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아이러브인 시즌2 박웅현CD ★★★★★

아이러브인 시즌2.

시즌1에 김난도, 김정운, 마이클 샌댈 등이 출연한 이 환상적인 프로그램. 시즌 2로 돌아와 애청자인 필자를 흥분시켰다. 방청객을 모집한다기에 지원을 했는데 김난도,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편에 당첨이 되었지만 야근 때문에… 가지 못한게 너무도 아쉬웠다. 그리곤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시즌2의 마지막 박웅현편에 또 다시 당첨이 되어서 설레는 마음을 안고 SBS홀로 달려갔다.

<아이러브인 촬영 직전 담당PD의 이야기 / 출처 – Dragon>

위의 사진은 결코 촬영중이 아니다. 촬영중엔 카메라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은 아는 지식인이다… ㅎ 저 옹기종기 모여 강연을 기다리는 대한민국의 열정있는 청년들.

사실 강연을 신청하면서 박웅현CD(Creative Drector)를 알게 되었다. 스튜어트 다이아몬드(‘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의 저자)는 강사료가 2억을 호가하는데 지식기부이기에 무료로 왔다고 들었다. 헌데 박웅현CD는 그에 비하면 네임벨류가 살짝 떨어지는건 아닌가? 하며 별다른 기대없이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아무 것인게 삶이더라.

“여러분. 창의력은 강의가 불가능합니다.” 라며 강의를 시작한 박웅현CD 나긋나긋하게 이야기하는 그의 강의 속도에 왠지 흥미를 잃었다. 필자의 인생 모토는 ‘스펙타클’ 인데 보통 강단에 서는 사람들은 스펙타클한 인생 스토리는 기본이요 성공스토리는 넋을 잃게 만들기 마련인데, 박웅현CD는 그런 에너지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광고를 만드는 사람. 나긋나긋하게 이야기하는 그의 한마디에 마법처럼 필자의 마음이 180도 돌아섰다.

“여러분,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아무 것인게 삶이더라구요.” – 박웅현CD

얼마 전 필자는 해야 할 일 투성인 삶에 불만이 생겼다. 책도 봐야하지, 프로그래밍 공부도 해야하지, 일도 해야하지, 영어공부도 해야하지, 사람도 만나야하지… 방향성을 잃고 주위를 둘러본 필자는 의대생 친구에게 물었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어떻게 하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중요한 것부터 하면 되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그에게서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뭔가 특별한 대답을 기대했지만, 공부만 한다고 생각했던 의대생에게 그 이야기를 들으니 ‘그래, 이미 나는 답을 알고 있는데 왜 실천하지 않았지? 이 친구는 그 답을 실천하고 있구나.’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구나!’

이 경험을 통해서 필자는 아무것도 아닌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는데, 박웅현CD는 바로 그 핵심을 말하였다. 그때부터  이야기를 풀어가는 그의 목소리, 그의 눈을 이야기가 끝나는 그때까지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았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법.

박웅현CD는 광고를 만들기까지 과정을 이야기해주고 그대로 만들어진 광고 10편을 보여주었다. 첫번째 광고는 넘어진 아이를 도와줬던 기억으로 만들어진 아파트광고. 아무렇지 않게 넘어진 아이를 도와줬던 그 경험이 박웅현CD를 통해서 광고로 탄생했다. 두번째 광고는 팀원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모아서 그대로 엮어서 만들어낸 광고였는데 이 일화를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주변 스탭들의 생각을 보배롭게 본다면 보배가 되고, 그냥 파편으로 본다면 파편이 됩니다.’ 

팀원들의 이야기를 평소에 귀 기울여 듣는 리더만이 할 수 있는 일. 하지만 주위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은 아무렇지 않은 일. 그는 아무렇지 않은 일을 하고 있었다. 팀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받아들일 줄 아는 리더. 이게 우리가 원하는 리더가 아닐까?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가 진짜 알아야 할 것들을 가리고 있다.” –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은 세계적인 사진 작가인데 평생 50mm 사진기를 가지고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이유는 그 사진기가 가장 사람의 눈과 비슷하기 때문이란다. 사람의 위치에서 찍인 사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보지 못한 아무것도 아닌 그 장면이 그를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었다.

‘아무 것도 아닌 것’ 이야기의 절정은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 라는 시를 들려 주었을 때다.

담쟁이

도종환 시인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아무 것도 아닌 흔한 담쟁이 넝쿨을 보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아무 것도 아닌 그냥 화요일 밤. 박웅현CD는 필자의 감성을 ‘아무 것’ 으로 만들고 있었다.



見(볼 견) 그 안에 담긴 새로운 우주



見 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계속 이야기를 했던 박웅현CD. 見은 그냥 보는 것이 아니고 ‘들여다 보는 것’ 이라고 한다. 한 예로 영화 ‘시’ 에서 김용택 시인이 사과를 가지고 강의를 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여러분 사과 보셨나요? 아니요, 여러분은 사과를 못봤어요. 사과를 보려면 그냥 보고, 한입 베어물고 보고, 햇빛에 비춰도 보고, 뚫어져라 보고…”


필자는 생각했다. 나는 과연 사과를 보았는가. 나는 과연 들여다 보았는가. 나는 뭘 보고 있는걸까? 나는… 보고는 있는 건가?


박웅현CD는 천천히를 강조하면서 빠른 세상의 퍼소나로 ‘스마트폰 앱 개발자’를 꼽았다. 필자는 스마트폰 앱 개발업을 하는 사람으로 ‘천천히’와는 반대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이야기가 더욱 와 닿았다.


‘빠르게 살아가고 있으면서 정작 그 중심에 있는 나는… 뭘 보고 있는가?’


한 할머니가 있었다. 그 할머니는 남편이 군에 가서 보낸 편지에 답장을 못해준 것이 평생 한이었다고 한다. 답장을 못한 이유는 글을 몰라서. 그랬던 할머니가 80세가 되서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글을 배운 할머니는 시를 쓰기 시작했다. 이 할머니를 취재하던 PD가 물었다고 한다.


‘할머니. 글을 배우니까 뭐가 좋으세요?’

‘응~ 안보이던 꽃이 보여.’


글을 배우자 시를 쓰기 시작했고, 시를 쓰려고 보니 주위의 사물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사물들 중 너무나 아름다운 꽃이 보인 것이다. 태초부터 아름다웠던 그 꽃은, 할머니가 보기 시작하고 나서야 보였다. 80년만에.



욕심. 그리고 나의 見.



강의가 끝나자 가수 소향이 우리에게 노래를 선물했다. ‘나가수’ 나 ‘불후의 명곡’ 에서 방청객들은 눈을 감고 듣곤 하는데 모두 설정이라 생각했건만…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소향의 노래에 마음을 맡겼다. 


눈을 감자 왠지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듯 하였다. 조금씩 조금씩 세상이 돌아가는 속도가 느려졌다. 그리곤 왠지 모를 웃음이 나왔다. 좀 바보 같이 보일테지만 웃음을 멈추고 싶지는 않았다. 


‘꽤나 오랜만에 나는 그렇게… 나를 만났다.’


나는 과연 이 세상에 대해서 얼마나 알까? 나는 과연 인생에 대해서 얼마나 알까? 아니, 나는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알까. 아등바등, 꿈틀꿈틀. 땅속에서 잠시 기어나왔다가 발에 밟혀 꿈틀거리는 지렁이처럼. 그저 아무것도 모른채 그렇게 나는 꿈틀꿈틀 거렸나보다. 아무 것도 모른채.


눈을 뜨고 바라본 나의 현실은 ‘욕심’ 이였다. 굳이 가지지 않아도 되는 것을 가지려 힘썼던 기억. 굳이 세우지 않아도 되었던 자존심. 굳이 마시지 않아도 되었던 아메리카노. 굳이 하지 않아도 되었던 생각들.


천천히. 천천히. 見.



질의응답까지 마치고 뒤돌아나가는 박웅현CD를 향해서 나는 ‘2억원 어치’ 박수를 보냈다.



강의 속 좋은 말들…



– 여러분,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아무 것인게 삶이더라구요. – 박웅현CD

– 주변 스탭들의 생각을 보배롭게 본다면 보배가 되고, 그냥 파편으로 본다면 파편이 됩니다. – 박웅현CD

–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가 진짜 알아야 할 것들을 가리고 있다. –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 언어밖을 떠돌다 언어로 수습되는게 시 아닐까요? – 고은 시인

– 시이불견 청이불문(視而不見 聽而不聞)

– 급한 물에 떠내려 가다가 닿은 곳에서 싹 틔우는 땅버들 씨앗 이렇게 시작해보거라 – 고은 시인

– 돈오점수(頓悟漸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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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용 Domingo

오세용 Domingo

글쓰는 감성개발자 오세용입니다. IT, 책, 축구, 커뮤니티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