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용의 에세이 #19] 변수로 가득 찬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RPG) 게시판을 보면 사용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이는 거의 모든 게임 게시판이 그렇다. 사용자들은 각 직업 밸런스 문제를 제시하고, 어떻게든 이익을 얻기 위해 운영자에게 의견을 제시한다. 운영자는 어느 사용자 집단 이야기만 들어선 안 된다. 혹, 사용자의 의견이 맞더라도 숲을 보며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 물론 밸런스를 맞추지 못해 사라지는 게임이 많다. RPG는 현실을 잘 반영한 게임이다.

현실은 어떨까? 적으면 수만 명, 많게는 수천만 명까지 활동하는 RPG와는 달리 2019년 7월 기준, 77억 인구(위키백과)를 돌파한 세상이다. 물론 정확한 수치는 아닐 것이다. 우리는 77억 인구가 사는 시스템에서 RPG처럼 목소리를 낸다. 누군가는 앞장서서 목소리를 낼 것이고, 누군가는 묵묵히 시스템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적절히 시스템과 갈등하며 이익을 찾아다닐 것이다.

나는 사이사이 적절히 시스템과 갈등하는 사람 중 하나다. 묵묵히 시스템을 받아들이며 사는 것도, 자잘한 변수에 기대어 이익만을 좇으며 사는 것도 내 스타일은 아니다. 물론 0과 1로 이뤄진 세상이 아니기에 흑백으로 바라보면 안 되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0과 1 그 어디쯤인가에 자리를 잡고 싶다.

어떤 변수가 있는가

그런데 이 세상엔 어떤 변수가 있을까? 최근 기억에 남는 변수는 정치인 안철수가 쓴 글이다. 정계 복귀 글을 쓰자마자 포털사이트 검색순위는 ‘안랩 주가’가 1위로 올라섰다. 자본주의에 충실한 변수다.

이란이 이라크에 주둔한 미군 군사기지에 발사한 미사일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 금값은 폭등했고, 유가는 폭락했다. 금값을 변수로 두는 비즈니스, 유가를 변수로 두는 비즈니스 등 물고 무는 복잡한 상황이 예상된다.

가볍게는 어제 내린 비가 있고, 더 가볍게는 오늘 저녁에 진행한 회사 회식이 있다. 회식을 했으니 내일 아침엔 해장을 해야겠다.

터무니없이 큰 변수부터, 헛웃음 나는 변수까지. 통제할 수 있는 변수부터, 없는 변수까지. 모든 변수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어느 하나 통제하기도 쉽지 않다. 아니, 나와 관련 있는 변수를 찾는 것이 먼저겠다.

어떤 변수를 견딜 수 있는가

사람은 누구나 장단점이 있다. 장점에 집중하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문장이다. 조금 다르게 표현해볼까? 사람은 누구나 내성을 갖는 변수가 있다.

나는 글을 쓰는 게 편하다. 글을 잘 쓴다는 말이 아니다. 글을 쓰기 위해 키보드 앞에 앉는 것이 어렵지 않다. 많은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두렵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게 귀찮지 않다. 내게 도움을 청하는 사람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도움을 주는 것이 아깝지 않고, 함께 일하는 것이 혼자 일하는 것보다 즐겁다.

내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은 단순한 선택이다. 내가 잘 견뎌내는 것을 선택하는 게 더 나은 판단이다. 잘 견뎌내는 것은 잘하게 될 수밖에 없다. 글을 쓰는 것이 편하니, 10여 년 넘게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 잘 견뎌내는 것은 이런 거다.

어떤 변수를 만들 수 있는가

사회에서 한 사람으로 살아가려면, 남모르게 단련하는 무기가 있어야 한다. 무기는 언제, 누구에게 사용할지 모르니 되도록 감추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스포츠를 보면, 게임판을 바꾸는 시점이 있다. 번뜩이는 순발력으로 예상을 깨는 움직임을 보이던지, 예상치 못한 실수로 상대방에게 큰 이점을 주던지, 의도치 않은 반칙으로 상대가 경기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변수가 어쩌다 보니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탁월한 누군가는 그 변수를 만든다.

어떤 변수를 만들지, 어떤 시점에 변수를 만들지, 어느 범위에 유효한 변수를 만들지, 사용을 위해 어떤 위험을 감수할 변수를 만들지 등 변수를 만들기 전 과정을 생략하더라도, 변수 생성은 쉽지 않다. 오히려 내게 공격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변수 아닌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하나, 둘 손에 쥐는 카드가 생긴다. 다양한 카드를 쥐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쥐었던 카드를 사용하기도 했다. 타이밍은 꽤 괜찮았으나 카드 영향력이 그리 크진 않았다. 어느새 카드의 힘에 관해 고려해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하지만 부단히 노력해도 타이밍도 파워도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그저 나보다 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힘으로 변수가 생겼으리라. 좌절이 더 많을 테지만, 그럼에도 변수를 찾고, 갈고, 만들어야 한다. 시스템은 갈등하지 않는 자부터 처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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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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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감성개발자 입니다.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도밍고컴퍼니를 창업해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 도밍고뉴스를 만들었습니다. 소프트웨어 전문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에서 기자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CODEF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