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저자
코너 우드먼 지음
출판사
갤리온 | 2011-03-25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회사를 박차고 나온 억대 연봉 애널리스트의 살아 있는 세계 경제…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코너 우드먼(Conor Wood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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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게 된 동기

우연히 코너 우드먼의 기사를 보게 되었다. 또 다시 뭔가 바뀌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눌려있는 지금, 달려야 할 것 같은데 어디로 달릴지를 몰라 걷고 있는 지금, 코너 우드먼의 기사는 그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억대 연봉자가 여행을 떠났다는 컨셉으로 마케팅된 코너 우드먼. 왜 떠났을까? 그래서 뭘 얻었지?
▶ 간단 리뷰


추천대상 -> 일상에 지친 직장인, 방향성을 찾는 학생

한 줄 서평 -> 그는 그렇게 떠났다. 보고 싶은 것을 보았고, 얻고 싶은 것을 얻었다. 떠났기에 그랬다.

▶ 상세 리뷰

코너 우드먼. 억대 연봉자인 그는 부도 직전의 회사를 구입하여 강제 구조조정 후 회사를 되파는 일을 한다. 책상 앞에서만 일하던 어느날 직접 구조조정을 하게 되고 그날 즉시 회사를 그만둔다.

‘내가 이러려고 경제를 배운게 아닌데…’
이건 참 중요한 질문이다. 이 문장을 읽는 즉시 나는 책을 덮었다. 아니 덮을 수 밖에 없었다. 코너 우드먼은 왜 경제를 배웠을까? 아니, 나는 왜 프로그래밍을 배웠을까? 
나는 쉽게 답할 수 없었다. 컴퓨터 학과를 나와서? 그럼 왜 컴퓨터 학과를 갔지? 컴퓨터가 좋아서? 나는 컴퓨터가 왜 좋았지? 끊임없이 꼬리를 무는 질문 속에 나는 어느 하나 정답을 말할 수 없었다. 
왜? 정답이 없으니까!

그는 떠났다. 그리고 온 몸으로 만났다.

떠났다. 아마 코너 우드먼도 나와 같은 생각이지 않았을까? 그는 아마도 단지 돈을 벌기 위해 경제를 배운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치 자신이 하는 일이 경제를 위한 일이 아닌 것 같았고, 그렇다면 도대체 경제가 무엇인가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떠났다. 전 세계를 돌며 경제를 알기 위해서. 
나는 개발자다. 2학년을 마치고 편입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이왕 이렇게 되버린거 한 번 해보자는 식으로 덤볐던게 여기까지 왔다. 어느새 3학년 이전의 기억은 거의 잃어버렸을 정도로 그 후 내게 닥친 새로운 경험들은 엄청났다.
대학교 3학년은 책과 전공수업만 하면서 살았고, 4학년은 사회로 나간다는 압박감에 뭐든 배우러 다녔다. 그리고 3년이 흘렀다. 이제는 내가 왜 이걸 해야하지? 에서 도대체 내가 왜 여기에 있는거지? 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내가 왜 여기있는지 궁금해졌다.

나는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영어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미국으로 나를 보내줄 수 있는 무언가도 찾고 있다. 경제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지만 IT는 미국에서 시작되었고, 미국에서만 일어나는 것들이 많다. 나는 미국으로 가야만 한다.
코너 우드먼은 경제를 배우기 위해 전세계의 시장들을 돌아다닌다. 낙타, 커피, 와인, 나무 등 전혀 새로운 분야이지만 경제라는 포커스를 가지고 온몸으로 만난다. 아마 도대체 왜 자신이 경제를 배웠는지는 생각도 안날 정도로 즐거웠으리라. 그게 바로 자신이 경제를 배운 이유이자 경제를 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는 떠났다. 그리고 알았다.
나는 무역로라고 하면 ‘실크로드’ 가 떠오른다. 역사시간에 배웠던 지식 중 동서양을 잇는 그 길이 가장 기억이 남았나보다. 이렇게 많은 경제의 발생지들을 코너 우드먼은 여행의 거점으로 삼는다.
그들 손으로 넘어간 내 여권은 알 수 없는 경로를 거쳐 무수한 도장을 품에 안고 돌아왔다. 이제 나는 수단에서 마음대로 움직이고, 글을 쓰고, 물건을 사고, 이동하고, 낙타를 팔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계획대로 움직일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것이다.
선진국 영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들은 여전히 전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내가 가겠다는데, 누가 막는가? 아마 우리나라에서 그랬다가는 난리도 아닐 것이다.
수단에서는 엄청난 제약이 있다. 게다가 알라신의 가르침을 따르기 때문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 보였다. 나는 책을 통해서 알았지만 역시 책 따위에 옮길 수 없는 일들이 더 많이 일어났을 것이다.
이번 협상은 모로코에서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무엇보다 크레이그와 내가 같은 언어를 써서 그런 것이리라. 나는 농담을 던져서 협상을 빨리 진전시킬 수 있었고, 끝에 가서는 ‘딱 떨어지는 수’로 그에게 맞받아친 덕에 가격을 교묘히 끌어내릴 수 있었다. 이런 협상의 기술은 모두 언어에 큰 부분 빚지고 있다. 모로코에서는 통역에 기대야 했기 때문에 상대에게 이렇게 빨리 응수할 수가 없었다.
영어권 국가 학생들을 부러워한 적이 있다. 아니 아직도 부럽다. 이유는 단순하다 영어를 공부하지 않아도 되니까. 
하지만 내 생각은 짧았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는 단연 중국어이며, 인도어, 스페인어가 그 뒤를 잇는다. 그리고 영어다. 물론 비즈니스 세계에서 영어가 공용어기에 중국인 인도인도 영어를 배우겠지만 영어를 아는 사람이 모두 없어진다고 해서 세계가 돌아가지 않을 이유는 없다. 조금 불편하기는 하겠지만.
코너 우드먼은 늘 통역을 고용한다. 케냐, 수단, 브라질 등 큰 비즈니스를 한다면 영어로 무리가 없겠지만, 전통시장을 돌며 경제를 배우려 한 그에게 영어는 만능언어가 아니었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말에게 속삭이는’ 언어가 키르기스어와 러시아어에 뒤이어 세 번재 국가 공용어로 올라 있다.
심지어 말에게 속삭이는 언어가 공용어인 나라도 있다. 이런 새로운 정보를 들을때면 간혹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엄청난 회의감이 들 때가 있다. IT가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카테고리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IT가 없어도 사람은 살 수 있고, 어쩌면 IT가 없어야 더 행복하게 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책을 통해서 코너 우드먼을 만나고, 책 속의 그가 만난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을 보며 충격을 받았는데, 직접 말을 타고 곁에 두었다가 다시 되파는 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는 떠났다. 그리고 돌아왔다.

세계일주가 꿈인 친구들이 있다.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냥 다 돌아다녀보고 싶어서 라는 답변을 한다면 나는 부정적인 이야기를 꺼낸다. 단순히 돌아다니는건 의미가 없다. 아무 생각없이 돌아다니는건 매일 하고 있지 않는가?

나는 스페인에 인연이 있다. 우연히 한 달 정도 다녀온 뒤로도 계속 연락이 닿는다. 늘 가슴 한켠에는 스페인 가족들이 있다. 작년에는 홀로 그들을 만나고 오기도 했다.
스페인에 가면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다. 스트레스는 다 날려버리고 아무 생각없이 마음껏 유럽을 만끽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나는 한국에 있다. 왜? 여기가 내가 있어야 할 곳이니까.
돌아와야만 한다. 역마살이 끼지 않고서야 농경사회 이후로 사람들은 자신의 보금자리를 만들고 산다. 잠시 어딘가 떠날수도 있지만 다시 보금자리로 돌아와 사는게 우리네 삶이다.
코너 우드먼은 억대 연봉의 직장을 뿌리치고 떠났다. 하지만 그도 알았을 것이다 언젠가 돌아와야 한다는 것을. 어차피 돌아올것이라면 떠날 이유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조금 심오하지만 돌아오기 위해 떠난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회생활을 하면 누구나 떠나고 싶을때가 있다. 그게 한 달에 몇 번인 사람도 있고, 하루에 수십 번인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다. 쉽게 떠날 수 없음을, 다시 돌아와야 할 수도 있음을.
그렇지만 우리는 떠나야만 한다. 다시 돌아와야 할 것을 알지만, 그래도 떠나야 한다. 떠나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머무를때 꼭 필요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책 속의 좋은 글

– 그들 손으로 넘어간 내 여권은 알 수 없는 경로를 거쳐 무수한 도장을 품에 안고 돌아왔다. 이제 나는 수단에서 마음대로 움직이고, 글을 쓰고, 물건을 사고, 이동하고, 낙타를 팔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계획대로 움직일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것이다.

-> 우리는 지금 행복한 나라에 살고 있구나.

– 이곳(수단) 사람들은 내일을 기약하는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들 눈에는 미리 계획을 세워두는 사람은 건방져 보인다. 훗날의 일은 인간의 힘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알라의 고귀한 의지에 달려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믿음 때문에 이곳의 경제가 발목 잡히고 있는 것은 아닐까?
->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정말 한없이 초라한 것이구나. 고작 지구 속의 아시아. 아시아 속의 한국. 한국 속의 20대 서민층이 알 수 있는 딱 그정도만 아는구나.
– 이번 협상은 모로코에서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무엇보다 크레이그와 내가 같은 언어를 써서 그런 것이리라. 나는 농담을 던져서 협상을 빨리 진전시킬 수 있었고, 끝에 가서는 ‘딱 떨어지는 수’로 그에게 맞받아친 덕에 가격을 교묘히 끌어내릴 수 있었다. 이런 협상의 기술은 모두 언어에 큰 부분 빚지고 있다. 모로코에서는 통역에 기대야 했기 때문에 상대에게 이렇게 빨리 응수할 수가 없었다.
-> 역시 언어는 중요하다. 의사 표현은 물론이거니와 문화 자체를 공유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 신상품을 내놓을 때 무엇보다 신경 써야 할 점은 독특한 매력을 찾는 것이다.
– 상품이 다 그렇지만 와인도 독특한 판매 전략이 있어야 한다. 물건을 사는 사람은 누구나 상품만의 독특한 특징을 알고 싶어 한다.
– 키르기스스탄에서는 ‘말에게 속삭이는’ 언어가 키르기스어와 러시아어에 뒤이어 세 번재 국가 공용어로 올라 있다.
-> 정말 세상은 넓다.
– 가축 거래가 힘들다고들 한다. 주인이 가축에 쉽게 애착을 느끼는 탓에 팔아야 할 때가 오면 그 정을 떼어내기가 고통스럽기 때문이란다. 나 역시 네 마리 말 하나하나를 떠나보낼 대마다 가슴이 져렸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 카슈가르는 아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일 것이다. ‘아마’라고 한 이유는 수천 년 전에 누군가가 수메르의 도시 국가 우르와 바빌론 사이에, 혹은 메소포타미아 국가 사이에 교역로를 잇고 최초의 시장을 세웠는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 그래. 컴퓨터는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 기존의 것들을 알아야만 한다.
– 지금도 전통적인 방식의 상거래는 살아 있다. 세계는 까마득한 옛날부터 그렇게 돌아갔다. 사무실에 앉아 컴퓨터 화면으로만 보면 세계 경제가 거액의 거래로 좌지우지된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거액의 거래도 알고 보면 푼돈이 돌고 돌아 만들어낸 총합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