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용의 에세이 #2] 열정이 주는 뜨거운 죽음

전 세계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로 단연 ‘축구’를 꼽을 수 있다. 전 세계 축구 팬은 약 35억 명으로 인류 절반이 축구 팬이라고 한다.(출처 – 플랫폼 제국의 미래)

영국 브랜드 평가 기업 ‘브랜드 파이낸스’가 발표한 2018년 전 세계 축구 클럽 브랜드 가치 50에서는 3위 바르셀로나, 2위 레알마드리드, 1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꼽았다. (세계 축구 클럽 브랜드 가치 TOP 10…1위는 이팀)

이들의 순서가 조금 뒤바뀌어도 크게 문제는 없다. 모두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꿈의 클럽이다. 그 중 바르셀로나는 유소년 시스템으로 유명한 클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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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18년 7-8호 합본호 중에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는 바르셀로나 유소년 시스템이 낳은 최고의 선수다. 미드필더가 가져야 할 덕목을 모두 가진 선수로 평가받으며, 2009년부터 FIFA 월드 베스트 XI을 9년 연속으로 수상, UEFA 올해의 팀을 총 6회 수상했다. 자신의 포지션에서 세계 최고로 10년간 군림했다.

영혼의 파트너 사비 에르난데스와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진을 구축했고,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리오넬 메시가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었던 이유로 이니에스타와 사비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을 정도였다.

그런 이니에스타가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를 떠났다.

그의 첫번째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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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18년 7-8호 합본호 중에서.


이니에스타의 동료이자 전설적인 골키퍼인 잔루이지 부폰도 말했듯이, 운동선수처럼 일에 자기 자신을 모두 쏟아부은 사람들은 두 번 죽는 축복이자 저주를 겪게 된다. 첫 번째 죽음은 자신의 인생을 가득 채웠던, 그리고 젊은 시절 자신의 정체성을 마들어 준 경기에서의 은퇴다. 전설로 남게 될 선수라 해도 은퇴로 인한 첫 번째 죽음을 견뎌내야 한다.

세계 정상에서 내려오는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 평생을 달려왔기에 지쳤겠지. 지쳐서 내려오고 싶었지만, 내려올 수 없었겠지. 하지만 시간이 흘러 신체적 한계로 인해 내려와야만 했을 때. 그 때의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

바르셀로나가 만든 최고의 선수가 바르셀로나를 떠날 때의 그 기분은 어떨까? 자신을 세계 최고로 만들어준 곳에서 떠나야만 할 때의 그 기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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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18년 7-8호 합본호 중에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는 이를 두고 ‘첫번째 죽음’이라 말한다.

정상에서의 내려올 때의 기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지만, 감히 ‘죽음’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기분일테니 말이다.

열정이 주는 선물


앞으로 우리 세대는 수차례 커리어 변경을 겪게 된다고 한다.

나 또한 벌써 세 번째 커리어를 보내고 있다. 개발자로 일하다 창업자가 됐고, 지금은 기자가 됐다. 세계 최고의 자리도 아니고 그 분야 고수도 아니었지만, 내가 머무르던 자리를 떠나는 것은 결코 가벼운 감정이 아니었다.

4년간 머무른 조직을 떠날 때 동료들은 새로운 도전을 응원해줬다. 기꺼이 도전하라는 동료들의 응원이 고맙기도 했지만, 흔쾌히 보내주는 그들의 응원이 한편으론 서운하기도 했다. 원하는 선택임에도 묘한 감정이었는데, 시대에 밀려 떠나는 감정은 감히 예상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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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18년 7-8호 합본호 중에서.


기자가 된지 어느새 7개월이다. 이제 적응을 마치고, 빠르게 새로움을 습득하는 시기지만 문득 이 자리에서 떠날 때를 생각해본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의 감정. 뜻밖의 인연이 거대한 새로움을 불러 왔을 때의 행복감. 드러난 직업이 감당해야 할 어두움. 유쾌하지 않은 뒷 이야기와 말하지 않아야 할 누군가와의 비밀.

언젠가 이 자리를 떠나게 될 때 이 모든 이야기가 그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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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퇴근길 찍었던 광화문의 야경.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자의 뒷 모습은 아름답다고 한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열정’이 주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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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용 Domingo

오세용 Domingo

글쓰는 감성개발자 오세용입니다. IT, 책, 축구, 커뮤니티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