게 새로운 숙제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면 한 편의 광고를 만들 때는 이 광고를 성공시키는 것이, 영어 스피킹을 할 때는 몇급을 따는 것이 등 그때그때 주어지는 회사, 사회, 개인적 미션을 끊임없이 설정하면서 성취감을 갖고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 작은 고민에서부터 인생의 깊은 고민에 이르기까지, 고민을 할 때는 주위 사람에게 안타까움을 줄 정도로 고민해요. 그러나 결정을 하면 백지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대합니다.
  • 한 사람의 똑똑한 머리만으로 모든것을 해결할 수는 없죠. 실무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으면 시행착오에 의한 기회비용이 큽니다.
  • 처음 기획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했을 때는 SWOT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가장 영향을 끼치는 것은 정부의 규제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팩터들을 보기가 쉽지 않죠.
  • 일류 기획자가 되기 위해서는 사소취대(捨小取大), 즉 큰 것을 얻기 위해 과감히 작은 것을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단기 성장을 위한 10개의 계획보다 1개의 핵심적인 기획이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제가 담당한 제품과 동일한 카테고리가 아니더라도 눈여겨 봅니다. 성공사례는 서로 다 통하니까요. 얼마 전엔 관심 있게 지켜봐왔던 화장품 성공 사례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은 적도 있습니다.
  • 한 곳에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것이 기획에 도움이됩니다. 편협한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차라리 제너럴 리스트가 낫습니다. 그러나 기획에 기여를 하려면 자신만의 강점이 필요하죠. 예를 들어 저는 회계사라는 것이 강점입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기도 하는데 어다까지가 거짓말이고 어떤 것을 유의해야 하는지, 그것을 가려낼 수 잇는 사람이 회계사죠.
  • 기획에는 특정한 목적을 갖는 경우가 70~80% 입니다. 내가 내부에 있는 사람이지만 외부에 있는 사람처럼 제안하는 것. 내부에 얽매이지 않고 객관적으로 내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나만의 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실패하는 리더의 70%는 단 하나의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그것은 바로 실행력의 부족이다. 오늘날 미국 경영자가 95%의 옳은 말을 하고, 5%만이 옳은 일을 실행에 옮긴다.
  • 기획이 론칭되고 나면 잘 될 거라고 믿어야 합니다. 그리고 잘 되게 만들기 위해 모든 사후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론칭된 후 기획을 비판하는 것은 기획을 망하게 하는 지름길입니다.
  • 어떤 일을 시작할 때는 반드시 그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가령 서울 시내에 교통이 너무 혼잡하기 때문에 고가도로 건설 프로젝트를 실행한다고 한다면 교통 혼잡 완화가 곧 목적이 될 것이다. 목표는 ‘어떤 결과물을 낼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다. 어느 정도 길이로 어느 정도의 차량이 통과할 수 있게 할 것인가 등이 이 목표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