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스타트업 대표, IT 기자. 다양한 필드를 누비며 프로페셔널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내가 생각하는 프로의 자격을 나눈다.

게임 용어 중 ‘평타’라는 말이 있다. 평범한 타격의 줄임말이다. 상황에 따라 기복이 있는 플레이어라면 전장에서 등을 내어줄 수 없다. 뛰어난 스킬을 갖추지 못했다면, 적절한 평타는 필수다. 강력하지만 무거운 스킬보다는 꾸준하면서 가벼운 평타가 더 무섭다.

평타에 관한 잊히지 않는 예가 있다. 미술 입시 학원을 운영하던 선생님이 들려준 이야기다.

선생님 : 학생 중 정말 원하는 대학에 가는 학생은 누구일 것 같아요?

나 : 글쎄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가겠죠?
선생님 : 틀렸습니다.

나 : 미술이 아니라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가나요?
선생님 : 틀렸습니다.

나 : 그럼 어떤 학생이 가나요?
선생님 : 가장 못 그릴 때와 가장 잘 그릴 때가 비슷한 학생이 원하는 대학을 갑니다. 아플 때, 그림이 안 그려질 때, 그리기 싫을 때. 언제나 일정 수준 이상을 그리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 친구들이 원하는 대학에 갑니다.

나는 다양한 필드를 옮기며 각 필드의 화려한 장인을 많이 만났다. 화려한 언변을 구사하는 대표, 팬을 수천 명 거느린 기자, 기술 속에서 자유로이 헤엄치는 개발자. 나는 그들과 함께 일하며 그들처럼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은 달랐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만났을 때, 꾸준히 할 수 있는 것과 싫지 않은 것이 만났을 때 그들이 보이는 화려함은 결코 단기간에 가질 수 없었다.

하지만 화려한 그들도 원하는 것이 있었다. 힘껏 에너지를 쏟는 화려함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그들도 아는 것이다. 순간의 화려함은 온전한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필드마다 화려함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평타의 기준은 비슷하다. 재미없지만, 누구나 아는 그것이다. 기본기.

늘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 평타가 높은 사람이 가장 강한 프로페셔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