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이성공이아니고실패가실패가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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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이영표 (홍성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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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은 시기 – 2010년 9월

읽게 된 동기

얼마 전 A매치에서 수비 실책이 나왔다. 그 실책은 곧바로 골로 연결 되었고 결국 대한민국은 1골차 패배를 하고 만다. 엄청난 악플러들이 사는 우리나라에선 그 선수는 곧바로 생매장이 되어야 맞는 상황이였다. 결과는 격려. 경기 최악의 실수를 한 선수에게 우리의 축구팬들이 격려를 보내고 있었다. 그 선수는 바로 이영표. 실수를 해도 격려를 받을 수 있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축구선수. 그게 바로 이영표다. 그리고 이영표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 축구팬이라면… 당연히…

책 리뷰

성공이 성공이 아니고 실패가 실패가 아니다. ‘뭔 소리지?’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게다가 꽤나 두꺼운 책. 단연코 이영표의 책이 아니였다면 빌리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축구팬들에겐 이영표는 특별함을 넘어선 존재다.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인 맨유에서 뛰는 박지성. 세계 최고 리그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는 이청용. 이 두 스타에 거는 기대와는 또 다른 기대를 거는 선수.

20대의 대부분의 축구 팬들은 선수들을 ‘동국이 빼라.’, ‘지성이가 오늘 안좋네?’ 라는 식의 하대를 하지만 이영표에게만은 ‘영표형이다!’ 라고 스스로 형이라는 호칭을 붙여준다.

스포츠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선수의 대우를 넘어선 이영표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개인운동 10년.

대한민국 축구계의 대부라 불리는 故 김용식 선생이 있다. 김현회 기자의 칼럼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1만 일 훈련’ 으로 유명하다. 김용식 선생은 1936년 11월 15일부터 70세가 되던 1979년 1월 15일까지 매일 두시간씩 훈련을 하는 스스로의 약속을 지켰다. 술과 담배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정도의 시간은 아니지만 10년 동안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개인훈련을 한 선수가 있다. 바로 이영표다.

중학교 입학식 직전. 그러니까 우리 나이로 14살쯤 되는 해부터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강요하지도 않았던 개인운동을 시작한다. 이유는 단순히 재밌어서. 예로부터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지금의 이영표는 괜히 만들어진게 아니였다. 스스로가 재밌어서 즐기려고 시작한 훈련.

무려 대학교 4학년때까지 계속 했다고 하니 34살의 이영표가 띠동갑이 넘는 선수들과 몸으로 부딪치며 뛸 수 있는 이유가 분명히 있었던 것이다.

10년 개인운동은 참 놀라운 행동이다. 하지만 난 여기서 이영표에게 반한게 아니였다.

[힘들었어. 정말 너무 힘들었어. 가끔 사람들은 ‘그때로 돌아가면 더 열심히 할 텐데’ 하고 후회하는 말들 하잖아? 하지만 난 아니야. 왜냐하면 그때로 돌아가서 그렇게 열심히 할 자신도 없고, 돌아가기도 싫어. 정말 너무 힘들었고 너무 많이 했어. 지금 다시 돌아가서 그렇게 열심히 하라면 못할 것 같아. 난 그냥 늘 너무 힘들었어. 개인운동은 나가도 되고 안 나가도 되는 거잖아. 마음 한 쪽에서는 나가야 된다고 하는데 한쪽에선 또 고민하는 거야. ‘오늘은 좀 쉴까.’ 하면서 핀곗거리나 스스로도 인정할 만한 이유를 찾지. ‘야, 오늘은 오전,오후 운동하고 게임도 뛰었는데, 발목도 안 좋고, 운동 쉬는게 낫지 않을까?’ 하면서 내가 나를 설득하는거지.”]

더이상 열심히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는 말. 살짝 건방진 말이지만 지금의 이영표가 있기에 지금의 이영표이기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말이다. 그리고 그 다음 이영표가 한 말은 왜 지금의 이영표가 있는지 증명한다.

[근데 결국에는 늘 나갔어.]

사실 모든 일이 처음이 힘들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라고 한다. 이영표는 스스로 훈련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분명 3일 정도가 되자 하기 싫었을 것이다. 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서 그만둔다. 작심삼일.

하지만 이영표는 했다. 1달, 2달. 왜 하는지도 몰랐고, 꼭 해야하는 것도 아니였다. 근데 이영표는 했다. 10년 동안 말이다.

피눈물.

오로지 축구로 건국대를 선택해서 어느때처럼 열심히 했다. 헌데 대학교 3학년이 되자 이영표는 힘들었다고 한다. 중학교 입학 후 단 한번도 축구를 쉬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 이영표. ‘좀 쉬고 싶다.’ 라고 생각했단다.

그때 ‘책 백권을 읽으면 대학교 졸업한 것 만큼 지식이 쌓인다.’ 라는 말에 책을 백권 넘게 읽었다고 한다. 쉬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개인운동은 쉬지 않고 계속했다.

축구선수가 축구가 하고 싶은 대로 되지 않는다? 가위도 눌리고 탈모증세도 나타났다고 한다. 계속해서 그렇게 암울한 축구 인생을 보내던 찰나 3학년 후반쯤 결국 절망을 느낀다.

[다른 친구들은 편하게 쉬면서 축구 해도 잘하는데 나는 매일 개인운동을 하는데도 왜 축구가 잘 안 될까. 아, 축구는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구나. 난 10년 동안 최선을 다한다고 했는데 내 실력이 이것밖에 안 된다면 나는 재능이 없는 거구나.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하면 된다고 했는데, 그리고 나는 그 말을 믿고 정말 열심히 해왔는데. 아, 그 말이 사실이 아니었구나. 이제 보니 축구는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재능 있는 애가 되는 거구나… 난 속았다… 나는 속았다…]

10년 동안 자신이 믿어온 신념에 대한 배신감.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아니였을까?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올라오는 눈물이 났다고 한다. 피눈물. 이 상황에서도 운동을 멈추지 않았다는 이영표. 이정도 신념이 있어야만 성공을 하나보다.

그렇게 3학년 막바지에 피눈물은 멈췄다. 비바람도 멈췄다. 살아오면서 대학시절의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문득 나는 지금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10년 동안 자신의 신념을 믿고 노력을 했는가? 군에 다녀오지 않았으니 이영표의 대학 3학년은 22살인데. 나보다 어렸던 이영표가 피눈물을 흘렸는데 나는 피눈물을 흘려 봤는가? 아니다. 난 피눈물을 흘려보지 않았다. 단지 눈물. 얇팍한 눈물. 계집애들이나 흘리는 눈물을 흘리며 힘들어 했던 내자신이 한심스럽다.

3학년 막바지 이영표는 주장이 된다. 그리고 올림픽 대표가 된다. 그리고… 국가대표가 된다. 갑자기 탄탄대로의 길을 초고속으로 질주했다. 바닥에서 하늘까지 순식간에 치솟은 이영표는 이런 말을 한다.

[얼마간 시간이 지났을 때 다시 깨달았어. 노력과 땀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어른들 이야기가 거짓이 아니고 내가 속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몸은 항상 정직하게 반응한다는 사실도.]

23살의 나이에 이미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걸까?

책 속의 좋은 글

– 노력을 많이하면 노력에서 오는 자신감이라는게 확실히 있다.
– 지금 내리는 결정이 최선의 선택이다. 이 선택에 대해 나는 후회하지 않겠다. 다시 선택하라 해도 이렇게 하겠다. 이래야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생기거든.
– 더 큰 자신감을 가지려면 막연한 무엇이 아니라 스스로 안심할 수 있는 진짜 실력이 있어야 하거든.
– 지금 힘들고 어렵고 지쳐서 혹은 정말 다른 길이 보이지 않아서 포기하고 싶다면, 혹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지금 성공을 향해 잘 가고 잇는거야.
– 후회하면 즐길 수 없다.
– 패배했을땐 깨끗이 패배를 인정해야 돼.

책 총평

★★★☆☆

사실 위의 리뷰의 부분은 앞부분에 해당한다.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개신교 이야기로 채워져있다. 물론 나는 가톨릭이기 때문에 이영표의 신앙에 상당부분 공감을 하고 박수를 쳤다. 하지만 ‘이거 너무 내용이 신앙쪽으로 가는거 아닌가?’ 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달랐다. 분명히 이영표는 달랐다.

하지만 같았다. 우리와 같은 사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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