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가 강한 편이다. 스티브 잡스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오늘이 마지막 날이어도 오늘 하려는 일을 하고 싶어할까?’를 물었다는데, 솔직히 그정도는 아닌 것 같다. 다만, 나는 이렇게 묻는다. ‘그래서 나는 나로서 생각하고, 나로서 선택하고 있는가?’
얼마 전 독서소모임에서 내게 직원일때 왜 주도적으로 일했냐 물었다. 나는 늘 내 회사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말이 길어질 거 같아 몇 문장은 홀로 삼켰는데 여기서 풀어보자면, 나는 늘 내가 회사를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비록 채용 확정은 그들이 했을지언정, 그 전에 내 선택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선택한 회사를 다닌다고 생각했다.
자아가 강해서일까, 자존심이 꽤 강한 편이라는 단점이 있다. 무시당한 기억이 떠오르면 잠이 오지 않고,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이불킥 상황이 떠오르면 화가 나서 정신이 또렷해진다. 강한 자아나 자존심이 없었다면 아마 나는 창업 자체를 안 했을 것 같다.
문제는, 자존심이란 게 창업자로서 득이 될 게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사업을 하다 보면 자존심 상할 일이 참 많다. 학력이 별로여서, 비즈니스 모델이 별로여서, 기술력이 별로여서, 매출이 별로여서, 인맥이 별로여서. 모든 상황에 자존심을 논하자면 사실 끝도 없다. 그래도 사회 생활을 15년 했는데 이제 어느 정도는 극복했다 싶었는데, 여전히 멀은 것 같다.
최근 피곤한 일이 많이 겹쳤다. 주말 하루는 온전히 쉬려고 노력하는데, 지난 주말에는 이틀을 쉬어도 회복이 되지 않더라. 사실 머릿속에 뭔가 계속 맴돌아 쉬지를 못 한 것 같다. 그렇다고 일이 손에 잡히는 것도 아니라 휴가를 냈다. 기록을 들춰보니 2024년 8월 이후 첫 휴가였다.
뭘 해야 할지 몰라 늦게까지 유튜브를 보다가 늦잠을 잤다. 사무실 전화를 내 휴대폰으로 돌려뒀는데, 마침 인바운드 연락이 와서 노트북을 펴고 대응했다. 카톡으로 고객 문의가 와서 그것도 대응했다. 생각해보니 1년 반만에 휴가인데 일만하고 싶진 않아 집을 나섰다.
어제 유튜브에서 지상렬이 자장면에 소주를 맛있게 먹던 게 생각나 중국집에 갔다. 딱히 멀리가고 싶진 않아 근처 도서관으로 이동했다. 내가 쓴 책이 있나 검색해 찾아보고는 혼자 실실 웃었다.

AI 책을 몇 권 사둔게 있어 그걸 읽었다. 3월이면 대학원에 가야 하는데 그땐 이런 여유도 없겠구나 싶었다. 문득 지난주 제출한 정부 과제 진행상황이 궁금해 기관에 전화해 체크했다. 궁금해할 동기 대표들에게 공유하고는 몇몇 정보가 떠올라 또 검색해봤다. 문득 휴가인게 생각나 아차 싶어 노트북을 덮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도서관이 꽉 찼다. 공부하는 60대도 보이고, 고시 공부를 하는 듯한 청년들도 보였다. 몇 시간을 앉아서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을 보니 집중력이 대단하다 싶었다. 반면 나는 언제였는지도 모르게 또 노트북을 펼쳐 뭔가를 찾고 있었다.
문득 감정에 덮여 풀지 못했던 문제가 생각났다. 조용히 집중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니 감정이 식었다. 문제의 사건을 복기하고, 문제를 들춰보니 문제가 아니더라. 문제에 감정을 씌워보니 빨간불이 들어왔다. 또, 자존심 문제였구나.
잠시 바깥 바람을 마셨다. 저 사람들이 다 휴가는 아닐텐데, 여기서 뭐하는 걸까 싶었다. 대표는 자유로울 것 같지만, 사실 누구보다 묶여있지 싶다.
문득 이렇게 주위를 둘러보며 의문을 가진 게 오래 전이지 싶었다. 해야 할 일을 찾아 되게끔 하는 일만 하다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만들어 하다 보니 뜻밖에 리프래시가 됐다. 이게 휴가지 뭐가 휴가람.
뭔가 엄청 맛있는 걸 먹고 싶었는데, 내가 선택한 건 자장면이었다. 그래도 저녁은 더 맛있는 걸 먹어야지 싶었는데, 떠오르는 건 치킨이다. 자장면과 치킨이면 마음이 풀리는 인생인데, 고작 자존심 따위 여기저기에 세워봤자 어따 쓰나 싶었다.
머리가 무거웠는데, 홀로 앉아 피식대는 걸 보면. 썩 괜찮은 휴가였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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