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많은 아쉬움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걸 꼽자면 카페에서 아메리카노와 케익을 먹으며 글 쓰는 재미를 잃은 것이다. 생각보다 카페에서 글 쓰는 게 내게 큰 의미를 줬다는 걸 느낀 시기다.

2020년은 2019년과 같은 English를 올해의 단어로 정했다. 영어에 관한 두려움을 이겨내자는 의미였는데, 2019년에 비하면 더 노력했음에도 여전히 두렵다. 2020년 원하는 걸 딱 하나 꼽자면 영어였는데, 이루지 못했으니 아쉬운 한 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한 해를 보냈으니, 회고를 해본다. 2020년 얻은 건 루틴과 스튜 그리고 집중에 관한 중요성이겠다.

루틴

2020년 한 해를 시작하며 정한 단어는 영어지만, 2020년을 마감하며 떠오른 단어는 루틴이다. 루틴은 반복되는 어떤 행위를 뜻하는데, 지속 성장을 위해 좋은 루틴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했다.

내 루틴은 영어 공부, 독서, 큐레이션, 운동 등이었다.

매일 아침 영어 문장을 외우고 친구들에게 공유하는 것을 올해 200일 넘게 했다. 10개월 정도는 매일 아침 했고, 4분기에 들어 이 방법에 회의를 느낀 뒤 멈췄다. 포기라기보다는 공부법을 바꾸려 하는데, 아직도 고민 중이다.

독서는 내게 무척 중요한 행위다. 2020년에는 20권을 읽었고, 그중 기술서도 3권 읽었다. 독서도 연초 내 목표치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기술서를 읽기 시작했다는 것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큐레이션은 몇 년째 내가 관심을 두는 행위다. 창업 아이템으로 선택했을 만큼 내가 꽤 좋아하는 것인데, 매일 아침 큐레이션 하는 건 물론 4월부터 7개월 동안 매주 주간 큐레이션 글을 쓰기도 했다. 이 역시 내가 원하던 성과가 나지 않아 방향성을 다시 잡는 중이다.

운동은 사회생활 초기부터 노력하는 행위다. 특히 2020년에는 다이어트를 위해 걷기도 했고, 아침에 맨몸 운동을 하며 건강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식단조절의 힘도 컸지만, 어쨌든 5kg 정도 감량에 성공했다. 운동도 큰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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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함을 채우려는 욕심을 지속하기 위해 여러 루틴을 만들었다. 꽤 잘 유지했는데,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와 겹쳐 와르르 무너졌다. 1, 2, 3분기를 잘 유지한 뒤 번아웃이 온 것 같기도 하다.

2020년에 읽은 도서 중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 주기적으로 내게 영감을 줬다. 루틴 역시 연장선이며, 적은 노력을 모아 큰 것을 얻는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티끌 모아 티끌’이라는 박명수의 어록이 생각나는 4분기를 보냈다. 좋은 루틴도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었고, 결국 남은 건 티끌이다.

꾸준함 끝에 티끌만 남았다는 사실이 힘들었다.

어쨌거나 단순히 루틴을 늘리는 것보다 유지하는 건 수십 배 힘들다는 걸 깨달았고, 그렇게 와르르 무너지느니 한두 개 단단한 루틴을 유지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도 얻었다.

그럼에도 2020년 한 해 동안 여러 루틴을 만들고 지속하려 노력한 내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스튜

코로나 시대에 스튜가 없었더라면, 나는 아마 더 빨리 무너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나마 3분기까지 페이스를 유지했던 것은 내 좋은 친구들 덕분이다.

어쩌면 내 가장 강력한 루틴은 스튜일지도 모른다. 노력하는 친구들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 큰 자극이고, 이들과 어울리기 위해 스스로 움직이게 된다. 그래서 좋은 친구를 곁에 두는 게 중요한가 보다.

특히 2020년에는 <스튜북스>를 만들어 책을 냈고, <투자소모임>을 만들어 실제 투자 생활을 시작한 것도 의미 있었다. 시장을 이기는 결과를 얻었고, 조금 더 빨리 시작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스튜북스 첫 도서 <STEW, 지적 유희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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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즐거움만 있던 건 아니다. <와레버스> 멤버를 개편했고, <경영소모임>을 12월을 마지막으로 중단했다. <코딩소모임>을 부활시켰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고, 언제나처럼 함께하고 싶은 친구들을 잃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건 언제나 즐겁고, 떠나는 친구를 보는 건 언제나 슬프다. 리더로서 무척 감정소모가 크지만, 한편으로는 이 마음을 잃고 싶지 않다.

2021년을 맞이하며 스튜 운영에 관한 고민을 많이 했고, 다음 소제목인 ‘집중’과 관련된 선택을 했다. 앞으로 스튜가 어떤 결과를 낼지 장담할 순 없지만, 내가 상상하는 그림에 다가가기 위해 지금처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좋은 도전이었던, 스튜 투자소모임

집중

앞서 말했듯 2020년은 루틴 아래 살았다.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밖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루틴에도 영향을 미치는 걸 보며, 정말 강력한 트리거를 만든 게 어렵다는 걸 느꼈다. 한편으로는 그래서 재밌는 삶이다 싶다.

나는 내 삶에 있어 꽤 보수적인 선택을 내린다. 도전과 안정을 양 측면이라 보면, 안정에 꽤 치우친 편이다. 창업과 커리어 전환 등 도전이라 말할 수 있는 시기도 많이 경험했지만, 이를 내 것으로 만들 자신이 있었기에 그랬다. 결국 나는 안정적인 캐릭터를 만들고 있다.

내게 안정적이라 함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의미한다. 레이 달리오의 올웨더 포트폴리오처럼 언제나 우상향하는 그래프를 그리고 싶다. 일론 머스크처럼 화려한 삶은 내 캐릭터와 맞지 않는다. 그의 캐릭터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게 될 생각은 없다.

영어는 내 커리어에 관한 지적인 기초체력을 뜻했고, 운동은 말 그대로 기초체력을 의미했다. 독서는 뇌를 말랑하게 하기 위함이며, 뉴스는 다양한 정보를 가져 여러 이야기에 참여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이를 어딘가에 적는 건 내 커리어로 이어지게 하기 위함이었다.

단단한 기초와 유연함. 그리고 시의성과 매력을 갖춘 사람. 그럴듯한 단어를 조합한 캐릭터가 내가 올해 추구했던 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패다. 모든 걸 다 얻으려다 다 잃은 좋은 예다. 솔직한 말로 모든 분야에 하는 시늉만 한 건 아닐까 싶다.

하는 시늉은 이미 학창시절에 많이 했잖아…

다 얻지 못한다면, 더 중요한 건 뭘까. 2020년 4분기에는 이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투자로 따지면 펀더맨탈을 찾으려 한 것이다. 그게 금이든, 지수든. 어쨌든 내 삶과 커리어에서 펀더맨탈을 찾아 그 기반으로 커리어 포트폴리오를 만들고자 했다.

짧은 고민 끝에 나는 집중해야 얻을 수 있겠단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스튜를 절반으로 줄이고, 내 커리어에 집중할 환경을 만들었다. 커리어에서도 다양한 재능보다는 내 커리어의 본질인 기술에 집중하기로 했다.

먼저 스튜는 <경영소모임>을 중단했고, <투자소모임>은 오너십을 다른 친구에게 넘겼다. <스튜북스>는 <와레버스>와 연결된 최소한만 운영하며, <정회원> 프로그램은 무기한 중단이다. <독서소모임> 오너십도 넘기려 했는데, 이는 가져가게 됐다. 2021년 스튜에서 나는 <와레버스>와 <코딩소모임>에 집중한다. 매년 세우는 목표 중 하나로 스튜 일 벌이지 않기가 있는데, 2021년엔 꼭 지켜보련다.

회사에서도 집중은 이어진다. 2020년에는 정말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본업인 개발도 했지만, 업무 표준화, 보도자료 작성 등 회사에 필요하다 판단한 걸 진행했다. 그렇게 내 본업에 다소 소홀했고, 이는 늘 내게 약점이었다. 2021년에는 보다 기술에 집중하려 한다.

루틴을 기록한 Habit 앱

피터 드러커 말처럼 나는 개선하기 위해 측정했다. 많은 활동을 뽀모도로 앱으로 측정했고, 루틴도 Habit 앱으로 측정했다. 그런데 단순히 측정한다고 개선되는 건 아니더라. 자원은 한정돼있으니까.

더 나은 방향을 위해 한정된 자원을 잘 활용하는 궁리는 한계가 있다. 어쨌든 자원은 한정돼있으니까. 그래서 2021년에는 반대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자원을 늘리는 거다.

2021년, 비효율

2021년에 자원이라 함은 뭐가 있을까? 그리고 내 커리어에서 자원이라 함은 뭘까?

먼저 2021년 인류에게 자원은 돈, 시간, 사람 등이 있겠다. 커리어에서 자원은 모두가 다르겠지만, 내 본업인 개발자에겐 기술력이다.

개발자에게 기술력은 비즈니스에서 돈과 같다. 무한한 기술력은 뭐든 가능케 한다. 맨먼스를 무시하고, 팀워크를 무시한다. 말도 안 되는 퍼포먼스를 보이는 스타 개발자는 이 업계 꽃이다.

나는 늘 기술력이 부족한 개발자로 살아왔다. 주니어 때는 부족한 기술이 당연하다. 경험도 부족하고, 기술력도 부족한 내게 유일한 선택은 열심히 따위였다. 그러다 주변 동료들보다 더 나은 기술을 찾았는데, 소프트 스킬이었다.

소프트 스킬(Soft Skill)은 커뮤니케이션, 협상, 팀워크, 리더십 등을 활성화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데, 나는 이 분야에 꽤 탁월했다. 그렇게 부족한 기술력으로도 프로젝트를 적절히 진행해왔고, 9년 차 개발자가 된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 한정된 자원으로 적절한 결과를 낸 좋은 예다.

하지만 내게 기술력은 늘 아킬레스건이었다. 그에 반해 소프트 스킬이 상승했지만, 코로나 시대에 만날 수 없으니, 소프트 스킬의 효과가 절감됐다. 다 떠나서 어쨌거나 개발자가 기술력 부족하다는 말을 듣는 게 즐겁지만은 않다.

지금껏 잘 해왔다는 건 스스로 자부한다. 다만, 앞으로도 지금과 같다면 처세술만 남은 꼰대가 될 것 같다.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소프트 스킬을 덜 쓰자고.

어쩌다 보니 내게 가장 큰 자원이 소프트 스킬이 됐다. 이래선 안 된다. 반대로 탁월한 소프트 스킬에 적절한 기술력이 추가되면 효과는 배가 될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결심했다. 자원, 기술력을 높이자고. 여기에 집중해보자고.

2021년은 소프트 스킬을 덜 사용하는 나로서는 ‘비효율적인’ 한 해를 보내고자 한다. 말로 풀 수 있는 걸 우직하게 기술력으로 커버하는 개발자가 되는 것이다. 바보 같겠지만, 그렇게 기술력에 집중하면 그래서 2020년보다 나아지면, 더 나은 기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내 인생은 참 맛있다. 가지초밥처럼

마무리

4분기를 힘없이 보내고, 2021년을 맞이했다. 무척 귀찮았지만, 2020년을 되돌아보니 그래도 노력한 흔적이 떠오른다. 무기력한 4분기였지만, 이제 다시 움직여도 괜찮을 것 같다.

언제나처럼 1월에 세운 계획은 바뀔 수 있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한 비효율적으로 기술에 집중하는 한 해를 보내보려 한다.

오랜만에 나의 내일에 기대감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