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우연히 블로그를 시작하고 그 매력에 흠뻑 빠졌다. 네이버 블로그로 시작해 티스토리로 옮기며 축구칼럼을 썼는데, 당시 다음뷰 메인에 실리고 축구 카테고리 랭커가 될 정도로 글을 자주 썼다. 그런 나를 본 어머니가 2010년 1월 솔깃한 제안을 한다.
세용아, 이제 책 읽고 서평 쓰면 권당 2만원씩 줄게.
당시 나는 방학때만 알바를 하고, 최대한 돈을 아껴쓰는 대학생이었다. 용돈이 필요하던 찰나, 어머니의 제안에 솔깃해진 나는 냉큼 수락했다.
▲2010년, 최근 3년치를 더한 만큼의 책을 읽었다. / 오세용
서평은 어머니와의 대화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주제다. 책을 많이 보지 않는 사람들은 흔히 100권 읽기를 목표로 하는데, 아마도 나는 67권으로 100권의 효과를 냈을지도 모른다. 주로 자기계발서적을 읽었고, 소설책 등으로 권수를 늘렸다.
2010년 많은 책을 읽고, 2011년에는 취업을 했다. 그 뒤로는 월 1권 읽기도 바쁜 시간들을 보냈다. 사실 서평 데이터를 정리하기 전까지 나는 늘 월 1권은 읽었는줄 알았다.
그렇게 책을 간간히 읽던 중 내가 운영하는 따뜻한 커뮤니티 STEW(http://stew.or.kr/)에서 재미난 일을 벌리게 됐다.
2015년, STEW 독서소모임 시작
2011년 시작된 커뮤니티 STEW는 한국장학재단 멘토링으로 시작됐다. 창업 멘토링이었던 우리는 이후 나를 포함해 실제 창업을 한 친구들도 있고, 여전히 창업 중인 친구도 있다. 나는 2기로 활동했고, 가장 최근은 7기까지 있었다. 2기가 끝난 뒤에도 우리 나름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했고, 그렇게 히스토리가 쌓일 때쯤 중요한 친구들이 들어왔다.
2014년, STEW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5기 친구들이 들어왔다. 5기 팀장 이윤석과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사부작 하던 중 이참에 STEW에서도 독서소모임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다. 옳다구나! 친구들과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니! 이야기가 나온 김에 냉큼 진행하자고 했고, 윤석이의 초안과 함께 STEW 독서소모임이 시작됐다.
▲이윤석 STEW 5기 팀장이 만든 독서소모임 초안. / 오세용
현재는 위 프로세스와는 달라졌지만, 다양한 도서를 읽자는 목표는 변함이 없다.
이렇게만 말하면 독서소모임이 쉽게 만들어진 것 같지만, 사실 STEW에서 독서소모임을 만들려는 시도는 전부터 있었다. 2010년 책을 67권 읽으며 정말 많이 배웠던 나는 친구들과도 이 배움을 함께 하고 싶어 늘 책을 함께 읽자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전국에 흩어진 물리적 거리와 취업이란 큰 장벽이 앞에 있어 모든 친구들이 마음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2012년에도 시도했던 STEW 독서소모임. / 오세용
시간이 흐르고보니 정말 ‘때’라는 것이 있나보다. STEW의 모든 친구들이 소중하지만 STEW를 함께 만들었던 2기, 한층 활동력을 넓혀준 5기가 없었더라면 단언컨대 지금의 STEW는 없다.
어쨌든, 그렇게 5기 친구들의 활약과 기존 STEW 멤버들의 합류로 2015년 드디어 STEW 독서소모임을 시작했다.
▲2015년 독서소모임 본격 시작. / 오세용
4년이 지난 지금과 비교하면, 정말 갖춰진게 없던 모임이었다. 각자 읽은 책을 가져와 이야기를 나눴고, 분야도 경영도서부터 소설까지 함께 이야기 하려니 내용도 뒤죽박죽이었다. 그래도 친구들과 평소 나누지 않던 대화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다.
독서소모임을 시작하자마자 행운이 찾아왔었는데, 당시 전자책 서점 ‘리디북스’에서 북클럽을 뽑아 지원을 한다는 공지였다. 독서소모임은 이제 막 시작 단계였지만, 2011년부터 쌓인 STEW 이야기를 잘 풀어내 리디북스 북클럽에 뽑혔다.
▲행운이 따른, 리디북스 북클럽. / 리디북스 공식 블로그
우리는 책을 읽고 정성껏 PDF로 정리해 제출했다. 당시 북클럽은 3달 지원을 받은 뒤 끝났는데, 정말 좋은 타이밍에 적절한 지원을 받아 STEW 내부에서도 신이 나서 활동했던 기억이 난다.
2015년은▲자유도서▲유엔미래보고서 2045 ▲징비록 ▲운동화를 신은 마윈 ▲예술가로 살아가기 등 총 5권을 읽었다.
2016년, 서평 제도 시작
2016년부터는 욕심이 생겼다. 5권은 물론, 책을 읽고 서평도 써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했다. 2010년부터 책을 읽으면 늘 서평을 쓰는 습관이 생긴 나로서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지만, 생각보다 친구들은 서평을 쓰는데 부담을 느꼈다. 그 부담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하지만 서평을 쓰면 확실히 얻는다 주장했고, 결국 서평 제도는 시작됐다.
▲2016년 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 STEW 비공개 카페
생각보다 큰 부담을 느끼는 친구들도 있었다. 취업준비 등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이때를 기점으로 인원이 줄기도 했다. 그래도 새로운 멤버를 영입하는 등 늘 3~6명 사이의 참석 인원을 유지했다. 경험상 토론하기에 3명은 너무 작았다.
독서소모임 2년차, 다른 독서소모임과 같이 STEW도 같은 고민들이 있었다. 지각과 책을 읽고 오지 않는 문제였다. 일단 지각은 말할 것도 없고, 책을 읽고 오지 않는 문제는 참 어려웠다. 이미 잘 알고 있는 친구들이기에 사실 책 없이도 다양한 대화가 가능했지만, 독서소모임에 대한 정체성이 모호해졌다.
▲군주론… 너무도 어려웠던 책. / 오세용
2년을 운영한 뒤 포맷 변환의 필요성을 느꼈다. 토론의 깊이도 고민이었고, 모임 후 결과물이 없는 것도 걱정이었다. 이렇게 진행되면 결국 몇 년 뒤에는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이 생겼다.
욕심병이 또 도졌다. 기왕 하는거, 뭔가 더 남는 모임을 만들고자 했다.
2016년에는 ▲자유도서 ▲군주론 ▲마인드체인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한 권으로 보는 서양 미술사 이야기 등을 읽었다.
2017년, STEW 독서레시피
커뮤니티 STEW는 STEW 내 셰프를 담당하는 친구 서보경이 지었다. 당시 보경이의 아이디어는 이랬다.
미국을 샐러드 볼(SALAD BOWLS)이라고 하거든. 다양한 문화, 민족이 있다는 뜻이야. 근데 우리 모임도 그렇잖아? 너는 컴퓨터고, 나는 영어, 쟤는 경영, 전자 등 다 다양해. 대신 우리는 열정이 있으니까! 뜨거운… STEW 어때?
그렇게 우리는 STEW가 됐다.
▲따뜻한 커뮤니티 STEW. / 오세용
STEW는 함께 성장한다. 일정 성취를 얻으면 졸업하지 않고, 시스템도 성장해 늘 함께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꿈꾼다. STEW를 만든지 8년째인 지금, 친구들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이 친구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더 깊이를 가질 때 STEW는 보다 더 강한 커뮤니티가 될거라 생각한다.
2017년, STEW 독서소모임은 큰 변화를 만들었다. ‘발제자’ 시스템이다.
기존 임의로 자유, 사회, 과학, 인문, 예술 등 분야를 나눠 책을 함께 정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자는 취지에는 적절했으나, 토론에 깊이가 얕다는 단점이 있었다. 사실상 모여서 해당 분야에 대해 겉핥기만 하고 끝나는 식이었다.
발제자 시스템은 이를 보완했다. 발제자는 자신이 편하고, 잘 아는 분야의 도서를 선택해 토론을 리딩한다. 발제문을 올려 친구들이 같은 주제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게 하고, 모임 내용을 정리해 콘텐츠화 한다. STEW 독서레시피다.
▲STEW 독서레시피 시작. / STEW 페이스북 페이지
STEW 독서레시피는 토론 내용을 정리한 카드뉴스다. ▲페이스북 등 SNS에서 추후 STEW를 알릴 때 사용하기 위해 기록하기 위함 ▲기록을 약간의 부담으로 보다 질 높은 토론을 유도하기 위함 ▲그리고 STEW 내 다른 친구들에게 내용을 공유하기 위함 등 다양한 목적이 있는 콘텐츠다.
2017년부터 오늘까지 매 독서모임이 끝나면 STEW 독서레시피를 만드는 강행군을 했다. STEW 독서소모임은 2016년부터 늘 오전 10시에 진행했는데, 발제자는 오전 10시에 나와 토론 후 점심을 먹고 저녁 5~6시까지 독서레시피를 만들다 귀가하곤 했다. 물론 팀장인 나도 늘 함께 했다.
만들어진 독서레시피는 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렸지만, 그다지 많이 읽히진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고민이 필요하겠다. 하지만 발제자 시스템 도입으로 고민했던 토론의 깊이에 대한 문제는 많이 해결이 됐다. 친구들의 사회 경험이 쌓이며 각자의 위치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도 점점 더 재밌어졌다.
2017년 발제자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자유 도서는 없앴다. ▲배민다움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오가닉 미디어 ▲불안 ▲데이터의 보이지 않는 손 등을 읽었다.
2018년, 연 6회로 확장
2015년 독서소모임을 시작하고 늘 걱정스러운게 있었다. 팀장인 나의 일정이었다. 개발자로 일했던 내 업무 특성상 간헐적으로 굉장히 바쁜 시기가 있었다. 이때마다 나는 모임에 참여하지 못할까 걱정이 깊었다. 하지만 독서소모임이 더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내가 없어도 운영이 돼야만 했다.
2018년부터 STEW 독서소모임은 연6회로 확장했다. 그리고 내 스케쥴에 따라 유동적이었던 일정을 짝수달 첫 번째주 일요일 오전 10시로 무조건 진행하기로 했다. 3년간 매번 운영을 해온 내가 없어도 말이다. 운영진으로서 굉장히 큰 결심이었다.
그만큼 서평 제도와 독서레시피가 일정한 퀄리티의 토론을 보장할 수 있었다. 물론 나 외에도 처음 STEW 독서소모임을 기획했던 이윤석 등 몇몇 친구들에게 진행을 위해 필요한 것, 독서레시피 제작 방법 등을 알려준 뒤였다.
▲짝수달 첫 번째주 일요일 오전 10시 무조건 진행되는 STEW 독서소모임./ STEW 페이스북 페이지
2018년은 특히 내게 부담이 있었다. 6년간의 개발자 생활을 마치고 기자라는 새로운 포지션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올해의 단어를 ‘초심’으로 정할 만큼 새로움에 대한 기대감과 무게감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언제나처럼 STEW 독서소모임에 모두 참여했지만, 두 번 정도는 조금 버겁기도 했다. 책을 다 읽고 서평도 쓰고, 발제문도 준비하는 것은 하루 이틀만에 되지 않는다. 결국 처음으로 서평 지각을 했다.
2018년 STEW 독서소모임 멤버는 처음 2015년 대비 3명만 남고 모두가 교체됐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모임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초기 독서소모임을 기획했던 이윤석의 도움이 정말 컸다. 그리고 늘 지각하고, 서평을 안쓰지만 4년만에 처음으로 발제자 역할을 맡아 준 내 친구 김지용에게도 고마움을 표한다.
2018년 STEW 독서소모임은 ▲대량살상수학무기 ▲혼자 있는 법 : 인생학교 ▲일의 미래 :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오는가 ▲플랫폼 제국의 미래 ▲벨 연구소 이야기 ▲햄릿 등을 읽었다.
이제 STEW 독서소모임은 만 4년 동안 총 21회의 독서소모임을 진행했고, 멤버가 계속 교체됐음에도 여전히 매 모임 4~7명 참여자를 유지하고 있다. 어느새 상위 모임인 STEW의 8년 업력을 절반으로 따라잡았으며, 내가 없어도 언제나처럼 운영될 수 있게 됐다.
이제 내가 아끼는 STEW 독서소모임을 조금은 공개해도 될 것 같다.
2019년, STEW 독서소모임 멤버 모집
내게 있어 책은 정말 감사한 존재다. 우연히 시작한 블로그, 그리고 어머니의 제안으로 들인 습관 서평. 그렇게 10년간 책을 읽고 서평을 쓰다 보니, 컴퓨터학과 출신 개발자였던 내게 이제는 글쓰는 것이 업인 기자가 됐다.
개발하는 기자, 개기자의 탄생이다.
▲개발하는 기자, 개기자.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오세용 기자. / 오세용
나는 올해부터 소프트웨어 전문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를 만든다. 마이크로소프트웨어는 1983년 창간된 현 대한민국 유일의 소프트웨어 전문지로 연 4회 출판하고 있다. 새로운 조직에서 새로운 일을 하지만, 언제나처럼 커뮤니티 STEW를 만들고, STEW 독서소모임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나누고, STEW 경영소모임에서 미래를 생각하며 늘 배우고 있다.
서툴고, 부족하더라도 어떻게든 해냈던 경험이 있다면 큰 벽 앞에서도 쫄지 않을 수 있다. ‘위닝 히스토리’다. 지난 4년간 STEW 독서소모임을 안착시키며, 나는 새로운 위닝 히스토리를 만들었다. 당연하지만 이는 나 혼자서 할 수 없었던, 내 친구들이 함께 해줬기에 가능했던 너무도 소중한 경험이다.
▲STEW 독서소모임. / 오세용
다르지만 공감할 수 있고, 두려울때 함께하고 싶은 내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지 않은가?
STEW 독서소모임에서 2019년을 준비한다. 이제 기존 멤버에 새로운 에너지를 더하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 우리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STEW 독서소모임으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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