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용의 에세이 #20] 시니어의 자격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는 10년 정도 일하면 시니어라고 생각했다. 10년을 한 분야에서 일하면 전문가라고 하지 않는가? 1만 시간도 하루 3시간 10년 일하면 달성한다. 시간이 흘러 내 커리어가 어느새 만 8년을 지나서 되돌아보니, 글쎄. 10년은 터무니없이 빠른 시간이다.

그동안 만난 사람 중 누군가는 한 분야 강력한 전문가가 됐고, 누군가는 좋은 팀을 만들었다. 누군가는 큰 조직 내 리더가 됐고, 누군가는 많은 팬을 만들었다. 그들을 곁에서 보는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

다양한 시도를 하며 시야를 넓힌 나는 처음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생각했다. 다양한 경험 중 가장 나로서 살았던 때는 언제였을지.

다양한 경험을 추구했지만, 이제는 깊이를 더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택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내 전공이기도 했지만, 내가 가장 경쟁력을 만들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은 언제나 내 가장 큰 경쟁력이었고, 정체성이었다.

정체성을 정했으니, 더 단단히 하기 위한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루틴(Routine)을 만들었다. 2주간 루틴한 삶을 살았더니 계획된 목표에 다가갈 수 있었다. 온전히 내 계획을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다양한 커리어를 살아온 내게 꽤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리고 시니어에 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시니어의 자격은 얼마나 많은 루틴을 가졌느냐가 결정하지 않을까?

루틴은 단단함을 만든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잡생각이 없어진다. 그 시간, 그 장소에서는 그 행위를 하는 것이 당연하게 된다. 그리고 그 행위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그 결과가 내 삶에 어떤 이유인지는 스스로가 명확하다. 그러니 불안함이 없다. 그저 그 행위를 할 뿐이다.

새로움은 루틴 위에 올라가야 한다. 스타트업 대표로, 기자로 일할 때 새로움을 원 없이 경험했다. 모든 경험이 새로웠다. 하지만 그 새로움은 때론 내 본질을 흩트렸다. 새로움은 불안함을 가져왔다. 새로움은 또 다른 기회를 줬지만, 기존 기회를 가져갔다. 하지만 새로움이 루틴 위에 올라가면, 새로움으로 남을 수 있다. 루틴이 본질을 지킨다.

루틴이 곧 내 브랜딩이다. 축구에서 알고도 막을 수 없는 선수들이 있다. 그게 곧 브랜딩이다. 잘 정제된 타인의 루틴을 알게 되면, 금세 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속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내게 맞는 루틴은 타인이 지속하기 어렵다. 내 루틴이 곧 나다.

단단한 루틴을 많이 가졌다면, 그 사람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 매일 코딩을 하는 사람은 코딩을 잘하게 되고,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잘 쓰게 된다. 그렇게 단단한 시니어가 된 사람은 많은 루틴을 가지고 있다. 시니어가 아닌, 루틴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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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용 Domingo

오세용 Domingo

글쓰는 감성개발자 오세용입니다. IT, 책, 축구, 커뮤니티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