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C포럼에 참석했다. C포럼은 액셀러레이터 씨엔티테크가 개최하는 행사다. 씨엔티테크는 라프디가 입교한 경기북부 청년창업사관학교 운영사이기도 하다. 스타트업 행사라는 것만 알고 참여했는데, 뜻밖에 리프래시를 하게 됐다.
이 글에서는 간략히 각 세션의 하이라이트만 정리한다. 기자 시절처럼 워딩 자체를 타이핑한 게 아니라서 각 패널의 멘트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알린다.
기조 세션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의 기조 세션으로 시작했다. 지난 서울포럼에 참석한 카이스트 교수도 유머가 있었는데, 이광형 총장도 유머가 상당했다.
오늘 씨포럼 주제인 “본질”을 미중 무역 전쟁에 빗대어 이야기 했는데, 미국의 관세 압박에 중국이 굽히지 않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이 본질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그 중 하나가 기술이라고..
과연 우리는 앞으로 만날 많은 골리앗에게 굽히지 않기 위해 어떤 본질을 지켜야하는지 생각을 시작하게 만드는 기조 세션이었다.

세션1. 회복기, 창업가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홍종철 인포뱅크 대표가 기억에 남았다. 두 가지를 이야기 했는데, 숫자와 사람이었다.
먼저 숫자. “2022년 전에는 가능성,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다. 2022년 하반기부터 그게 끊겼다. 숫자를 보여줘야만 한다. 이제 다시 유동성이 풍부해져도 숫자를 보는 추세는 바뀌지 않을 것. 창업자는 앞으로 무조건 숫자를 챙겨야 한다.”
그리고 사람. “사람을 잘 관리해야 한다. 특히 내보낼 때는 예술적으로 내보내야 한다. 이게 안 되면 회사가 한 방에 간다.”
실제 사례도 들었는데, 현실적이면서도 판타지스러운 사례는 굉장한 흡인력 있는 화법 덕에 더욱 기억에 남았다.

세션2. 선택과 집중의 시대,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하는가
정진호 더웰스 인베스트먼트 회장이 기억에 남는다.
목소리도 굉장히 좋고, 콘텐츠도 굉장히 묵직해서 다소 삐딱하게 앉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들었다.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마지막 젊은 창업자와 투자자에게 조언을 해달라는 요구에. “금융 자본 외에도 관계 자본을 챙기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인생 생각보다 기니, 방향을 잘 점검하고, 그 과정에서 관계 자본을 잘 챙겨나가라”는 조언.
그런 조언에 이어서 “내게 물어봐줘서 감사하다“고 맺는 화법이 굉장히 품위 있었다.

세션3. 소셜 임팩트 기반의 스케일업
이원석 딜리버리랩 대표가 기억에 남는다.
젊은 창업자였고, 엔지니어 베이스인데 외식업 유통 분야에서 지난해 매출 500억원을 만든 대표. 말투에 자신감이 담겨있었는데, 적자를 어떻게 개선할 거냐는 물음에. 직접적인 답변보다는 투자자를 설득한 논리를 공유했다.
“사업이 무엇을 바꾸느냐. 무엇을 바꿔나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돈이냐. 이 논리로 투자자를 설득해야 했다. 사업을 꾸려가며 물류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왜 물류 인프라가 필요한지.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면 영업이익은 아니더라도 공헌 이익이 어떻게 되는지. 그래서 물류 인프라를 확장하면 어떻게 되는지 등의 논리로 설득했다.”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대신 실행한 게 아닌, 스스로의 아이디어를 스스로가 여러 변수를 통제하며 사업을 이어가는 단단함이 인상 깊었다.

세션4. 딥테크/AI 시장에서는 AC는 어떻게 검증하는가
지난해 씨엔티테크가 투자한 초기기업 대표들이라서 그런지 대표들의 멘트가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이수현 로맨시브 대표가 기억에 남는데, 좋은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겸손한 모습을 보이더니. 창업자의 본질을 묻자
“대표가 죽지 않으면 다 해결할 수 있다. 어차피 대표가 해결하거나, 망하거나 아닌가? 안 죽이면 해결하면 된다.”
그리고 이 말에 진행자 전화성 대표가 만족스러워했다.

총평
전반적으로 진중한 분위기였고, 때로는 국회 토론회 같은 무게감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객석 창업자들의 도전을 가벼이 여기지 않으려는 패널들의 진심으로 느껴져 좋았다. 참석자들의 이력을 보자면, 씨엔티테크는 창업 분야에서 거대한 플랫폼이 된 것 같다. 한편으로는 라프디도 그 플랫폼에 속한 것 같아 든든한 마음이었다.

마무리
오랜만에 강남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며 머릿속을 맴도는 말은 정진호 더웰스 인베스트먼트 회장의 “관계 자본을 챙기세요”였다. 사실 투자사 대표가 돈이 아닌 관계를 말하는 것 자체에 다소 어색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보여주기식 멘트가 아닐까 의심도 해본다. 그러다 또 한편으로는 만약 내가 투자사 대표가 돼 저 자리에 앉으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싶었다. 어쨌거나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머릿속에 멘트가 강렬이 맴돌게 했다면, 행사 MVP가 아닐까 싶었다.
사실 라프디 창업 동기 자체가 “관계”다. 내가 좋아하는 내 사람들과 계속 같이 일하고 싶어서. 이들과 계속 사회적 관계를 이어가고 싶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게 내 성공의 잣대라서. 그래서 정진호 회장의 말이 계속 맴돌았지 싶다.
창업 3년 차. 그래도 대표로서 아직은 창업의 본질을 기억하고, 관계 자본의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지 않나 하는. 그리고 이 방향이 업계 어른의 조언의 방향임에 조금은 위안을 얻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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