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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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박지성 (중앙북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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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은 시기 – 2011년 2월

읽게 된 동기

요즘 교육을 듣느라 책을 읽지 못했는데 틈틈히 읽었던 책이 이 책이다. 박지성이 은퇴를 하면서 한국 축구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다보니 그동안 박지성이 걸어온 길이 다시 궁금해졌다.

책 리뷰



(2002년 포르투갈전 박지성 ⓒ뉴스뱅크F)



2002년 포르투갈전. 과연 그때를 기억하지 못하는 축구팬이 있을까? 축구에 대해 무지했던 그때, 우리나라는 홍명보가 최고라고 생각했던 그때, 헛다리의 최고봉 이영표의 크로스를 받은 여드름쟁이가 가슴트래핑에 이어 오른발로 툭, 왼발로 뻥!


그때의 회상에 지금도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 소름이 돋는다.
박지성은 학자다.

동안의 암살자 솔샤르. 맨유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최고의 조커로 기억되는 선수. 2008년 은퇴했지만 박지성과 함께 뛰면서 박지성이 솔샤르에게 특훈을 받았다는 기사가 이슈화 되기도 했다.


[“지, 골대는 움직이지 않아. 어떤 패스가 어디로 오든 간에 그곳으로 차 넣으면 되는거야. 슛은 차는 것이 아니라 갖다 대는 거야.”]


아무리 전설이고, 상대가 아무리 대단한 선수라 해도 세계 최고의 클럽에서 뛰면서 자존심을 세우지 않고 동료에게 충고를 받아들인다는 점은 어려운 것이다. 박지성 또한 최고의 선수이기 때문에.


그럼에도 박지성은 솔샤르의 충고를 받아들인다. 너무도 쉽게.
일본, 네덜란드, 그리고 잉글랜드


명지대 핸드볼 팀에 겨우 입단해 K리그에서 초대받지 못한다. 일본에서 뛰다가 히딩크에게 뽑혀 4강 신화를 이루고 네덜란드로 날아간다. 온갖 야유를 받다가 노력 끝에 인정받고 한창 폼이 올랐을때 맨유로 날아간다.


이게 우리가 아는 박지성이다.


책에서 박지성은 이 스토리 외의 것들을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중 이 이야기를 말하고 싶다.


[내가 인정받기는 꽤 먼 길을 돌아야 했지만 후회 없는 여정이었습니다. 내가 다시 축구를 시작한다 해도 화려함보다 헌신을 택하고 싶습니다. 내게 헌신의 다른 이름은 어머니이고, 나는 어머니로부터 평생 갚아도 다 갚지 못할 훌륭한 유산을 물려받았습니다. 헌신의 몸짓, 그 끝에는 결국엔 승리가 있었습니다.]


헌신을 사랑하는 축구선수. 유명해지기 싫다는 박지성의 말이 이제서야 그럴듯 하게 들린다. 헌신을 무기로 뛰는 박지성. 맨유에서 아니, 현 축구 선수들 중에서 과연 박지성의 헌신이라는 무기에 필적할만한 무기를 가진 선수가 과연 있을까 싶다.
멋진 남자 박지성


[퍼거슨 감독은 나를 두고 저평가돼 있다고 하지만 개의치 않습니다. 나를 평가하는 건 결국 감독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감독들이 좋아할 만 한 선수다. 감독에게 충성을 다하고 동료들에게 헌신하며 팬들을 위해 뛰는 박지성. 그렇기에 그는 진정한 프로이고 때문에 멋진 남자라고 생각한다.


[나를 2인자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2인자가 꼭 1인자로 가는 과정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2인자로 만족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1인자가 되기 싫다는 것도 아니다. 


[그 자체로 팀을 운영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은 1인자가 아니라 축구에 대한 열정을 끊임없이 지켜나가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박지성의 은퇴가 너무도 아쉽다. 하지만 박지성의 국가대표 은퇴가 결코 박지성을 볼 수 있는 마지막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책 속의 좋은 글


– 그라운드에서는 내가 최고다.

– 온 몸이 전율하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분 입니다. 그 1분이 지나면 또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합니다.
– 출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디를 향하느냐에 달렸다는 걸, 결국 성취는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세운 목표를 향해 얼마나 꾸준히 걸어가느냐에 달렷다는 것을 말입니다.
– 시련을 넘을 때마다 언제나 그랬듯 이번에도 긍정의 힘을 믿었습니다.
– “당신은 왜 꾸준하지 못하느냐?” 는 비판은 아프고 치명적입니다.
– “승리를 향한 열정과 갈망이 오늘도 내가 축구화를 신는 이유다.” -칸토나
– 소형차라도 꽤 폼나는 고급 차를 어머니에게 선물했습니다. 그런데 기분이 묘했습니다. 내가 최고의 효도라고 생각했던 일을 이뤘는데도 오히려 마음이 텅 비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비로소 그것만으로 효도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나를 2인자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2인자가 꼭 1인자로 가는 과정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 “땀에 젖은 유니폼이야말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전부다.” – 스콜스

책 총평


★★★★☆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 프로. 그리고 프로 중에 프로인 박지성.


은퇴 뒤가 더 기대되는 그. 그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라.

Dragon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