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축구. 차뻥. 無전술.
2008년 K리그 챔피언 수원의 감독 차범근이 요즘 듣는 말들이다. 미드필더 진영을 거치지 않고 뻥뻥 질러서 장신공격수 티아고의 머리에 맞춰 떨어지는 공들을 가지고 공격을 시작하는 올시즌 수원의 전술을 가리키는 말이다. 193cm의 티아고 머리에 닿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나마 티아고의 머리가 가장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수원의 수비진영에서 마구 질러대는 공들이 티아고의 머리로 가기는 높은 확률이 아니며, 또한 닿는다고 해서 무조건 수원의 공격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전술 때문에 차범근 감독은 차뻥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전술이 없다고 ‘無전술’ 이라는 단어들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분명 구단의 리그성적을 책임지는 것은 감독이며, 성적이 떨어지면 그 책임을 물어 감독을 경질시킬 수 있는 것이 축구계의 살벌한 법칙이다. 하지만 과연 올시즌 13위를 기록하며 2009 K리그 원정경기 무승을 보여주는 수원의 책임을 차범근 감독에게만 물어야 할까?
터무니 없는 수비공백
말도 안된다. 정말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통곡의 벽’ 마토가 고작 J리그 행을 선택한 걸까? 게다가 ‘이정수’ 마저 같이 J리그로 떠났다. 과연 K리그 팬들 중에서 마토를 모르는 팬도 있을까? 국가대표에 승선하고, 조모컵에서 날아다녔던 ‘이정수’를 모르는 팬도 있을까?
수비라는 포지션은 개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동료들과의 팀워크가 상당히 중요한 위치다. 당장 맨유의 비디치와 첼시의 존테리가 후방을 지킨다면 분명 불협화음이 생기는 포지션이 바로 수비다. K리그 정상급. 아니, 이미 K리그 내에선 최강이라 불렸던 마토, 이정수, 곽희주였다. 헌데 마토와 이정수가 떠났다. 이제 남은건 캡틴 곽희주. 물론 최고의 대인마크를 자랑하는 최성환이 있지만, 앞선 선수들의 공백을 채우기엔 부족한감이 있다. 얼마나 수비자원이 부족했으면, K리그 최고의 빅매치인 수원 vs 서울의 경기에 차범근 감독은 ‘허재원’ 이라는 무명의 수비수를 기용했을까? 그것도 생애 리그 첫경기로 말이다.
물론 중국의 국가대표 리웨이펑이 좋은 활약을 펼쳐주며 수원의 후방을 지키려 노력하곤 있지만, 챔피언 수원의 명성을 되찾기엔 아직도 마토와 이정수의 공백은 너무도 크다. 또한 서로의 협력이 필수인 수비진영에서 완벽한 대화가 되지 않는 중국선수와의 라인은 분명 아쉬움이 많을 것이다. 때문에 2008시즌 40경기 30실점을 했던 수원이 2009시즌 20경기 22실점. 수치로 봐도 형편없는 올시즌이다.
NO.1 이운재?
1973년생. 34세. 노장이다. 늙었다. 그리고 살쪘다. 요즘도 케이블TV에서 방송되는 2002년도 월드컵 스페셜(도대체 왜 아직도 이런 경기를 보여주는지는 이해할 수 없다) 을 보면 조금 과장해서 지금의 반절밖에 안되는 선수가 대한민국 골대를 지키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Dragon은 이운재의 자기관리 능력을 높게 평가한다. 현재도 수원의 NO.1 골키퍼로 버티고 있는 것만 봐서라도 그는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또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Dragon은 아직도 수원경기를 볼때 이운재가 선방을 하면 ‘오! 역시 운재신!’ 이라며 감탄을 한다. 분명 현재 수원에서는 NO.1 골키퍼임은 틀림없다. 2008시즌에는 39경기에 출전해서 단지 29실점 밖에 하지 않았다. 대단하다 아니 대단했다. 하지만 그가 아직도 대한민국 NO.1인지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그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선수는 국내에선 김병지가 유일하다. 김병지의 기록은 올시즌 21경기 20실점. 하지만 이 수치는 차별화 되어야 한다. 이운재는 수원의 골키퍼이고 김병지는 경남의 골키퍼이기 때문이다.
경남은 2008시즌 36경기에서 51실점을 했던 팀이다. 하지만 올시즌 20경기 22실점. 경남은 플레잉코치를 맡고 있는 김병지의 합류가 크게 한 몫 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을것이다. 이에 비하면 이운재는 아직도 괜찮은 수비진을 보유하고 있는(최성환, 리웨이펑, 곽희주) 수원에서의 결과는 분명 기량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Dragon은 아직도 이운재가 No.1이라는 것을 믿고 싶고, 분명 그러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가 어디서 No.1 인지는 의문이 든다. 그가 더이상 ‘운재신’이 아니라면 수원은 가장 먼저 골키퍼를 영입해야 할 것이다.
현대축구의 필수 포지션 수비형 미드필더.
어디선가 현대축구에선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는 전술은 만들 수가 없다고 쓴 칼럼을 읽었다. 너무도 동의한다. Dragon은 fm 이라는 게임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폐인 정도까지는 아니다) Dragon이 처음 fm 시리즈를 접한것은 fm2007이다. 그리고 아직도 Dragon은 fm2007이 가장 재밌다. 처음 맡은 팀은 첼시였다. 첼시의 감독이 되자마자 마케렐레와 미켈, 그리고 에시앙을 바로 방출시킨 기억이난다.
그렇다. 공격축구를 하려면 수비형 미드필더 따위는 버려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헤딩머신 클로제를 영입해서 뻥축구를 했던 기억이 난다. 당연 결과는 참혹했다. 많은 팁들을 읽었고 첼시에서의 수비형 미드필더 마케렐레와 에시앙의 중요성을 너무도 뼈저리게 느끼게 된 계기였다. 결국 4-3(마케렐레 에시앙 램파드)-3 의 포메이션을 사용하여 리그우승을 해냈던 초보 감독시절이 기억난다.
그렇다. 수원에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부족하다. ‘박현범과 안영학’ 이들이 수원의 수비형 미드필더다. 하지만 요즘엔 황당하게도 이상호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하고 있다. 분명 2008시즌 울산에서 20경기 5골을 넣었던 공격형 미드필더다. 당연히 수비형 미드필더로써의 이상호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현재 수원은 공격형 미드필더를 수비형 미드필더에 둘 만큼 수비형 미드필더가 부족하다.
2008년도 시즌에는 윙백이였던 조원희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환시킨 차범근의 엄청난 모험이 있었다. 그리고 조원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투지’ 로 다시 태어난다. 조원희의 별명은 ‘조투소’ AC밀란의 수비형 미드필더 가투소를 연상시키는 플레이를 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분명 조원희의 활약은 뛰어났다. 그리고 그 뛰어난 활약을 인정받아 EPL의 위건으로 날아간다.
차범근은 공격형 미드필더 산드로가 아닌 수비형 미드필더를 영입했어야 했다. 적어도 내 생각은 그렇고, 또한 많은 이들이 그렇게 생각했다. 요즘 안영학이 살아나서 중심이 잡히나 했지만 그래도 부족한 감이 있다. 이러다가 김두현 마저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는게 아닐까 걱정된다.
에두, 배기종 그리고… 서동현.
말도 안된다. K리그 최고의 외국인 공격수, 아니 K리그 최고의 공격수를 꼽을때 절대 뺄 수 없었던 에두. 에두의 부진. 말도 안된다. 너무도 터무니 없다. 2008시즌 38경기 16득점 7도움. 이런 엄청난 활약을 보여줬던 선수가 어떻게 2009시즌 17경기 2득점 3도움. 말도 안된다. 이건 전술을 떠나서 개인의 문제다. 한편에선 에두의 플레이가 이미 읽혀서 통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또 한편에선 이적하고 싶어서 일부러 그러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후자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에두는 누가 뭐래도 수원의 첫번째 공격카드였다. 차범근 입장에서는 어떤 경기든지 꺼내들 수 밖에 없는 카드. 말 그대로 필수 카드였다. 헌데 이번 21라운드. 전남과의 경기에서 에두는 선발출장의 기회를 받지 못했다. 차범근은 이제 에두를 기다릴 수 없는 입장이 되었다. 수원에서 에두의 존재는 너무도 크다. 가장 믿을만한 카드이기에 차범근 감독은 차마 버리지 못하고 계속 들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에두가 빠른시일 내에 부활하지 못한다면… 에두도, 수원도 없을 것이다. 에두는 수원에서 그런 존재다.
그리고 배기종. 저번시즌 후반기 배기종이 뜨면서 ‘연습생 신화!’, ‘제2의 이근호’ 라며 언론에선 배기종 띄우기에 바빴다. 또한 2008시즌 16경기 5득점 3도움 이라는 준수한 기록으로 리그 우승에 공헌했다. 그 활약을 인정받아 배기종은 국가대표로 발탁이 된다.
하지만 2009시즌 15경기 1득점. 단지 그뿐. 가뜩이나 보기 힘든 K리그 경기인데, 아무 활약이 없어 기사마저 안올라오니 Dragon은 배기종이 부상을 당했거나 2군에 있는 줄 알았다. 헌데 무려 15경기나 출전했다는 것은 차범근이 그만큼 배기종을 기다렸었다는 것이다. 15경기에서 공격수가 단 1골을 넣는다? 이건 분명 전술을 떠난 개인적인 문제가 분명히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서동현. Dragon이 가장 사랑하는 K리거. 수원의 슈퍼서브이자, 레인메이커였던 서동현. 2008시즌 주로 후반에 투입되어 무려 13골을 터뜨렸던 그가 올시즌 13경기 무득점이다. 말도 안된다. 정말이지 믿을 수가 없다. 물론 그동안 서동현에 대한 나에 찬사에 태클이 많이 들어왔었다. ‘찬스 만큼의 골이 부족하다’ 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맞다. 서동현선수는 분명 놓쳐버린 찬스들도 많다. 하지만 성공시킨 골 또한 많았기에 인정받았다. 올시즌 그는 최악이다. 어떻게 공격수가 13경기 무득점일까? 단순히 전술 문제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작년시즌 최고의 활약을 해주었던 에두, 배기종, 서동현 모두의 부진. 세명의 득점을 합치면 단 세골. 말이 되는가? 핵심 공격수들이 말이다. 올시즌 수원의 팀득점은 16득점이다. 정말이지 부끄러운 결과다. 리그 득점순위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동국의 개인기록이 14득점이다. 언론에서 수원의 부진은 ‘전술이다’ , ‘수비의 공백이다’ 라고 많이 이야기하는데, Dragon은 이들 공격수들의 부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이정도 대표급 선수들이라면 일단 경기장에 나서면 기본적인 득점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고 그걸 바라는 팬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이대로 간다면 다시 ‘삭발투혼’ 이라도 해야 할 정도로 수원 공격진은 수원의 부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래도 차붐책임이 가장 크다.
어쩔수 없다. 진짜 이건 ‘세상의 이치’ 라고 밖에… 수원의 감독은 차범근이다. 때문에 차범근은 올시즌 결과를 책임져야하며, 앞으로의 남은 일정도 책임져야한다. 그게 감독이 할 일이다.
Dragon은 축구계에 발을 담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단지 팬일 뿐이다. 때문에 축구전문 지식이 뛰어나지 못하다. 하지만 차범근은 국가대표도 이끌었고 결정적으로 작년 K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감독이다. 뭐든지 1위는 하기 힘든법이다. 그러므로 구단선수와 구단 상태가 어떻든지 간에 우승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축구공은 둥근법이니까 말이다.
사람들은 차범근 감독의 전술이 문제라고 말한다. 하지만 차범근 감독은 조금씩 전술 변화를 주고 있다. 플랫4와 플랫3를 바꿔가며 운영해보기도 하고, 투톱과 원톱을 바꿔보기도 하고, 아무튼 차범근 감독 입장에선 분명히 스스로의 변화를 거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현재 그가 어떻든지 간에 그는 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감독이다.
사람들은 차범근 감독의 선수기용이 문제라고 말한다. 조원희는 분명 윙백이였으나, 현재는 위건의 수비형 미드필더다. 그 변화를 준 사람이 차범근이다. 또한 2007시즌 중앙수비수가 부족한 시기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을 중앙수비수로 변경시켜 성공적으로 위기를 넘겼던 기억도 있다. 이관우 선수 또한 측면 공격수로써 변경을 통해 수원의 상승을 이끌었었다. 단순히 도박을 하는게 아니다. 분명 성공했었던 기억이 있다. 때문에 이상호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해도, 김대의를 윙백으로 기용해도 우선은 그 도전을 응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차범근 감독의 선수영입이 문제라고 말한다. 공격수들이 있는데 티아고를 영입한 것도 그렇고, 국가대표급 미드필더 진이 이미 있는데 산드로와 자타공인 K리그 최고 미드필더였던 김두현을 영입한 것도 그렇고, 또한 수비진에서의 큰 영입이 없는 것도 그렇다. 하지만, 차범근 감독도 그걸 몰랐을까? 분명 차범근 감독은 수원선수들의 훈련을 지도하고 가장 가까이에서 선수들을 판단하는 사람이다. 분명 허재원이라는 수비수를 빅매치에 기용한 것도, 공격진에서의 보강을 한 것도, 우려속에서 김두현을 데려온 것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그 결정들에 대해서 판단하기엔 지켜본 시간이 짧다고 생각한다.
분명 차범근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지금의 성적만으로 차범근을 비판하기엔 작년의 영광이 너무도 크다.
조금 더 지켜보자.
나는 차붐의 플레이를 보지 못한 점에 대해서 너무도 아쉽다. 때문에 차붐의 팀을 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너무도 감사한다. ‘차범근빠’ 라고 말해도 어쩔 수 없다. 매번 말하지만 ‘맨유 감독 루니’, ‘리버풀 감독 제라드’를 생각해 보자. 흥분되지 않는가?
현재 수원은 분명 문제가 있지만, 아쉽게도 K리그는 승강제가 없다. 때문에 올해 실패해도 내년에도 K리그 팀이라는 것이다.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가? 어차피 수원은 이운재를 비롯하여, 김대의 등 전혀 어린 나이의 팀이 아니다. 언젠가는 수원은 세대교체를 할 것이고 그렇다면 또 이런 부진이 생길 수도 있다. 만약 그때 감독이 차붐이 아니라면 그때의 감독에게도 이런 공격을 해댈것인가? (물론 하위권으로의 마무리에 따른 팬들의 이탈과 경제적 이익 감소에 대한 문제는 나도 안다.)
물론 ’13위’ 라는 순위를 말하며 차범근을 응원할 수 없다면 나도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요즘 너무 차범근을 비판하는 세력들만 있는듯 하여 차범근을 지켜봐야 한다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이런 포스팅을 한다. 나 또한 차범근을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이다.
이런 전체적인 부진 속에서도 수원이 거둔 하나의 결실이 있다. FA컵 4강 진출. 그렇다. 수원이 만약 FA컵에서의 결실을 영광으로 마무리 한다면 올시즌 수원을 단순히 ‘실패’로 보긴 어렵다. FA컵 우승은 곧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수원은 올시즌 리그를 이대로 마무리 한다고 해도 내년에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뭐든 1등은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게 무엇이든지 간에… 1등을 해봤던 차범근 감독은 분명 뭔가 보여주리라 믿는다. 때문에 조금은 지켜봐도 된다고 생각한다. 차붐은 항상 경기 후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팬임을 아는 감독. 분명히 멋진 모습을 다시 보여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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