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게 된 동기]


올해 초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가장 핫한 책이 아니었나 싶다. 최근 온라인상 글을 많이 읽고 있고, 독서모임을 계속 진행하며 읽는 것의 ‘효율’ 을 생각하게 되었다. 다독, 남독 등 다양한 독서법을 이야기 한다기에 구입!
 

[한줄 평]


독서를 위한 참고서. 단, 참고만 할 것.
 

[서평]


1년에 책 10권도 읽지 않던 작가가 금융위기에 관심을 갖고 매일 한 권씩 책을 읽기 시작. 1년에 300권을 읽는 다독가가 되었고, 이를 통해 작가로 발돋움.
참 좋은 포지셔닝이라 생각한다. 취업시장처럼 일단 책은 눈에 띄어야 한다. 입소문으로 퍼진다 해도 덜컥 책을 구입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구미가 당기는 무언가가 필수다.
작가 고영성씨는 페이스북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며 책을 알렸다. 독자들과 함께 호흡하며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의견을 계속해서 주고 받았다. 팟캐스트도 운영하고, 정말 열심히다.
내가 이 책을 구입한건 다음 프롤로그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독서법 책들은 ‘나는 이렇게 독서를 해서 효과를 보았다. 역사적 위인과 여타 유명한 사람도 이렇게 독서를 하더라. 그러니 당신들도 이렇게 하면 좋을 것이다’ 라는 식의 내용이 많았다. 그런데 여기에는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 있다. 저자 자신에게 효과가 있었던 방법이 책을 읽는 독자 대부분에게도 좋다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설득력있다.
 
내가 책을 구입한 이유는 내가 가진 독서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길 바래서였다. 다음 단계로의 안내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을 읽은 뒤 내 독서에 대해서 크게 달라질 건 없겠다.
 

굉장한 정보. 그 부작용

 
작가 고영성씨는 굉장한 다독가가 맞다. 애초부터 그의 1년 300권 이야기에 의심을 갖지 않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고개가 더욱 끄덕여졌다.
일단, 굉장히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나도 글쓰기에 관심이 많고, 다양한 책들을 읽고 있지만 이렇게 세세히 인용구를 넣은 책은 굉장히 드물었던 것 같다. 또한 주장하는 바가 명확했다. 예를들어 많이 읽어야 한다면 왜 많이 읽어야 하는지, 많이 읽은 뒤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등을 자신의 경험과 객관적 근거로 전달하려 애썼다. 게다가 말의 앞뒤가 잘 맞았다. 어떤 책들은 앞에선 그렇다 하고, 뒤에선 아니라 하기도 한다. 나는 이런 책을 쓰는 작가들을 굉장히 혐오한다. 어쩌란 말인가?
 
그래서 이렇게 탄탄한 주장이 뭐가 문제냐고? 다소 피로했다. 작가는 책의 내용들을 이미 읽어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뉴런이나 무성생식, 정신의학과 교수의 말 등. 새로운 정보가 너무 많았던 탓에 피곤했던 것이다.
본문에서 스크린의 화면 전환이 빈번하고 자극적이라며 아이들의 어휘력을 망친다는 주장이 있다. 이와 비슷할까? 작가의 주장을 지원하는 탄탄한 근거들은 분명 훌륭한 정보이지만,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내게 각종 과학관련 정보들은 피로의 대상이었다.
작가의 프롤로그처럼 누군가의 방법이 모두에게 적용되지 않듯, 내게는 작가의 과학적 근거가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았다.
 

계독, 남독, 관독 | 낄낄빠빠

 
다독 정도는 널리 알려진 단어라 거부감이 없다. 하지만 계독, 관독 등은 굳이 이런 단어로 써야 했을까 싶다. 더욱이 필독은 대게 필독(必讀) ‘반드시 읽다’ 라는 뜻으로 쓰이는데, 필독(筆讀) ‘쓰면서 읽다’ 라고 사용해야 하는걸까?
정보의 홍수에서 제대로 읽기 위해 이 책을 꺼내들었는데, 또 다시 새로운 단어를 배우고 있는 기분에 썩 기쁘진 않았다. 괜히 헷갈리기도 하고.
그냥 타이틀만 저런 단어를 사용하고, 뒤에서는 독아, 계독, 관독 등의 단어를 풀어서 썼으면 어땠을까? 두어차례 앞으로 가 뜻을 확인하다가 짜증이 났다. 차리리 신조어 낄낄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땐 빠져라)가 이해가기 더 쉬웠다.
계독, 남독, 다독, 관독, 필독 등 독서 방법을 줄여 놓은 단어들이 책을 이해하는데 독이 되었다.
 

관점을 가지고 비판하며 읽어라, 그리고 써라.

 
관독, 남독, 필독 으로 설명된 이 문장은 내가 평소에 사용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나는 2009년부터 블로그를 써왔고, 어느새 8년째다. 서평을 쓰며 책을 더 많이 읽게 되었고, 나도 모르게 강박증도 생겼다. ‘아… 책 읽고 서평 써야하는데’ 하면서 말이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아니, 최근 받는 내 스트레스가 이 책을 읽으며 표출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은 도끼다’ 박웅현 작가의 주장을 비판하는 ‘다독’ 의 중요성은 책을 읽기 전 이미 읽었다. 그 글이 마음에 들어 책을 구입 한 것도 있다.
헌데, 그 구절만큼의 신선함이 없었다. 이미 나 나름대로의 관점을 가지고 읽고 있었으며, 이 글처럼 비판하는 글을 쓰고 있었다.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고, 그 독서모임에서 매 모임마다 책의 카테고리를 바꿔가며 다양한 책들을 읽고 있으니 엄독과 낭독, 남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충분히 읽기 편한 방식으로 타이틀을 잡을 수 있었을텐데 왜 ‘독독독’ 돌림을 써서 독을 만들었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고영성 작가의 글은 참 깔끔하고, 탄탄하다. 그냥 읽었더라면 ‘아~ 내가 하는 방식이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방법이었구나~ 잘 하고 있었나보다’ 했을텐데, 너무 기대가 컸다.
제목을 바꿔볼까? “이렇게도 읽을 수 있다” 정도? 책을 읽고 난 뒤의 내 느낌이다.
재독과 만독 등은 내가 실천하지 않는 방법이지만 책 외에도 너무나 많은 텍스트들을 읽고 있어 같은 정보를 다시 봐야 할 지는 모르겠다. 물론 문학 등은 다르겠지만.
 
내가 유일하게 주기적으로 챙겨보는 영화 [억셉티드] 처럼 내게 큰 울림을 주는 책을 올해는 찾을 수 있길 바란다. 그때 이 책을 다시 읽어봐야지.
 
 

[인상 깊은 문구]


 

  • 우리는 하나의 텍스트를 이해하기 위해 단어의 사전적 의미로 읽는데만 그치지 않고, 그 텍스트를 위해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낸다. 텍스트를 읽으면서 자신의 지식, 경험에 얽힌 기억, 글로 씌여진 문장, 절과 단락 사이의 관계를 구축해 나감으로써 의미를 만들어 낸다. – 멀린 위트록 박사
  •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대부분 책 권수가 아니라 명저를 소개하면서 자신을 드러낸다. 좋은 책을 자랑하고 그 책을 읽는 자신을 자랑하는 것이다.
  • 독서법 강의를 준비하면서는 독서법과 관련된 거의 모든 책을 섭렵했고, 이 책을 준비하면서 시중에 나온 쓸 만한 뇌과학 책들은 대부분 훑어봤다. 이렇게 특정 분야나 주제의 책들을 수십 권에서 수백 권 집중적으로 읽으면 그 분야에 관한 한 ‘준전문가’가 될 수 있다.
  • 수렴성 지능은 하나의 사고에 집중하는 능력인데, 확고한 기존 매뉴얼이 있다면 수렴섬 지능이 높은 군인들이 매뉴얼을 제대로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발산성 지능은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여 좀 더 복잡한 사고를 펼치는 능력이다.
  • 이들은 실제로 느낀 바를 쓰고 있다. 나보코프와 랭보는 글자에서 ‘진짜로’ 색깔을 본다. 이렇게 어떤 자극에 의해 일어나는 한 형태의 감각이 다른 형태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공감각’ 이라고 한다.
  • 간질병은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피드백 회로에 이상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증세이다. 뇌량이 절단된 어떤 환자는 왼손으로는 자신의 아내를 끌어안으면서 오른손으로는 아내의 얼굴을 내리쳤다. 아내에 대한 사랑과 미움이 동시에 표출된것이다.
  • 무성생식을 하는 생물은 유성생식을 하는 생물보다 평균 두 배 정도 빠르게 번식한다. 번식이 중요한 자연에서 무성생식은 유성생식보다 더 효율적이다. 하지만 무성생식으로 번식한 생물은 모든 자손의 유전자가 동일하기 때문에, 생존에 취약한 환경을 만나면 종 전체가 몰살할 수도 있다.반면 유성생식은 암수로부터 각각 유전자를 받기 때문에, 하나가 취약할지라도 다른 하나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적합한 유전자일 가능성이 생긴다. 결국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질적인 것들을 연결하여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 최악의 과학자는 예술가가 아닌 과학자이며, 최악의 예술가는 과학자가 아닌 예술가이다. – 아르망 투르소
  •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그 누구보다도 넓은 관심사를 보였다. 그가 만약 다양한 지식에 대한 욕구가 없었더라면 결과 ‘총, 균, 쇠’ 라는 대작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 전두엽을 다친 이런 환자들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핵심 부위인 복내측 전전두엽 피질에 손상을 입은 것이다. 다마지오의 연구는 선택을 하기 위한 합리적 추론은 감정이 없다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 객관적 관찰은 불가능하다. – 루트번스타인 부부
  • 이전까지는 책을 다 읽고 난 이후 서평을 쓰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서평을 쓰기 위해 책을 읽어 보았다. 그러자 서평이 뚝딱 써지는 게 아닌가?
  • 독서를 많이 하면 좋은 책을 보는 안목이 생기자만, 좋지 않은 책도 많이 만나게 된다. 다독가는 검증된 책뿐만 아니라 남들이 보지 않은 책들을 먼저 읽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않 좋은 책을 읽으면 속이 상하고 힘이 빠진다.
  • 1979년 심리학자 엘렌 랭어는 뉴햄프셔에 있는 수도원을 1950년대의 소품으로 채운 후 70대와 80대 노인들을 초대해서 한 주 동안 머물게 했다. 그들은 1950년대에 방영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고, 당시 유행하던 노래를 들었고, 1959년에 벌어진 미식축구 결승전 경기에 대한 담소를 나누었다. 그런데 한 주가 지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노인들의 몸무게는 평균 1.5kg 늘었고, 얼굴을 더 젊어 보이는 듯했으며, 한 주 전보다 청각과 기억력 검사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고, 관절도 더 부드러워졌다.
  • 여러분이 꾸준히 독서모임을 하고 있고 그 모임에서 충분한 소속감을 느끼고 있다면, 학습능력이 꾸준히 상승했을 가능성이 크다. 독서모임은 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미국 국립정신보건원 노화센터의 책임자인 진 코헨은 독서모임에 참가하면서 몇 달, 몇 년 동안 정기적으로 꾸준하게 책을 읽는 것은 영화감상이나 강연회 참가, 소풍 등과 같이 일회성 활동을 동일한 횟수만큼 하는 것 보다 건강에 훨씬 더 좋다고 말한다.
  • 스탠퍼드 대학 경영학 교수 마틴 루프는 이 대학의 졸업생들 중 기업가 766명을 인터뷰하여 혁신점수를 매기는 정교한 시스템을 만들어 졸업생들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추적했다. 그 결과 창조적인 사람은 자신의 조직을 넘어서는 넓은 사회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이다.
  • UCLA 정신의학과 교수인 개리 스몰의 연구에 따르면, 책을 읽을 때는 활성화되지 않았던 전전두엽 부분이 웹 페이지를 읽을 때는 집중적으로 활성화되었다.
  •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매우 다양하다. 그 나라의 기술적 인프라, 조직 프로세스, 조직 문화 등이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일을 너무 많이 시키는 것 자체도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 데’가 아니라 ‘이렇게 열심히 하기 때문에’ 생산성이 낮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