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들이 하는 회고를 해본다.
나는 커뮤니티 STEW에서 매년 회고를 해왔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영상을 남기고, 내년의 나에게 무려 영상편지를 찍는다. 아마도 5년째 해온 것 같다.
 
매년 1월 STEW에서는 ‘The S of STEW’ 한 해를 스케치(Sketch) 하는 시간을 갖는다. 버킷리스트를 적고, 모든 항목을 포용하는 단어 한 개를 정하는 것이다. 2018년 내 올해의 단어는 ‘초심’이었다.
여러 측면에서 ‘초심’이 적절했는데, 가장 큰 것은 역시 본업에서였다. 6년간 개발자로 살았던 나는 언제부터인가 고개가 빳빳해져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기 쉽지 않았다. 고작 서른즈음 산 주제에 이러면 안되겠다 싶었다. 마침 새로운 조직에서 새로운 업무를 하니, 최대한 낮은 자세로 배우며 한 해를 보내려 했다.
 
아쉽지만, 절반의 성공이다.
2018년 초에는 나름 배움의 자세로 살았지만, 하나 둘 아는게 생기니 무조건 받아들이는게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생각보다 업계의 전환에 나는 잘 적응했다. 개발자로 살며 경험했던 것을 잘 녹였고, 덕분에 빠르게 영역을 만들었다.
테크 업계에서의 내 영역을 만드는 목표도 있었는데, ‘개기자’라는 캐릭터를 조금은 알린 것 같다. 무조건 배우는 자세로만 살았더라면, 아마 개기자는 없었을 것이다. 이래저래 만족과 불만족이 함께다. 그래서 절반의 성공이다.
 
2018년 한 해 동안 경험한 내용을 공유한다.
 

처음 본 틈새, 스팀잇(Steemit). 나는 @osyvv


새로운 영역에서는 온통 높은 벽 뿐이었다. 도대체 내가 어느 곳을 노려야 할지, 모든 벽이 높아보였다.
헌데, 생각보다 기회는 빠르게 왔다. 스팀잇이다.
 

▲스팀잇

뭔지도 잘 모르고, 우연히 시작했던 스팀잇은 내 ‘분야’를 만들어줬다.
전혀 몰랐던 블록체인을 알게 됐고, 이 분야 유명인들과 편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됐다. 스팀잇 창업자 네드스캇 등 아무 것도 없던 내가 이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것은 놀라운 행운이었다.

▲올스팀

 
이후 쥴리아 이지선님과 만나 올스팀(Allsteem)을 만들기도 했다.
STEW를 운영하며 그리고 그 전에도 사람 앞에 서서 이야기 하는 것을 무척 좋아했지만, ‘유료 모임’에서 내 이야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부끄럽지만 꾸준히 써온 ‘서평’과 ‘사색노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무려 철학자 김재인 교수님 앞에서 발표를 한다는 압박감을 느껴보기도 했다.
이 모든 놀라운 경험을 함께 해준 쥴리아 이지선님에게 감사를 전하며, 경력직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 STEW 이윤석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스팀잇은 내게 벅찰 정도의 경험을 줬다. 물론 내가 넣은 원화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누가 아는가? 떡상을 할지… 이럴땐 존버인 것이다…
워낙 스펙타클한 경험을 줘서 사내에서 60석 스팀잇 세미나를 진행한 것, 마소에 기고한 것, 기획 기사를 쓴 것 등은 소소할 정도다. 비록 내 다양한 행동이 주변에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나는 분명히 업무의 연장선에서 일을 해왔다.
 
스팀잇에서 경험한 것은 분명 내가 본업에 적응하는데 큰 기반이 됐다. 출입처가 모호한 내게 스팀잇은 확고한 도메인이 됐다. 첫 볼터치에 유효슈팅이 나왔다고 할까? 처음 본 틈새인 스팀잇은 여전히 우려먹을 수 있는 진한 사골 뼈다귀가 돼 줬다. 물론 될때까지 물어재낀 내 꾸준함도 한 몫 했겠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와준 고마운 존재인 것은 틀림 없다.
 

따뜻한 커뮤니티 STEW. 나는 오팀장


따뜻한 커뮤니티 STEW는 2011년 창업 멘토링으로 시작된 모임이다.
이제는 내 인생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단단한 믿을 구석이다. 우리는 친구이기도 하고, 가족이기도 하며, 가장 좋은 동료가 되기도 한다. 이 모임이 소중한 것은 오래된 친구는 늘 그자리에 있어서 매력적이라고 하지만, STEW는 늘 옆에 있어준다. 우리는 자주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과거를 때로는 미래를 보며 함께 걸어간다.
 

▲따뜻한 커뮤니티 STEW

 
함께 걸어간다고 했지만, 가끔은 내가 걸어가서 이들이 있는 건지 아니면 이들과 걷고 싶어서 내가 뛰어온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
수년간 오팀장과 함께 해준 이들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마이크로소프트웨어. 나는 개기자


안녕하세요.
개발하는 기자, 개기자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오세용 기자입니다.
 
2월부터 매일 쓰는 3줄이다.
매일 아침 이 3줄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2015년 SWIKI를 할 때부터 도밍고뉴스를 지나 마이크로소프트웨어까지. 매일 큐레이션을 하며, 소식을 전하는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웨어 개기자

 
소프트웨어 전문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를 4권 출판하며, 온라인에서 큐레이션과 개터뷰를 했고, 노트앱 노션을 발견해 협업도구 세미나도 열었다. 12월에는 개발자 축제 마소콘도 개최했다. 사진을 4장 꼽으려다 30분을 훌쩍 넘겼다. 너무도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사람을 만났다.
되돌아보니, 그저 좋은 추억 뿐이다. 당시에는 왜 그리 날카롭게 살았는지, 조금은 즐겨도 되지 않았느냐고 스스로에게 묻고 싶다.
 
그렇게 나는 때로는 스팀잇 @osyvv 로, 때로는 STEW 오팀장으로, 때로는 마이크로소프트웨어 개기자로 1년을 살았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요,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 했던가? 1년을 되돌아 보니, 스펙타클 희극이 따로 없다.
절반의 성공이라 생각한 초심이 어쩌면 더할나위 없던 새출발이었을까?
 
더 많은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지만, 문득 1년간의 이야기가 가슴을 벅차게 한다.
조금은 이 감정을 더 느끼고 싶어, 여기서 글을 마치련다.
 
2019년도 2018년처럼, 벅찬 한 해가 되길 바란다.